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About you
Megupoid(Gumi)-About me기반 레오이즈
*2020년 3월에 작성한 글입니다. 포스타입에서 펜슬로 이전하는 김에 수정하여 재업로드 합니다
*사망 소재, 급전개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앙!!이 나오기 전에 쓴 글이라 스토리와 맞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츠키나가 레오와 세나 이즈미는 사귀는 사이이다. 이미 세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퍼진 일이었다. 졸업을 기점으로 피렌체로 건너가 한집살이를 하는가 하면, 오랜만에 돌아온 일본에서마저 길거리에서 애정 행각을 벌이는 모습이 찍히곤 했으니까. 그러나 그런 둘 사이에도 냉랭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 관계를 뭐라고 정의해야 할까. 츠키나가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사귄 지 오래되었고, 그만큼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멀어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 뿐이라고 애써 생각했다. 그의 마음은 무거워져만 갔다. 자신이 사랑하는 이에게 질리다니,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의 힘든 시절부터 지금까지 쭉 함께해온 사람이었으며, 그만의 사랑스러운 뮤즈였다. 츠키나가는 적어도 이 사람 만큼은, 세나 이즈미 만큼은 자신과 평생을 약속할 뮤즈라고 생각하였다. 그랬기 때문인지 더욱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한 건 츠키나가 뿐만이 아니었다. 세나는 지금의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츠키나가에게 질리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사랑하지 않았다면 진작에 헤어지고도 남았고, 지금까지 사귄다고 할 리가 없는 그였으니. 대중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일은 이미 여러모로 익숙했다. 정신적 사랑부터 육체적 사랑까지, 나눌 수 있는 건 전부 나눈 두 사람이었다. 그런 둘에게 사랑이 떨어지다니, 그야말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감정이란 참으로 어려웠다.
츠키나가는 아직 집에 들어오지 않은 제 소중한 뮤즈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집이 작업실인 만큼 거의 집에서 일했으나, 세나는 나가는 일이 주였기 때문에 츠키나가는 항상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 같은 입장이었지만 싫다거나 귀찮다고 생각한 적은 맹세코 단 한 번도 없었다.
츠키나가는 생각했다. '그만큼 사랑했는데, 이제 와서 싫어질 리가 없잖아.'
그런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츠키나가의 임시 메세지 보관함에는 '집에 도착하면 침실로 와. 할 말이 있어'라는 문자가 담겨 있었다. 몇 번이고 지웠다 써서 나온 문장이다. 곡은 언제나처럼 잘 써졌지만 하나같이 이별 노래였다.
그날 밤, 세나 이즈미는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츠키나가는 아침의 여유를 즐기고 한껏 즐기고 있는 세나와 마주쳤다. 항상 말썽을 피우는 츠키나가가 자고 있어서인지, 제게 오만 정이 다 떨어진 것인지 표정에서는 아무것도 읽어낼 수 없었다-애당초 츠키나가에게 남의 표정을 읽는다던가 하는 고급 스킬은 없었다-.어제는 들어오지도 않더니. 조금 툴툴거릴까 했지만, 그 전에 묻고싶은 것이 한가득이었다.
"레오 군, 일어났어? 좋은 아침."
"으응...세나, 언제 들어왔어?"
먼저 입을 열었지만 할 말이 없던 츠키나가가 무슨 말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는 것도 잠시, 그는 세나가 먼저 입을 연 것에 놀라 멍하니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세나는 몸을 돌리며 어제 새벽에. 라고 짧게 대답하였다. 그는 커피를 한 번 홀짝이고는 괜히 늦게 들어와서 레오군을 깨우고 싶지 않았다는 둥, 하등 쓸모없는 말들을 계속 늘어놓았다. 그러나 그 말들은 츠키나가의 귀를 통과하자 전부 자신과 만나고 싶지 않다는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저기, 세나."
츠키나가는 평소답지 않게 세나의 말을 비집고 들어갔다. 평소라면 그의 말이 언제까지 이어지더라도 끝까지 들어줄 것 같이 굴었을 츠키나가가 말을 끊자, 세나는 적잖아 당황하며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오늘 밤에... 내 침실로 와줘. 할 이야기가..."
츠키나가의 말에 피식 웃으며 알겠다고 대답한 세나의 눈은 츠키나가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츠키나가는 세나가 오늘 밤에도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 짐작했다.
밖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은 것이, 비가 오는 것 같았다. 그날은 츠키나가와 세나 둘 다 집에 있었기 때문인지 집안의 공기가 바깥보다 더 무겁게 느껴졌다. 곧 무력감이 집 전체를 지배했고, 그들은 각자의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며 어떠한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그 때, 츠키나가는 어떠한 소리를 들었다.
울음소리.
작게 울리는 빗소리에 섞여 옅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잘 들리지는 않았으나 소리를 죽여 우는 것은 틀림없이 세나 이즈미의 목소리였다. 츠키나가는 당장이라도 달려나가고 싶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세나가 우는 이유 정도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음에도, 달래주러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자신도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처지인데, 지금 가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츠키나가의 마음은 점점 무거워져만 갔다. 결국 이 세상은 무엇일까.
두 사람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꽤 좋은 분위기였다. 낮에는 사랑하는 연인이었으며, 밤에는 서로를 탐했다. 24시간 온종일을 떨어져 있어도 서로와 보내는 듯한 기분까지 들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인지. 하지만 해결책 따위가 있을 리 없다. 이런 경험은 해 본 적도 없을 뿐더러, 하고 싶지도 않았기에. 조금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라며, 그들은 애써 자신의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채 한 곳에 묻어 두고 있었다. 츠키나가는 2학년의 그 어두운 시절과도 같은, 또는 슬럼프가 온 것만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세상은 왜 돌아가는지, 끊임없이 찾아오던 영감은 어디에 있는지. 자신의 세상이 하나씩 무너지는 그때의 감정만큼은 절대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세나 이즈미와의 관계가 애매해지자 그는 침착을 잃었다. 모든 일을 던져버리고만 싶고, 아무 일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온종일 그의 세나 이즈미를 생각할 뿐이었다. 이런 모습을 세나가 알기라도 할까, 한편으로는 불안했지만 제법 안심되었다. 그가 이렇게나 자신의 감정에 대해 불안해하고 걱정한다는 건 세나 이즈미를 좋아하고 있다는 뜻이니.
ー세나, 난 네가 생각하는 만큼 좋은 사람이 아니야.
자신이 생각보다 좋은 사람인 것 같다고 말한 2학년의 세나에게 자신이 돌려준 말이었다. 그 말대로였다. 그는 소유욕으로 점철된 사람이었으며, 사랑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 이후 둘은 사랑하게 되었고, 눈이 마주칠 때마다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둘도 없는 사이까지 발전했다. 좋아서 어쩔 줄 몰라했고, 음악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츠키나가에게는 새로운 감정을 하나 알게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제 츠키나가는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건지 조차 헷갈리게 되었다. 분명 자신이 사랑하고, 애정하고, 은애하고, 제 마음이 가리키는 사람도 세나인데, 왜 예전같이 가슴이 뛰지 않는지. 누군가 자신의 눈을 가리고 있는 것 처럼 답을 도출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정답을 가르쳐 달라고 아무리 외쳐보아도, 그는 그저 깊은 슬픔으로 내몰릴 뿐이었다. 내면은 이미 깊게 망가졌지만 입으로는 사랑한다고 말하는, 일그러지고, 뒤틀린 사랑이었다.
'세나 씨, 누구랑 싸웠어? 얼굴빛이 안 좋은데.'
화보 촬영이 있을 때 카메라 감독에게 들은 말이었다. 그때의 그는 누구에게라도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고 싶었지만, 괜히 구설수에 오를까 걱정되어 '친한 친구와 싸웠다'고만 이야기했었다. 감독은 친구끼리 싸울 수도 있지, 잘 풀어봐. 라며 응원의 말을 건넸다. 세나는 차라리 그 때 털어놓을 걸, 하고 후회 중이었다. 어찌 되었든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고 한 집에 사는, 얼굴을 마주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인데 자신의 감정이 너무나도 큰 걸림돌이 되었기에. 잠시 시간을 갖자고도 말하고 싶었지만 오히려 더 큰 변화를 가져올까 걱정되었기에 꼭꼭 숨겨둔, 하지만 가장 꺼내고 싶은 말이 있기에.
중요한 이야기라며 매일 밤 침실로 세나를 불렀지만 그는 항상 어물쩍 넘어가고 싶어 했다. 츠키나가는 애가 탔고, 세나의 속을 알지 못한다. 그것이 츠키나가의 불안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세나 이즈미를 향한 마음은 커져만 가는데, 아니. 커져만 간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그는 자신의 예상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언제나처럼 세나의 자리는 나의 곁인데, 어딘가로 떠나버릴까봐. 무언의 불안감이 저를 쫓고 있는 듯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나는 츠키나가가 원할 때마다 정사를 나누어 주었다. 그게 언제든, 그의 스케줄에 조금의 차질이 생기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만큼은 맞춰주었다. 츠키나가에게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세나 자신만이 알고 있을 테지만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츠키나가에게 집중했다. 달콤한 입술로 사랑한다고, 좋아한다고 속삭이기도 했다. 그 사실이 츠키나가를 조금이나마 기쁘게 만드는 점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행복했던 기억들만 떠올랐다. 함께 꽃구경을 갔던 일이나, 처음으로 같이 무대에 섰던 일, 함께 방송에 출연했던 일, 해외에서 보낸 시간들 등이 계속 주변을 맴돌았다. 지나간 일은 다시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결국 이것도 사소한 오해에서 시작된 것일까. 그 의심이 츠키나가 레오라는 사람을 한순간에 무너뜨린 것일까. 그는 세나에게 네 잘못이 아니라고, 다시 시작해보자고 말해주고 싶었다.
만약 세나 이즈미가 지금도 살아 있다면 말이다.
봄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날은 차츰 풀리고 일은 없으니, 츠키나가와 세나는 정사를 나누기로 하였다. 언제나처럼 세나는 달콤한 입술로 사랑을 속삭였고, 츠키나가마저도 사랑한다고 말하게 만들었다. 레오 군. 가늘게 치솟은 목소리가 츠키나가의 귀를 간지럽혔다. 정사가 끝난 후의 둘은 평소대로라면 모두 잠들었을 터였다. 하지만 잠든 츠키나가의 옆에 있던 세나는 옷을 갈아입곤 어딘가로 향했다.
"레오 군, 나 다녀올게."
세나가 나간 지 약 십오 분 쯤 되었을까. 츠키나가는 허전함에 눈을 떴다. 세나. 그의 옆에 누워 자고 있어야 할 터인 그가 없자, 츠키나가는 아직 조금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실내복 하나만을 걸친 채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세나 뿐이었다. 어딜 간 거지. 혹 저에게 질려 떠난 것이라면 어쩌지, 이게 괜한 짓이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떠나가지 않았다. 주변에선 그를 알아본 사람들이 츠키나가 아냐? 라며 수군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달려나갔다. 빗속에서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다시 제자리에 도착했을 때, 저 맞은편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제 이름을 부르며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머리카락에서 물이 뚝뚝 흘렀다. 세나. 제 애인의 모습이 보이자 안심한 듯 미소 지은 츠키나가는 천천히 그에게로 다가갔다. 두 사람이 건널목에 다다랐을 때 즈음, 자동차 한 대가 세차게 달려왔다. 붉은 꽃이 사방으로 피어난다.
"레오 군,"
"말 하지 마, 세나."
쿨럭, 츠키나가의 옷 위로 붉은 꽃이 피어났다. 흰 옷 위로 퍼지는 붉은색은 마치 오래전 두 사람이 함께 봤던 매화 같기도 했다. 떨리는 눈동자로 누워있는 세나를 바라보던 츠키나가는 이내 주저앉아 세나를 안아 들었다.
“어딜 갔다 온 거야, 걱정했잖아. 세나 바보, 멍청이…”
그의 눈에선 속절없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떨어진 눈물은 세나의 얼굴 위로 떨어져 투명한 꽃을 피워냈다.
“왜, 나왔어? 자고 있었잖아…”
“세나가 걱정되는데 어떻게 안 나와...”
“레오 군, 이거 받아.”
세나의 손에는 작은 케이스가 들려있었다. 열어보니 각각 달과 별 모양이 달린 반지 두 개였다. 츠키나가의 손이 세차게 떨려온다. 눈물이 아롱진 눈에는 세나 이외의 그 무엇도 담기지 않았다.
“이걸 왜,”
“요즘, 레오군이랑, 대화도 제대로 해 본 적 없는 것 같아서…며칠 전에, 맡겨 뒀는데, 진짜 짜증나…조금 일찍 갈테니까, 레오군은 한 백만 년만 있다가 와. 알겠지?”
세나, 무슨, 츠키나가는 무언가 말을 하려 했으나 세나의 힘없이 웃는 모습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세차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달의 뮤즈는 연인의 얼굴로 손을 뻗으며 마지막 말을 입에 담았다.
“사랑해, 레오 군.”
툭, 조금 힘이 들어갔던 손이 서서히 힘을 잃었다.
안돼, 세나. 츠키나가의 머릿속이 세차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서서히 핏기를 잃어가는 제 뮤즈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분노? 슬픔? 혹은 연민? 그 어떤 생각도 츠키나가의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백짓장처럼 하얀 머릿속에는, 그의 세나 뿐이다. 오직 그의 뮤즈와 관련된 생각들만이 뇌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었다. 그동안 츠키나가는 자신이 세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면, 세나가 생각했던 것 보다 다정한 사람이 아니라면 하는 생각에 매몰된 채 불안에 잠식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과 불안은 모두 소용없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아직 사랑하고 있었기에.
츠키나가는 미안하고, 또 괴로운 듯 그의 이름을 입에 담으며 이미 싸늘해진 입술에 입을 맞췄다. 세나. 차갑게 식어가는 연인은 더 이상 괴롭지는 않아 보였다. 입을 맞출 때마다 따라오지 못해 헉헉대던 숨소리도, 어찌어찌 따라와 소심하게 얽혀 오던 혀도 이제는 따라오지 않았다. 미약하게나마 남아있는 듯한 온기만이 그의 뮤즈였다는 걸 떠올리게 해 주었다.
“세나, 사랑해.”
츠키나가는 이제야 진실된 마음으로 그의 앞에 섰다. 비록 어찌할 수도 없이 비참하고 슬펐지만,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연인에게 솔직하고 떳떳했던 날이다. 별은 이미 저물었고, 달마저도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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