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사랑하던 고운 얼굴. 빛나던 머리카락, 차분하고 단정하던 옷차림. 전부 엉망진창이었다. 땋아 묶곤 하던 머리카락이 비죽비죽 삐져나와 엉킨 실타래처럼 목 뒤에 자리 잡았고, 뺨에는 커다란 손자국이 찍혀 있었다. 반쯤 벗겨지다시피 한 옷가지가 그녀의 성별을 또렷하게 나타냈다. 처음 보는 사내가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선 마구 휘두르고 있었다. 그녀
필안과 무구, 소녀는 하루가 무섭게 쑥쑥 자라났다. 살은 많이 붙지 않았지만, 골격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한결 성숙해졌다. 무구의 변화는 겉으로도 확 드러났다. 매일의 수련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얄팍하던 몸에 최소한의 근육이 붙자 빗자루를 휘두르는 폼이 제법 야무져졌다. 거기다가 원래부터 준수한 편이었던 외모가 급격히 발전해서, 그를 보려
그들이 소녀를 발견한 것은 어느 비 오는 날의 일이었다. 아역으로서 그들에게 주어진 일은 많았다. 불평불만 일절 없고 맡은 일을 성실히 수행하는 성격이라 더 그랬던 것 같다. 비가 오든 눈이 내리든 바람이 불든, 날씨의 좋고 나쁨을 가릴 것 없이 그들은 잡일을 부여받았다. 높으신 분들이 부리기는 더없이 편리한 도구나 다름없었으리라. 그날도 그
요즈음 범무구의 심기는 좋지 않았다. 생존자들은 물론, 감시자들마저 염려할 정도였다. 가벼운 욕을 퍼부으며 판자를 부수고, 생존자를 두더지 게임하듯 타격하는 모습은 만화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악당의 모습이었다. “저거 오늘따라 더 심하네.” “그러게 말이야. 원래 고상하지 못한 건 알고 있었지만.” 마지막 희망이 발동된 지 10초 만에 쓰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