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스타

동그랗게 감싸 안는 것

20230226 투비 연성 재업

카나치아 초단문

즈!! 시점 어딘가

동거 설정, 그냥 반지 사이즈를 잴 뿐인 치아키...


"카나타!"

일을 끝마치고 오니 늦은 밤이었다. 치아키가 황급히 스타프로 빌딩을 빠져나와 주택가로 내달리는 동안 마주친 불빛이라곤 아스팔트를 따라 고개를 드리운 가로등 빛 뿐이었을 정도로, 늦은 밤. 급하게 들어오느라 현관문 여는 소리가 요란했을텐데도, 집 안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카나타? 

그런 짙은 밤 가운데서도 거실불을 등대처럼 밝혀둔 카나타는 세상 모르고 잠든 채였다. 기다리던 와중이었을까, 소파 등받이에 고개를 기대고 손을 늘어뜨린 모습이 상당히 불편해보였다. 미동조차 없는 카나타의 품에는 카메고로 인형이 폭 안겨 치아키를 바라보고 있었다. 타박하는 듯한 그 시선을 한참 마주하다가, 치아키는 미안한 듯 웃어버렸다. 너무 늦게 왔나보구나, 내가. 

우선 치아키는 안방에서 담요를 가져와 카나타에게 덮어주었다. 발등까지 꼭꼭 덮인 것을 확인하고서야 치아키는 카나타의 곁에 조심스레 앉았다. 이렇게 인기척을 내도 깨지 않는 걸 보니 카나타도 많이 피곤했구나, 싶었다. 

"이렇게 보면 카나타도……."

새삼스러운 이야기지만, 치아키는 카나타의 자는 얼굴을 오롯이 들여다본 적이 드물었다. 그도 그럴 게, 치아키는 아침에는 약했고 밤에는 대부분 먼저 잠들었기 때문이다. 치아키가 몸을 숙이자 소파가 어정쩡하게 눌리며 끼익, 소리를 내었다. 

그래도 카나타는 깨지 않았다. 잠시 눈치를 살피던 치아키는 조심스럽게, 카나타의 손을 잡았다. 

카나타는 손이 컸다. 늘 하늘거리는 인상과 유순한 곡선을 그리는 웃음, 물 속을 거니는 듯한 손길 같은 것들에 가려지기 쉽지만 카나타는 큰 키만큼이나 큰 몸집, 큰 손의 소유자였다. 그 정도는 되어야 바다를 품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파도가 치고 지나간 듯 흰 손등 위로 푸르스름하게 이어진 혈관이 존재감을 드러내며 음영을 만들고, 동그랗게 귀여운 손톱은 잘 다듬어져 윤기가 감돌았다. 

티 하나 없이 잘 깎인 백옥같은 섬섬옥수 사이로, 치아키의 단단한 상처투성이 손가락이 파고들었다. 카나타의 손목 겉, 톡 튀어나온 뼈를 매만지다 곧은 손가락의 관절마다 붉은 기가 톡 퍼져있는 것을 본 치아키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기울였다. 추운걸까. 하긴, 카나타는 늘 흰 부분은 첫눈처럼 희고 마디마디는 동백을 한 움큼 쥔 것처럼 붉었다. 그 선명한 대비가 카나타의 손을 더더욱, 백합이나 연꽃 줄기가 연상되게끔 만들었다. 연약하나 단단하고, 아름다우나 위험한.

소매를 길게 늘어뜨려 손가락만 빼꼼히 내미는 류의 귀여움은 늘 카나타와 잘 어울렸는데, 이렇듯 하나하나 뜯어보면 죄다 사람을 잘 옭아맬 것처럼 굳건하고 다정했다. 실제로 그저께 밤에도, 으음……, 이 생각은 그만하도록 하자. 치아키는 순식간에 타오른 얼굴을 꺼트리듯 좌우로 휘휘 저었다. 이게 급한 게 아니었다. 카나타가 깨기 전에, 먼저 생각해둔 일을 끝내고 싶었다. 

손가락 사이를 가르고 자리잡은 손가락은 살갗의 색이 낮과 밤처럼 달라 괜히 치아키의 가슴을 간지럽혔다. 왜인지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도, 이번이 마지막이 아닌데도. 치아키는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서, 그대로 손가락을 미끄러뜨려 카나타의 약지를 살짝 감싸쥐었다. 맞닿은 체온 사이로 두 사람 분의 박동이 하나의 박자에 맞춰 뛰었다. 힘이 빠진 흰 손가락 사이의 골을 조심스럽게 쓸기도 하고, 동그랗게 말아보기도 하며 두께를 가늠하는 시선은 한없이 진지했다. 

그러니까, 애시당초 잠 든 적도 없는 것처럼 말똥거리는 카나타의 시선조차 눈치 못 챌 정도로. 

"치아키."

"우, 우왓!!!"

갑자기 정수리 위로 떨어진 목소리에는 졸음기가 하나도 없어서, 치아키는 놀라다 못해 소파에서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카, 카, 카, 카, 카나타……. 얼굴을 잔뜩 물들인 치아키의 위로, 카나타가 벚꽃이 떨어지는 것처럼 올라타며 수줍게 웃었다. 제 이름은 「카카카카카나타」가 아닌데요~

"너무 늦게 와서 「놀려줄까」하고 가만히 있었던 건데, 치아키~ 「응큼」해요~"

"아니, 그, 그게 아니고……! 나는 그냥, 아니, 언제부터 깨어있었던 건가!!?"

​으음, 치아키가 들어왔을 때부터요? 그 유려한 손가락으로 볼을 콕 짚으며 무구하게 말하는 카나타를, 치아키는 야속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러면 그냥 반겨줘도 될 일 아닌가! 무, 물론 내가 좀 늦긴 했지만……! 아무래도 억울해보이는 그 얼굴을 큰 손으로 감싼 카나타가 비눗방울이 터지듯 웃었다.

"그러니까, 저도 「가만히」 있는 건 실례겠지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며 반박하려던 치아키의 입술이 금방 가로막혔다. 반사적으로 밀어내려는 손을 방금 치아키가 그랬던 것처럼 옭아매며, 카나타는 즐거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목울대를 울리며 웃었다. 

밤은 아직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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