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소마 단편

해외팬

홍월 한국 가다

하스미 케이토 x 칸자키 소마

사귀는 사이

가볍게 씀

약 7500자 (이하)

-

“하스미, 우리는 해외 나갈 일 없어?”

“…?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지?”

“아니 뭐, 해외에도 팬들이 있다고 하니까.”

갑작스러운 쿠로의 말에 케이토가 눈을 깜빡였다. 그의 표정에도 쿠로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손을 휘휘 내젓고는 어슬렁어슬렁 방 밖으로 걸어나갔다. …확실히 일본 외에도 우리들의 팬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은 있다만.

“…외국어도 못하는 녀석이, 갑자기?”

다른 사람도 아닌 쿠로의 입에서 나온 주제였기에, 케이토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가득했다.

쿠로의 이상한 행보는 이것에서 끝이 아니었다. 알 수 없는 가사의 노래를 흥얼거린다거나 - 아마 한국어 같았다 - 환율이 너무 높다고 걱정하는 등, 평소답지 않게 해외에 꽤나 관심을 두는 모습을 보였다. 케이토나 소마가 무슨 노래냐고 묻거나 왜 그러냐고 물으면 대답을 회피하기도 하고. 그런 쿠로의 모습을 관찰하던 케이토의 마음속에는 스멀스멀 불안이 피어올랐다.

“…칸자키. 요즘 키류의 모습이 좀 이상하지 않나?”

“하스미 공께서도 그리 생각하시오? 본인도, 최근 키류 공께서 외국어로 된 서적들을 가방에서 꺼내는 것을 보았소이다. 영어도 아닌 이상한 언어었소….”

“요즘 키류가 읽고 부르는 언어들, 대충 알아본 바로는 한국어 같더군.”

“한국어? 으음, 키류 공께서는 공부에 흥미가 없으시니, 단순히 학습 차원에서 그러시는 것 같지도 않소만. …아, 그러고보니 미케지마 공과 둘이서 은밀히 대화하는 모습을 최근 더 자주 본 것 같기도 하오.”

“뭐? 그게 정말인가 칸자키?”

케이토가 미간을 찌푸렸다. 갑작스레 눈길을 둔 한국어, 환율에 대한 걱정, 미케지마와의 잦은 밀회. …그의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최악의 이유가 스쳐지나갔다.

“…설마, 키류가 우리를 버리고 미케지마 그 녀석과 둘이서 한국으로 떠나려는 건 아니겠지?”

“…!? 서, 설마. 키류 공께서 그런 짓을…!”

“미케지마 녀석이 아직도 키류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면 아주 말이 안 되는 것도 아냐. 젠장, 어째서 진작에 생각하지 못한 거지?”

“그 그러고보니 키류 공, 오늘도 미케지마 공과 만난다고 하셨소이다!”

“?! 어서 가서 확인해보도록 하지.”

쿠로를 찾아 ES 건물 주변을 뛰어다니기를 얼마간, 둘은 곧 구석진 곳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쿠로와 마다라를 발견했다. 들키지 않으려 기둥 뒤에 숨어서 둘에게 천천히 다가가던 때에, 마다라가 품에서 비행기 티켓처럼 보이는 것을 두 장 꺼내며 말했다.

“쿠로 씨. 이거 진짜 구하는 거 힘들었다구.”

“어어, 늘 고맙다.”

“흐흥. 환전은 많이 해뒀어? 며칠 전에는 그나마 좀 떨어졌던 것 같은데에.”

“어느정도는.”

둘의 대화에 케이토와 소마가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케이토가 기둥 밖으로 한 발자국 걸어나가며 비장하게 소리쳤다.

“칸자키, 검을 뽑아라!!”

“명을 받들겠소!!”

“?! 뭐, 뭐야?! 둘이 왜 여기 있어??!”

“! 아하하, 들켜버렸구나아! 쿠로 씨, 큰일이네에?”

“역시 키류, 미케지마 저놈과 외국으로 나갈 생각이었던 건가? 칸자키, 티켓을 당장 베어버려라!!!”

“뭐?? 아니 이 티켓은 안 돼!! 미케지마 네녀석도 뭐라고 변명 좀 해보라고!!!!”

케이토가 노발대발하며 소마에게 명령하자, 소마가 눈을 번뜩이며 검을 휘둘렀다. 제게 휘둘러지는 검과 재밌다는 듯이 웃고 있는 마다라. 개판 그 자체인 상황에서 티켓을 품 안에 소중하게 끌어안으며 쿠로가 소리쳤다.

“이건 내 여동생이 노리던 한정판 특전이라고!!!!!!!!!”

“…응?”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발언에 둘은 그대로 멈춰버렸다. 쿠로는 혹시나 방금의 소동으로 티켓이 구겨졌을까 면밀히 살핀 뒤, 투명한 케이스에 집어넣고서 케이토와 소마에게 내밀었다. 그의 말대로 무언가의 특전인 듯, 아이돌로 보이는 누군가의 얼굴이 티켓에 커다랗게 담겨 있었다. 그 위에 써진 언어는 일본어가 아닌 한국어였고. …음, 그러니까….

“여동생 때문이라고?”

케이토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쿠로를 바라보자 그가 시선을 피했다. 거봐, 이래서 비밀로 했던 거라니까…. 눈을 깜빡이며 상황을 파악하던 소마가 슬그머니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에엣, 그러면 키류 공이 떠난다거나…. 그런 건 없는 거요?”

“? 떠나긴 뭘 떠나. 나는 전에도 말했던 것 같은데, 네녀석들이랑 평생 같이 노래하고 싶다고.”

“키류 공…!”

소마가 감동한 표정으로 쿠로에게 와락- 달려들었다. 아하핫. 칸자키, 진정하라고. 나참, 너희 둘 다 정말 한결같다니까. 쿠로가 호탕하게 웃고서 소마의 머리를 부스스 쓰다듬어주었다.

“…그럼 환전은 무슨 말이지?”

“동생이 좋아하는 게 한국 아이돌이라서, 환율 낮을 때 미리 좀 돈을 바꿔두려고 했던 거야. 저번에는 너무 높아서 좀 힘들었거든….”

“미케지마와 자주 만났던 이유는 뭔가?”

“이녀석이 한국 굿즈들 구매하는 걸 도와주고 있어서 그랬던 거야. 걱정할 일은 없으니까 안심해, 하스미.”

“….”

누가 걱정을 했다고. 케이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서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 알고 있다는 듯한 쿠로의 표정에 심통이 났는지 소마의 팔을 잡아 끌어안았다. 순식간에 쿠로에게서 케이토로 옮겨진 소마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지만, 케이토는 별다른 설명 없이 소마의 머리를 쓰다듬어줄 뿐이었다. 뭐, 둘 중에 누구든 쓰다듬 받는 건 좋으니까. 케이토를 와락 끌어안고서 소마는 행복하게 고로롱- 거렸다. 그 모습에 금방 마음이 풀렸는지 케이토가 슬쩍 웃음을 짓고는 소마의 이마에 입을 맞춰주었다. 쿠로는 둘의 애정행각을 익숙하다는 듯 넘기고서 마다라를 건너보았다.

“너도, 늘 고맙다. …그보다 다음 특전은 진짜 통판 안 한대?”

“응. 현장 구매만 가능하다나봐. 대신 받아줄 사람을 찾고 있긴 한데, 이번에는 구매 갯수 제한도 둬서….”

“돌겠네…. 동생이 기대 많이 하고 있었는데.”

크게 한숨을 내쉬고서 그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 모습에 케이토가 눈썹을 씰룩였다. …그래서 저번에 우리 홍월은 해외에 갈 일 없냐고 물어봤던 거군. 구제불능이다. 쿠로의 시스콤이 조금 질린다는 듯 한숨을 작게 내쉬는 케이토와 달리, 소마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생각이 마무리되었는지 소마가 말 없이 케이토를 빤히 올려다보자 무슨 일이냐는 듯 케이토 또한 그와 눈을 맞췄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 칸자키? 아니면 그냥 내가 보고 싶었던 건가?”

“으음, 하스미 공의 용모는 언제 보아도 좋긴 하오만…. …하스미 공. 우리, 키류 공네를 도울 수는 없소이까?”

“…음?”

소마의 말에 케이토가 눈을 깜빡였다. 키류를 돕자고? 그의 반문에 소마가 고개를 끄덕이고서 그의 품에 머리를 기댔다.

“좋아하는 대상과 가까워질 수 없다는 것은 슬프잖소이까? 그 대상이 아이돌- 이든, 상품이든, 사람이든…. 해서, 본인은 키류 공네를 돕고 싶소.”

“….”

“하스미 공이라면 무언가 방도가 있으실 듯 하여….”

소마가 다시 고개를 들어 케이토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무룩한 표정이 시야에 들어오자 케이토의 심장이 쿵, 가라앉았다. 잠시간 아무말도 하지 못하던 케이토가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는 소마의 콧등에 가볍게 입을 맞춰주었다.

“…그래, 노력해보마.”

“! 정말이외까?”

소마가 기쁘다는 듯 배시시 웃고는 다시 그의 품에 와락- 파고들었다. 그의 동그란 뒤통수를 쓰다듬어주며 케이토가 눈을 감았다. 소마의 그런 표정은 절대로 이길 수 없으니까.

“-해서, 우리 홍월은 한국으로 투어를 가기로 했다.”

“우왓, 실화냐.”

“오오! 정말이외까? 우후후, 키류 공의 누이께서 기뻐하시겠구려!”

“아쉽지만 우리 셋이랑 안즈만 매니저 자격으로 함께 갈 수 있어. 가족 한 명만 더 갈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만, 전부 기각당했다.”

“아냐아냐. 그정도면 충분해. 동생한테 얼른 말해줘야겠는걸 ♪”

쿠로가 기뻐하면 빠르게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에서 기쁘게 소리지르는 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기에, 케이토와 소마는 둘 다 뿌듯하다는 미소를 지었다. 케이토가 급하게 기획하고 계획을 짜고 예산을 확보하는 것을 같이 도와준 안즈는, 조금 수척한 얼굴로 옆에 앉아 있었다. …케이토 선배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분이네요…. 라는 생각도 하며.

“생각보다 해외에도 우리들 팬이 많은 것 같더군. 처음에는 너무 무모한 기획이지 않을까 했다만, 현지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었거든.”

“오오, 신기하구려.”

“해외에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얼마든 있으니까. 내 동생도 그렇고. 아하하. 혹시 동생이 좋아하는 아이돌이라도 만나면 사인 받아와야겠네.”

음식이 많이 맵대, 칸자키 넌 좀 조심해야겠다. 에이, 설마 우동같은 것도 맵겠소이까. 우동도 맵다는데? 정말이오…? 설렘과 불안, 기대가 뒤섞인 대화를 나누며 셋은 숙소로 걸어갔다.

대략 한 달 뒤, 한국.

“…우왓!”

“호오….”

비행기에서 내려 홀로 이어지는 문을 통과하자마자, 케이토와 소마의 시야에는 셋을 환영하는 플랜카드를 한가득 볼 수 있었다. 한국 방문을 환영해요- 라던가, 우리들의 피가 붉은 이유 = 홍월- 이라던가. 자신들의 얼굴이 담긴 부채를 흔드는 사람도, 붉은색 사이리움을 흔드는 사람도 있었다. 예상보다 훨씬 화려한 환대에 둘의 얼굴에는 저절로 활짝 웃음이 번졌다. 소마는 멀미에 죽어가는 쿠로를 깨우려 노력했고, 케이토는 나중에라도 보여주기 위해 영상을 찍었다. 쿠로의 상태 때문에 더 오래 머물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키류 공, 이 영상 좀 보시오! 사람들이 아주 많았었소!!”

“어, 어어…. 우웁….”

“키류 공 괜찮으시오?! 우선 화장실부터 다녀오시오!”

“이봐 칸자키 이거 봐라, 엄청나게 매운 라멘이라는군. 아니, 라면이라고 읽는 건가?”

“우왓, 그것들은 다 뭐요 하스미 공?! 포장지만 봐도 매워보이는구려!”

케이토가 즐겁다는 표정으로 장바구니를 소마에게 건넸다. 한가득 들어있는 매운 라멘 - 아니, 라면 - 들에 소마가 어색하게 웃었다. 본인,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련가….

그날 늦은 저녁. 쿠로의 상태가 호전되었기에 셋은 거실에 앉아서 과자를 씹으며 무엇을 할지 고민했다.

“어후 이제야 살겠네…. 스케줄은 내일부터지? 그럼 오늘은 뭘하며 놀면 좋을까♪”

“음…. 트위터에 추천해달라고 글을 올려볼까.”

“좋은 생각이오!”

케이토가 트윗을 올리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답글을 달아주었기에, 셋은 하나씩 읽어보며 토론을 나누기 시작했다.

“으음, ‘노래방’…? 팬 분들은, 우리네가 계속 연습하기를 바라는 것이련가?”

“노래방은 그런 곳이 아니다 칸자키. 으음, 일본에도 있는 거니까 그닥 끌리지 않는데.”

“그럼 게임센터는 어때?”

“그곳은 별로 좋은 추억이 없다만….”

“본인도 마찬가지요….”

신중하게 하나씩 답글들을 내리던 때에, 쿠로의 눈에 ‘먹자골목 투어’가 들어왔다. 음? 이게 뭐지?

“먹거리를 파는 골목을 그렇게 부른다더군. 가격대가 그렇게 비싸지도 않다 하고. 키류, 관심 있나?”

“오오,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데.”

“마침 이 근처에도 하나 있다고 한다. 칸자키, 괜찮은가?”

“본인은 다 좋소이다!”

“후후, 그럼 출발해볼까. 현금은 내가 챙겨두마.”

“혹시 모르니 본인도 챙기겠소이다.”

겉옷을 챙겨입고서 셋이 들뜬 걸음을 옮겼다. 먹거리가 잔뜩? 이야 기대되는데. 마침 다 게워내서 배고팠거든. 우우, 안 매운 것들도 있으면 좋겠소이다. 혹시 모르니 우유도 미리 사두마.

“우물우물. 와 이거 진짜 맛있다.”

“다행이군. 칸자키, 입맛에는 좀 맞나?”

“냠냠…. 맛있소이다!”

분식집. 접시 가득 담긴 튀김들을 손으로 집어먹으며 쿠로와 소마가 눈을 반짝였다. 덴뿌라랑 비슷하오만 조금 다르구려! 바삭바삭해서 맛있네. 둘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케이토가 떡볶이와 순대가 든 접시도 받아서 내려두었다. 기괴한 모양의 순대에 케이토가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이건 뭐지?”

“오, 신기하게 생겼네.”

“뭔가 내장같지 않소이까?”

“음…. 검색해보니 내장이 맞다는군. 소시지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음.”

“이런 것도 먹는구만. 신기하네….”

“…키, 키류 공. 먼저 드셔보시겠소?”

“? 내 내가?”

케이토와 소마가 조금은 머뭇거리며 쿠로를 바라보았다. 이 녀석들이…. 쿠로가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비장한 표정으로 하나를 집어 입에 던져넣었다. 두 눈을 꾹 감고 몇 번 씹더니….

“…오, 맛있네.”

“맛있소이까?”

“하긴, 그러니까 이런 곳에서 팔고 있겠군.”

쿠로의 정상적인 반응에 케이토와 소마 둘 다 안심했다는 표정으로 젓가락을 들었다. 둘의 반응에 쿠로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접시를 말끔히 비우고서 - 떡볶이는 매워서 케이토 혼자서 거의 다 먹었다 - 셋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재밌고 신기하네.”

“그렇소이다! 저 안쪽에 다른 음식들도 엄청 많은 듯 하오!”

“흠…. …키류, 칸자키. 혹시 배부른가?”

케이토의 질문에 쿠로가 씨익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소마 또한 세차게 고개를 젓고서 눈을 반짝였다. 그 모습에 케이토가 후훗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출발하지. 전부 서리하는 거다.”

“오우.”

“좋소이다!!”

케이토 또한 확실히 들뜨긴 했는지, 평소답지 않은 명을 내리며 앞서 걸어갔다. 그의 충실한 두 부하는 즐겁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를 따라갔다.

“아 배불렀다.”

“오랜만에 정말 양껏 먹은 듯 하여 기쁘오!!”

“마감시간 즈음이라 그런지, 음식들이 많이는 없어서 아쉽네.”

“우리가 그 마감시간을 앞당긴 것 같긴 하다만… 뭐, 됐나.”

행복하게 배를 통통 두드리는 둘 옆에서 - 쿠로가 소마의 배를 두드렸다 - 케이토는 지갑에 남은 지폐를 확인했다. 환전을 좀 더 해둬야겠군.

일주일정도 되는 시간. 셋은 스케줄 사이사이에 부지런히 즐거움을 찾았다.

어느날은 케이토가 사온 매운 라면을 나눠 먹었다. 소마는 물에 한참 씻어야 먹을 수 있었지만.

또 어느날은 쿠로와 함께 여동생이 좋아하는 아이돌 팝업 스토어에 가서 랜덤 굿즈를 구매하기도 했다. 전부 허탕이었지만 어찌저찌 교환에는 성공했다.

그리고 어느날은 카페와 식당을 돌아다니며 개인 방송을 찍었다. 평소에는 방송에서 먹는 모습을 보이는 걸 자중하는 편이었지만, 처음보는 음식들이 신기해서였는지 또는 여행에 들떠서인지 자제하지 않았기에, 팬들에게서 ‘언제까지 먹는 거예요?!’ , ‘평소에는 원래 이렇게 많이 먹었나요?! 지금까지 봤던 건 전부 에피타이저였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스케줄 도중에는 마침 여동생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만날 수 있었다. 급하게 그들에게서 사인을 받은 뒤, 여동생이 좋아할 거라며 바보같은 표정으로 웃는 쿠로의 모습에 케이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물론 싫다는 것은 아니었다.

외국에서도 인기있다는 말이 거짓은 아니었는지, 셋은 자주 사람들에게 붙잡혀서 사인을 해줘야만 했다. 어우 너무 힘들다~고 말하는 쿠로는 웃고 있었고, 케이토와 소마 또한 마찬가지의 표정이었다.

출국 하루 전 날 저녁. 소마는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샤워를 마친 케이토가 자연스레 그의 허리에 팔을 두르며 다가왔다. 그에게 머리를 기대며 소마가 살며시 미소지었다.

“어때,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나?”

“음, 물론이오. 키류 공네의 행복을 위해서, 가 첫 목표였었소만…. 그 이상으로 본인도 많이 즐겼소이다. 이국의 팬- 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너무나 좋았소! 진기한 경험들도 많이 할 수 있었고!”

“고생한 보람이 있군. 역시 나는 네 웃는 표정이 좋구나.”

앞으로도 내가 네 웃음을 지켜줄 수 있기를. 소마의 귀를 간질여주며 케이토가 사랑스럽다는 듯 웃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둘의 뒤에서 쿠로는 동생에게 줄 굿즈들을 소중하게 캐리어에 담는 중이었다. 집에 돌아가면 동생이 보여줄 웃음을 기대하면서.

서로 다른 뿌듯함을 마음에 품고서, 투어의 마지막 날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카테고리
#기타
페어
#BL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