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스테 드림 단편 모음집

영원히

에이스 트라폴라 드림

* 전력 드림 60분 신데렐라 [55회 주제: 영원히]

 

 

에이스 트라폴라는 운명이라는 말은 그다지 믿지 않는 사람이었다.

세상에는 정해진 것보다는 우연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 운명이라는 말 자체에 거부감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운명론자들의 생각에는 공감하지 못하는 소년.

하지만 그런 에이스도 오늘만큼은 운명이라는 게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였으니. 아이러니하게도 그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게 한 계기는, 고작 포장용으로 쓰는 리본 끈 하나였다.

 

“아.”

 

크루웰의 마법약학 수업이 끝난 후. 실험복을 벗고 교복으로 갈아입고 온 아이렌이 같은 반의 폼피오레 학생의 도움을 받아 단정하게 틀어 올린 머리를 푸는 중. 탄식 같은 작은 감탄사와 함께, 새까만 흑발을 묶어두었던 머리끈이 허무하게 끊어진다.

 

“이런, 아이렌. 괜찮아?”

“음, 나야 괜찮긴 하지만. 머리끈은 아닌 모양이네.”

 

엉망진창으로 흩어지는 머리카락을 대충 손으로 정리한 아이렌은 자신을 걱정해주는 동급생에게 웃어 보인 후, 너덜너덜해 끊어진 끈을 주워 들었다.

 

“야단났네. 머리끈 없는데.”

“예비로 가지고 다니는 거 없어?”

“있긴 하지만, 교실에 있지.”

 

아예 없는 건 아니라 다행이지만, 이렇게 산발을 하고 교실까지 가는 건 영 보기 좋지 않을 것 같다. 아이렌은 종일 땋아둔 탓에 부드럽게 구불거리는 제 긴 머리를 대충 한 손으로 잡아 쥐어보았다.

 

“이러고 교실까지 갈까.”

“그냥 풀고 다녀도 되지 않아? 아이렌은 머리 푼 것도 잘 어울리는데.”

“칭찬은 고맙지만, 내가 번거로워서 싫어.”

 

어차피 교실까지 아주 먼 것도 아니니, 좀 불편하긴 해도 이러고 갈 수밖에 없다. 사람의 손은 두 개나 되니, 한 손이 자유롭지 못해도 다른 손으로 책과 필기구를 챙기면 되니까.

그리 생각하고 밖을 나서려는 순간.

 

“잠깐!”

 

막 옷을 갈아입고 온 에이스는 여기까지 오는 동안 대화를 엿들은 건지, 대뜸 주머니에서 붉은색 리본 끈을 꺼내 내밀었다.

 

“이걸로라도 묶어. 머리끈은 아니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응? 어, 그래도 돼?”

“그럼. 오늘 아침 사 먹은 쿠키에 묶여있던 끈이거든, 그거. 버리려다가 주머니에 넣어둔 거니, 그냥 써.”

“아하.”

 

어차피 지금 쓰지 않는 물건이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빌릴 수 있다. 끈의 출처를 알게 된 아이렌은 사양하지 않고 정리해 둔 머리카락을 낮게 하나로 묶었다.

 

“고마워, 에이스. 덕분에 살았네.”

“흐흠, 그렇지? 내 덕이 크지?”

 

눈을 접으며 웃어 보이는 아이렌의 감사 인사에 우쭐해진 에이스는 장난스럽게 대꾸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오늘따라 갑자기 쿠키가 먹고 싶어서 아무거나 사 먹은 건데, 이런 일도 다 생기네.’

 

게다가 저 끈은 버릴 곳도 마땅찮아 주머니에 넣어 둔 건데, 설마 이렇게 쓰일 일이 올 줄이야. 우연치고는 참으로 기묘해, 정말 운명 같지 않은가.

항상 뭐든 혼자 해결하려는 아이렌에게 소소한 도움을 준 사실이 기쁜 에이스는 아예 한술 더 떠 짓궂은 말을 보탰다.

 

“이 은혜는 절대 잊으면 안 된다, 너~? 만약 엉망인 상태로 밖으로 나갔다가 선생님들이나 우리 사감이라도 만났으면, 복장을 지적당했을걸? 빌 선배를 만나면 더 귀찮아졌을 테고!”

 

그러나 그 과장된 말이 못마땅했던 걸까.

크루웰을 도와 마지막 정리까지 마치고 나온 듀스는 으스대는 에이스를 보곤 한심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넌 무슨 리본 끈 하나 빌려준 걸로 그렇게 생색을 내냐? 애도 아니고.”

“누가 애야? 내가 도움을 준 건 사실인데.”

“작은 도움으로 크게 생색을 내는 게 애 같으니까 하는 말이지.”

 

아. 오늘은 어째 조용히 넘어가나 했는데, 결국 또 싸우는 건가.

이제는 일상이 된 1학년 A반 명물 ‘에듀스 만담 싸움 쇼’의 시작에 주변 학생들 모두 두 사람을 바라보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의 쇼는 시작도 전에 끝나고 말았다.

 

“에이스.”

“응?”

 

두 사람의 목소리가 커지기 전. 잽싸게 대화에 끼어든 아이렌은 한쪽 팔로 에이스의 어깨를 감싸곤 머리를 기대었다.

 

“이 은혜는 절대 안 잊을게. 우리가 졸업하고, 어른이 되고, 사회인이 되고 늙고 병들어 관짝에 들어가는 날이 있어도. 영~원히 잊지 않고 에이스에게 고마워할게.”

“……뭐, 어어?”

“그러니까 에이스도 평생 나 도와줘야 해. 알겠지? 영원히 책임져줄 거지?”

 

누가 보아도 놀리는 말투로 조곤조곤 말한 아이렌은 킥킥 웃거니, 에이스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주고 먼저 밖으로 나섰다.

 

“……잠깐, 아이렌! 같이 가!”

 

에이스에게 좀 더 빈정거리려고 했던 듀스는 허무하게 종료된 상황에 눈만 깜빡이다가, 급히 아이렌을 쫓아 밖으로 나섰다.

장난으로 던진 말을 더 큰 장난으로 돌려받은 에이스는 멍하게 멀어져가는 아이렌을 보다가, 반사적으로 장갑을 끼지 않은 손으로 제 뺨을 훔쳤다.

 

“아, 역시 아이렌에겐 장난치는 거 아니라니까.”

 

머리 푸는 걸 도와준 폼피오레의 학생은 점점 붉어지는 에이스의 얼굴을 보곤, 웃음을 꾹 참으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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