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과 고백 썰
Modern Warfare Ⅱ - John "Soap" MacTavish Dream
01.
첫 만남은 제법 큰 규모의 임무가 끝난 후 경상을 입은 소프가 의료 팀을 찾아왔을 때. 근데 그날 소프 상처 봐준 사람은 다른 사람이고 정작 체스는 바쁘게 여기저기 돌아다녔겠지. 아픈 소리 한 번 안 내고 묵묵히 치료 받는데 어느 순간부터 체스가 자꾸 소프 시야에 걸리는 거지. 그런 체스 보면서 저런 사람이 있었던가? 근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착각인가. 하고 치료 받는 내내 체스 보느라 '또 다친 곳은 없어?' '이 정도면 됐나?' '약은 따로 없을 것 같네.' '중사, 지금 내 말 안 듣고 있지.' 하는 상대방 말에 어어, 어, 어, 하다가 잔소리 들을 것 같음. 대체 왜 이러나 싶어서 소프 시선 따라가면 영혼 없는 상태로 돌아다니는 체스가 있겠지. 그거 보고 어쭈? 싶어서 소프 멀쩡한 팔 툭 치면 그런 거 아니라고 시키지도 않은 변명부터 할 것 같음. 그렇게 체스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만 그날은 체스한테 말도 못 걸겠지. 너무 바빠 보여서. 말 걸어볼까, 할 때마다 누가 자꾸 체스를 부르고 체스는 그쪽으로 빠른 걸음으로 호다닥 가기 바빠서. 그거 잠깐 지켜보다가 그냥 다음에 한가할 때 마주치면 그때나 말 한 번 걸어야지, 하고 본인 갈 길 가겠지.
02.
소프는 친화력 좋아 보이니까 체스한테 말 거는 거 하나도 안 어려워했겠지 싶음. 몇 번 대화 하면 시답잖은 농담도 하면서 중위한테 그랬던 것처럼 주먹 쥐고 체스 어깨 콩 치기도 하고. 체스도 딱히 낯 안 가리고 사람들이랑 수다 떠는 것도 좋아해서 둘이 무난하게 대화할 것 같음.
03.
기지에서 마주치는 시간이 늘어나고 서로에 대해 아는 것도 많아질 즈음이면 호감을 더 빠르고 많이 쌓는 건 체스 쪽. 근데 소프가 워낙 성격이 좋아서 기지에 있는 웬만한 사람들이랑은 친하게 지내는 걸 알아서 크게 표현은 안 했을 것 같음. 그리고 소프 직업이 가지고 있는 위험성이나, 연애를 하게 되면 사내 연애가 된다는 점 때문에도 동료라는 틀 안에서만 좋아하려고 노력했겠지.
소프는 본인 감정을 체스보다 늦게 알았겠지. 그냥 착하니까, 조금 귀여우니까, 대화 하면 편하니까 좀 더 친해지고 싶은 좋은 동료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겠지. 그러다 본인 감정을 자각하게 되는 포인트는 대원 하나가 체스한테 고백했을 때. 대책 없는 진심이었든 질 나쁜 장난이었든 누가 체스한테 고백했다는 소문 듣자마자 얼굴 어두워지는 소프. 다른 사람들은 좋을 때라며, 용감하다며, 내일부터 병동 인력 하나 비면 어떡하냐고 장난스레 키득거리는데 소프만 조용히 있겠지. 옆에 있던 사람이 소프 표정 보고 괜히 이름 한 번 불러볼 정도로. 그럼 그제야 멋쩍게 하하 웃으면서 대화에 끼겠지.
04.
그날 내내 띨빵하게 구는 소프일 것 같음. 다행히 임무가 있진 않았겠지. 그래서 더 띨빵하게 군 것도 있겠지만. 아무튼 자꾸 멍때리고 대화 놓치고 물건 떨어트리고 나사 5개 정도 빠진 것처럼 행동해서 자꾸 그런 식으로 걸리적거릴 거면 가서 잠이나 자라고, 체력이나 아끼라고 한소리 듣기도 할 듯. 결국 못 참고 체스가 일하는 곳 알짱거리다가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 지나가면 슬쩍 다가가서 물어보겠지. "오늘 누가 일하다가 고백 받았다며?" 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미끼 던지는 소프랑 아무것도 모른 채 미끼 덥석 물고 "체스넛? 아까 장난 아녔지. 하루 정도는 생각이라도 해 볼 줄 알았는데 그 자리에서 바로 차더라. 매정하지?" 하고 대답해주는 메딕. 그럼 소프는 그 얘기 듣자마자 신나서 하던 일들 빠르게 마무리 하고 체스 찾아갈 것 같음. 원래 시간 날 때마다 찾아갔는데 오늘은 '그 고백 받아준 상태면 어떡하지?' 하고 삽질 좀 하느라 안 갔었던. 근데 이제 아니란 소식 듣자마자 냅다 찾아가는.
05.
다행히 체스는 한가해 보이겠지. 기분도 안 나빠 보임. 그런 체스 상대로 시시콜콜한 얘기하다가 눈치 보면서 고백 얘기 꺼내겠지. 그럼 체스는 거기까지 소문이 다 난 거냐며, 대체 어디까지 소문 난 거냐며, 그 대원 이제 어떻게 얼굴 들고 다니냐고 곤란해 보이는 표정으로 작게 웃겠지. 그런 체스한테 소프가 왜 거절했는지 물어보면 "나쁜 사람 같진 않았어. 그렇지만 잘 모르는 사람이잖아. 오늘 고백까지 해서 3번 말 섞어 봤나? 그래도 사람이라는 게 좀 친해져야, 아니, 음, 그리고 사내 연애는 좀 그렇잖아." 하고 대답함. 근데 체스 말이 끝나면 이제 둘이 서로 다른 포인트에서 약간의 패닉이 오면 좋겠다. 체스가 '좀 친해져야' 라는 말을 할 때 자기도 모르게 소프 힐끔거렸다가. 소프는 그런 체스가 귀가 조금 빨개진 줄도 모르고 '사내 연애 싫어한다고? 생각해보면 당연한가?' 하고 별안간 깊은 생각하다가. 그리고 그 짧은 사이에 소프는 또 충격 받겠지. '근데 나 지금 왜 충격 받은 거지?' 하고. 그렇게 그날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종일 또 멍때리면 좋겠다. 아까 잃어버린 나사 찾은 것처럼 행동하더니 그새 또 무슨 일이 있었길래 나사가 10개는 빠져 보이나, 하고 주변 사람들 혀 찰 듯. 그리고 멍때리다 못해서 141한테 헛소리 왕창 하면 좋겠음.
06.
"고스트."
"왜."
"사랑해본 적 있으십니까?"
"…Fxxking hell."
07.
"캡틴."
"?"
"사내 연애가 그렇게 나쁩니까?"
"…자네 뭐 잘 못 먹었나?"
08.
그렇게 띨빵한 질문 몇 번 더 던지다가 자각하겠지. 나 체스넛 좋아하는 구나, 하고.
09.
"이봐, 가즈. 있잖아. 이거 좀 뜬금없고 황당한 소린데."
"어."
"나 사랑에 빠졌나 봐."
"어, 그래."
"끝이야?"
"그럼? 나 지금 놀라야 해?"
"아직 누군지도―"
"체스넛 아냐?"
"?"
"그걸 모르는 사람이 있어? 그래서 매일 병동에 출석하던 거 아녔어?"
10.
맨날 폭발 다루고 문 터트리고 진입하는 사람 아니랄까 봐. 본인 마음 자각하고 나면 불도저 될 것 같음. 까여도 고백할까? 라는 생각도 해봤겠지. 근데 막상 체스 앞에 서면 얼굴 빨개지고 머뭇거릴 것 같음. 그 대원처럼 진짜로 까이면 어떡하지? 하고. 수 백번 생각하고 수 백 가지 방법 중 가장 최선을 골라서 행동하던 신중한 군인은 온데간데없고 한 동안 불타는 감자가 뚝딱거리면서 기지를 돌아다녔겠지. 근데 이 미묘한 기류를 체스넛이 모를 리가. 체스가 그 정도로 눈치가 없는 편은 아니니까. 둘이 처음 대화를 나눈 날, 이렇게 어색하진 않았으니까 모를 수가 없겠지. 그래도 한 번 정도는 내가 착각하는 거겠지, 하고 넘겼는데 소프가 두 번 세 번 이상하게 행동하니까 모른 척하기도 힘들 듯.
11.
"조니, 너도 나 좋아해?"
"…응." (전에 까인 대원 때문에 '너도' 라고 말하는 줄 앎.) (고백 전에 차이게 생겨서 우울함.)
"나도."
"응?"
"응?"
"???"
"???"
"Steamin' bloody Jesus… 맞아. 나 너 진짜 좋아해."
12.
그래서 애매하게 고백해버리겠지. 그리고 소프는 누가 고백했다고 말하기 애매한 고백 아닌 고백 두고두고 기억하겠지. 프로포즈는 꼭 자기가 멋지고 깔끔하게 해버리려고. 결국 고백 공격한 대원만 의문의 1패 당했다는 이야기. 근데 애초에 주변에서 몇 번 말려줬을 듯. 체스넛 소프랑 뭐 있는 것 같으니까 괜히 상처받지 말고 관두라고. 그리고 타이밍 잘못 잡은 것도 있을 듯. 최소한 체스가 한가할 때 왔으면 생각할 시간 좀 달라고 하면서 어떻게 말해야 정중하고 부드럽게 거절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했을 텐데 고백 받기 직전까지 바빴던 체스라 망설임 없이 잘라버렸던 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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