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 반전AU
⛓️ 오키타 소고 / 🐶 카나에 유리
편의점 주인 오키타 소고
병약한 누이가 고향에 있다.
진선조 1번대 대장 카나에 유리(등록증에는 곤도 유리라고 적혀 있음)
아르타나를 이용해 사람을 치료할 수 있다는 비밀이 있다.
*
진선조 근처에 편의점이 문을 열었다. 그 주인은 오키타 소고. 미인을 좋아하는 진선조 1번대 대장, 유리는 매일 그곳에 출근도장을 찍었다.
단골과 가게 주인. 딱 그정도의 사이였다. 유리는 소고에게 흑심을 품지 않았고, 소고는 유리가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소고가 장을 보고 돌아가는 길에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는 것을 본 것은. 웅성대는 사람 틈 사이로, 소고는 보았다. 골치 아프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리고 담배를 꼬나무는 유리의 모습을. 소고는 허허실실하는 단골의 낯선 모습에 유리를 빤히 쳐다보았다.
시선을 느낀 유리가 눈동자만 굴려 그쪽을 보았다. 눈이 마주쳤다. 유리는 고개를 까딱, 하고 다시 사건현장으로 눈을 돌렸다.
두근. 두근.
소고는 생각했다. 길들이고 싶다.
소고는 생각만으로 끝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소고는 살살 유리를 꼬드기기 시작했다. 눈웃음을 쳤으며, 슬쩍 스킨십을 늘려갔고, 당신에게 호감이 있음을 표했다. 유리는 금새 눈치를 챘다. 나쁘지 않았는지 유리는 늘 하던대로 출근도장을 찍었다.
둘은 친밀해졌고, 시선을 주고받았으며, 술을 마셨다…. 뭐, 사고 쳤다는 말이다. 그것을 계기로 둘은 섹파가 되었다. 가끔 땡기면 데이트도 하는. 소고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유리를 길들였다. 유리는 아무래도 좋았다. 자신에게 잘생긴 주인님이 생겼다! 애교를 잔뜩 피웠다.
소고는 잠겨갔다. 유리가 표하는 사랑에. 단순한 개가, 사랑스러운 멍멍이가 되었다. 나만의 귀여운 강아지. 소고는 단순한 SM 파트너로 만족할 수 없어져갔다. 소고는 정식으로 유리를 들일 생각을 했다. 호시탐탐 타이밍을 노렸다. 어째 입 밖으로 내기 힘들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유리 쪽에서 관계의 끝을 고했다. 이런 애매한 관계는 그만두자고. 소고는 일말의 기대를 품으려 했으나, 수줍은 얼굴이 아니라 어두운 안색인 것을 보니 자신과 같은 생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소고 군, 우리 이런 관계 그만두자.
⛓️ …왜요? 내가 그쪽을 한 번도 만족시켜주지 못한 적이 있던가?
🐶 그건 아니지만…. 나, 진지하게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생겼어.
쿵.
소고는 심장이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나는 당신밖에 없는데. 내 개가 나 모르는 사이에 다른 인연을 만들어 왔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이대로 보낼 수는 없었다.
⛓️ 진지한 관계가 필요한 거면 나랑 만나요.
🐶 너는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니잖아.
⛓️ 내가요? 난 유리 씨를 좋아해요.
🐶 아니야, 소고 군. 넌 그냥 잘 길들인 개가 떠난다니 아쉬운 것 뿐이야.
떼 쓰는 어린 애를 달래는 어투. 소고는 기가 찼다.
무슨 말이든 먹히지 않았다. 그렇게 유리는 일방적으로 관계의 끝을 고했다. 유리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소고는 망부석처럼 앉아만 있었다.
어떻게 붙잡지.
소고는 그것만을 생각했다.
유리는 자신에게 진지하게 대시하고 있는 남자를 떠올렸다. 비록 S도 아니고, 소고보다 못생겼지만, 자신을 좋아한다.
소고와의 관계에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이 젊은 나이에 섹파만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연애도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유리는 조심스럽게 모브에게 다가갔다. 풋풋한 느낌. 설렌다기보다는 두근거렸다. '연애'의 정석을 따라가는 이 행위가 재밌었다.
썸을 타는 나날들이 이어졌다. 그러나 유리는 뭔가가 이상함을 느꼈다. 대원들이 자신을 보며 수군댔다. 친한 대원들에게 물었다.
🐶 나 무슨 잘못이라도 했어? 왜 이렇게 수군거려?
👤 …직접적으로는 말 하지 말라고 했는데... 아이씨. 대장! 대장, 양다리 걸친다면서요?
🐶 뭐? 양다리? 내가?
👤 그래요! 요즘 요 근처 편의점 사장님, 완전 죽상이더만.
소고 군이? 걔가 왜? 유리는 혼란스러웠다.
👤 둘이 찰싹 붙어 다니고, 사귀는 거잖아요. 나릉 비밀 연애인 것 같아서 우리 다 입 다물고 있었는데, 그걸 틈타서 양다리는 좀 아니지.
🐶 아니, 나랑 소고 군은….
사귀는 게 아니라 섹파였어? 단순 SM파트너였어? 뭐라 말해도 이상한 말이었다. 유리가 말을 얼버무리자 대원은 유리에게 말했다.
👤 자기한테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더라고요. 복 좋은 줄 알아요, 대장! 우리 처지에 지고지순이라니.
어버버. 유리가 할 말을 찾지 못하는 사이, 대원은 갈 길을 갔다. 유리는 혼란스러웠다. 자기는 일단 지금 모브와 썸…을 타고 있는데다, 분명 소고 군과는 정리를 했는데?
유리는 멍하니 편의점으로 향했다. 밖에 서서 계산하는 오키타를 보았다. 약간 패인 볼. 퀭한 기색이 보이는 눈가. 처, 처연미 있어…. 유리는 이상한 생각을 했다.
소고는 유리를 발견했다. 당혹스러워하는 얼굴. 걸렸다. 소고는 일부러 조금 굳은 얼굴로 밖으로 나섰다. 계산하던 대원은 눈치를 보다가 얼른 둔영으로 뛰어갔다. 특종이다.
⛓️ …왜 왔습니까?
🐶 어? 왜 왔냐고? 어어, 그게. 우리가 사귄다고, 막, 네가 날 기다린다고. 이상한 헛소문이 돌아서. 뭔가 싶어서 왔어.
유리는 횡설수설했다. 소고는 얼른 틈새를 파고들었다.
⛓️ 진짜로 기다렸다는 생각은…안 해봤어요?
뭐? 유리는 얼이 빠졌다. 소고는 부러 눈을 내리깔았다.
⛓️ 기다렸어요, 계속.
유리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소고는 꼭 그만큼 가까이 갔다. 유리는 결국 휙 뒤돌아 뛰쳐가려 했다. 소고가 붙잡았지만.
⛓️ 가지 마요.
두근.
유리는 설렜다. 이깟 일반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생각도 못 할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 날…기다렸어?
⛓️ 네. 줄곧.
패인 볼과 퀭한 눈가가 다시 보였다. 뭐, 분노 탓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서 몸이 상한 거지만, 유리는 그런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 …몸이 많이 상했네.
유리는 소고의 볼을 쓰다듬었다. 소고는 약한 척 눈을 감았다. 안쓰러워 보이도록. 유리는 마음이 약해졌다. 얘, 진심이었나?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나? 그것에 못박은 것은 소고였다.
⛓️ 유리 씨가 날 떠나고 나서…다시 깨달았어요. 나는 당신을…좋아해요. 이걸 단순한 소유욕으로만 보지 말아줬으면 해요. 진심이니까….
유리는 소고가 안쓰럽고 사랑스러웠다. 자신이 상처를 주었다. 유리는 소고를 끌어안았다.
🐶 미안해, 소고 군. 네 마음을 내가 멋대로 단정지어 버려서.
⛓️ 다시 돌아와주는 겁니까?
🐶 …응. 그래도 된다면. 내 연인이 되어줄래, 나의 주인님?
됐다. 소고는 속으로 환호했다. 소고는 비죽 올라가는 입꼬리가 안 보이게 유리를 마주 껴안았다.
뭐, 둘은 그렇게 정식으로 연인이 되었답니다. 유리는 소고를 마음 고생 시킨 죄로 잔뜩 벌을 받았다고 해요. 메데타시, 메데타시.
끝!
역할 반전 소고유리의 소고 : 소유욕>애정
원작 소고유리의 소고 : 소유욕<애정
역할반전 소고유리는 소고가 유리의 행동에 제어를 가해요.
이거 하지 마라, 누구 만나지 마라. 역할반전 소고의 행동범위가 유리보다 작기 때문이죠. 철창에 유리를 가둬놓고 싶어 해요.
돈도 유리가 더 잘 벌고, 누이도 치료해주고. 멋진 일을 하고. 자신은 기다릴 수밖에 없고. 다소의 열등감을 소유욕으로 풀어요~ 못돼먹은 소고랍니다~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