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카레오: no more (2)

가이드버스, 가이드 츠카사와 에스퍼 레오

탕, 탕, 탕.

타타타타타타탓.

쿵!

총소리와 비명이 오가는 가운데 카운터 뒤에 있던 스오우 츠카사는 점차 이 상황과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소리가 멀어지며, 다른 소리가 그를 뒤덮어왔다.

‘스오! 너도 엄청난 에스퍼가 되겠지?’

레오의 목소리.

‘걱정 마. 네 몸값은 후하게 받아야 하기 때문에 너한테 허튼짓은 안 할 거야. 그러니까 가만히 있어.’

납치범의 목소리.

‘미안! 너무 늦게 와서 정말 미안해. 내가 꼭 데리고 나갈게.’

다급한 목소리. 미안함을 가득 담은 레오의 목소리.

‘츠키나가 선배! 안 돼요! 돌아와요!’

그리고 내 목소리.

삐이이이이이.

‘가이드라니요! 스오우에서 에스퍼가 아니라 가이드가 나온다는 게, 말이. 말이 되나요?’

가족의 목소리.

당연히 에스퍼가 될 줄 알았던 아들의 가이드 발현은 가족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고, 그 이유를 아는 스오우 츠카사는 입을 다물었다.

스오우 츠카사는 츠키나가 레오를 지키고 싶었다. 그 선배가 웃는 얼굴을 지키고 싶었고, 몸에 나는 상처 같은 건 모두 없애버리고 싶었다. 그러니까 스오우 츠카사는 에스퍼가 되어서는 안 됐다. 그 바람은, 츠키나가 레오에 의해 구해지던 때에 이루어졌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오늘도 스오우 츠카사는 츠키나가 레오를 지켜야 했다. 저 선배는 바보 같아서 회피 같은 건 모르는 사람이니까.

상황에 동떨어졌던 생각은 재차 현실로 돌아왔다. 다시 총소리가 난무하고, 욕설이 이곳저곳에서 튀어 오른다. 츠카사는 카운터 뒤에 몸을 바짝 붙이고, 상대에게 보이지 않을 만큼 고개를 빼 적군의 시체를 살폈다.

저기다.

“가만히 있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츠카사의 동태를 살피며 대응하던 레오가 소리쳤다. 천만의 말씀. 스오우 츠카사는 당장 몸을 날려 총기를 붙잡고 그대로 굴러 벽 뒤로 몸을 숨겼다. 탕! 아슬아슬한 차이로 총알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도 에스퍼가 되리라 철석같이 믿고 교육받아온 츠카사였다. 신체적 능력을 지닌 에스퍼보단 못해도, 가이드 중에선 잽싼 편이었다.

기둥 뒤에 몸을 숨기고 더는 총소리가 나지 않을 때, 순식간에 몸을 뒤로 빼서 총알이 날아오던 곳을 겨냥했다. 탕탕탕!

“크윽!”

자동 소총의 반동에 츠카사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천만다행으로 다른 곳에서 날아온 총알이 그곳을 지나쳤다. 미숙한 실력도 이쯤이면 도움 된 생각에 씩 웃은 츠카사가 재차 몸을 숨겼다.

“진짜 말 안 듣는 다니까!”

“레오씨나 잘 지키,”

세요……! 하려던 말도 끝까지 하지 못했다. 정신 차렸을 땐 이미 레오가 숨어 들어갔던 방에 나동그라진 상태였다. 또! 또! 또! 또 능력 써서 사람을 마음대로 움직였다!

“제 한 몸 지킬 수 있다니까요!”

“근처에 오는 놈도 못 봐놓고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 말을 듣고 본인이 있던 자리를 살피자, 레오의 총에 이미 세상을 떠난 시체 한 구가 근처에 있었다. 제길. 저 사람이 오는 것까진 못 봤는데…….

패닉 상태가 끝나자 츠카사는 전처럼 따박따박 레오를 향해 따지기 시작했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입니까?”

“말하자면 좀 길어……. 그냥, 반란군 쪽에 이번에 폭파 능력을 지닌 에스퍼가 붙은 모양이야.”

에스퍼와 가이드라는 능력상, 정부에 무조건 등록해야 하는 시스템에 거부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가끔가다 난폭한 시위를 하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부딪혀오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츠카사가 도통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을 짓는 사이, 어느새 로비에 들어선 반란군을 모두 소탕한 레오가 손에 쥔 총을 내려놓았다.

“그래도 가이드 센터니까, 어딘가에 멀쩡한 에스퍼가 더 있겠지. 일단 나가는 걸 목표로 하자.”

“……그러죠. 정문은 힘들겠죠?”

“으응. 아무래도. 또 들어올 테니까 얼른 가자.”

자리에서 일어난 레오가 손을 뻗었다. 잡고 일어나란 의미였다. 참……. 츠카사는 손을 한번 힐끗 바라보다, 결국 마주 잡고 일어섰다. 짧게 잡은 사이에 레오는 희미한 힘이 자신의 흥분을 억누르는 걸 느꼈다. 그 시간에도 가이딩이라니. 절레절레 고개 저은 그가 방을 빠져나가 시체 몸을 뒤졌다.

“쓸만한 총이 있으면 챙겨. 탄환도 빠짐없이.”

“예에.”

그렇게 말하며 짧은 칼 하나와 권총, 그리고 탄환 주머니를 모두 벗겨 몸에 챙긴 츠카사는 어느새 소총 두 개를 손에 쥔 레오를 바라봤다. 그는 사람을 죽이는데 거리낌이 없는지, 소총을 들어 확인 사격까지 하며 시체를 뒤졌다.

탕. 어떻게 봐도 이미 죽은 사람인데 레오는 멈추지 않았다. 로비 끝까지 가지 않고 중간에 멈춰선 그는 중앙 현관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끝까지 다녀올지 말지 고민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빨리 가죠.”

저대로 눈앞에서 사라지면 왠지 불안할 것 같았다. 츠카사가 재촉하자 뒤를 돌아본 레오가 씩 웃었다. 총알이 볼을 스쳤던 상처가 낫고 있었다. 조금 더 손을 붙잡고 있을 걸 그랬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러니까 꼭 옛날 같다. 그치?”

“무슨 소리 하시는 거예요. 다르죠.”

“그때도 네가 이렇게 얼른 가자고 재촉했잖아. 무서워? 무서워서 그런 거지?”

“하나도 안 무서워요.”

“에이. 어떻게 형이 손이라도 잡아줄까?”

“됐어요!”

사람 속을 들여다보기라도 했나? 그런 능력도 있는 건가? 츠카사가 빤히 바라보자, 레오가 무섭다며 서둘러 앞서 걸었다. 혹여 복도로 먼저 간 반란군이 있는지 뒤져보는 듯 몸이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며 복도마다 있는 병실 앞을 기웃거렸다.

흡사 공포영화 같은 모습인데도 웃음이 났다. 혼자였으면 이미 저 멀리 날아갔을 남자가 자기를 지켜주겠다고 귀신처럼 움직이고 있다니. 무서우니 손이라도 잡아야 하나 고민이 일었다. 다행히 멀리서 나타난 반란군의 총질에 간지러운 마음도 금세 사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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