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Enstar] 愛

카오레이

* 날조 有

사랑이란 무엇일까. 하카제 카오루는 적어도 마냥 기쁘기만 한 것만은 아님을 알고 있었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는 서로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사랑한다 하더라도 이별은 찾아오며, 그로 인해 괴로워지는 일이 있다는 것을 그는 어릴 적부터 잘 알고 있었다. 가족간의 사랑으로 카오루는 그것을 이미 경험을 해보았다.

가족 중에서 가장 좋아하던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남은 고통에 사랑이 이렇게도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러면서도 비록 이성간의 사랑이 아니라 할지라도, 가족간의 사랑이 이리도 고통스러울 줄은 몰랐다. 그렇다면 타인과의 사랑도, 이별을 겪으면 이렇게 고통스러운 걸까?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그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사람을 만나 가볍게 연애도 해보았다. 사랑받고 싶다. 그의 안에 어릴 적부터 깃들어버린 자그마한 소망이었다.

하카제 카오루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것만 같은 존재를 만났다. 언제나 주변에는 사람이 넘쳐났고 그를 갈망하며 그를 원하는 시선이 끊이질 않았다. 모두가 그에 관한 이야기를 입에 담았고, 그에 관한 것들을 모두가 부러워하며 칭송해댔다. 그래봤자 우리랑 한 살 차이 밖에 안 나잖아. 그런 생각에 콧방귀를 뀌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가 그러면 그럴 수록 세상은 카오루를 비웃듯이 그에 관한 이야기를 더욱 떠들어댔다.

사쿠마 레이. 유학으로 인해 1년을 유급했다고 한다. 다시 없을 천재, 그 어떠한 예술품보다 아름다운 이, 혼자서 무엇이든 해내는 만능과도 같은 존재, 어쩌면 인간이 아닌 신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사람들 이야기 속의 그는 인간임에도 인간이 아닌, 인간을 초월한 무언가가 되어있었다. 그럼에도 모두가 그에게 사랑을 전했다. 카오루는 그를 보며 이 넓은 세상이 그를 사랑하고 있는 것만 같다고 느껴졌다.

그런데 어째서 당신은 기뻐보이지 않는 걸까.

사쿠마 레이와 이야기를 조금씩 나누게 되면서 그에 대해 카오루가 알게 된 것은 몇 개 없었다. 그는 해외에 나가있을 적이면 몰라도 적어도 일본에 있을 때에 한해서는 교내의 일들을 모두 다 꿰뚫고 있다는 것이 첫번째였다. 그게 가능해? 그렇게 물었을 때 그는 태연히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귀가 밝으면 가능해. 모든 이야기는 소리를 통해 전해지니까. 그렇다면 그의 귀는 비정상적으로 밝다는 소리가 아닌가? 의문은 들었으나 내뱉지는 않았다.

그는 좀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한다고 해도 이번에 다녀온 해외의 이야기나, 같이 라이브를 하는 후배들에 관한 이야기 뿐이었다. 그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스스로가 먼저 입 밖으로 꺼내는 일이 없었고, 그 탓에 하카제 카오루는 그에게 동생이 있다는 사실조차 나중에 다른 친구를 통해서 들을 수 있었다. 남의 얘기는 그렇게 잘 들어주면서 왜 본인 얘기는 하지 않아? 이 또한 입 밖으로 내뱉지 않은 의문이었다.

마지막으로 이것은 당시의 그가 했던 단순한 추측에 불과할 뿐이지만…,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려 하는 성격이었다. 그것도 굉장히 강박적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대체 왜? 의문이 들었다. 당신이 아무리 강하고 대단하다고 해서 모든 것을 혼자 할 수 있을리는 없었다. 그야, 당신은 인간인 걸. 신이나 괴물 같은 게 아니란 말이야. …당연하게도 이 또한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어영부영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3학년이 되었다. 그와는 같은 유닛에 들어가서 곁에 있는 시간이 조금 더 늘어났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를 할아버지라 칭하며 어둠 속으로 숨어들었다. 그렇게 숨는다고 해서 당신이 빛나지 않는 것도 아닌데. 몇 개월 전에 불과할 1년 전의 그의 모습과는 너무도 딴판이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해내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도 없고 낮에는 비실거리는 연약하고 이상한 제 동급생만이 남아있었다. 어쩌면 이것이 그의 진짜 모습인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이겠으나 그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금새 지워졌다. 저런 게 진짜 모습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그에 대해 아는 것은 없지만 적어도 카오루가 보는 그는 스스로를 숨기고 있었다.

이후에는 빠지던 레슨에도 조금씩 얼굴을 비추기 시작하고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이 조금씩 점점 더 늘어나기 시작했다. 사쿠마 씨, 난 당신이 궁금해. 어째서 모두에게 사랑을 받으면서도 그렇게 지독하게 외롭다는 얼굴을 하는지, 굉장히 괴로워하는 얼굴을 하는지, 당신에 대해 알고 싶어. 세상에게 사랑 받는다는 건, 좋은 것 아니야? 나는 사랑 받고 싶은데. 내가 마음 놓고 사랑 받고, 사랑을 줄 수 있는 곳을 원하는데. 당신은 그게 아니야? 사쿠마 레이를 보며 하카제 카오루는 그런 생각이 치미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세상에게, 신에게 사랑 받는 아이는 단명한다고 했던가. 그런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어본 기억이 있었다. 이 넓고 넓은 세상에서 그를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구는 존재는 그의 동생이 유일했으나, 하카제 카오루의 눈에는 그의 동생마저 그를 사랑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럼에도 사쿠마 레이는 종종 지독히 외롭다는 듯이, 괴롭다는 듯이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마저도 아주 찰나여서, 자신이 아니라면 잘 눈치채지도 못할 변화였다.

대체 왜 그러는 걸까. 그에 대한 궁금증은 적어도 카오루의 기준에서 금방 풀렸다. 부회장인 하스미 케이토의 제안에 자신의 계획을 겹쳐 데드맨즈라는 과거의 유닛을 일시적으로 부활시켰다. 이러면 당신도 도망가진 못하겠지. 그리고 사쿠마 레이에 대한 이야기 역시, 조금이나마 들을 수 있었다.

하스미 케이토에 의하면 그와 사쿠마 레이는 서로 어릴 적에도 알고 지내던 사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해주는데, 하스미 케이토는 그가 생각하기에 사쿠마 레이는 어릴 적부터 '사쿠마 레이'라는 존재가 아닌 사쿠마 레이가 갖고 있는 '지식과 혜안'에 사람들이 메달리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라고 했다. 그게 무슨 뜻이야? 그렇게 물었을 때 하스미 케이토는 잠시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다 하카제 카오루를 바라보았다. 적어도 사쿠마는 어릴 적에 제대로 된 애정을 받아본 적 없을 거란 의미다. 너도 알고 있겠지만 모두가 사쿠마를 칭송하지. 하지만 그 뿐, 사쿠마에 대해 알려고 하는 이들은 없어. 너도 잘 알텐데, 하카제. 그야 뭐…. 잘 알다마다. 모를 수가 없었기이 그의 말에 괜히 뒷목을 쓸어내렸다. 세상의 사랑을 받는 사쿠마 레이. 그러나 그것이 만약 그의 '재능'이 사랑을 받는 것이라고 한다면? 문득 든 생각에 하스미 케이토를 바라보았고 그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허, 참나.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제서야 의문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가 어째서 그렇게까지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려 했는지, 그는 어째서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어려워하는지, 어째서 그렇게 사랑을 받으면서도 외로워하는지, 괴로워하는지. 하카제 카오루는 이제 눈치챌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사랑을 받고 있으나 사랑을 받은 적이 없었다. 감당할 수 없는 사랑은, 그저 재앙에 가까울 뿐이었다. 아니, 어쩌면 재앙 그 자체일지도.

하카제 카오루는 졸업 후에도 그의 곁에 남기로 결심했다. 내가 마음 편히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준 당신에게, 이번에는 내가 버팀목이 되어주자고. 그렇게 생각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이란 어째서 그렇게 고통스러운 것도 있는 것일까. 어릴 적에는 답하지 못했던 질문에 이제는 당당하게 입을 열고 가슴을 펴고 말할 수 있었다.

사랑이라는 건, 상대를 생각하기에 생겨나는 감정이고 상대를 우선으로 여기기에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그러나 하카제 카오루는 다시 입을 열 것이다. 그 고통마저 아프면서도 상대를 생각하는 제 감정이기에 사랑스러운 법이라고.

사쿠마 레이의 손을 꼭 잡고, 그에게 당신은 인간이라 속삭여주며, 그가 받아본 적 없는 애정을 안겨주는 것. 스스로를 먼저 생각할 줄 모르는 그를 위해 자신이 그를 먼저 생각하고, 챙겨주고, 안아주는 것. 그것이 하카제 카오루가 내린 사랑의 정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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