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AP X CHES

전 남친과 현 남친

reboot x original AU

Only you by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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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레님이 풀어준 썰을 기반으로!

01.

소프 대위랑 사내 연애를 했던 체스. 나쁜 애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좋은 애인도 아니었을 것 같음. 안 그래도 태생적으로 무뚝뚝하고 말수가 적은 사람인데 공사 구분까지 확실해서 연애 사실을 숨기기 위해 애정 표현도 적었을 것 같음. 그리고 이게 체스를 조금 힘들게 했을 것 같음. 머리로는 이해하겠지만 이게 조금씩 쌓이다 보면 서운하기 마련이니까. 철없는 연하처럼 굴기 싫어서, 공사 구분 못하는 사람처럼 보이기 싫어서 익숙해지려고 노력하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헤어지자고 말하면 대위는 안 잡을 것 같음. 그게 네 선택이라면 존중하겠다는 의미에서. 대위는 객관화 잘하는 편일 것 같음. 자기가 좋은 남자친구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서 잡으려고 하지 않을 것 같음. 자기한텐 체스를 잡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할 것 같음. 그래서 그냥 덤덤하게,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알겠다고만 말할 것 같음. 근데 그날 평소보다 배로 담배를 태우고 조용히 술을 마셨으면 좋겠네. 그리고 체스는 평생 그 사실을 모를 것 같아. 대위가 절대 티를 안 내니까.

02.

몇 달 뒤 중사랑 연애를 시작하는 체스. 체스가 느끼기에 대위랑 연애할 때보다 소프랑 연애 중일 때 더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주는 애정의 양이 다르니까. 대위도 사귀는 동안 진심으로 애정하고 잘 챙겨주긴 했을 텐데 양적으로 비교할 수가 없을 것 같음. 소프는 강아지처럼 졸졸 따라다니면서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하는 것도 좋아하고 체스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듣는 것도 좋아하는 타입인 반면 대위는 언제나 묵묵히 들어주는 타입이라 비교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성향이 안 맞는 사람이라면 조금 귀찮을 정도로 치대는 소프지만 체스는 좋아했으면 좋겠다. 이전에 그런 이유로 헤어지기도 했고. 대신 그런 성향 때문에 이전과 달리 사내 연애하는 걸 금방 들키겠지. 그리고 그걸 보는 대위 속은 조금 쓰라렸으려나. 내가 조금 더 표현했더라면 체스가 저렇게 환하게 웃는 걸 조금 더 오래 볼 수 있었겠지, 하고. 그리고 소프는 대위가 전 애인이라는 얘기를 들었어도 크게 걱정을 안 했겠지. 체스와 대위 둘 중 그 누구도 미련을 보이지 않았거든. 체스는 항상 다정했고 자기만 바라봤으니까. 대위와 있을 때 어떠한 텐션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03.

어느 날 몸살 심하게 걸린 대위. 대위 성격상 간단한 감기 같은 건 병원도 안 가고 그냥 진통제 몇 알 먹고 끝내려고 할 것 같음. 외상을 입어야 병동을 찾는. 근데 그날은 정말 심하게 아팠으면 좋겠다. 서랍에 굴러다니던 약을 챙겨 먹어도 열이 펄펄 끓고, 겨울도 아닌데 자꾸만 춥다는 생각이 들고, 먹은 것도 없는데 속이 울렁거리고.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체스 이름 중얼거리면서 머리맡에 둔 휴대폰 집어 들고 체스한테 전화하면 좋겠다. 아무리 무뚝뚝하고 냉정한 사람이라도 아플 때마저 그런 성향을 유지할 수는 없겠지. 자기가 다쳤을 때마다 괜찮냐고 묻던 그 목소리를, 걱정스럽게 뺨을 어루만지던 그 손길을 떠올리면서 연락하면 좋겠다.

04.

대위가 연락을 했을 때 체스가 소프랑 사귀는 중인 건 당연하고 둘이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 체스가 대위의 번호를 지우진 않았겠지.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인데다 나쁘게 헤어진 케이스는 아니라 굳이 지우지 않았던. 대신 [ John ] 이라고 저장해뒀던 것을 [ Capt. MacTavish ] 라는 조금 딱딱한 호칭으로 바꿔둔. 근데 헤어진 이후로 개인적으로 연락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대위라 체스 많이 놀랄 것 같음. 조금 당황한 상태로 전화를 받으면 잔뜩 갈라진 목소리가 체스를 부르겠지. 누가 들어도 아픈 목소리라서 듣자마자 괜찮냐고 물어보는 체스면 좋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소프가 체스의 과거를 알고 있으면 좋겠다. 어떤 경위로든. 그래서 체스 휴대폰에 대위의 이름이 뜨는 거 보고 눈 흔들리면서 신경을 곤두세우면 좋겠음. 발신인도 마음에 안 드는 와중에 체스가 세상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괜찮냐고 묻는다? 신경에 안 거슬릴 수가 없을 듯. 결국 하던 일 멈추고 통화하는 체스한테 집중할 것 같음.

05.

통화를 마친 체스가 한숨 푹 쉬고 잠깐 나갔다 오겠다고 말하면 붙잡는 소프. 오랜만에 같이 쉬는데 어디 가냐며 가지 말라고 답지 않게 붙잡았으면 좋겠다. 그럼 체스는 잠깐 생각에 빠지다가 아는 사람이 많이 아픈 것 같은데 챙겨줄 사람이 없어서 잠깐 약만 가져다주고 오겠다며 적당히 둘러대면 좋겠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지. 체스가 통화할 때 어렴풋이 들렸던 심한 기침 소리와 갈라진 목소리는 쉽사리 꾸며낼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휴대폰에 뜬 이름만 못 봤더라면 소프가 이렇게까지 체스를 곤란하게 하지 않았을 정도로. 체스가 금방 다녀오겠다고 해도 같이 가자고 붙잡는 소프면 좋겠다. 그래서 결국 솔직하게 털어놓는 체스가 보고 싶음. 사실 대위님이 많이 아픈 것 같은데 솔직하게 얘기하고 다녀오면 네가 많이 신경 쓸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얼버무렸다면서. 그럼 소프는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말해줬으니 괜찮다고 얘기해주겠지. 하지만 속으로는 대위를 향한 짜증이 가득했으면 좋겠네. 왜 스스로 병원에 못 갈 정도로 아플 때까지 참았다가 네게 연락을 하는 거야? 너는 착해서 거절 못할 거 그 사람도 알 텐데. 왜 하필. 하필이면 너였을까.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겉옷과 지갑을 챙기는 체스를 따라 살짝 굳은 표정으로 현관을 나서겠지.

06.

정말 약만 건네주고 가려고 했는데 문을 열어주는 대위 얼굴이 벌겋게 익은 상태고 식은땀을 잔뜩 흘려서 체스가 놀라서 대위 이마에 손 뻗으면 좋겠다. 손가락이 살짝 닿았을 뿐인데도 열이 심한 게 느껴져서 놀랐으면 좋겠다. 온도에 흠칫 놀라서 손을 잠시 물렸을 정도로. 괜찮냐고 물어보면서 손바닥으로 제대로 열을 재면 괜찮으니까 어서 가보라며 소프 한 번 힐끔 쳐다보고 다시 체스를 내려다보는 대위면 좋겠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런 대위를 보고 아픈데 서 있지 말고 들어가서 당장 누우라며 대위 가슴팍 떠밀며 방으로 들여보내는 체스와 자길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대위 때문에 소프는 속이 짜증과 질투심으로 펄펄 끓겠지. 마음 같아선 당장 이곳을 떠나고 싶지만 체스를 대위랑 단둘이 남겨두는 건 더 싫어서 꾹 참고 체스를 따라 들어가겠지. 직업병이라 그래. 사람이 원래 다정해서 그래. 지금 체스에게 사적인 감정은 없어. 그런 생각을 하면서.

07.

아픈 대위 눕혀두고 약과 물컵 챙겨주는 체스. 굉장히 자연스러운 체스의 태도가 소프를 짜증 나게 했으면 좋겠다. 단순히 체스가 의료인이기 때문에 남을 챙기는 게 익숙한 것과는 조금 다른 결이라서. 동시에 아픈 사람 두고 이러는 스스로가 싫어지기도 하겠지. 너무 애 같아서. 아파 죽겠는데도 앓는 소리 한번 안 내는 저 사람과 너무 비교되는 것 같아서. 지금 이 감정을 티 내는 순간 체스에게 비교 당할 것 같아서 참으려고 노력할 것 같다. 근데 체스가 순간 자기도 모르게 예전처럼 대위를 존이라고 부르는 순간 울컥하고 무언가 튀어나오려고 해서 입술 꾹 깨물었으면 좋겠다. 대위도 체스도 정신 없어서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소프는 둘을 지켜보고 있던 입장이라 바로 알아차렸으면 좋겠다.

08.

집으로 돌아오면 자꾸 대위를 챙기던 체스가 떠올라서 체스한테 딱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소프면 좋겠다. 체스가 소파에 앉아있든, 부엌에서 뭘 만들든, 책을 읽고 있든 계속 품에 꽉 끌어안고 있는. 둘이 연애했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조금 신경 쓰이긴 했어도 이 정도는 아녔겠지. 지금처럼 둘이 연애했을 때 어땠을까, 같은 상상 따위는 하지 않았을 것 같음. 근데 막상 둘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보고 나니까 예전에 둘이 잘 지냈었을까, 대위가 아프지 않아도 이마와 뺨을 어루만지고 그랬겠지, 같은 생각이 끊이질 않아서 힘들어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들을 어떻게든 무시하려고 발버둥 쳤으면 좋겠다.

09.

그게 너무 티가 나서 체스 마음도 안 좋아졌으면 좋겠다. 소프를 안심 시켜주고 싶긴 한데 여기서 괜히 말을 잘못 꺼내면 아직도 대위를 좋아하고 신경 쓰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조심스러웠으면 좋겠네. 시키지도 않은 변명을 늘어놓는 사람이 되는 꼴이니까.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면 아픈 대위를 봤을 때 예전 생각이 나기도 했고. 그래도 소프가 계속 꿍하게 있는 걸 보고 싶진 않아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면 좋겠다.

"조니."

"응."

"난 지금 너랑 있어."

"알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라는 것도 알지?"

"알지."

"내가 널 불안하게 만든 것 같아서 마음이 안 좋아."

"너 때문이 아니라…."

너 때문에 불안한 게 아니라 그 사람 때문에 짜증이 났을 뿐이라고 말하려다가 멈칫하겠지. 자기가 생각해도 철없고 유치한 생각이라. 그래서 길게 한숨을 뱉고 마음 좀 정리하다가 체스 목덜미에 얼굴 묻고 중얼거리면 좋겠다. 나도 널 정말 많이 사랑한다고. 널 의심하는 게 아니라고. 널 믿으니까 걱정 하지 말라며.

10.

근데 그날 이후로 대위가 체스를 쳐다보는 일이 늘었다는 걸 알게 되면 소프 성질머리가 폭발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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