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드림]만남은 빈사 상태에서

금발의 정령사 드림

2차 by 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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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드림이지 자캐가 <금발의 정령사> 세계관에 트립한 것에 가깝습니다. 드림주들 분량이 금정 캐릭터들 분량보다 많을 수도.

*설정, 캐해가 틀릴 수 있습니다. 반박시 님 말이 맞음.

*임의로 비틀거나 창작해서 끼워 넣은 설정 동시다발구간

*드림주 두 명은 사기캐입니다. 거의 메리수임.

*나는 시간이 정말 남아돈다!! 하시는 분께만 읽는 거 추천.


루이와 유진은 정말로 오랜 시간 동안 유랑했다. 그들은 차원을 넘어 다니며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났고, 수없이 많은 일을 겪었으며, 이제는 안 해 본 일이 거의 없게 되었다. 여행이란 이미 그들의 일상이었으며 낯선 곳에 적응하는 일은 더 이상 어렵지 않았다. 역마살이라도 끼었는지 정착은 고사하고 한 세계에 한두 달인가 머물고 떠나기를 수십 번. 아주 오랜만에, 그들은 대단히 흥미로운 세계를 발견한다.

***

우리가 발견한 세계엔 이름이 있었다. <금발의 정령사>. 그리고 이 세계는 주인공 또한 존재했다. 지니 크로웰. 타차원에서 온 어린 영혼치고는 제법 이세계에 잘 적응한 인간.

그녀는 용사도 마왕도 자처하지 않았으나 재미있게도 그녀의 운명은 폭풍 그 자체였다. 성년이 된 것치고 이토록 생의 여로가 구불구불한 영혼도 드물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의 인생에 휘몰아치는 폭풍은 어지간한 초월자들에게는 즐거운 유희에 지나지 않는다. 하여, 유진은 루이를 이끌고 그녀의 파티에 합류했다. 둘 다 강력한 마법사인 것을 밝히니 환영을 받을 수 있었다. 시점은…그들이 히릴리케인가 하는 지역의 호수에서 막 튀어나오고 있을 때였나. 끼어들기엔 그때가 적절했다. 가만 내버려두면 호수에서 죄다 익사…하진 않았겠지만, 지니 크로웰의 내장이 짓뭉개지는 건 당연지사였으니 물길을 내어 약간의 도움을 주었다.

다만 시기가 나빴다. 그때는 우리가 아직 이 세계에 완전히 녹아들기 전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강대한 마력의 존재를 완전히 감출 수 있게 되기 전에 성급히 마법을 써 버렸으니, 그 여파를 정통으로 맞은 이는 당연하지만 정령술을 마력으로 간섭당한 지니 크로웰이었다. 결론적으로 그녀는 내상으로 앓아눕게 되었다.

신급의 초월자쯤 되면 차원에 도달하는 시기를 조절해 이런 일이 없게 만들 수 있지 않았냐 물을 수도 있는데, 첨언하자면 여기엔 이유가 있다. 우선 우리가 시간을 거슬러 차원 도달 시기를 조정할 수 있는 차원은 그리 많지 않다. 더불어 <금발의 정령사>는 특히나 외부 간섭 허용에 관대하지 않은 차원이었기에, 도달 시기를 임의로 정하는 게 불가능했다. 최대한 당긴 게 이때였으니.

설명은 이쯤 하고. 우리는 호수에서 튀어나와 한바탕 땅에서 뒹군 이들을 부축하고 부상을 수습하는 일을 도와주었다. 특히나 지니 크로웰은 파티원들 중 유일한 여성이었기에 호수의 진흙과 이물로 지저분해진 몸을 씻기는 일이나, 옷을 갈아입히는 일을 우리가 대신해줄 수 있어 민망한 일을 줄일 수 있었다.

이후로는 지니 크로웰의 내상을 치유했으나…그녀는 이 세계의 핵심 인물이었기에 치유에 한계가 있었다. 아마도 이 부상이 그녀에게 새로운 인연을 불러오는 계기가 된다거나 한 것일 테지. 외부 간섭에 불친절한 세계는 대개 그런 식으로 우리의 행동을 제한했으니 말이다. 우리는 일단 내상보다는 외상 치유에 능해서 마법이 잘 들지 않는 듯하다고 둘러댔다.

그리고 이틀 뒤.

지니 크로웰이 깨어났다.

***

“마법사라고? 둘 다?”

“네.”

“…다른 일행은? 마법사들은 호위를 데리고 다니잖아. 검사든, 아니면 다른 육체파 인간이든.”

“보통은 그런가요? 저희는 둘만 다녀요. 딱히 호위가 필요할 일이 없어서.”

침대에 기댄 지니 크로웰, 그 머리맡에 선 에쉬, 침대 옆에 의자를 끌어다 앉은 여자 두 명. 그중 입을 여는 것은 세 사람뿐이었다.

“여행을 떠난 지는 얼마나 됐는데?”

“5년은 넘었답니다.”

“흠…….”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아냐, 그냥. 둘 다 미인이라.”

별거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젓는 몸짓과는 달리 지니 크로웰은 두 가지 사유로 두 여자에 대한 의심을 품은 상태였다.

첫째는 호위의 부재. 마법사들은 어지간해선 그들끼리만 다니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오만하고 내향적이라 타인과 어울리길 꺼리기도 하고, 신체능력이 형편없어서 물리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단이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은 5년이나 여행을 다녔으면서도 호위가 필요할 일이 없었다고 했다. 이 점이 대단히 수상했다.

둘째는 스태프의 부재. 마법사가 9할쯤 완성된 마법 주문을 담아 다니는 스태프는 마법사의 필수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두 사람은 모두 양손이 비어 있었으며 에쉬의 말에 의하면 이틀간 청결과 치유 마법을 십수 번씩 부렸으면서도 그중 영창 마법은 한 번도 쓰지 않았다고 했다.

여기서 나는 진지하게 의심했다. 드래곤인가.

[그렇다고 드래곤은 너무 간 거 아니에요……?]

[아니, 솔직히 이상하잖아. 마법 능력이 그렇게 대단하면서 내상은 못 아물게 한 것도 이상한데, 둘 다 생긴 걸 봐. 무슨 조각 같다고. 얼굴 중앙에 거울 대보면 대칭이 딱 맞을걸.]

마기는 자체 치유력이 너무 강한 나머지 치료 마법은 배우기도 싫어했다. 이들도 그런 종류가 아닐까 생각했을 뿐이다. 드래곤이 내상을 입을 정도로 마나를 쓸 일이 있을 리 없으니, 유희용 인간 상태에서는 겉으로 티가 나는 외상 치유 마법만 배우고 내상 치유는 등한시한 것 같다는…….

게다가 두 여자 모두 정말이지 장인의 그림처럼 생긴 수준이라는 게 의심을 부채질했다. 나도 어디 가서 뒤지는 편은 아닌데, 얘들은 거의…에쉬 수준이랄까. 유진이라는 소녀의 흑발과 검은 눈은 반질반질 연보랏빛 광택이 나서 보석 같았고 자신을 루이라고 소개한 여자의 금색 눈과 하얀 머리카락은 금가루를 뿌렸나 싶을 정도로 반짝였다. 얼굴만 뛰어나냐 하면 그도 아니다. 몸 전체가 균형 잡혀 있어서 수수한 옷을 입었음에도 귀공녀처럼 태가 났고, 그건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시선을 끌어당기는 이유가 됐다.

다만 루이의 백발은 특히나 눈에 띄었는데…….

“당신, 그러니까…루이? 머리카락 색이 왜 그래? 젊은 사람이 백발이면 십중팔구는 성녀나 성자인 걸로 아는데.”

“어릴 때 앓은 열병으로 인해서 세어 버렸거든요. 절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그 이야기를 하더군요, 후후.”

마법사는 신전 사람들과 사이가 나쁜 만큼 그녀가 얼굴을 굳힐 걸 감수하고 던진 질문이었는데 의외로 루이는 불쾌해하지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익숙한 태도로 웃기까지 했다.

이런 점이 더 의심을 샀다. 개개인의 능력은 확실한데 묘하게 인간들의 관습엔 익숙하지 않아 보이는 게…….

[역시 드래곤 아냐?]

[그렇다기엔 딱히 대단한 존재감 같은 건 없는데요. 유희 중에는 아예 인간과 구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기운을 죽이는 게 보통이라곤 하지만요. 이렇게까지 인간 같은 건지는…글쎄요?]

[하긴. 거기다 드래곤의 유희는 완벽히 인간의 생활에 녹아드는 게 일반적이라고 알고 있는데, 마법사랑 마법사 조합은 지나치게 이질적인걸. …차라리 아니었으면 좋겠다. 마기한테서 놓여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드래곤은 싫어!]

[저도요! 으으, 마기 놈도 가능하면 영원히 안 보고 싶은데.]

[그래도 20년 주기니까 뭐. 한 세 번 가면 그 다음엔 내 장례식이지 않겠어?]

[…꼭 그런 주제로 빠져야 해요? 마스터 죽음 결사반대! 결사반대!]

[아씨. 귀 아프게 이럴래?]

사람은 태어나고서부터 죽음이 예정되어 있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떽떽거리긴. 게다가 이놈 자식은 순수하게 내 영생을 바라는 것도 아니었다.

[어차피 내가 죽으면 네 중간계 체류도 끝이니까 이러는 거잖아. 내 말이 틀려?]

[그건!…맞긴 하지만요! 그래도 마스터가 오래 살길 바라는 마음은 진심이거든요!]

[어, 즐거운 정령생에 대한 네 욕망만큼은 진심이겠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라이가 내 정령으로서 진실하게 내 행복을 바란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단지 그 바람과 자신의 즐거움을 저울질해 본다면, 거의 수평을 이루거나…후자 쪽으로 좀 더 기우리라는 사실만 분명할 뿐.

하지만 운디네 같은 하급 정령도 아니고, 라이쯤 되는 고위 정령이 여러 마음이 뒤섞인 생각을 한다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사람도 마찬가지니까. 아니, 순수하게 나를 위하는 마음이 조금은 있다는 점에서 인간보다는 정령이 백배 나았다.

“아, 그런데.”

“네.”

“우리가 무슨 파티인지는 알고 있어?”

에쉬에게 듣기를 두 사람과 마주친 건 내가 엔다이론을 통해 호수 밖으로 일행들을 건져 올린 바로 그 순간이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정신없는 순간에 로크스가 황금별의 잔을 들어 올려 일행에게 보인 것을 목도했음은 물론이고 내가 엔다이론을 쓴 거대한 마나 유동 또한 감지했다는 뜻.

그리고 난 이 말을 기억했다. 막 호수에서 밀려나와 땅에서 구르다 누군가 외친 말.

‘그럼 황금별의 잔은!’

이 말에 로크스가 ‘여기 있다’고 대답했으니, 두 여자는 우리가 찾아낸 유물이 황금별의 잔이라는 걸 눈치챘겠지. 그리고 황금별의 잔은 엘란 연합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전설적인 재보였다.

눈독을 들이고, 파티원들을 해치기에 모자람이 없는 보물이라는 뜻이다.

“유물을 찾아 공을 인정받고자 하는 파티였겠지요. 목표는 황금별의 잔이었고요.”

“하나 더 말해야지. 목표를 달성했으니, 이제는 성공한 파티죠?”

유진은 말끝을 올리며 끝맺었고 루이는 빙긋 웃었다. 그에 에쉬가 티나지 않게 몸을 굳혔다. 경계할 때 나오는 버릇이었다.

하지만 나는 딱히 이들을 위협적으로 여기지는 않는 것이…….

일단 이들이 우리와 맞닥뜨렸을 때, 파티의 최대 전력이라 할 수 있는 나는 빈사 상태였다. 호위 없이 5년간 여정을 계속한 게 사실이라면 그들의 신체적 능력이 상당하든, 혹은 무술가들을 상대할 만한 마법을 쓸 수 있든 둘 중 하나라는 의미일 터. 그런 이들이 파티를 죽이고 황금별의 잔을 훔치는 건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우리를 부축하고, 부상을 치료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왔다.

지금은 믿어 봐도 괜찮다는 이야기겠지.

그리고 내 짐작대로였다. 유진이 턱을 괴며 대수롭잖다는 듯 말했다.

“걱정 마세요. 저희는 딱히 돈이나 명예가 모자란 상황은 아니라서. 유물을 탐내는 마음은 없거든요. 뭐 이렇게 말해도 사흘 전에 처음 만난 사람을 믿는 게 더 이상하겠지만.”

그러니까 이건 어떤가요.

“여러분의 파티에 저희가 동행하게 해주세요. 그럼 여러분도 저희가 한 말이 사실일지 알 수 있겠죠.”

“…조금……당황스러운 제안입니다만.”

에쉬가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두 분의 말대로라면 그 말을 증명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이곳을 떠나시는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셨죠. 동행을 제안하시는 이유가 따로 있으십니까?”

“음…사실 그렇긴 해요.”

순순히 수긍한 유진이 손가락을 세워 바로 앞을 가리켰다. 그리고 거기엔 당연하게도…….

[잉?]

“음? 나?”

내가 있었다. 유진이 나를 곧게 응시했다.

“네. 우리가 관심 있는 건 무엇보다도 당신이에요. 그 호수에서 느낀 마나 유동은 정말 평생 느껴 본 것 중 손에 꼽는 수준이었거든요. 그리고 당신 같은 사람은 절대 유물 발굴 따위로 자신의 발자취를 끊지 않아. 우리는 당신의 여정에 무엇이 있을지 보고 싶어요. 여기에 거짓은 없고요.”

나한테 관심을 가지다니 사람 보는 눈이 있는데. 초면인 사람에게는 좀 과할 정도의 멘트였지만 기분은 좋았다. 그리고 그걸 차치하고서도 환영할 만한 제안이었다. 이대로 함께 다니다 둘을 에쉬의 가디언으로 포섭할 수 있다면 최고의 결말일 테니까. 이 둘에 기존의 파티원까지 합치면 다섯 명이라는 가디언의 수는 넘겠지만 상관없었다. 원래 멤버들 중 누가, 그리고 얼마나 돌아설지는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후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나는 씩 웃어 보였다.

“좋아, 난 찬성이야. 어때, 에쉬?”

“지니…….”

“그렇잖아도 파티에 마법사가 없었잖아. 한 명…뭐, 두 명쯤 있으면 좋지. 거기다 실력도 나쁘지 않은 것 같고.”

에쉬는 시험의 길을 고려한 내 생각을 알아챈 모양이었다. 탐탁찮은 눈빛이었으니까. 또 내 도움을 받는 것 같아서 싫다느니 어떻다느니 생각하는 거겠지.

우리가 말없이 눈빛만 교환하는 것을 지켜보던 유진이 말을 더했다.

“지금 당장 동료로 받아들여 주시지 않아도 괜찮아요. 지금 자리에 없는 다른 분들과의 상의도 필요하실 테고……. 그냥 여러분과 길을 같이하는 다른 파티가 하나 생겼다고 생각하세요. 겸사겸사 서로 도와도 좋고요.”

여행자의 길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니까요. 분명 서로가 필요한 순간이 있을 겁니다. 루이가 웃으며 유진의 말에 설명을 보탰다.

솔직히 말해 내가 있는 이상 무슨 일이 터지든 엔다이론을 앞세워 갈아 버리면 만사형통이니, 내 입장에선 좀 우스운 말이었지만… 에쉬를 설득할 핑계로 쓰기엔 좋아 보였다. 둘 다 예의가 바르고 유능하니 아마 다른 놈들도 좋아할 테고. 생각을 마친 나는 에쉬를 뒷머리로 꾹꾹 누르며 수락을 종용했다.

“……하아. 알겠습니다. 다른 동료들과 의논한 뒤 저희의 결정을 말씀드리죠.”

“알겠어요. 그때까지는 같이 있어도 괜찮겠죠?”

“네, 그러십시오.”

“감사합니다.”

두 여자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닮은 표정으로 미소했다. 하여튼 예쁘긴 진짜 예쁘다니까. 전에 봤던 그 여자 다크 엘프…다…다…….

[다다요?]

[있어 봐. 잠깐 이름을 까먹은 것뿐이니까.]

한 삼 초만 더 생각하면 알 것 같은…그래! 다리아! 걔 정도의 미모였다. 역시 인간은 예쁘고 볼 일이다. 속이 어떻든 겉이 아름다우면 누구든 한 번은 돌아보게 되니까.

[누구의 얼굴에 홀려서 다가온 놈들이 그 누구의 성질머리를 못 이기고 도망가는 것처럼요?]

[뒤질래?]

[아뇨? 그냥 예를 든 것뿐인데 왜 화내세요? 혹시 찔리시는…….]

이 새끼, 오늘 하루 정도는 자유로운 늑대의 몸 따위 꿈도 못 꾸게 해 줘야겠군.

라이는 그날 냄비형에 처해졌고, 사냥감을 들고 돌아온 엔크와 게일의 손에 들려 조리 도구로 쓰여야 했다. 하여간 좀만 봐주면 기어오르지, 이 웬수 같은 자식.

아, 그리고 엔크와 게일은 루이와 유진이 파티에 합류하는 데 너나할 것 없이 찬성했다. 이유를 물어봤더니 초면인 사람들에게도 어려운 치유 마법을 아낌없이 쓰고, 대가도 요구하지 않은 걸 보면 착한 사람들일 거란다. 아마 내가 잠들어 있던 사이 두 사람이 한 일이 대단히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엔크의 표정을 보건대 둘의 나긋한 말씨나 얼굴에 홀린 걸지도 모르겠지만……. 뭐, 내가 알 바는 아니니까.

***

이 진실의 반지라는 거 생각보다 좋은데? 나는 여행 전리품 목록에 반지를 추가했다. 아무렴, 이런 게 여행의 묘미지.

***

그로부터 며칠 뒤 채드와 로크스가 아키아라는 이름의 여의사를 데리고 왔다. 또 한번의 설득 끝에 루이와 유진은 결국 이 파티의 동료가 되었다. 황자의 감시인인 로크스는 둘을 좀 의심스럽게 여기는 것 같긴 했지만 이렇다 할 반대 사유는 집어내지 못한 모양이었다. 황금별의 잔을 들고 나르는 대신 일단 이 별 볼 것 없는 파티를 도왔으니 거기서 가산점이 들어간 걸지도.

다른 놈들의 생각이 어떻든, 에쉬의 가디언 후보 목록이 넘치도록 채워졌으니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둘 중 하나는 꼭 끝까지 데려가야지. 그래서 에쉬의 앞길을 막아 버리는 놈은—예를 들어 독랄하기로 유명한 1황자라든가— 죄다 갈아 물고기 밥으로 던져 줄 것이다. 내 착한 황자님에게 그 정도는 얼마든지 해줄 수 있었다.

***

로베닌 새끼 쪽 당하는 걸 보고야 말겠다. 나는 툼드라를 보러 가자는 의견에 손을 들어 주었다.

***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툼드라가 열리는 헤이드리케의 수도, 헬릭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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