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기이바] 짝사랑
짝사랑 소재를 쓰고 싶었을 뿐인 글, 와중에 미완성
* 사귀기 전이지만 동거는 하고 있는 설정입니다. 동 거 좋 아.
* 캐릭터들의 나이는 성인입니다.
언제부터였을까.
생각해보면 시작도 모르는 사랑을 한지도 꽤 오래됐다.
알아준다던지 보답을 받는다던지, 서로 사랑하게 되는 결말은 생각도 해본적 없다. 아니 조금은 있을지 몰라도 이런 감정을 숨기는 것은 식은 죽 먹기보다 더 쉬우니까, 들킬리도 없다. 그냥 이대로 혼자 좋아하기만 하다가 접는 것이 맞을텐데.
" 각하, 일어나십시오. 아침입니다. "
" ...응. "
막 일어나도 화보라는 말은 각하께 알맞은 말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부스스해진 머리를 제외하곤 저 인형같은 얼굴을 보고 누가 방금 잠에서 깼다고 할 수 있을까.
" 머리 빗어드릴테니 이리와서 앉으시겠습니까. "
하품을 하며 의자에 앉은 각하의 머리를 전용 고급 빗으로 빗어드리며 아침에 있었던 가벼운 스트레스를 날린다. 누군가는 사심에 가득찬 행위, 라고 하겠지만 뭐 내가 알 바는 아니지. 깨끗하게 정리된 머리를 뿌듯하게 보다가 빗을 내려놓고 미리 준비해둔 옷을 손에 쥐어드렸다.
" 오늘의 일정은 토크쇼 외엔 없으니 그 외의 시간은 자유롭게 이용하시면 됩니다. 대신 나가실 때 꼭 행선지를 알려주시고 이왕이면 전하와 함께 나가시는게 좋겠습니다. "
이제는 대본 없이도 잘하리라 믿습니다, 하고 덧붙이니 작게 웃기만한다. 이런 얼굴에 반했던건 아니었지만 자신이 아닌 사람에게 이런 얼굴을 한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속이 뒤틀리지만 최대한 표정 관리를 하며 웃었다.
" ...이바라는, 바빠? "
" 아, 오후에 회의가 잡혀있기 때문에 함께할 수 없는 점 너그러이 양해해주시겠습니까. "
" ...이바라랑 가고 싶었던 곳이 있었는데 바쁘다니 어쩔 수 없네. 응. "
" 최대한 빨리 시간을 내보겠습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
" ...응, 나중에 봐. "
물가에 둔 아이같은 기분을 지울 수가 없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자신은 일을 해야하고 각하도 이제 남의 손이 반드시 필요한 아이가 아닌데. 이런 생각을 하다가 각하를 처음 만난 날이 떠올랐다. 만났다고 해도 될런지 모를 일방적인 마주침.
반짝이는 무대 위의 두 사람. 분명 아름다웠지만 어딘가 부족한 모습. 나라면 절대 저 보석들을 저렇게 다루지 않을텐데. 그런 생각으로 무대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겨우 명함만 건넸던 그 날. 다행히 제안을 받아주셔서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꾸미게 된 것 까지는 정말 좋지만...
- 부소장님?
" ...아, 죄송합니다. 잠시 신경쓰이는게 떠올라서. 마저 얘기해주시겠습니까. "
- 다음 이미지는...
정신을 차려야지, 일 할 때는 프로답게 행동해야하는 법. 일단 각하에 대한 생각을 접어두고 회의에 집중하다가도 자꾸 아른거리는 각하의 얼굴에 애꿋은 안경만 닦다보니 회의가 끝났다. 그 이후엔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기억나질 않는다. 일을 하긴 했는데... 문서 내용을 보니 누가봐도 엉망이라 내일 와서 다시 수정해야겠다. 뒷정리를 하고 건물을 빠져나왔는데 어쩐지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 ...각하? "
" ...데리러왔어. "
급하게 다가가서 보니 얼굴이 얼어있는게 꽤 오래 기다리신게 분명했다. 급하게 각하의 손을 잡아 먼저 걸어갔다.
" 각하, 오실거면 먼저 이야기를 해주셨어야 제가 더 빨리 나왔을 것 아닙니까. 이런 추운 날씨에 각하를 밖에서 기다리게하다니 목숨으로 사죄하겠습니다. "
" ...목숨까진 필요없어, 그리고 내가 원해서 기다린건데 이바라가 사과 할 필요가 있을까? "
" 제가 또 너무 앞서갔군요, 사과드리겠습니다. "
그만. 이라는 말에 오늘 기분이 좋지 않으시구나 싶어 입을 다물었다. 오늘 토크쇼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건가 역시 회의를 미루고 각하를 따라갔어야했나, 역시... 아직은 제 손이 필요하셨던걸까. 조금 좋아진 기분을 주체할 수가 없어 입술 끝이 움찔했다.
" 도시락은 잘 챙겨드셨습니까. "
" ...응, 오늘도 맛있었어. "
" 이야아 다행입니다. 먹고 싶은게 있으시다면 언제든 이야기 해주시길 바랍니다. "
" ...그보다, 이바라. "
" ...네, 각하. "
" ...다음 주에는 시간 비워줄 수 있지? "
" 확신할 순 없습니다만... "
" ...있지? "
" 네, 알겠습니다. "
각하께서 자신의 의견을 더 주장하게된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런 때에는 좀 곤란하다. 그래도 약속을 해버렸으니, 지키는 것이 인지상정. 다음주 스케쥴을 조정해야겠습니다.
글은 쓰고 싶은데 잘 써지지 않을 때의 최선은 이정도인가봅니다. 이후는 어떻게 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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