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
레오나 킹스카라 드림
* 전력 드림 60분 신데렐라 [53회 주제: 사랑니]
“선배. 선배는 혹시 사랑니 뽑았어요?”
어느 휴일, 사바나클로 기숙사의 담화실.
평소라면 여기 있을 리 없을 인물이지만, 아마도 동급생인 어느 고지식한 늑대 덕분에 이 안에 발을 들인 걸로 추정되는 이가 제게 말을 걸어온다.
잠깐 확인할 것이 있어 매지컬 시프트 연습장으로 향하던 레오나는 자신을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리는 아이렌에게 다소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갑자기 그건 왜 묻는지 모르겠군.”
“보통 제가 살던 세상에서는 스무 살 전후에 뽑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나는 안 뽑았다만.”
“헤에.”
시답잖은 질문과 답이라 생각했는데, 당사자에겐 나름 중요한 문제였던 걸까.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인 아이렌은 작은 손거울로 제 입안을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젠장, 이것까지 다시 박혀있을 필요는 없잖아.’ 본인은 아주 작게 말하겠다고 최대한 소리를 죽인 거겠지만, 안타깝게도 수인족답게 귀가 좋은 레오나의 귀에는 아이렌의 푸념은 너무나도 선명하게 들렸다.
‘다시’라는 부분이 문득 마음에 걸린 그는 발걸음을 돌려, 슬그머니 상대의 옆에 자리 잡고 앉았다.
“왜, 뽑고 싶나?”
“아뇨. 아직은 안 아프니까 됐어요.”
“하, 아프지도 않은 데 뽑을 것부터 생각하다니. 걱정거리는 근원부터 제거한다, 뭐 이런 건가?”
“솔직히 똑바로 난다면 뽑을 이유는 없지만, 어째 곱게 나진 않을 것 같아서요.”
“그래? 그건 ‘감’인가? 아니면 ‘경험’인가?”
제가 중얼거린 말을 들었다는 걸 눈치챈 걸까. 곧바로 답하지 못하고 슬쩍 레오나를 올려다본 아이렌은 새침하게 대꾸했다.
“데이터 분석에 의한 결과 도출이요. 제 주변서 사랑니가 똑바로 난 사람을 별로 본 적이 없거든요.”
과연, 임기응변 하나는 이 학교에서 제일인 녀석답다.
레오나는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아이렌을 보고 황당하다는 듯 웃어버렸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내버려 둬보라고. 혹시 모르지 않나? 멀쩡한 녀석이 솟아날지도.”
그건 위로라기보다는 조롱에 가까운 말이었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아마도 비뚤게 자랄 게 분명해 보이는 사랑니라도……, 일단 헛된 희망을 품어보라는 짓궂음이 담긴 조언이었지.
그러나 아이렌이란 사람은 과연 당하고만 있진 않다는 걸까. 레오나의 말에 눈썹을 까딱인 그는 장난스레 웃으며 레오나의 입을 가만히 응시했다.
“하긴, 사랑이라는 건 겪어보기 전까지 이게 얼마나 아픈지 모르는 법이지요. 비뚤어진 녀석이 솟을지, 아주 야무지고 곧은 녀석이 솟을지도 모르고요.”
아, 마치 꾹 다문 입속의 치아까지 꿰뚤어 보는 듯한 시선이다.
레오나는 괜히 마른침을 삼켰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버렸다.
“애늙은이 녀석.”
“칭찬 고마워요, 선배.”
하여간 한 마디도 안 지는 녀석이다. 황당함에 계속해서 헛웃음이 나오는 그는 그제야 제가 가고자 했던 곳으로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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