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스타

문득 젖어드는 게 낯설어서,

20230205 투비 업로드 연성 재업

2학년... 시점

카나치아 초단편

캐붕과 날조

치아키 안 나옴


카나타는 그 물건이 우산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계기는 간단했다. 신자들이 그, 카나타의 팔뚝 만한 크기의 것을 그의 손에서 정중하게 뺏어가며 중얼거린 말이 카나타에게 닿았을 뿐이었다. 신은 모든 걸 듣는 존재라. 카나타도 그저 그것을 들었을 따름이다. ‘이런 싸구려 우산을 바치다니…….’ 였던가. 싸구려, 라는 건 그들의 세상에 존재하는 ‘값어치’를 따질 때 쓰는 말이 아니었나, 하는 의문이 스쳤으나 그 뿐이다. 

‘우산’을 바친 사람은 카나타에게 아무런 대가도 요구하지 않았으므로. 

그래도 카나타는 그 ‘우산’이 즐거워 견딜 수 없었다. 

정확히는 그걸 우악스레 손에 쥐어준 존재가 즐겁고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 없었다.

‘흠뻑 젖으면 건강이 안 좋아질 수 있다! 혹시 모르니까 이거라도 주마.’

한참 망설이는 티를 내던 소년은 결국 ‘우산’을 넓게 하늘을 받치도록 하여 카나타에게 들려주고서 부리나케 떠났다. 정작 소년은 빈 손인 채였다. 찰박찰박 물을 짓밟으며 도망가던 발걸음은 여전히 카나타의 귓가에서 경쾌하게 맴돌았다. 소년이 카나타를 피하기 시작한 지금에도. 

벌써 1년 남짓 된 일이다. 

카나타는 늘 그 리듬에 맞추어 손을 팔랑팔랑 흔들곤 했다. 


☔️


그럼에도 카나타는 소년의 ‘우산’을 늘 지니고 다녔다. 소년, 치아키가 우산을 찾으러 만나러 와줄지도 모르는 일이라, 카나타는 기꺼이 기다리기로 마음을 정했다. 감히 신을 상대로 「줬다 뺏기」 라니 조금 괘씸하지만… 치아키가 다가와준다면 너그럽게 받아줄 의향이 있기도 했다.

치아키가 먼저, 다가와준다면. 

그러는 김에 왜 나를 피했냐고도 물어보고, 그 때야말로 치아키를 붙잡고 온갖 행복한 것들을 쥐어주며 도망갈 생각일랑 들지 못하게……. 정돈되지 않은 생각이 물 표면을 치고 사라지는 잉어처럼 사방으로 튀었다. 

때아닌 소나기가 내린 건 그 순간이었다. 

‘에에, 이걸 쓰면 「푸카푸카」 하기 어려워지잖아요. 치아키 바보.’

‘그, 그렇긴 하다만… 안 쓰는 것보다는 낫다! 감기라도 얕보다간 호되게 고생할 수도 있고…….’

‘저는 「신」이라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구요~’

‘아하하…. 그러면, 이렇게 생각해보는 건 어떤가?’

   빗방울이 말이다, 우산에 부딪히며 소리가 나거든. 토독, 토도독하고. 그 화음은 내리는 비마다 제각각이라 듣고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차분해진다. 아마 신카이 군 마음에도 들지 않을까? 그러니, 한 번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다! 물이 온 힘을 다해 연주하는 음악을. 

지금 그 말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요, 치아키. 

카나타는 문득 손 안의 붉은 우산이 너무도 무거웠다. 비는 카나타의 주변을 감싸며 내리고 있는데, 내리다 만 빗방울이 꼭 갈비뼈를 타고 흘러 우산살 사이로 고이는 것 같았다. 그렇게 고인 짙푸른 감정은 끝도 없이 선득하면서도, 치아키가 없는 사이 익숙해지고 말 것 같아 하염없이 두려웠다. 이런 건 잘 몰라요. 그래서 카나타는 차라리 우산으로 하늘을 가리고 싶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카나타는 맥이 탁 풀리고 말았다. 


“저, 그러고 보니, 이걸…… 넓게 만드는 방법을 「모르」네요.”


애초에 들고 다니는 것부터가 카나타의 소소한 반항이자 답답함의 표출이었다. 신자들에게서 돌려받을 때에도 정갈하게 말린 모양으로 받았으니 모르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치아키라면 알려줬을텐데…….”

치아키라면……. 

치아키, 왜 만나러 와주지 않아요? 카나타가 무심코 중얼거린 뒷말은 거센 빗줄기에 묻혀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오로지 카나타만이 홀로 남아 생전 처음 느끼는 그리움에 흠뻑 젖어들어갔다. 그 감정의 이름이 그리움이라는 것조차 알아채지 못한 채로. 

아직 신인 너에겐 허락되지 않은 감정이라고 말하기라도 하는 듯, 빗줄기가 점점 굵어졌다. 

카나타는 속수무책으로 잠겨야했다. 붉은 우산을 구명처럼 쥐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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