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판14

Confusion

*휴하름 관계 로그


* 혼란

명사' 뒤죽박죽이 되어 어지럽고 질서가 없음.

시야가 조금씩 흐릿해졌다. 마나가 이미 바닥이라는 것 마냥 앞이 면 재질만 보일 뿐 바깥 상황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사라진 시야만큼 청각이 발달 된 듯. 땅이 울리는 소리와 부서지는 소리, 파티원들의 마지막 비명까지.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듯. 상황이 눈앞에 그려졌다.

새로운 야만신이 소환됐다는 이야기에 의뢰를 받고 모인 사람들이었다. 분명 처음에는 좋았으나, 시간이 갈수록 힘에 받쳤고. 결국 자신과 휴를 제외한 파티원들은 전멸 난 상태였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말이 이걸까? 끝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야만신이 그에게 무언가 주술이라도 건 듯. 행동이 이상해져 갔다.

초점 없는 눈, 불러도 보이지 않는 반응. 고쳐쥐는 무기. 그리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걸음. 사람에 심상에 들어가 혼란을 주어 자신 혹은 동료들을 공격하게 만드는 기술이 있는데, 그것에 걸린 듯. 천천히 제게로 오는 모습에 야만신의 모습을 뒤로하고 휴를 바라보았다.

" 휴. "

" …. "

" 정신, 차려봐. "

가만히 제게 걸어오는 모습을 보며 이름을 불러보았다. 평소라면 불렀을 때 무언가 답이라도, 하다못해 시선을 제대로 맞춰오기라도 할 텐데. 그러지 않는 모습에 가만히 입술을 짖씹었다. 마나는 거의 다 닳았고, 파티원들은 전멸. 자신은 빈사 상태에 마지막 남은 파티원인 휴는 혼란에 걸린 상태. 어떻게 해야 정신 차릴 수 있을지. 머리를 굴리며 생각하는 와중에도 휴와 자신의 거리는 점점 좁혀져 왔고

결국 눈앞에까지 다가와 무기를 드는 것을 보며 결국 악에 받친 채로 외치기 시작했다.

" 정신 차리라고!! 여기서 다 죽고 싶은 거야?! "

" … …. "

" 네가 지금 눈 뜨지 않으면 너랑 나 둘 다 죽어! "

휘둘러지는 창을 피하고, 피하다. 결국 자신을 붙잡는 팔을 붙들고선 외쳤다. 그럼에도 자신을 공격하려는 의지가 사라지지 않는 듯 자신을 향해 휘두르는 창에 허리를 찔렸지만 버틸만한 정도였다. 쓰러지기엔 아직 이르기도 했으니까.

*

" 여기 길거리 음식 맛있네- "

" 맛있어? "

" 응. 방금 그 집 꼬치 잘하네. ... 한입 줄까? "

" 응. "


울다하에서 축제가 열렸을 때, 행사를 같이 구경하며 이런저런 군것질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너는 안 어울리게 크레페를 먹었고, 나는 매번 먹던 미코테 산적꼬치를 먹었었다. 축제 기간이라며 여러 호객행위가 있었던 만큼 여러 미니게임들을 즐겼었고. 마지막으로 한밤중에 진행했던 불꽃놀이는 참 아름다웠었다.


" 그러고 보니, 나 건브레이크나 잡아볼까. "

" 갑자기? 왜? "

" 그냥, 용기사니까 너랑 같이 다닐 때 잘 못 지켜주는 것 같아서. "

" 난 굳이 직업 안 바꿔도 괜찮은데. 내가 다치기 전에 마물을 다 죽이면 되잖아. 나는 그런 널 치료해주면 되고. 아닌가? "



남은 꼬치를 마저 먹으며, 직업을 바꿀까 했던 네게 그리 말하기도 했었다. 그때 그냥 적극적으로 해보라고 권유 할 걸 그랬나? 그래도 그때 말했던 것은 변함 없을 것이었다. 굳이 구태여 새로운 직업을 잡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래도 후회하진 않아. 괜찮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더 해줄 테니.

*

" 제발, 죽게 두고 싶지 않으니까...! 정신 좀 차려봐-...!! "

악에 받친 목소리로 말하고, 그 외침이 닿은걸까. 흐릿했던 초점이 돌아오는 것이 눈에 보였다. 멍했던 표정이 돌아오고, 평소와 같은 얼굴로 돌아왔을 때 내심 안심해서 웃었던 것 같았다. 그나마 정신을 차렸다는 것에 긴장이 풀린 것일까. 힘이 조금씩 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님 아까 스치듯 맞은 옆구리의 상처가 터진 것일까. 다리에 힘이 풀려 가만히 주저앉았다. 피가 부족해 머리가 띵해져 갔다. 그 잠깐 사이에 조금 회복된 마나를 보고, 너를 바라보았다. 그래, 너는 살아야지.

그렇게 힘이 점차 빠지는 와중에도 너 만큼은 살아서 나가기를 바랬다. 희미해져 가는 정신 속에서도 너를 치유해주고, 보호해주며. 네가 살아나갔으면 했기에.

다행이다. 라고 말하며 내 시야는 그렇게 암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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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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