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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빈진 서사해석 타로 》

──부제: 최후를 넘어서자 당신이 손을 내밀었다

ⓒ 공차

1. 엘빈에 대한 진의 감정

  진은 엘빈을 보면서 가슴이 많이 아픈 모양이에요. 그러니 엘빈이 팔을 잃었을 때라든지 엘빈이 죽고나서도 계약을 맺으려 했던 거겠죠. 비유하자면 자꾸 눈에 밟히는 사람, 아픈 손가락……그런 쪽이 되겠네요. 특히 엘빈이 스스로의 안위따윈 전혀 신경쓰지 않고 오직 꿈이자 목표를 위해, 조사를 위해 모든 것을 불태우듯 싸우는 것을 보고 슬프거나 가슴이 아린 적이 많았을 거예요. 왜 저렇게까지 스스로를 던져가며 불에 뛰어드는 나방 같은 삶을 사는 걸까. 조금은 자기자신을 위하는 삶을 살면 좋겠는데. 그런 모습이 잘 이해되지 않으면서도 엘빈이 스스로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고 아끼길 바랐을 거예요. 남들처럼 조금은 이기적으로 굴어도 좋을 텐데. 누구도 그를 뭐라 하지 않을 텐데……. 하지만 엘빈이 워낙 줏대 있기 때문에 진의 이런 생각은 쉽게 닿지 못했을 테죠. 죽어서야 엘빈을 취하게 된 자신의 처지를 조금 씁쓸하게 여기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진에게는 엘빈이 조금이라도 더 자신을 믿고 의지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던 것으로 보여요. 하지만 엘빈은 그런 게 어울리지 않기도 하고 평소 누군가에게 기대본 경험이 적기 때문에 쉽게 그러지 않는 것 같아요. 그게 진이 엘빈에게 품은 유일한 불만이 되기도 하겠네요.


2. 진에 대한 엘빈의 감정

  한편 엘빈은 진을 통해 많이 안정되었어요. 잠깐이라도 쉬지 않은 채 계속해서 달려온 엘빈은 죽고나서야 삶의 속박에서 해방되었는데요, 이때 엘빈은 평생을 지배해왔던 ‘꿈’에서 해방될 수 있었죠. 살아있는 동안 꿈은 엘빈이 움직이는 행동 원리임과 동시에 평생 닿을 수 없었던 이상이었으니까요. 진 덕분에 그 강박에서 벗어나게 된 엘빈은 그동안 어깨를 짓눌러왔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조금은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죽음 이후의 시간들을 보내기 시작했을 겁니다. 뭣보다 더이상 죽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치지 않아도 되니 진과 함께 하는 나날을 여유롭게 보내는 것 같아요. 그 여유와 안정감 어린 감정을 진으로부터도 느끼는 것 같고요. 진이 선물해준 안정이니 진을 대할 때도 편하고 안정감 있는 건 당연하겠죠.

  삶은 유한하지만 죽음은 무한하기 때문에 엘빈은 사후에 여유로워지고나서야 진에게 호감을 많이 품게 된 것 같아요. 사실 그전까진 누군가에게 애정에 가까운 감정을 품기엔 절박했고 심적인 여유가 없었으니까요.


3. 진이 엘빈에게 염력을 제안했을 시 엘빈의 대답

  엘빈이 팔을 잃었을 때 진이 염력의 형태를 제안했다면, 우선 엘빈은 그런 것도 할 수 있냐는 식으로 놀랄 것 같아요. 아무래도 평범한 인간이 염력을 다룬다는 건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영역인데다 그걸 이루게 해줄 수 있는 진이 새삼 다르게 보이기도 하고……. 그러나 결국엔 염력의 대안조차 거절할 거예요. 사실 엘빈에게는 팔이나 염력이나 별로 다를 게 없거든요. ‘잃었다’는 것에 좌절하지 않고, 그 잔혹한 현실을 받아들이며 또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엘빈의 스탠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팔을 잃었을 때와 비슷하게 ‘어쨌든 팔 없이 살아가게 된 것도 내 삶의 일부분’이 라며 팔도, 염력도 거부한 채 자신의 상태를 받아들이는 고집을 보였을 겁니다.


4. ‘꿈’을 포기하고 진의 계약에 응한 엘빈의 다음 목표

  엘빈의 꿈은 정말로 인류가 멸망했는지, 벽 밖에 인류가 존재하는지 아닌지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진실을 깨닫기 전 엘빈은 사망하고 말았죠. 그런데 생각보다 엘빈은 자신의 꿈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에 좌절하거나 절망하지는 않았습니다. 인생을 바친 꿈이었는데도 ‘아, 노력했지만 어쩔 수 없었군.’하면서 조금은 씁쓸해하지만 그런 현실 역시 받아들입니다. 솔직히 그 꿈 자체가 엘빈을 옭아매는 족쇄 역할을 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러나 엘빈이 평생 꿈을, 이상을, 목표를 추구해왔던 인간이라서 그런지 죽은 뒤에도 그 열정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진과 새로운 계약을 맺은 뒤에도 엘빈은 또 새로운 목표를 찾아요. 그 목표는 바로 진과 함께 하는 일상에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그냥 나태하게 즐기면 될 것을 굳이? 싶기는 하겠으나, 엘빈은 나태함과 거리가 먼 인물이이고, 진이 자신에게 새로운 삶을 줬으며 마지막까지 함께 할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진에게 매사 최선을 다하고 싶을 거예요.


5. 진과 엘빈이 함께 하지 않았을 때 엘빈의 일상

  진과 계약을 맺지 않았다면 엘빈은 여태 이뤄온 모든 게 무너진 듯한 느낌을 받았을 거예요. 진과 계약을 맺을 때는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의 여파가 오기 전에 진과 계약을 맺어서 그 공허감을 새로 채운 셈이 되는데, 혼자 남게 되면 계속 생각을 곱씹게 되니까 지나간 삶에 미련이 남는 것 같습니다. 쉽게 말해 시간이 지날수록 미련함과 좌절감이 스노우볼처럼 커지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사후의 엘빈은 평온한 일상을 제대로 누리진 못할 것 같습니다. 배드 엔딩을 맞은 채 더이상의 꿈도, 목표도, 미래도 없이 그저 망자인 상태에서 구천을 떠도는 모습이 되겠네요. 더이상 죽은 엘빈을 신경 써주는 존재도, 그와 얘기를 나누며 함께 해줄 동료도 없으니까요. 엘빈의 모든 인연이 끊기고 삶이 무너진 셈이죠.


6. 그 일상에서 엘빈은 무엇을 느끼는지

  그런 암울한 일상 속에서 엘빈은 괴로워하다가도 조금씩 회복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할 것 같아요. 만약 자신과 비슷하게 구천을 떠도는 영혼이 있다면 그를 도와주려 하기도 하고, 진정으로 자아성찰을 하기도 할 것 같네요. 기존의 꿈과 목표를 상실한 ‘엘빈 스미스’는 어떤 사람인가. ‘엘빈 스미스’가 죽어서도 쉬지 못하고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자신이 영원한 안식을 맞이하지 못하는데엔 이유가 있을 거라는 결론으로 귀결될 것 같아요. 그래서 살아있을 때와 비슷하게 다른 영혼을 구하고 베푸는 길을 택할 것 같습니다.

  물론 살아있을 때와는 다른 점이 있는데요, 살아있을 땐 결국 자신의 하나뿐인 꿈을 위해서 그렇게 행동한 거라면 사후에는 순수하게 그러고 싶어서 하는 거예요. 결국 둘 다 엘빈의 마음대로 행동하는 거라는 공통점이 있긴 하지만요.


7. 진이 자리를 비웠을 때 엘빈의 일상

  계약이 성사된 뒤 진이 자리를 비울 때가 생긴다면 엘빈은 혼자서 이것저것 배우는 시간을 가질 것 같아요. 새로운 언어를 공부한다든지, 자신이 머물게 될 새로운 세계에 대한 지식을 익힌다든지요. 하여튼 가만히, 나태하게 있지는 않는 느낌이네요. 이렇게 잠시도 쉬지 않는 건 아직 조사병단으로서 살았던 버릇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서인 것 같습니다. 살아있을 때 엘빈은 누구보다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왔잖아요. 죽은 뒤에는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가만 있으면 좀이 쑤시니 뭐라도 하려고 끝없이 움직이며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찾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러는 이유로는 공허함을 느끼지 않기 위함도 있겠죠. 진이 곁에 있어주기에 상쇄되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있는데, 진이 없으면 아무래도 외로움이 커질 수 밖에 없지 않겠어요. 그러니 엘빈은 더더욱 가만히 있지 않고 뭐라도 해보려는 것 같습니다. 주변의 존재들(특히 진을 아는 이들)과 인연을 맺으러 다니기도 하고요.


8. 혼자인 일상에서 엘빈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그렇게 혼자 바쁘게 다니는 동안 엘빈은 고고하고 절대 무너지지 않는 모습을 보일 겁니다. 뭐랄까, 진이 곁에 없어도 얕보일 만한 행동을 하지 않고 본인도 당당해요. 누군가 엘빈의 코를 납작하게 누르려 해도 어디 한 번 해보라며 겁 없이 기싸움을 벌일 것 같네요. 비록 평범한 인간 출신이었지만 진을 통해 도착하게 된 새로운 세계에서 엘빈은 움츠러들지 않습니다. 조사병단으로서 온갖 오지와 험한 곳을 다녔던 경험이 어디 가지 않는다는 걸까요. 오히려 새로운 곳을 알아가는 재미를 조금 맛보는 것 같기도 해요.

  하여튼 확실한 건, 진이 없다고 해서 분리불안을 겪거나 두려워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낯선 환경에 혼자서도 적응을 꽤 잘하는 편인데, 그래도 진이 없어서 가끔 외로워 할 때도 있어요. 외로워서 밤에 잠 못 잘 정도까진 아니고 진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나 언제쯤 돌아올지 남은 시간을 헤아리는 등의 행동을 하는 정도이긴 합니다. 그래도 그 기다림의 시간을 엘빈은 나름대로 잘 버텨낼 테죠.


9. 둘의 관계성

  엘빈과 진은 엘빈이 죽음으로써 새롭게 시작하는 면이 있기 때문인지 둘의 관계가 아직 완전히 영글었다는 느낌은 없어요. 서로 종족도 다르고 살아온 삶도 다르기 때문에 미숙할 수밖에 없고, 때론 부딪히기도 하겠죠. 특히 엘빈의 경우 단 하나의 행동 원리를 토대로 살아왔는데 자유로워지게 되었으니 무엇이 정답인지 아닌지 헷갈릴 때가 있을 거예요.

  그러나 다행인 것은 누구도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죠. 때론 비틀거리고 잘못 처박더라도 둘은 떨어지지 않는 손을 맞잡은 채 함께 걸어갈 것입니다. 아직 둘의 앞날은 희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무엇 하나 확실하지 않아요. 어떨 때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서 빙빙 도는 순간도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혼자가 아니고, 어차피 계약 때문에 붙어있어야 하니까 같이 매순간을 극복해나간다면 외롭지 않은 날들을 보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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