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스테 드림 단편 모음집

동급생은 나의 연적! ~1학년 A반 편~

에이스 트라폴라&듀스 스페이드 드림


* 드림 북스토어 합작 시즌3 제출작

“앗, 거기 두 사람! 잠깐 이리 와봐~!”

 

타박타박. 조금 거리를 두고 떨어져 걷던 에이스와 듀스는 등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멈춰 섰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자신들을 부르고 있는 건가. 주변에 보이는 게 손을 흔들고 있는 케이터 뿐임을 확인한 둘은 슬쩍 눈빛을 교환하더니 발걸음을 옮겼다.

 

“무슨 일이세요, 다이아몬드 선배?”

“저희 장미 칠하러 가야 해서 바쁘니까, 간단하게 말해줘요.”

 

듀스의 대답은 그나마 예의를 차리는 흉내라도 냈는데, 에이스의 대답에선 숨길 수 없는 귀찮음이 느껴진다.

케이터는 그 솔직한 에이스의 반응에 실소가 터질 뻔했다.

저 노골적인 반응은 자신을 상대하는 것 자체가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 안 그래도 기숙사 업무로 바쁜데 불려 세워진 게 싫은 거겠지. 저 또한 1학년 후배였던 적이 있는 케이터는 굳이 태도를 지적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볼일만 말했다.

 

“이거, 아이렌에게 빌렸거든. 둘 중 시간 나는 사람이 대신 좀 돌려줄래? 고맙다는 말도 해주고.”

 

케이터가 내민 것은 작은 플라스틱 케이스였다.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딱 봐도 무거워 보이는 물건은 아니었다.

이런 비싸 보이지도 않고 자질구레한 물건이라면 얼마든지 대신 전달해 줄 수 있다. 물론, 아이렌의 물건이라면 잃어버리면 큰일 나는 귀한 것이라도 잘 보관했다가 전해 줄 수 있지만.

여러모로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듀스는 부탁에 싹싹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었다.

 

“네, 그럼 제가…….”

“제가 할게요, 케이터 선배!”

 

그러나 거절할 이유가 없다는 건 에이스도 똑같았기 때문일까. 듀스가 케이스를 가져가기 직전, 에이스가 먼저 선수를 치고 만다.

놀라운 속도로 물건을 챙기는 에이스의 손놀림을 본 듀스는 할 말을 잃은 채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나, 그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으니. 얼떨결에 새치기를 당한 듀스는 이 불합리를 참지 않고 곧장 상대에게 항의했다.

 

“뭐야. 내가 먼저 말 꺼냈잖아?”

“이미 물건은 내 손에 있는데? 애초에 누가 전해주든 상관없잖아?”

“그러면 내가 하면 되는 거 아냐? 네가 언제부터 그렇게 친절했나 모르겠는데, 에이스.”

“그러는 너는?”

“나는 늘 모범생답게 친절하게 행동하려고 한다만?!”

 

과연 그럴까. 두 사람의 말다툼을 지켜보던 케이터는 속으로 반박했다.

만약 상대가 아이렌이 아니었다 해도 이렇게 선뜻 나섰을 것 같지는 않은데. 선배의 부탁이고 남을 돕는 일이니 결국 수락하긴 해도, 에이스가 대신 나서는 걸 불쾌하게 여기진 않았겠지.

하지만 그렇게 치면, 에이스 또한 아이렌이랑 연관된 일이라 끼어든 거니 모든 건 무의미한 가정인가.

아웅다웅하는 후배들을 흥미진진하게 보던 케이터는 안 그래도 뜨거운 두 사람의 싸움에 장작을 던져넣었다.

 

“그러고 보니, 둘 중 누가 더 아이렌이랑 친해?”

 

만약 이 질문을 다른 이들에게, 그래, 예를 들어 자신과 같은 3학년들 사이에 했다면?

아마 이건 그렇게 효과적이지 않은 도발이 됐을 거다.

빌은 ‘물을 가치도 없는 질문이다’라는 식으로 갈무리할 테고, 루크는 ‘그건 아이렌 군이 알겠지!’ 같은 식으로 답해 교묘하게 빠져났을 테니까. 말레우스나 레오나는 무슨 당연한 이야기를 하냐는 듯 비언어적 수단으로 대꾸한 후 입을 닫을 거 같으니……. 이런 건 어리숙한 후배들에게 밖에 못 써먹지.

케이터의 생각은 적중했다. 가볍게 던진 그 질문에 눈을 번뜩 뜬 에이스와 듀스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당당히 외쳤다.

 

“그거야 당연히 저죠.”

“접니다!”

 

그 이후에는 끼어들 틈도 없이, 두 경쟁자는 알아서 서로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케이터는 제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음에도 벌어지는 열띤 토론회를 웃음을 꾹 참을 채 바라볼 뿐이었다.

 

“듀스, 너 그거 무슨 자신감이냐?”

“그건 내가 할 말인데? 네가 왜 더 친하다고 생각하는 건데?”

“그거야 너보다는 내가 먼저 아이렌이랑 만났으니까!”

“하, 고작 몇 시간 먼저 만난 것 가지고……. 게다가 첫인상이 좋았던 것도 아니잖아?”

 

‘윽!’ 마지막 말이 꽤 찔리는 건지 에이스는 잠깐 말을 잃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에이스가 아니었으니. 금방 평정심을 되찾은 그는 곧바로 역공을 해왔다.

 

“너 아이렌이랑 단둘이 영화 보러 간 적 있냐?”

“그게 뭐 특별한 일이라고? 아이렌은 선배들이랑도 둘이서 영화 보러 가잖아.”

“그래서 넌 보러 간 적 있냐고.”

“있긴……, 하지!”

 

저렇게 말을 더듬는다는 건 무언가 애매한 부분이 있는 경험일 가능성이 크다. 다른 이들이라면 약간의 조건만 충족했어도 당당하게 ‘있다’라고 단정 지어 말했겠지만, 모범생이 되고 싶어 하는 듀스라면 거짓말하는 게 마음에 걸려 저러는 거겠지.

우물쭈물 말을 흐린 듀스는 양심에 찔리는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반격으로 상황을 뒤집었다.

 

“그러는 에이스 넌 아이렌이랑 같이 쇼핑간 적 있어?”

“있거든! 같이 가서 옷도 샀거든?!”

“뭐라는 거야? 아이렌이 옷을 왜 사?”

“아이렌이 샀다곤 안 했는데? 내 옷 사는 거 골라줬다, 왜?”

“나한테도 옷 골라준 적 있거든?”

 

누구 하나 쉽게 항복하지 않는 말다툼을 관람하던 케이터는 슬쩍 창밖을 보았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장미의 미로에는, 이미 장미를 칠하고 있는 다른 1학년 학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일손이 부족해 일정이 밀리면 모두가 불행해진다. 특히 사감인 리들은 시간까지 일이 끝나있지 않으면, 또 머리끝까지 새빨갛게 열이 올라 유니크 마법을 난사하겠지. 그러니 슬슬 싸움을 말리고 보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런 말 하면 안 되지만…….’

 

이 녀석들 사랑싸움은 언제 봐도 재미있다. 다른 일로 티격태격할 때는 적당히 입씨름 하다가 관두는데, 아이렌과 관련된 일 앞에선 절대 지고 싶지 않아 하지 않나. 자신도 1학년 A반이 되어 종일 구경하고 싶을 정도다.

아, 역시 심부름시키길 잘했다. 제가 빌린 반짇고리는 금방 돌려주지 않는다고 해도 문제가 될 정도로 중요한 물건도 아니고, 언제든 학교 안에서 마주치면 돌려줄 수 있으니 남에게 시킬 일은 아니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두 사람에게 부탁해 본 게 정답이었다.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도파민에 ‘딱 5분만 더’라고 생각한 케이터는 스마트폰의 시계를 힐끔거렸다.

 

‘생각해 보니, 내가 말린다고 말려지려나 모르겠네.’

 

에이스와 듀스의 싸움을 말리기 위해선 리들이나 아이렌을 불러오는 게 제일 효과적이다. 리들은 권위와 힘으로 조용하게 만들게 하고, 아이렌은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걸 이용해 분위기를 풀어버리니까. 목소리 한번 높이지 않고 능청스럽게 웃으며 두 사람의 팔을 끌어안는 아이렌과 금방 입을 다무는 후배들을 몇 번이나 보았던 케이터는 제 턱을 매만졌다.

 

‘분명 동갑인데도 아이렌만 어른 같아 보이는 건, 기분 탓인가.’

 

뭐. 덕분에 좋은 중재자가 되어 주니 다행이지 않을까. 셋의 정신연령이 비슷했다면, 자신도 웃어넘길 수 없었을 테니까.

짓궂은 선배의 마음을 알 리 없는 두 후배는, 여전히 주도권 싸움에 열중할 뿐이었다.


작품소개

온라인에서 열풍을 불러온 「동급생은 나의 연적!」시리즈. 드디어 서적판 발매!

제 짓궂음을 귀여워하는 상대는 처음인 에이스 트라폴라. 숙맥이지만 첫사랑 앞에선 물러설 수 없는 듀스 스페이드.

서로에게만은 절대 지고 싶지 않은 두 남자 사이에서 가장 곤란한 건 역시 아이렌?!

삼각관계 부흥 프로젝트, 「동급생은 나의 연적!」 시리즈, 제1탄!


댓글

voll*** (★★★★★) / 모든 시리즈 물은 1편이 근본이라는 걸 이 책이 또 증명한다. 역시 사랑 싸움은 유치한 게 제일 맛있다.

J00n*** (★★★☆☆) / 아무래도 1학년 아가들 싸움이라 고자극은 부족하지만, 알콩달콩한 게 귀여움. 고자극 원하면 고학년 거 부터 ㄱㄱ

9DeK*** (★★★★☆) / 1-A편의 진짜 재미는 에듀스의 사랑 싸움 그 자체보다는, 그 둘 부추기는 주변 사람들인 거 같음. 다들 부채질 마스터임ㅋㅋㅋㅋ


작년에도 했던 그 시리즈

마음 같아서는 한 편 더 쓰고싶었는데... 본업이 바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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