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스테 드림 단편 모음집

14일의 추억, 10월 편

제이드 리치 드림


* 트친과 하는 1년 장기 프로젝트(https://1yearcollabo2.creatorlink.net) 에 제출한 작품입니다.

“선배, 이게 뭐예요?”

 

아이렌은 모스트로 라운지의 바(Bar) 테이블 위에 줄지어 놓인 병을 가리켰다.

불투명한 병에 붙은 라벨에 인쇄된 글자의 폰트가 고급스럽다. 음료의 이름으로 추정되는 글자 아래, 오두막과 농부로 추정되는 사람이 그려진 그림 또한 투박하지만 멋스러운 느낌을 더했다.

제이드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아이렌에게 온화하게 미소 지으며 답했다.

 

“와인입니다.”

“아니, 그건 보면 알아요. 문제는 술이 학교 안에 있어도 되냐는 거죠.”

“아하.”

 

과연,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 한 건가. 어차피 문제가 생겨도 제 기숙사에서 감당할 일인데, 참으로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제이드는 이해했다는 듯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아이렌이 안심할 수 있게 잘 설명해 주었다.

 

“걱정하지 마시기를. 이건 무알콜 와인입니다.”

“그런 거였어요?”

“예. 정확하게 말하자면,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의 사람에게만 취기가 도는 와인이죠.”

“그런 게 가능해요? 마법이란 굉장하네요.”

 

신기해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이 와인은 마법이 익숙한 이곳 세계 사람들도 신기해하는 제품이었으니까.

제이드는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병을 들고 와인을 살펴보는 아이렌의 바로 옆으로 다가와, 영업사원처럼 조잘거렸다.

 

“아줄이 싼 가격에 몇 상자 구해와서, 오늘부터 모스트로 라운지에서 판매할 예정입니다.”

“그래도 되는 건가요? 아무리 그래도, 술인데.”

“학생들에겐 알코올이 돌지 않는 술이라 괜찮습니다. 물론, 레오나 씨에겐 팔 수 없겠지만요.”

“흐음.”

 

보기 드문 음료다 보니 관심이 가는 걸까. 아이렌은 와인에서 도무지 눈을 떼지 못했다.

상대가 이토록 관심을 보인다면 어찌 제가 모르는 척할 수 있겠나. 제이드는 상대를 기쁘게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어떻습니까, 한 잔 드릴까요?”

 

겸양의 정신을 아는 아이렌은 무엇이든 권하면 처음엔 미지근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되나요?’라던가 ‘괜찮아요’ 같은 말이 습관처럼 튀어나왔지.

하지만 아무리 그런 아이렌이라도 간절히 끌리는 것 앞에선 솔직해지는 법이었다. 기회라는 건 매번 오지 않고, 제게 주어진 걸 잘 낚아채는 것도 능력이었으니까.

그는 오래 고민하지도 않고, 금방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예요?”

“제가 사겠습니다.”

“정말요?”

“그럼요. 아이렌 씨에게 와인 한 잔도 못 사줄 정도로 구두쇠는 아니거든요.”

 

그건 웃자고 한 농담이었지만, 지나가던 누군가에게는 심히 거슬리는 말이었다.

모스트로 라운지 오픈 준비로 바삐 돌아다니던 아줄은 ‘구두쇠’라는 단어가 귀에 스치자마자 우뚝 멈춰 섰다.

 

“그거, 저 들으라고 하는 말입니까?”

“그럴 리가요. 아줄도 아이렌 씨에게 와인 한 잔 정도는 주실 수 있지 않습니까.”

“당연하지요. 절 어떻게 보고 계신 겁니까?”

 

제이드를 지그시 노려본 아줄은 자신을 바라보는 제비꽃색 눈동자에 표정을 가다듬었다. 은근슬쩍 자신의 신경을 긁는 제이드가 얄밉긴 했지만, 아이렌의 앞에서 볼품 사납게 화를 낼 수는 없지. 상대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도, 아무래도 좋아하는 이에겐 번듯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법이니까.

 

“제이드, 아이렌 씨에게 드리는 와인은 서비스 처리하십시오. 알겠습니까? 제가 내는 걸로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리하지요.”

 

평정심을 되찾은 그는 제이드에게 명령하고 자리를 떴다. 표정은 단정하게 웃고 있어도 장난기 가득한 제이드의 목소리를 눈치챈 아이렌이 헛웃음을 흘렸다.

 

‘역시 들으라고 한 말이구나.’

 

하여간 무서운 선배다. 사람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게 참으로 능숙하지 않나.

그러나 제 편일 때는 그 누구보다도 든든하니 상관없다. 무엇보다 자신은 제이드의 이런 면을 좋아했으니까.

 

“그럼 아이렌 씨, 같이 드실 건 어떤 걸로?”

“음. 그건 제이드 선배에게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이렌 씨만 좋다면, 저야 영광이지요.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그는 아이렌을 테이블 자리로 안내한 후 와인 하나를 챙겨 안쪽으로 사라졌다.

가만히 앉아 시간을 죽이고 있자니, 영업을 시작한 라운지 안에 하나둘씩 손님이 들어왔다.

아이렌은 다른 테이블에서도 와인에 흥미를 보이는 걸 보며, 자연스레 걱정에 사로잡혔다.

 

‘그런데 진짜 괜찮은 거야? 학원장에게 허락은 받은 거겠지? 어쩌면 몇 병 바치고 허가받은 걸지도 모르지. 여긴 그런 학교니까.’

 

나이트 레이븐 칼리지나 크로울리의 도덕성을 비난하는 건 아니다. 다른 곳, 예를 들어서 로얄 소드 아카데미였어도 학원장에게 잘 보이려고 선물을 주는 건 크게 욕먹을 일이 아닐 테니까. 물론 그 선물이 술이라는 게 좀 걸리긴 하지만……. 알코올이 불법은 아니지 않은가? 그저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니라는 것뿐이지.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잡념을 친구 삼아 시간을 죽이던 아이렌은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아까 보았던 와인을 전용 유리잔에 담아 카나페와 함께 쟁반에 담아 내어온 제이드는 능숙하게 접시를 테이블 위로 옮겼다.

이런저런 재료가 다양하게 올라간 카나페에 감탄한 아이렌이 입에 고이는 침을 삼켰다.

 

“맛있겠다.”

“감사합니다. 아이렌 씨를 생각하며 만들었으니, 마음껏 드셔주세요.”

“제이드 선배가 직접 만드셨어요?”

“예. 간단한 조리니까요.”

 

중요한 건 난이도가 아니다. 남에게 시켜도 되는 일을 굳이 직접 나서서 했다는 게 중요하지.

성의의 무게를 아는 아이렌은 그의 정성에 보답하고 싶어, 뜸 들이지 않고 카나페를 맛보았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손을 닦은 후 위에 쌓인 재료가 쏟아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입에 넣자, 바삭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입 안에서 복잡하게 섞인다. 열심히 턱을 움직이며 맛을 느낀 아이렌은 이어서 오늘의 메인이 되는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향긋한 와인은 특유의 감칠맛이 있어, 포도주스와는 확실히 다른 풍미가 있었다.

입맛이 까다롭진 않지만 정말로 맛있는 음식을 알아볼 정도의 섬세함은 있는 아이렌은 입안의 내용물을 모두 삼키고 감탄했다.

 

“맛있다!”

“입에 맞으시다니 다행이군요.”

“아마 제 입에만 맞는 게 아니라 다들 맛있게 먹을걸요? 와인이랑도 정말 잘 어울려요.”

 

맛있는 게 입에 들어가자 기분이 절로 들뜬다.

와인을 몇 모금 더 홀짝인 아이렌은 비어있는 제 옆자리를 가리키며 제이드를 올려다보았다.

 

“선배도 한 개 드세요.”

“전 만들면서 맛을 본다고 먹었으니 괜찮습니다.”

“그럼 와인이라도 마셔요. 저 혼자 먹고 있자니, 약간 민망한걸요.”

 

자신은 정말로 괜찮은데.

하지만 이렇게까지 권한다면 받아주는 게 예의겠지. 제이드는 카나페 대신 와인잔을 건네받았다.

 

“그럼, 한 모금만 마시겠습니다.”

 

사실 와인이 도착한 날 이미 맛을 보긴 했지만, 그걸 굳이 알려줄 필요는 없으리라.

다른 사람도 아닌 아이렌에게 거짓말을 하지는 않을 테지만 굳이 사실을 말하지 않는 법은 사용하기도 하는 그는 순순히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 잔을 내려놓았다.

 

“맛있군요.”

“그렇죠? 자꾸 들어가네요.”

“후후. 취하시진 않을 테지만, 과음은 조심하세요.”

“그럼요.”

 

어차피 성인이 아니면 취하지 않는 와인이니 원한다면 몇 잔 더 드리자. 한 병 정도는 통째로 서비스할 수 있으니까. 곁들여 먹을 게 더 필요하면 또 부엌에 들어갔다 와야지.

모쪼록 아이렌이 좋은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제이드는 아예 개봉했던 와인을 병째 들고 와, 잔이 빌 때마다 채워주었다.

 

하지만, 뭐가 문제였던 걸까.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렌의 얼굴은 붉어졌고, 항상 날카로운 시선으로 주변을 탐색하던 제비꽃색 눈동자의 빛이 흐릿해졌다. 마치, 술에 취한 사람처럼 말이다.

 

“으음…….”

 

나른해져서 고개를 꾸벅거리는 아이렌은 묘하게 위태로워 보였다. 단순히 졸린 것과는 확연히 다른 그의 상태에, 제이드는 의아함과 걱정을 담아 물었다.

 

“아이렌 씨, 괜찮으십니까?”

 

혹시 취한 건가. 하지만 이 와인은, 알코올 섭취가 불법인 나이인 몸에는 술기운이 돌지 않는데. 전에 플로이드도 맛있다고 한 병을 통째로 마셨지만 멀쩡하지 않았나. 굳이 제 형제의 예시를 들지 않더라도, 무알코올 효과는 모두가 보장하는 제품인데.

얼핏 본 것만으로는 아이렌의 상태를 확신할 수 없는 제이드는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아이렌은 곧장 답하지 않고 가만히 있더니, 대뜸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제이드 선배.”

“예. 부르셨습니까?”

“제가 선배 많이 좋아하는 거 알죠?”

“네?”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지.

아이렌의 마음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긴 하지만, 참으로 새삼스러운 고백이지 않은가. 제이드는 뜬금없는 애정 표현에 멈칫했다. 하지만 더 당황스러운 것은, 제 양쪽 뺨을 감싸오는 손길이었다.

 

“예쁘다, 예뻐. 후후.”

 

경계심 없이 웃으며 얼굴을 매만지는 아이렌의 모습이 낯설다.

제가 아는 아이렌은, 항상 최소한의 방어벽은 남겨놓는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흐물흐물하게 녹아서 웅얼거리고 있다니. 제이드는 제가 꿈이라도 꾸는 게 아닐까 했지만, 마주 닿은 피부에서 느껴지는 체온은 이게 현실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설마.’

 

진짜로 취한 건가? 대체 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제이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무리 뻔한 걸 싫어하고 놀라운 무언가를 기대하는 자신이라도, 이런 건 좀 당황스럽지 않나.

 

“응? 아기새우 와 있었어? 언제 온 거야?”

 

제이드가 한창 따스한 손길에 얼굴이 주물러지고 있을 때. 뒤늦게 라운지에 온 플로이드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테이블로 다가갔다.

느릿하게 고개 돌려 자신을 부르는 이를 확인한 아이렌은 잠깐 눈만 깜빡이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플로이드 선배! 왜 이제 와요? 보고 싶었어요.”

“으응?”

“이리 와요. 여기, 자.”

 

플로이드의 팔을 잡아끌어 제 왼편에 앉힌 아이렌은 흡족한 얼굴로 상대 어깨에 기대었다.

여전히 팔을 꼭 잡은 채 머리를 비비는 그 모습은 참으로 흥미로웠지만, 확실히 플로이드에게도 낯설었다.

 

“귀여워라, 후후. 어떻게 하면 이렇게 예쁠까.”

 

그 와중 다행인 건, 이건 자주 듣는 이야기라는 거다. 플로이드는 상대가 제 아기새우가 맞다는 걸 확인하고 살짝 안도했다.

평소엔 제 쪽에서 비비적거리는데, 오늘은 반대가 되지 않았나.

뭐가 어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좀 웃기다. 물론, 긍정적인 의미로 말이다. 흥미롭다는 듯 제 어깨에 기댄 머리를 쓰다듬으며 귀여워해 준 플로이드는 아이렌의 오른편에 앉은 제 형제에게 물었다.

 

“저기, 아기새우 왜 이래?”

“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취한 것 같군요.”

“취해?”

 

그제야 테이블 위 와인을 확인한 플로이드는 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미간을 구겼다.

 

“이 와인, 성인만 취하는 거 아니었어?”

“저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만…….”

 

혹시나 하여 이 제품을 서비스하기 전 부작용이 나타난 적이 없나 조사해 보았을 때. 아주 드물게도 성인이 아닌 이들이 취하는 경우가 발견되기도 했다는 기사는 보았다.

하지만 증상이 나타났던 이들은 대부분 혼혈 종족이라서 성장기의 구분이 모호하거나 곧 성인이 되는 나이의 사람들에게서 발견된 거지, 이렇게 명백하게 청소년인 사람에게 나타나진 않았는데.

제이드는 불현듯, 주변 사람들이 내리는 아이렌을 향한 평가를 떠올렸다.

 

‘걘 16살 같지 않잖아.’

 

단순히 생각이 깊거나 의젓한 걸 넘어서, 아이렌의 언행은 여러모로 16살 같지 않았다. 사회생활을 해본 티가 난다고 할까. 어른의 사정을 지나치게 잘 이해한다고 할까. 같은 반 학생들 사이에선 때로는 교복을 입은 선생을 옆에 앉혀놓은 기분이란 평도 돌았으니 오죽하겠나.

그러나 이 모든 건 그저 분위기가 그렇다는 이야기일 뿐. 그가 정말 성인이라는 건 아니지 않나.

상대의 상태를 다시 점검할 필요성을 느낀 제이드는 가볍게 아이렌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아이렌 씨. 오늘이 무슨 요일이죠?”

 

힘이 없어 축 늘어진 팔은 손을 흔들자 같이 들썩거린다.

여전히 플로이드에게 기댄 채 편안히 쉬고 있는 아이렌은 왜 그런 걸 묻느냐는 듯 어리둥절하며 대꾸했다.

 

“월요일이요.”

“여기는 어딥니까?”

“선배네 기숙사에 있는 라운지요.”

 

말이 느릿한 걸 보니 확실히 평소와는 다르지만, 인지능력은 확실하다.

역시 그냥 피곤해서 저러는 건가. 그래, 취했을 리가 없지. 그렇게 생각했는데.

 

“선배, 그렇게 진지하게 집중하는 얼굴 엄청 섹시하네요.”

 

까르르 웃으며 덧붙인 아이렌의 말을 들은 제이드는 급히 제 의견을 철회했다.

 

‘취한 게 확실하군.’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건 확실하다. 아이렌이 제게 저런 말을 해줄 때는 항상 남들에겐 들리지 않게 귓속말을 하고 능청스럽게 굴었는데, 지금은 다 들으라는 듯 말하며 아이처럼 웃고 있지 않나.

상황의 심각성을 느낀 제이드는 플로이드에게 붙어있는 아이렌을 떼어내, 그대로 품에 안아 들었다.

 

“플로이드, 저는 아이렌 씨를 고물 기숙사에 데려다주고 오겠습니다.”

“엥. 재미있는데, 그냥 내버려 두는 건 어때?”

“안 됩니다. 이런 귀여운 모습을 모두에게 보여주는 건 손해지요.”

“아하.”

 

확실히, 여기저기서 시선이 느껴지긴 한다. 플로이드는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급히 고개를 돌리는 이가 누구인지를 기억해 두었다.

테이블 위 식기들을 한 손으로 대충 정리한 제이드는 빠르지만 조용한 걸음으로 라운지 밖으로 나섰다.

 

“자, 아이렌 씨. 갑시다.”

“으음.”

 

품 안의 몸이 제 목을 감고 웅얼거린다. 그 모습은 참으로 귀여워 고물 기숙사가 아니라 제 방으로 데려가고 싶을 지경이었지만, 그는 최대한 인내하고 본래 하려던 일에 집중했다.

그나저나, 아이렌은 대체 왜 취한 건가.

밖으로 나와 시원한 공기를 쬐고 나자 잠깐 미뤄두었던 의문이 떠오른 그는 규칙적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등을 쓰다듬었다. 술기운이 돌아 그런 걸까. 아이렌의 몸은 평소보다 더 따뜻했다.

 

‘정말, 16살이 아닌 걸까.’

 

그럼 대체 몇 살인 거지. 확실한 건 자신보다 연상이라는 건데.

잠깐 반말로 자신을 대하는 아이렌을 상상해 본 제이드는 저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그것도 나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뭐, 직접 말씀해주지 않는다면 먼저 묻진 않을 거지만요.’

 

자신들은 너무나도 비슷하고 가까워서 뭔가를 숨기더라도 금방 눈치채고 파악하는 사이가 아니던가. 그런 와중 생긴 비밀이란, 방해물이 아니라 유희가 되어주는 법이다.

그는 취해서 졸고 있는 아이렌의 뺨에 가볍게 입 맞추었다. 고물 기숙사에 도착할 때까지, 등을 쓰다듬는 제이드의 손은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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