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산타는 항상 누군가의 부모였다

23/12/16 호쿠토&스바루 어린시절 등장 기념 과거 날조 / 당연히 서사 틀렸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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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소원을 빌었다. 아빠를 안게 해달라고 했다. 아빠는 오지 않았다. 엄마는 곰인형을 하나 사왔다. 나쁜 아이라서 그런가보다, 생각하고선 곰인형을 등지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크리스마스에 소원을 빌었다. 아빠를 돌아오게 해달라고 했다. 아빠는 오지 않았다. 엄마는 이번에 과자 꾸러미를 사왔다. 친구들이 조금 놀린 것 때문에 울어서 그런가보다, 생각하고선 과자꾸러미를 치우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크리스마스에 소원을 빌었다. 아빠를 보게 해달라고 했다. 아빠는 오지 않았다. 엄마는 이번에 조립 로봇을 사왔다. 친구들이 싫어하며 빼앗아갔다. 계속 같은 소원만 빌어서 산타 할아버지가 화났나보다, 생각하고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크리스마스에 소원을 빌었다. 친구가 생기게 해달라고 했다. 아무도 오지 않았다. 엄마는 나를 끌고 나가 패밀리 레스토랑에 갔다.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아이들도 보였다. 엄마는 메뉴를 내 앞에 가져다두고 자리를 비웠다. 나도 자리를 비웠다. 작은 키즈카페에서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산타 할아버지가 손짓했다. 마지못해 RC카를 받았다. 손을 흔드는 산타 할아버지를 무시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더 이상 모르는 척도 싫었다.

실은 알고 있었다.

산타 할아버지는 없다.

산타 할아버지는 죽었다.

아빠처럼.

자리에 가짜 산타 할아버지가 준 RC카를 두고 다시 떠났다. 일부러 눈에 잘 띄게 대충 놓았다. 아무나 가져간다면 잘 될 일이다. 옆 테이블에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나랑 똑같은 여자 아이가 있었다.

가짜 산타 할아버지가 왔는데도 가만히 과일을 먹고 있는 애. 그런 애한테 가서 앞자리에 앉았다. 내가 앉았는데도 익숙한 듯 가만히 샐러드를 먹었다. 먼저 물었다.

"저기... 산타 할아버지 있는데, 안 가?"

그 애는 내 말을 듣는 듯 하더니 무시했다. 내가 말을 걸어서 무시당한건 처음이었다. 분명 대답해줘야 하는데.

아하, 그렇구나. 너도 똑같구나. 너도 혼자구나.

"너도 산타 할아버지 싫어?"

기껏 해봐야 몇 살 더 많다고 할 수 있을까, 두 살? 그런 아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배고프면 먹어."

갑자기 다가온 포크 손잡이에 당황했다. 얼떨결에 포크를 쥐고 조심히 케이크를 먹는다. 초코칩 쿠키를 먹는다. 푸딩을 먹는다.

그 애가 자신이 먹던 과일을 넘겼다. 다시 되돌려주고, 다시 되돌려받고, 그러기를 수십번 반복했다.

"넌 안 먹어도 돼?"

"난 필요 없어. 어차피 마마랑 파파는 이런 일도 몰라."

탁자 밑으로 기어들어가 옆에 앉아 손을 잡았다. 겨울이었어도 비정상적으로 차가웠다. 원래 그랬던 것 같았다. 쿠키를 조금 떼어내 건네준다. 그 애는 또 거절한다.

역시 안 그래보여도 내가 싫은건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뒤적거렸다. 얼마 전에 받은 10엔. 길을 가다가 주운 쓸모없는 키링.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장식. 이런 것들이 손에 잡혔다. 원하는 것은 더 멀리 있기에 열심히 찾았다. 엄마가 준 별사탕.

"여기. 이거 먹을래?"

그 애는 흥미를 보이는 듯 하다가 다시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이상하다, 먹고 싶었던 것 같은데.

"파파가 모르는 사람이 주는건 먹지 말랬어."

"에."

주변을 둘러봤다. 파파로 보이는 사람은 안 보였다. 그렇다면 괜찮지 않을까.

"파파는 안 보여. 하나라도 괜찮으니까 먹어봐."

"..."

그 애가 조심히 한 개를 먹었다. 별사탕이 천천히 부숴지는 소리가 들렸다. 꿀꺽. 별사탕이 완전히 넘어갔다.

"... 맛있어."

"그렇지? 이거 엄청 맛있다. 그러니까... 그래, 너. 너도 먹을래?"

"더 먹어도 돼...?"

바지 주머니에 있던 작은 천 주머니를 꺼내 별사탕을 테이블에 쏟았다. 한움큼 쥐어 보여주자 그 애가 눈을 반짝였다. 그러고선 조금 집어 별사탕을 먹었다. 나도 그 애를 따라서 먹었다.

"이게 별사탕이래. 신기하지. 하늘에 있는 별님이 슈우웅, 내려오면 이렇게 사탕이 되는거래."

"거짓말. 파파가 별님은 안 떨어진댔어. 별님은 사람들을 살피려고 잠깐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는 거야."

"그래? 우리 엄마가 잘못 알고 있었나보다. 엄마 바보."

"이건 별님이 착하고 편식 안 하는 사람한테 주는 거랬어. 부럽다."

재잘재잘 얘기하며 별사탕을 먹어치운 후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그 애를 이상하게 생각해도 괜찮다는 허락을 받은 수다였다.

한참을 떠들었을까, 문 밖에서 엄마가 불렀다. 그 애에게 허락을 구하고 피해를 끼치지 않게 몰래 빠져나갔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엄마가 장갑을 낀 손으로 내 손을 꼭 잡아줬다. 차가웠다. 엄마가 말하기를, 눈이 내리는건 천사님이 아빠를 대신해서 찾아온거랬다.

나는 아직 조금밖에 쌓이지 않은 눈을 즈려밟았다.

영문도 모른채 눈물이 났다. 서둘러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애는 자고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님 같았다. 진짜 천사님은 아니었다. 이런 아이가 잔혹한 천사님일 리가 없었다. 천사님 보단 공주님. 그것만이 진실이었고, 그것만이 현실이었다.

이름표도 없는 공주님의 손을 잡았다. 여전히 차가웠다.

누가 공주님을 들고선 쓰다듬었다. 나도 쓰다듬어졌다.

누가 공주님을 안고선 선물을 줬다. 나도 받아졌다.

"그렇군요... 메리 크리스마스, 스바루 군♪"

공주님의 아빠가 공주님을 안고 나갔다. 나는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날 안아줄 아빠는 여기에 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산타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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