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위해서 그랬어
Modern Warfare Ⅱ - John "soap" MacTavish Dream
@메레님
마카로프처럼 강력한 criminal empire를 세운 테러리스트가 마음만 먹으면 사적인 영역에서의 소프를 충분히 캐치할 수 있을 테니, 그 사생활(체스)마저 완전히 말소해 마카로프의 타깃이 될 건덕지 자체를 지우려는 극단적인 과보호 소프
01.
이러한 이유로 체스를 위해 헤어지자고 말하는 소프. 문제는 곱게 헤어지자고 해도 모자랄 판에 일부러 마음에도 없는 모진 말까지 할 것 같음. 다른 이유는 없고 정떨어지게 만들려고. 약간의 미련조차 못 가지게 하려고 자기한테 오만 정이 떨어지게 만드는. 소프는 다정하고 사랑스럽고 솔직한 사람이지만 동시에 투박하고 서툰 면도 있어서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누구와 달리 먼 미래를 고려하지 않고 당장 눈앞의 것을 해결하기 급한 어리숙한 소프. 체스를 위해서 체스를 자기 곁에서 떼어놔야 한다는 것만 생각하는 바보. 체스를 위해 체스에게 상처를 줘버리는 소프가 보고 싶다.
02.
근데 그런 생각이 표정과 행동에 다 드러나서 체스는 그냥 알았다고만 할 것 같음. 어떻게 그런 말을 하냐며 울지도 않고, 너는 정말 최악이라며 화내지도 않고, 내가 어떤 점을 고치면 되겠냐고 묻지도 않았으면 좋겠어. 소프 말 한번 안 끊고 가만히 듣다가 알겠다고 하는 체스와 매정하게 등 돌리고 걸어가는 소프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체스는 한동안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으면 좋겠다. 오만 정이 떨어지는 대신 오만가지 감정이 뒤섞인 눈으로 소프 등만 바라보는. 순순히 알았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조금도 상처받지 않았단 뜻은 아니니까. 체스가 연기가 뛰어난 편은 아니라서 그것들을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표정에서 살짝 드러나겠지. 체스가 배우도 아니고. 그걸 소프도 알 텐데 그래서 애써 외면했던 거면 좋겠네. 다시 눈을 마주치면 자기가 먼저 찬 주제 자기가 먼저 체스를 잡을 것 같아서 뒤도 안 돌아보고 쭉 걸어간 거면 좋겠다.
03.
헤어진 기간 동안 체스 생각은 거의 안 했으면 좋겠다. 강도 높은 임무 때문에 그럴 여유가 없었으면 좋겠다. 떠올리고 싶어도 지쳐서 잠들기 바쁘고. 떠올라도 애써 외면하고. 그러다 기지로 귀환했을 때 소프는 체스를 발견하지 못했지만 체스는 소프를 봤으면 좋겠다. 헤어지자고 했을 때만큼 말끔한 꼴은 아니었지만, 눈에 띄는 심각한 부상 없이 무사하지 잘 돌아온 걸 확인하고 자기 할 일 하러 갔었으면 좋겠다.
04.
반면 소프는 며칠이 지나고 나서 체스를 발견했으면 좋겠네. 기지로 돌아오는 것과 관련 사건이 마무리 되는 것은 별개니까. 그래서 며칠은 체스 신경 못 쓰고 해당 사건이 완벽하게 마무리 되길 기다렸으면 좋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위험인물들이 수감됐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나서야 심적으로 안정된 상태가 되겠지. 그제야 혼자가 된 체스가 눈에 들어오고. 아무리 뻔뻔하고 불도저 같은 소프라도 이번만큼은 자기가 한 말이 있으니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겠지 싶음. 근데 신경을 꺼두는 것도 못 해서 자기도 모르게 계속 체스 주변을 서성일 것 같음. 문제는 그게 체스 눈에도 보인다는 거겠지. 며칠은 모른 척했지만 자꾸 눈에 밟히고 체스도 소프에 대한 감정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라서 좀 더 지켜보다가 먼저 말을 붙일 것 같다. 헤어졌다고 말도 섞으면 안 된다는 법은 없으니까.
“소프. 우리가 헤어지긴 했지만, 헤어지고 적이 된 건 아니잖아. 그치? 좋은 동료로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해. 너만 괜찮으면 난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지낼 수 있어.”
체스 딴에는 나름대로 농담처럼 던진 말이면 좋겠다. 소프 표정이 너무 어두워서 분위기 좀 풀어보려는 의미에서. 대신 조니 대신 소프라고 부르며 약간의 선을 지키면 좋겠고. 솔직히 체스가 소속을 옮기지 않는 이상 둘은 가끔 마주쳐야 할 테니까. 특히 병동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은데 혹시나 마주치는 게 불편해서 필요할 때 병동을 못 오기라도 하면 안 되니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덤덤하게 말하려고 노력할 것 같음.
“그래서 병동에는 무슨 일이야?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네가.”
“응?”
“네가 필요해, 진.”
그리고 그날 처음으로 소프가 체스 앞에서 울었으면 좋겠다.
05.
염치가 없는 걸 떠나서 체스의 안전이 위험해지는 경우가 또 생길 수 있으니 여기서 다시 붙잡는 건 잘못된 선택이라는 걸 알겠지. 그걸 본인도 너무 잘 알 것 같음. 그래서 지금 이렇게 체스를 다시 잡으면 안 된다고 생각은 하는데 체스가 앞으로 자기 곁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그냥 그렇게 잡아버리는 소프였으면 좋겠다. 그래도 나름대로 고민을 많이 했던 거면 좋겠다. 임무가 끝나고 기지에 돌아왔을 때부터 체스 앞에 다시 서기 전까지 거의 매일 밤 잠을 설쳤을 정도로. 그 말들이 네게 얼마나 상처였을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나와 연애했던 터라, 누구에게 제대로 푸념이나 했을까. 네 성격에 내 욕을 하지도 않았을 것 같은데. 차라리 설득할 걸 그랬나. 하지만…. 같은 생각들을 하면서 바보처럼 뒤늦게 후회하는 건 당연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조금 초췌해진 상태로 체스에게 그런 말을 하는 소프. 어째 임무가 끝나고 돌아왔을 때보다 지금 상태가 더 안 좋아 보여서, 그걸로도 모자라서 뼈가 부러지고 팔에 관통상을 입었을 때도 울지 않는 사람이 갑자기 눈물 뚝 떨어트리면 체스도 상당히 당황하겠지.
“소프, 조니, 왜 울어. 울지 마.”
“내가 미안해.”
“조니.”
변명 아닌 변명을 하겠지. 하지만 전부 기밀이라 자세한 건 아무것도 말하지 못하겠지. 네가 위험해지는 상황을 만들기 싫었다. 그게 전부일 것 같음. 솔직히 체스 입장에서는 거짓말로 치부해도 될 정도로 빈약한 변명. 하지만 체스는 소프를 아니까. 그날 소프의 눈을 봤으니까. 그래서 그날처럼 조용히 들어주기만 하다가 다 안다고 대답해 주면서 안아주면 좋겠다.
06.
“미안해.”
“안다니까.”
“사랑해.”
“그것도 알아.”
“…….”
“나도 사랑해.”
“내가 더.”
07.
체스 목덜미에 얼굴 묻고 꼭 끌어안은 소프의 모양새는 제법 웃길 것 같음. 잔뜩 웅크린 몸이 꼭 체스의 품에 자길 집어넣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서. 대형견이 제 크기도 모르고 주인 품에 안기려고 드는 것 같아서. 체스는 그런 소프한테 눌리다시피, 사실상 조금 찌그러진 상태로 꼭 끌어안아 주면 좋겠다. 근데 사랑한다는 말에 안다고만 대답했을 때 소프가 움찔거렸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사랑한다고 하면 똑같이 사랑한다고 해줬으니까. 근데 지금은 예전이랑 상황이 아주 다르니까 왜 사랑한다고 얘기해주지 않냐고 투덜거릴 수도 없고, 체스가 또 장난을 친다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자니 지은 죄가 있어서 안절부절못했으면 좋겠다. 그게 다 느껴져서 체스 결국 작게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 내면서 나도 사랑한다고 말했던 거면 좋겠다. 그거 듣자마자 한 번 더 체스를 꽉 끌어안고 자기감정 전하는 소프가 보고 싶다. 다시는 이러지 않을 거라고. 네가 위험해질 것 같으면 반드시 자기가 구해줄 테니까 걱정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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