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
아주 가끔 악몽을 꾼다. 변함없는 악몽을.
과로한 날에는 악몽을 꾸었다. 밖에서 오래 걸은 날, 팔이 저릴 만큼 체력 단련을 한 날, 글이 이어지지 않아 두통을 끌어안고 책상 앞에서 버틴 날에는. 그래도 예전 세계에서처럼 자고 싶어도 못 자는 결함은 없다. 눈만 감아도, 잠에 들지 않아도 허리가 아프고 옛 생각에 괴로워하며 이불을 끌어안고 그저 잡념이 사라질 때까지 버티고 또 버티다, 해가 뜨면 눈을 뜬 채로 회사와 전철과 집에서 버티고 버티던 쳇바퀴 생활은 지나갔다. 그땐 어떤 꿈을 꿨지, 익숙한 듯 낯선 교실에서 모종의 이유로 죄인이 되어 파스텔 가루가 흩날리는 책상을 홀로 치우는 꿈, 건널목 앞에서 무릎이 바닥으로 꺼지는 바람에 그냥 바닥에 손만 짚고 있다가 깨는 꿈 등이 있었지. 지금은 그런 현실에 있을 법한 리얼함은 덜하다. 내가 ‘신비’롭다고 말하는 요소들이 여기선 당연한 경우가 더 많아서, 어찌 보면 꿈세계 관점으로는 리얼한 꿈일지도 모른다. 여기에 추가된 게 있다면, 악몽의 패턴이 소름 돋을 정도로 매번 똑같다는 사실.
있어야할 터인 이드 앞의 드높은 울타리가 없다. 한 발짝만 뒤로 물러서면 나는 그 집채만한 블랙홀로 떨어진다. 그리고 정면에는, 망토로 전신을 가린 사람 같은 형체. 엄청난 거인이었다. 나는 몸을 떨며 내 팔을 앞으로 들어 상체를 가렸다. 그러나 거인에게 저항 한 번 못하고, 그대로 어깨를 붙잡히고, 순식간에 몸이 떠오른다. 햇빛에 눈을 계속 뜰 수가 없었고, 땅 속으로 하염없이 떨어지는 내 몸은, 그냥 누군가 발로 찬 돌멩이 같은 수준이었다. 지상에서 멀어질수록 뵈는 것도 들리는 것도 없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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