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급리 드림 단편

[성국언 드림] 의견 충돌

오리캐 드림 21.02.20 타싸 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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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병실에는 사람 두 명이 있었다. 성국언과 김남진이었다. 하나는 침대에 앉아, 하나는 그 앞에 서서. 방 안에는 무겁게 침묵이 내려앉았다. 잠시 볼 일이 있어 찾아온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뒷걸음을 칠 만큼 무거운 침묵이었다.

 한창 환자 기록을 팔랑팔랑 넘기던 김남진이 입을 열었다.


 “정말로 이해할 수 없네요, 성국언 씨.”


 김남진은 무미건조한 눈으로 환자 차트를 내려다 보았다. 당분간 회복 아이템을 쓰긴 글렀다. 이 자식 대가리부터 어떻게 해야겠어. 미친 거 아니야? 제 목숨이 아홉개인 줄 아는 걸까. 

 그런 남진의 타는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성국언은 평소 호쾌하게 웃던 것과 달리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시종일관 무표정이던 김남진의 입가가 일그러졌다.


 “웃지 마세요. 지금 웃음이 나오세요? 저희는 국회의원 성국언을 보좌하기 위한 팀입니다. 자살을 방조하는 게 아니라. 이번엔 진짜 죽을 뻔한 건 아시죠?”

 “하하하! 그렇지만 살아있지 않습니까. 이 정도는 내 유능한 주치의가 치료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한의학의 체질 이야기는 아세요? 체질마다 약을 달리해야 하는 거, 지금 성국언 씨가 딱 그 꼬락서니네요. 그 몸으로 독한 약 쓰면 몸이 못 버팁니다. 남의 광림에 기댈 생각 마십쇼. 다음 주 이계공략은 생각도 마세요. 국민들도 국언무쌍이 죽기보단 살아서 계속 이계공략하는 걸 바랍니다.”


 싸늘하게 식은 목소리가 성국언을 공격했다. 김남진은 종이로 인쇄한 차트를 두어 번 털어내고 파쇄기에 넣었다. 나중에 무영이에게 라이터 있냐고 물어봐야지. 가뜩이나 플레이어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정적이 많은데 작은 흠집이라도 낼 수 없었다. 승냥이도 못 되는 것들이 이런 사소한 걸 눈치채고 들개인 양 덤벼드는 꼴을 눈 뜨고는 못 본다. 

 김남진은 뒤에서 끈질기게 달라붙는 시선을 무시했다. 솔직히 그동안 많이 참았다. 사지에 가는 애인 배웅도 이만하면 충분했다. 이번처럼 크게 다친 게 처음이라고는 하지만, 다음에도 이러지 않을 거라는 법도 없었고···. 

 한 번 독하게 말해야지. 


 “···.”


 성국언은 제 애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화낼 거란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시위할 줄은 몰랐다. 주치의가 회복 아이템을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했으니 주변인들이 사용하는 모습을 그저 두고 볼 일도 없었고. 

 무엇 때문에 이렇게 화를 내는지는 알지만···.


 “남진아.”

 

 성국언의 낮게 깔린 목소리에도 김남진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남진아, 미안하다.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어. 그러나 이어지는 말에는 울컥할 수 밖에 없었다.


 “미안하실 필요가 뭐가 있으십니까. 성국언 씨는 바람직한 국회의원이고 마땅히 공략을 따랐을 뿐인데. 저 또한 바람직한 주치의고 마땅히 제 의사로서 신념을 따랐을 뿐 아닙니까.”

 “당시 그 자리에 있다면 누구나 그랬을 행동이었죠.”


 얼어 죽을. 국회의원이라더니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새끼.


 “누구나 그랬을 행동 때문에 죽을 뻔했습니다.”

 “결과적으론 살지 않았습니까.”

 “그게 문제인 거죠!”


 탕! 

 책상이 흔들렸다. 김남진은 결국 성국언을 바라보았다. 호흡이 조금 거칠어졌다.


 “결과적으로 살았다는 건 죽을 수도 있었단 거에요! 고작 그딴 공략 하나 때문에!”

 “김남진 씨.”

 “남들 다 어기고 사는 거, 한 번은 컨디션이 나쁘다는 이유로 쉴 수도 있잖아요. 이번에는 정말 크게 다쳤어. 회복 아이템 때문에 상처 나면 다 틀어막아서 안 그렇게 보이나 본데, 네가 흘린 피도 많았고, 조금만 더 썼다면 중독 상태로 빠져서 당분간은 사용도 못했을 거야. 지금도 아슬아슬하다고. 네가 이계 공략 한 번 더하면 더 쓰지 말라는 말이 나올 만큼! 넌 정말 그 공략 하나 때문에 죽고 싶어?”

 “사소하지 않은 국민과 약속 아닙니까.”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미치겠네. 감정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씨발, 진짜 이딴 놈이 뭐가 예쁘다고. 


 “그러다가 죽으면 개죽음이 되는 거고요.”


 김남진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지금 성국언의 얼굴을 보면 감정을 제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김남진은 성국언을 보는 대신 어깨를 보았다. 

 성국언이 긴 숨을 뱉었다. 이번에는 내가 나쁜 게 맞았다. 성국언은 조심스레 김남진의 어깨를 감쌌다. 미약한 떨림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남진아,”

 “···싫어.”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성국언은 어깨를 토닥였다.


 “···정말로 미안하다. 이계공략 날짜는 며칠 미룰게.”

 “···씨발 새끼, 진짜.”


 김남진은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끝까지 안 하겠다는 말은 안 하지. 됐다. 성국언이 좋은 국회의원일지언정 좋은 남자친구가 되지 못한다는 건 알고 사귀었다. 오롯이 스스로 탓이었다. 성국언은 품 안의 떨림이 멎을 때까지 토닥임을 멈추지 않았다. 

 급하게 전할 말이 있어 뛰어온 전무영이 문에 달린 투명한 유리창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 ‘기, 다, 려, 줘.’ 전무영을 발견한 성국언이 입 모양으로 말했다. 어차피 끼어들 생각도 없었다. 전무영은 한숨을 길게 쉬고 문 옆에 기대었다. 오늘도 다사다난한 상사의 연애전선, 이 정도는 도와주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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