2차

[Enstar] 파트너

카오레이, 언제까지고 당신의 곁에서

사쿠마 레이는 이해하기 힘든 사람이다. 그렇다 해서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냐 묻는다면 하카제 카오루는 절대 아니라며 내저을 것이다. 그를 알고 지낸 것은 이제 거의 3년이 다 되어가는 시기. 그 중 최근 1년은 단 둘이서 지낸 시간이 더욱 길었다. 아마 2년 사이에 둘이서 지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지냈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었다.

혹자는 그를 이해할 수 없다고 평하며 혹자는 이해할 수 있는 범위의 범인(凡人)이 아니라 할 것이다. 그러나 하카제 카오루는 오히려 고개를 기울이며 의문을 표할 것이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고 본다면 그의 행동 즈음은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그의 파트너로 있는 것이 아닌가. 물론 간혹 돌발적인 행동을 할 때도 있으나 그것은 주로 그의 흥미가 동했을 경우이며 그런 경우는 대체로 드물었다.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는 세상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작고 오만한가를 그는 누구보다 가장 잘 알았다. 그럼에도 그는 인간을 사랑했다. 그랬기에 그는 인간을 위해 사라짐을 택했다. 만일 자신들이 답례제에서 그를 붙잡지 않았더라면 그는 소리도 소문조차 없이 어두운 밤에 녹아들어 사라졌을 것이 분명했다. 그것을 1년 내내 티를 내지 않고 그들을 이끌어온, 그들의 구심점. 동급생의 히비키 와타루를 연기의 천재라 표현하는 이들이 많지만 카오루는 그 사이에 사쿠마 레이를 같이 끼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 중 하나였다. 1년동안 자신의 생각을 단 한 번도 티내지 않고 떠날 생각을 하고 그러면서도 컨셉을 유지했다는 것은 그만한 연기 실력이 밑바탕이 되었을테니까.

하카제 카오루는 사쿠마 레이의 파트너다. 그것만큼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자타공인의 유명한 진실이었다. 타인 앞에서는 항상 여유로운 척, 부드럽게 하면서도 강한 척을 해대는 그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대상이라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질색을 하며 피하기도 했으나 그만큼 후배가 아닌 동등한 존재로 바라봐주는 것이 좋아, 어느 순간 그의 어리광을 받아주고 있었다.

사쿠마 레이는 종종 이 자리에 없는 것처럼 행동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카오루는 종종 불안해지고는 했다. 한때 떠날 생각을 했던 존재를 붙잡은 것은 자신들이기에 언제고 분명히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 탓이었다. 그럴 때면 그는 다정하게 품에 안아주고 다독여주고는 했다. 그 서늘한 체온이 오히려 그가 이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만 같아, 카오루는 그 체온에 안정되고는 했다.

—아무튼 간에, 그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하는 이들은 그를 얼마 봐오지 않은 이들이다. 그의 곁에서 일거수일투족을 항상 함께해온 카오루는 그것을 단언할 수 있었다. 그는 피를 싫어하는 것이지 마시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종종 흡혈귀 컨셉을 까먹고 하는 것은 진실로 그럴 때도 있으나 대체로는 연기에 가깝다. 항상 웃고 있는 것 같은 사쿠마 레이도 웃는 얼굴이 미묘하게 바뀌며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 

가장 중요한 것은, 그는 일족을 아끼나 그렇다고 해서 인간을 사랑하는 것 만큼 사랑하지는 않는다. 그가 사랑하는 것은 그의 동생과 인간. 딱 그 두 가지로 나뉠 뿐이었다. 아마 다른 이들은 모르는, 그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안심했을 때 나오는 행동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사실. 하카제 카오루는 그 사실을 눈치챘음에도 말하지 않았다. 그만큼 그가 자신의 곁에 있을 때 안심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기쁘게 즐길 뿐이었다.

하카제 카오루는 그의 파트너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동시에 그의 곁에 나란히 걸을 수 있는 것은 자신 뿐이라는 사실마저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의 동생도, 그의 후배도, 하물며 그의 후계라 자칭하며 그 조차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 동급생마저도 그의 뒤를 바라보며 따르는 것 외에는 할 수 없을지라도 하카제 카오루는 그의 곁에 있을 것이다. 나란히 걸음을 맞추고 그와 같은 곳을 바라보며 그가 볼 수 없는 인간으로서의 시선으로 그의 곁에서 조언을 하는 것. 그것이 자신의 역할이며 양대간판으로서 할 일이며 동시에 보호자가 해야할 일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나는, 언제까지고 당신의 곁에 있을 것이다.

그래, 비록 세상이 멸망하는 날이 온다하여, 당신이 다른 것도 보지 못하고 동생에게 달려간다 할지라도.

당신이 바라보는 그 끝이 어디든 같이 보며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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