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른] 속이 답답할 땐 식도염을 의심해라 (2)
하나하키 소재 긴른 - 21년도 글 재업
에서 계속됩니다.
시간이 흘러 어수선했던 상황이 진정되고, 신파치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래서, 히지카타 씨는 아니고……. 다른 사람들은 아는 거 없어요?”
“이제 내 차례인가.”
오키타가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서며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그는 그리고 혀로 제 입술을 축이며 성큼성큼 긴토키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긴토키는 그런 오키타를 보며 엉거주춤 뒷걸음질 치며 말했다.
“으엥? 갑자기 왜?? 저기, 넌 절대로 아니니까 말이야……. 아니, 그런 식으로 오지 말아주라. 좀 무섭다고? 부탁이니까, 야!”
오키타는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고개를 오만하게 기울였다.
“저도 별로 기껍진 않지만, 형씨를 살리려면 어쩔 수 없잖아요? 빨리 애원해보시죠? 키스해달라고.”
“뭔 소리야 그게!”
“모른 척하지 마시죠? 일주일 전에 있었던 일 기억 안 나요?”
오키타의 마지막 말은 해결사에 파동을 불렀다. 신파치와 카구라가 오키타를 향해 상체를 가까이하며 관심을 보였다.
“일주일 전이라니, 또 무슨 일이…….”
“빨리 말하라, 해."
카구라와 신파치의 재촉에도 여유를 부리며 뜸을 들이던 오키타는 파란 안색의 긴토키가 말하지 말라는 몸짓을 보이는 것을 본 후에야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일주일 전…….“
* * *
『 그날은 석양이 지는 오후였습니다.
나는 비번은 아니었고, 그냥 땡땡이치고 있으니 저 멀리서 형씨가 스쿠터를 타고 다가오더군요.
별생각 없이 계속 쳐다보니까 형씨가 말을 걸던데요.
“왜 그렇게 쳐다봐?”
“그냥요.”
“뭐?”
“그냥 쳐다봤다고요.”
“아…, 그냥? 뭐……. 알았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형씨는 저에게 할 말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계속 그냥 쳐다봤죠.
형씨는 한숨을 내쉬면서 잠시 시선을 바닥에 두다가 큰 결심을 한 듯 제 눈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그럼 한마디만 하지.”
“뭔데요?”
“시켜줘”
“뭘요?”
“소이치로 명예 도M.”
그날 우리는 달이 떠오르고 질 때까지
여관방에서 함께 있었습니다. 』
* * *
“장난하냐!! 저런 성의 없는 패러디를 누가 믿어!”
긴토키는 그렇게 말하며 소리쳤지만, 안타깝게도 다른 사람들은 전부 오키타의 말을 믿는 눈치였다. 물론 긴토키의 말보다는, 마지막 증언을. 사람들은 긴토키에게 한마디씩 건넸다.
“기……긴 상, 설마…. 오키타 씨와….”
“어이, 도S. 하룻밤으로 긴쨩의 마음을 빼앗은 거냐, 해.”
“어이, 해결사. 멘트에 기합이 잔뜩 들어갔는데?”
긴토키는 해결사에 있는 사람들을 비참한 표정으로 둘러보더니 머리를 쥐어뜯으며 천장을 향해 소리 질렀다.
“왜 이걸 믿는 거냐!!”
오키타는 긴토키의 반응을 즐겁게 지켜보다 성큼 더 다가갔다. 그를 피해 뒷걸음치던 긴토키가 소파에 다리가 걸려 주저앉자, 오키타는 입꼬리를 올리고 긴토키의 위에 올라타며 말했다.
“이제 인정하시죠, 형씨. 더 늦으면 애원해도 상을 안 줄 거에요.”
“필요 없다. 떨어져 이 자식아!”
긴토키의 반응에도 꿈쩍하지 않은 오키타는 긴토키의 뒷머리를 잡아 자기 쪽으로 당기며 서로 고개를 가까이했다.
“그럼 벌이라고 생각하던가요.”
그의 말이 끝나고, 긴토키가 뭐라 대답할 틈도 없이, 긴토키의 입술은 오키타에게 삼켜졌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지, 오키타는 긴토키에게 집중하며 그의 점막과 입천장을 사정없이 훑고 혀를 빨아당겼다.
긴토키는 당황해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고, 그런 그의 가쁜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 되어서야 오키타는 그를 놓아주었다.
- 하아. 하.
오키타에게서 떨어진 긴토키는 자유가 된 입으로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숨을 골랐다. 그리고 그가 미처 삼키지 못해 옆으로 흐른 침을 손등으로 거칠게 닦아냈다. 오키타를 노려보던 긴토키는 곧 찾아오는 신호에 바로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키타는 긴토키의 위에서 내려오며 얌전히 반응을 기다렸다.
‘자, 토해라. 내가 이겼다는 증거를 토해!’
긴토키가 꽉 쥐여 잡은 소파 천의 주름이 짙어졌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눈을 가린 그의 앞머리가 흔들렸다.
“커억. 켁.”
긴토키는 상체를 비틀고 고통스러운 얼굴로 잠시 숨만 내뱉다 입에서 무언가를 쏟아내었다.
하지만 그것은 오키타가 기다리던 황금 꽃이 아니었다.
그것은 지옥에서 기어 나온 것 같은, 불길하고 끔찍한 분위기를 가득 가진 무언가였다. 알 수 없는 정체의, 상상하지도 못한 것을 목격한 사람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이. 이게 뭐예요?! 무슨 이런 무서운 게 나와?!?!”
“으으. 뭔진 모르겠지만 끔찍하다, 해.”
주변을 점차 검게 물들이던 정체불명의 물질은 갑자기 한곳으로 뭉치더니 이번엔 주변을 빠르게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신파치와 히지카타가 소리쳤다.
“으아아악! 블랙홀! 블랙홀이 됐어요!!”
“어이이이 오키타 이 자식아! 뭘 만들어 낸 거야!!”
공간을 빨아들이기 시작한 블랙홀은 해결사 사무소의 사람들까지 잡아먹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당겨지기 시작한 것은 블랙홀과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긴토키였다.
“긴 상!”
“긴 쨩!”
저것을 토한 직후 정신을 잃은 그를 카구라와 신파치가 붙잡았고, 히지카타는 신파치를, 오키타는 카구라를 붙잡고 남은 한 손으로는 기둥을 잡은 채 버텼다.
하지만 블랙홀의 위력은 매서웠고, 오키타의 인내심이 가장 빨리 닳아 없어졌다.
“더는 무리에요. 차이나. 잘 가라!”
빠르게 포기선언을 외친 오키타가 카구라를 잡은 손에 힘을 빼려고 하자 카구라는 긴토키를 잡을 손을 놓고 대신 오키타의 머리카락을 잡아 매달렸다. 머리채를 잡은 오키타가 비명을 질렀다.
“아야야야야야야야야야야야야야야야야야!!!”
“어이이이 이 싸이코 도S자식아!!! 죽더라도 네놈만은 꼭 데리고 죽을 거다, 해!!!”
“어이이이이이 카구라! 그렇게 갑자기 긴상을 놓으면 어떡하냐아아!”
갑자기 긴토키를 붙잡은 손에 무게가 더 실려 소리를 친 신파치는 긴토키를 더 강하게 붙잡았다. 하지만 의식이 없어 축 늘어진 긴토키는 상당히 붙잡기 힘들었고, 손은 계속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으윽…! 긴 상…!”
결국, 신파치는 긴토키를 놓치고 말았고, 그는 블랙홀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긴 상!!!”
“긴 쨩!!!”
해결사 아이들이 절망적인 목소리로 긴토키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그리고 긴토키가 블랙홀에 닿기 전, 블랙홀에서 갑작스러운 폭발이 일어났다.
-쾅!
* * *
“으으……. 뭐야….”
블랙홀은 폭발로 인해 사라졌다.
폭발한 해결사 사무소 잔해 속에서 깨어난 신파치는 머리를 붙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블랙홀이 있던 자리에는 한 우주선이 박혀있었다. 앞부분이 파손된 우주선을 신파치가 멍하니 쳐다보고 있으니, 곧 문이 거칠게 열리며 한 남자가 굴러 나왔다.
사카모토였다.
그가 벌떡 일어서서 인사했다.
“아하하하! 킨~토키! 잘 있었는감?”
“……아뇨. 긴 상은 그쪽 발밑에 있는데요.”
사카모토가 왼 쪽 발을 들어 올리자 아래에 반쯤 바닥에 묻혀있는 긴토키의 은발이 드러났다. 아까의 폭발로 정신이 들었는지, 긴토키는 고개를 돌리며 부들대는 입꼬리로 사카모토를 불렀다.
“이 자식아……!”
“아하하하! 잘 지냈나 보구먼!”
“넌 이게 잘 지낸 것처럼 보이냐?!”
“앗핳핳핳핳핳!”
-쳇.
몸을 일으킨 긴토키는 좀 전까지 뻗어있던 자리에서 양반다리로 앉았다. 그가 말했다.
“그래서 네놈은 왜 온 거냐.”
“당연히 도와주러 왔지. 키스가 필요하다 하지 않았나?”
“뭐? 안 필요해! 넌 그걸 언제 들은 거야? 언제 저놈까지 알게 됐어?”
긴토키가 사카모토에게 소리치며 구라파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물론, 둘은 딴청을 피우며 시선을 피했다. 사카모토가 웃으며 말했다.
“안 필요하긴. 사랑하는 사람한테 키스를 받아야 산다며.”
인상을 쓰면서 해결사들을 노려보던 긴토키는 사카모토의 말에 다시 그를 바라보았다.
“아, 그래…. 그렇지. 근데 그게 네 녀석이겠냐고!”
“에? 아닌감?”
긴토키는 사카모토의 얼빠진 대답을 듣고선 그의 뒤통수를 때리며 말했다.
“무슨 자신감이냐???”
“자신감이 아니라, 사실이지. 킨토키 자네가 먼저 고백했잖나.”
사카모토의 입에서 또 한 번 충격적인 사실이 터졌다. 긴토키와 신파치가 사카모토를 향해 말했다.
“하? 내가 언제!”
“예? 고백이요?”
카구라는 사카모토에게서 다시 긴토키를 향해 시선을 돌리고 그에게 물었다.
“긴 쨩, 언제 고백했냐, 해?”
“안 했어!”
긴토키는 당연히 부정했다. 긴토키의 대답을 들은 사카모토는 소리 내 웃었다. 그리고 선글라스를 벗어 긴토키와 눈을 맞추었다. 그의 눈빛은 장난기가 빠져있었다.
“했다. 4일 전에.”
* * *
『 그날은 별이 흐르는 밤이었다.
지구에서의 거래를 끝내고 잠시 킨토키를 볼 겸 해결사를 찾아갔지.
가보니 킨토키가 난간에 팔을 걸치고 나를 기다리고 있네?
내가 올 줄 어떻게 알았나 신기해서 쳐다보니까 녀석이 말을 걸었어.
“왜 그렇게 쳐다봐?”
“날 기다리고 있었나, 킨토키?”
“아니, 뭐. 별로.”
“그럼, 여기서 뭘 하고 있는겨?”
킨토키는 잠시 뜸을 들이다 대답했다.
조금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지.
“날이 좋아서.”
“그래?”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뭐가 어떻다고??”
“…시켜줘. 사카모토 명예 도깨비.”
그날 우리는 달이 떠오르고 질 때까지
킨토키의 방에서 함께 했지. 』
* * *
“아니 이젠 뭣도 아니게 됐잖아! 뭘 합치고 있는 거야!!”
“기…. 긴 상, 설마…. 사카모토 씨와…….”
“됐어! 그만 물어봐!!!”
“형씨, 저 사람의 하룻밤을 빼앗은 거예요?”
“어이, 긴 쨩. 멘트에 기합이 잔뜩 들어갔다, 해.”
“제발 그만하라고!!”
사람들의 반응에 긴토키가 자신의 뒷머리를 쥐어뜯으며 엎드린 채로 왁왁댔다. 그걸 보던 사카모토는 긴토키의 등 위에서 그의 턱을 잡아 부드럽게 고개를 젖혔다. 긴토키의 시야에 사카모토의 얼굴이 거꾸로 보였다.
“자, 자. 킨토키, 진정해. 일단 키스해보면 알게 되지 않겠남?”
“너, 하기만 해ㅂ…헙.”
긴토키의 위협이 삼켜지고, 보는 사람의 손발을 녹일 것 같은 달달한 키스가 이어졌다. 입술과 눈과 이마, 광대와 턱까지 짧게 닿았다 떨어지는 키스로 시작한 사카모토는 슬며시 긴토키의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살짝 벌어지는 틈으로 들어간 혀는 긴토키의 것을 감았다.
농밀하고 거칠어 정신이 없었던 오키타 때와는 다르게, 이것은 다른 의미로 정신이 날아갈 것 같았다.
“그…. 그만……. ㅇ….”
긴토키가 사카모토의 어깨를 더듬으며 밀어냈다. 사카모토는 입꼬리만 올리며 그가 손으로 감싼 긴토키의 볼을 톡톡 쳤다. 키스는 멈추지 않았다.
“그만…. ㅎ…. 그만이라고 했잖냐!!”
인내심에 한계가 온 긴토키는 주먹을 쥐고 올려붙여서 사카모토의 정수리를 찍었다.
긴토키의 주먹에 사카모토는 우주선으로 향해 날아갔다. 사카모토를 날려버리고, 긴토키는 젖혀져 있던 고개를 바로 하고 헛숨을 들이켰다.
“허윽….”
침과 위액만 뱉어내던 긴토키는 무언가 목에 걸린 듯 캑캑대다 토해냈다.
그것을 끝까지 바라보던 사람들은 긴토키가 토해낸 것을 보고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참 숨을 고른 긴토키도 자신이 무엇을 토했는지를 확인했다. 황금 꽃은 아니었다.
긴토키의 속에서 나온 것은 카츠라였다.
다음화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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