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쥰이바]초상

쥰이바글인데 이바라 안나옴.

CP : 쥰이바

키워드 : 일상, 현대, 쥰이저벅저벅에덴할겁니다, 전시회

*퇴고없음 / 쥰시점




종종 생각한다. 지금 상황은 꿈이 아닐까, 현실이 아니라 소망하고 바라던 것이 이루어진 상상의 공간은 아닐까. 쥰은 주먹을 쥐락펴락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현실감없는 세상에 내던져진 게 벌써 한 달 전이었다. 이 세상엔 치열하게 삶을 갈구하며 빛나는 아이돌이 존재하지 않았다. 정정하겠다. 아이돌은 있되, 혁명이나 개혁을 시도하는 아이돌이 없었다. 이 세계의 아이돌은 '원래' 세계의 아이돌과 정의와 무게가 다소 달랐다.

'평화롭지.'

쥰이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평화로웠다. 어느 유닛이 패배할 때까지 자웅을 겨루는 무대도 없었고 뒷지령이니 서바이벌이니 하는것도 없었다. 물론, ES빌딩도 코즈프로와 에덴도 존재하지 않았다. 쥰은 처음 이 세계에서 눈을 떴을 때를 떠올렸다. 혼자일 줄 알았던 이 세계에서 쥰은 혼자가 아니었다. 그린 듯 이상에 가까운 가족이 함께였다. 자신을 사랑하고 가정에 충실한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와 자신을 아낌없이 자애로 안아주는 어머니. 사랑이 넘쳐, 되려 쥰은 모든 것이 어색했다. 이상에 가까운 가족을 얻은 대가는 컸다. 에덴이, 아기씨가 그리고 친하게 지냈던 이들이 이 세계엔 존재하지 않았다. 

30일 남짓의 시간동안 쥰은 이 이상하고도 이상에 가까운 삶에 익숙해졌다. 매일 사랑한다며 포옹해주는 어머니, 그리고 자신의 장래희망을 응원하며 주말마다 여기저기 여행을 권유하던 아버지는 물론 여전히 어색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번 주말은 가족이 함께 전시회에 왔다. 어떤 익명 작가의 작품 100점이 전시된 이번 전시회는 설치미술이나 그림 등 여러 미술품이 전시되어 있다고 했다. 쥰이 시선을 돌려 전시회장 입구를 보았다. 팜플렛을 들고있는 어머니와 입장권을 꺼내는 아버지의 모습에 어쩐지 멋쩍어져서, 제 뒷목을 주물렀다.

"뭐, 가끔은 이런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지만요."

저벅저벅, 그들의 품으로 걸어갔다. 누군가 자신을 본다면, 지금의 가족을 본다면 ... 아주 사이좋은 가족의 모습으로 보이지 않을까. 익명 작가의 전시회였지만, 꽤 인기 있는 작가의 전시회라 나름 격식 차린 옷을 입었다. 목을 조르는 넥타이를 느슨히 풀고, 전시회장을 둘러봤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기대하던 작품이 있는지 자신에게 몇마디 건네며 훌쩍 앞으로 걸어갔다. 작품이 워낙 많고 사람도 많아서, 쥰은 괜시리 작금의 상황에 마른 침만 삼켰다. 부산스러워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화려한 조명과 무대위가 아니어서인지. 이 지루함을 말미암아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냥 오기 싫다고 했다면, 어머니와 아버지도 억지로 자신을 데려오지 않았을텐데. 괜히 거절의 말을 내밀기 어려워서 온 자리는 마음이 불편했다. 어두운 실내, 작품마다 달려있는 조명만이 겨우 빛을 발하고 있었다.

웅성거리는 사람들 틈을 비집고 지나가다 겨우 숨이 트이는 곳을 찾았다. 쥰은 오히려 그 편안함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작품마다 사람이 네다섯명은 붙어서 관람하고 있었는데, 유독 이 작품의 앞은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머지 않아 깨달았다. 이 작품만 커튼으로 반쯤 가려져 있었다. 두 개의 커튼이 교차하여, 딱 미술품의 반절을 가렸다. 초상화로 추측되는 작품의 오른쪽 하단에 설명이 붙어 있었다.

미련

작가미상

242.5 x 273.9cm

설명이라고 해야 그저 그림의 크기와 제목이 전부였다. 애초에 작가미상이었다. 이밖의 정보값을 얻을 수 있을리 만무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 작가를 S라 불렀다. 쥰은 품에서 팜플렛을 꺼내 설명을 읽었다. 작가미상이었으나 그림에 새겨진 작가의 사인이 S였기에 그리 불려지나, 사실확인이 어려워 공식적으론 작가미상으로 불린다고 적혀있었다. 이 작가미상의 작품은 어떤 빌딩의 화재 사고로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F05호에서 큰 화재사고가 나서 옆방으로 불이 번졌다고 한다. F06호에도 불이 옮겨 붙었는데 그때 소방관이 문을 따고 들어갔으나 집주인이 존재하지 않았고 서류상의 집주인에게 연락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한다. 모든 것이 증발된 그 F06호에 증발되지 않은 것이 있었다. 방을 가득 채운 미술품이었다. 조각상도 있었고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도 있었으며 인화된 사진이 액자에 들어가 있기도 했다. 공통점은 모든 작품에 S라는 사인이 남아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추측하건대 이 모든 작품은 한 사람이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의도가 들어가지 않은 신비주의적 작품은 사람을 매료시켰다. 그러나 쥰은 의아했다. 그런 작가미상의 작품이었다. 하나같이 모두를 매료시키는 작품인데 왜 이 초상화 앞에는 사람이 없는 걸까. 어째서 관심을 갖지 않을까. 고작 천으로 반절을 가렸다고 이토록 무관심을 비출 수 있나?

쥰은 그것이 실례임을 알았지만 손을 뻗었다. 어차피 이쪽을 주시하는 사람도 없었고, 주위를 살펴보는 직원도 없었다. 그저 초상화를 가린 붉은 색의 천 하나를 잡아올렸다.

"음..."

애초에 두 개의 천으로 가리고 있었던터라, 하나만 들어올렸다고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이진 않았다. 그저 아까와 달리 하관이 보인다 정도. 입꼬리를 한껏 끌어올려 웃는 콧대 아래가 보였다. 이미 천을 쥐고 있는 오른 손이 아닌, 비어있는 왼손으로도 나머지 천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보이는 건 붉은 머리카락의 소년이었다. 캔버스는 상당히 그 크기가 컸는데, 쥰은 자신의 머리를 덮고도 남을 만큼 커다란 얼굴을 홀린듯 보았다. 이 소년은 누구일까. S라는 작가와 일면식이 있는 사람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S 본인일까. 어떤 사유로 이 캔버스에 그려진 걸까. 초상이 그려질 정도라면 의뢰인이거나 본인의 자화상일 가능성이 있을텐데.

쥰은 관심이 없었던 처음과 달리 그 눈빛을 빛냈다. 

"쥰"

그때였다. 누군가 쥰의 어깨를 톡, 가볍게 쳤다. 고개를 돌려 오른쪽을 보니 가족이었다. 잔뜩 굳은 몸으로 꾸물꾸물, 쥐고 있던 천을 놓았다. 부모님이 미술품을 건드렸다며 꾸중할 거라 여긴 쥰이 시선을 돌렸지만 달리 들리는 말이 없었다. 의아함에 시선을 바로하니 부모님은 이미 출구를 향해 걷고 있었다. 이제 나가자는 의미의 제스쳐였나보다. 쥰이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하는 걸까요.'라는 생각으로 목덜미만 주무르다 출구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힐끔, 뒤돌아본 자리엔 여전히 두 개의 천에 가려진 초상화가 보였다. 자신이 발걸음을 옮겼기에, 이제 그 초상의 앞엔 아무도 서있지 않았다. 그 커다란 그림의 앞만 텅 비어 있으니 오히려 지독하리마치 고독했다. 다른 작품엔 가이드가 붙어 있었고—작가 미상임에도 가이드가 붙어 있어 쥰, 본인은 이 점이 참 의아했지만— 작품을 둘러싼 사람이 가득했기에 더욱 비교가 되었다. 초상화를 비추는 단 하나의 조명. 어째서인지 스테이지가 떠올랐다. 지난 삶에서 자신과 다른 이들을 비추던 무대 위의 환한 스포트라이트.

아.

출구에 가까워졌던 몸을 돌렸다. 다시 초상화의 앞으로 달려간 쥰이 가리고 있던 천을 모조리 뜯어냈다. 역시나 주변의 그 누구도 쥰을 제지하지 않았다. 쥰이 다시 초상화를 보았다. 붉은 머리카락이 어깨에 닿고 각진 안경을 쓴 남성. 묘하게 비틀린 입꼬리로 웃으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어떻게 잊을까. 아, 돌아가야 하는데. 이바라가 또 안즈 씨에게 이상한 수작 부리고 뒤가 구린 계획을 세우기 전에 돌아가야하는데. 아기씨 저녁 식사는 내가 만들어야하는데. 자신도, 분명 에덴의 일원이니까 … … 그러니 일어나야했다. 새로운 세상이 있다면 이곳이어서는 아니 되었다. 쥰에게 있어 새로운 세계는, 이상향은 모두가 함께인 곳이었다. 이바라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웃으며 자신이 프로듀싱한 세계는 어떻습니까?라며 괜히 제 속을 긁어대는 곳이어야 했다.

종종 생각했다. 지금 상황이 꿈은 아닐까, 현실이 아니라 소망하고 바라던 것이 이루어진 상상의 집합체는 아닐까 하고 말이다. 쥰은 주먹을 쥐락펴락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현실감없는 나날을 보냈다. 특대생이 아니었던 때를 떠올리면 더욱 그랬다. 이브로 활동하게 될 줄도 몰랐고 에덴이란 유닛으로 활동하게 될 거라곤 상상조차 못했다. 자신만을 위해 누군가 노래를 지어줄거라 감히 생각할 수 있었을까. 과거의 자신은 학교를 때려칠 생각이나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한 줌 빛 없던 골목길에도 빛은 들었다. 치열한 삶에도 여유는 찾아왔고 포기하려는 마음 앞엔 누군가의 손이 내밀어져 있었다. 정정하겠다. 포기하지 않은 자신에게, 쓸모없다 여긴 자신에게 언제나 아니라고 부정해준 이들이 있었다. 쥰은 아이돌이 좋았다. TV로 줄곧 봤던 그 희망의 빛이 자신 또한 되길 바랐다. 그러니 돌아가야지. 이 꿈은 너무나 달콤했지만, 자신을 현실에 안주하게 만들었다. 사자나미 쥰은 현실에 머무르는 사람이 아니었다. 언제나 에덴, 낙원으로 사람을 이끄는 아이돌이다. 새로운 세상으로 사람을 이끌어야지, 자신이 그 낙원에서 안주하다니 어불성설이 따로 없었다. 이바라가 작금의 자신을 본다면 또 얼마나 비웃을지, 웃음이 나왔다. 일어나야지, 너무 늦으면 들을 잔소리만 늘어난다.


*사담

에덴 클라이막스 좋다 그렇죠 저 매일 들어가서 들어요. 에덴 클라이막스...클라이맥스 ... 뭐라고 부르시나요 전 클맥/클막 그냥 기분 내키는 대로 부릅니다. 전 개인적으로 1분 7초에 애들이 점프해서 발차기 촤아~하는 걸 좋아합니다. 작곡가가 사이키버터플라이작곡가라고하셔서사이키버터플라이도인겜에들어왔으면좋겠어서지금띄어쓰기도안하고적고있어요사실정권찌르기는22년도부터했던거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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