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과 고백, 1과 2 사이의 썰
Modern Warfare Ⅱ - John "soap" MacTavish Dream
01.
단둘이 대화할 타이밍은 금방 찾아왔을 것 같음. 그리고 그 타이밍은 소프가 141과 함께 펍에 갔을 때 체스넛을 포함한 몇몇 의무팀 사람들이 펍에서 작은 회식을 하고 있었을 때 생기면 좋겠다. 141과 체스넛네 팀이 서로 안면은 있지만 이렇게 우연히 마주쳤을 때 선뜻 합석을 제안할 정도는 아니라서 한 공간에서 각자의 일행과 술을 마시고 있겠지. 체스넛도 그냥 '어, 여기서 만나네.' 같은 생각이나 하면서 동료들 사이에서 맥주나 마시겠지. 그러다 함께 얘기하던 사람들이 잠시 담배를 피우러 가서 체스넛이 잠깐 혼자 남겨지고, 141끼리 내기한답시고 펍 한쪽에 있는 다트나 당구를 잡았는데 첫 게임에서 대차게 지고 시무룩하게 술이나 홀짝거리면서 남은 사람들의 게임을 구경하던 소프 눈에 그런 체스넛이 들어오면 좋겠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자기 술 챙겨서 체스넛 옆자리로 가는 소프. 간식 발견한 강아지처럼 홀린 듯 체스 곁으로 스르륵.
02.
"체스넛 맞지? 아니면 진?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부르는 걸 들은 적이 있어서. 이건 너무 친근한가? " 라고 인사하면서 자연스럽게 체스넛 옆자리에 앉는 소프. 체스넛은 조금 놀랐겠지. 자기네 팀에서 141을 모르는 사람이 있는 건 말이 안 됐지만 그 반대는 아니니까. 그리고 같은 팀원들한테나 이름으로 불리고 현장 뛰는 대원들이 체스넛을 찾을 땐 '여기 좀 봐줘!' '의무병!' '응급환자 발생!' 같은 말을 통해서 찾는 게 대부분이니까. 물론 심각한 부상이 아니라도 훈련 중에 가볍게 다치거나 기지를 오가며 만날 때도 있고 그럴 땐 이름으로 불러졌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체스넛 인식은 그랬으면 좋겠다. 대원들이 자길 기억할 필요는 없다고. 그리고 그게 딱 적당하다고. 그래서 조금 의외라고 생각하는 체스넛이면 좋겠다.
"아무튼 나는―"
"존 맥태비시. 맞지?"
"맞아. 그냥 편하게 소프라고 불러."
"기지에서 널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지 않을까? 자기소개 할 필요도 없을 만큼."
"그런가? 하하,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누구처럼 눈에 띄는 이상한 발라클라바를 끼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한쪽에서 술 마시고 있는 중위 보면서 키득거리는 소프. 그동안 소프랑 이렇다 할 접점은 없어서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 이름도 안다고? 신기하네. 사람들 이름 잘 외우나? 이 일 하려면 당연한가.' 싶은 체스넛. 그래서 놀란 표정 못 숨기고 끄덕거리면서 인사 나누면 소프는 조용히 미소 지었으면 좋겠다. 그게 두 사람의 제대로 된 자기소개 아닌 자기소개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03.
물론 병동에서 몇 번 마주치긴 했겠지. 하지만 의료진과 환자가 나누는 사무적이고 딱딱한 대화 뿐이었기에 서로 대화를 했다는 자각도 없을 듯. 아무튼 일적인 내용을 빼고 대화를 나누는 건 그날이 처음이면 좋겠다. 서로가 어색할 법도 하지만 둘 다 심하게 내향적이지도 않고 주변 사람들이랑 두루두루 잘 지내는 편이라서 곧잘 웃으면서 대화하겠지 싶음. 게다가 무엇보다 소프도 체스넛도 약간 술김이니까 어색함을 느낀다고 쳐도 금방 잊을 것 같음. 그렇게 여긴 웬일이냐, 왜 혼자 남아있냐 같은 시시콜콜한 얘기하다가 술이 조금 더 들어가고 소프가 편해진 체스넛이 소프한테 잔소리하는 것도 보고 싶다.
"다들 그만 좀 다쳤으면 좋겠어. 아니지. 다칠 수는 있는데, 어쩔 수 없는 거 아는데, 다치면 제때 왔으면 좋겠어. 엉망인 모습으로 돌아다니다가 마주치지 말고. 너도, 다른 사람들도."
"그래. 앞으론 주의할게."
"뭐라고 하면 맨날 자기들이 알아서 할 수 있다고 하고. 그으럼― 잔소리 하기 전에 알아서 수습하고 돌아다니지. 걱정 되게. 응? 안 그래?"
"하하, 체스넛. 혹시 취했어?"
"어? 음, 으응, 아마도? 조금 취한 것 같네."
그런 대화하다가 체스넛이 잔을 쥐고 있지 않은 빈손 들어 올려서 술 때문에 조금 뜨끈하고 붉어진 뺨을 만지작거리면서 온도 체크하고 순순히 인정하는데, 소프가 무의식중에 그런 체스넛 얼굴 쪽으로 손 뻗어서 똑같이 온도 체크 해보려다가 멈칫하면 좋겠다. 순수한 의도로 허공에 뻗었던 손은 금방 다시 테이블 위로 돌아오겠지. 뻘쭘해서 괜히 손가락 꼼지락거리다가 주먹을 꼭 쥐어보면서 큼- 하고 헛기침 하고 자기 쳐다보는 체스넛 보고 물 좀 마시라는 말도 하겠지.
04.
그러다 의무 팀이 체스넛을 부르든 141이 소프를 부르든 각자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둘이겠지. 체스넛은 다시 동료들이랑 시끌시끌 조잘조잘 떠들기 시작하겠지. 물 좀 마시라던 소프의 말은 까먹은 것처럼 술 한 잔 더 시키면서. 그리고 소프는 자기 술잔 챙겨서 원래 자리로 갔는데 141이 자기 쳐다보는 눈빛 보고 약간 인상 찌푸리면서 장난스럽게, 하지만 조금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면 좋겠네.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괜히 찔려서.
"고스트. 그 눈빛은 뭡니까?"
"아무것도."
"허. 아무것도 아니긴. 며칠 전에 내가 혼자 자빠졌을 때 내려다보던 한심해 죽겠다는 눈빛이랑 똑같은데."
"사내 연애가 나쁜 건 아니지."
"가즈, 제발 좀."
"그래. 네 일만 열심히 하면."
"대위님까지 진짜 왜 이러십니까?"
소프가 아니 진짜 뭡니까? 왜 그렇게 쳐다봅니까? 하면 대위님은 그냥 피식 웃으면서 말고 중위님은 빤히 쳐다보다가 시선 거두고 가즈는 그런 둘의 반응을 거들면 좋겠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평소에 계급이고 뭐고 제 기분에 따라 그렇게 까불던 중사 놈 놀릴 거리가 생겼는데 그냥 넘어갈 리가. 나 같아도 끝없이 놀릴 것 같음.
05.
그렇게 다음날부터 대화량이 늘어가는 소프랑 체스넛이면 좋겠다. 처음에는 펍에서만큼 편하게 대화하진 못하겠지. 펍을 가득 채웠던 음악 소리, 다른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 같은 것이 없는 차분한 공간에서 단둘이 조곤조곤 대화하는데 어색하지 않을 수가 있나. 그래도 그 어색함이 싫지만은 않은 둘이면 좋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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