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하키 병
⛓️ 오키타 소고 / 🐶 카나에 유리
구토 중추 화피성 질환(嘔吐中枢花被性疾患). 일명, 하나하키 병.
열렬히 짝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꽃을 토하게 되는 병이다.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으며 짝사랑을 이루고 은색 백합을 토하면 완치된다고 한다.
*
꿀꺽.
오늘도 오키타 소고는 꽃을 삼켰다. 노란빛의 작은 꽃. 복수초라고 했던가. 짝사랑을 인정한 이후 잠복하고 있던 하나하키병이 꽃을 피워냈다.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일을 하다가도 문득문득 꽃은 존재감을 과시했다. 임무를 수행하다가 토가 나와 다치는 일이 생긴 후로, 소고는 꽃을 씹어 삼키는 버릇이 생겼다. 유리의 앞에만 서면 꽃이 울컥울컥 피어났기에 짝사랑을 숨기는 소고에게는 꽤나 괜찮은 버릇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소고는 오늘따라 목이 편안함을 느꼈다. 꽃이 나오지 않았다. 짝사랑이 끝나기라도 했단 말인가? 소고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유리는 편의점 밖을 정리하고 있었다. 소고는 부러 인기척을 냈다. 유리가 돌아보았다. 자신을 발견하고 밝아지는 안색. 곧게 위로 뻗는 팔. 흔들거리는 하오리 자락. 꾸미진 않았지만 깔끔한 옷차림.
🐶 소고~!
여전히 두근거리는데. 병은 무슨 이유로 꽃을 피워내지 않는가?
소고는 고민했고, 그 와중에도 유리의 행동에 날카롭게 반응했다. 어쩌다가 닿을라치면 움찔 놀라는 것. 손을 빤히 바라보는 것. 다른 때보다 상기된 볼 같은 것. 소고는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네가 나를 좋아하게 됐구나.
그 이후는, 뭐. 도망치고, 도망치고, 잡히고. 소고는 이 싸움에서 패배를 인정했다.
⛓️ 난…나는…….
🐶 너는?
⛓️ 유리, 너를….
🐶 응, 나를?
⛓️ …좋아해.
🐶 나도. 너를 좋아해.
거대하고 행복한 패배감이 소고를 짓눌렀다. 그때였다. 유리가 콜록, 하고 은백합을 토해낸 것은.
🐶 꽃…?
유리가 영문을 모르고 고개를 갸웃거릴 때였다. 소고 또한 콜록, 하고 은백합을 토해냈다. 유리가 뒤늦게 이게 하나하키병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은백합은 완치의 상징인데…. 자신은 한 번도 꽃을 토해낸 적이 없다. 게다가 꽃이 왜 이 순간에 나온단 말인가?
소고 또한 은백합을 토해냈다. 그리고 유리는 알아차렸다. 자신이 소고를 좋아하기 전부터 소고가 자신을 좋아했기 때문에, 자신은 줄곧 사랑받아 왔기에 한번도 꽃을 토하지 않았음을.
유리는 고백 후의 머쓱함이나 어색함이고 뭐고, 눈앞의 쫄딱 젖은 자신의 남자가 지독하게 사랑스러워졌다.
유리는 조심스럽게 얼굴을 가까이 맞댔다.
쏴아아―.
쏟아지는 비와, 눅눅한 공기, 젖은 옷 때문에 느껴지는 서늘함. 그에 반대되는 따뜻한 입 안. 첫키스는 고백과 함께 찾아왔다.
끝!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