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스테 드림 단편 모음집

메리 크리스마스

펠로우 어니스트 드림

* 전력 드림 60분 신데렐라 [29회 주제: 메리 크리스마스]

* 이벤트 '스테이지 인 플레이 풀 랜드'보다 과거 시간대 이야기.

“음?”

 

화려한 놀이기구와 장식이 가득한 플레이 풀 랜드의 뒤편. 관계자들이 머무르는 허름한 휴게실 구석.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았던 선물상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저번 방문객 중 누군가가 흘리고 간 건가.’ 그렇게 생각하는 펠로우는 늘 들고 다니는 지팡이로 선물상자를 톡톡 건드려 보았다.

크기도 그리 작지 않고 포장지도 화려하니 원래 있었는데 이제야 발견한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역시 분실물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데, 그렇다면 되찾으러 올 사람도 없는 분실물이 왜 여기 있는 건가.

 

“펠, 그거 건들지 마.”

 

이런저런 추리를 하느라 눈을 가늘게 뜬 채 무생물과 눈싸움 하던 그는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나리’에게 다녀오기라도 한 걸까. 손님이라 쓰고 봉이라 읽는 것들의 앞이 아니더라도 언제나 미소를 유지하는 도로테아의 얼굴엔 지긋지긋함과 피곤함이 가득했다.

방금 그 한마디로 이 선물상자가 단순 분실물이 아님을 눈치챈 펠로우는 습관처럼 지팡이를 돌리며 물었다.

 

“뭐야, 누구 주려고 사놓았길래?”

“기델인 게 당연하잖아. 뭘 그렇게 반응해?”

“흠?”

 

그 녀석에게 대체 왜.

아니, 도로테아가 기델을 챙겨주는 게 이상하다는 뜻은 아니다. 옛날부터 도로테아는 기델을 남동생처럼 챙기지 않던가. 그러니 선물을 주는 것 자체는 이상하지 않지만, 아무 이유도 없이 선물을 준비할 이유가 있을까?

전후 사정을 전혀 추리해 내지 못하는 펠로우가 귀를 쫑긋거리자, 도로테아는 이마를 짚으며 한숨 쉬었다.

 

“설마 크리스마스도 까먹은 거야?”

“아.”

 

그러고 보니 며칠 뒤가 크리스마스였던가. 안 그래도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여기저기서 호객행위를 해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눴긴 했지.

하지만 자신들에게 크리스마스란 더 큰 장사를 위한 발판일 뿐. 서로 선물이나 챙겨 줄 여유가 있던가?

하찮은 낭만보다는 어찌 되었든 먹고 사는 게 급급한 인생을 산 펠로우는 코웃음 치며 어깨를 으쓱였다.

 

“너랑 달리 나는 바쁘거든. 이리저리 불려 다니고 뛰어다녀야 해서.”

“나는 그럼 안 바쁘니?”

“당연히 바쁘시겠지! 위대하신 도로테아 버니바커 양께서는 나 같은 하찮은 마법사랑은 달라서, 여기저기 쏘다니며 플레이 풀 랜드를 손봐야 하고 나리가 시킨 부업도 해야 할 테니 말이야. 그렇지?”

 

능수능란한 비꼬는 말에 금색과 청색의 오드아이가 반쯤 감긴다. 눈을 가늘게 뜨고 펠로우를 노려보는 도로테아는 화가 났다기보다는, 그저 이 모든 게 지긋지긋한 듯 보였다.

‘하긴, 지긋지긋하겠지. 어릴 때 감정에 휩쓸려 잘못된 선택을 해버려, 자신같이 가진 것도 발붙일 곳도 마땅치 않은 놈과 붙어 다니게 되었지 않은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그시 노려보는 눈빛에 제 나름의 해석을 내놓은 펠로우는 더욱 상대의 신경을 박박 긁었다. 이런 말싸움은 이미 너무 익숙해서, 위기감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왜, 내 칭찬이 부족했나? 그렇게 노려보고 말이야.”

 

만약 작정하고 도로테아가 마법이라도 쓰는 날에는, 자신은 당해낼 수 없으리라. 자신을 따라오느라 명문 학교로 진학하는 것도 포기한 탓에 제대로 된 교육은 받지 못한 도로테아라도 그 잠재력은 어쩔 수 없는 건지, 독학으로 배운 마법도 충분히 강했으니까.

그걸 알면서도 이렇게 빈정거릴 수 있는 이유? 그건 물론, 도로테아가 제게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좋아하는 그는 머리끝까지 화가 나 제 꼬리를 잡아당기고 머리채를 잡는 한이 있어도, 정말로 크게 다칠 일은 하지 못하니까.

 

“…….”

 

기껏해야 지팡이를 휘둘러 물리적 타격을 가하거나, 똑같이 비꼬는 말로 말싸움을 시작하겠지. 그렇게 생각한 펠로우의 예상은 완벽하게 빗나갔다.

조용히 상대를 노려보기만 하던 도로테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휴게실을 나가버렸다. 뒤도 돌아보지 않는 그는 한숨을 푹 쉴 뿐, 펠로우에게 어떠한 반격도 하지 않았다.

 

‘흠?’

 

뭔가 이상한데. 보통 같으면 아무리 싸우기 싫어도 ‘네 열등감을 나한테 쏟지 마라’같은 충고라도 하는데.

평소와 확실히 다른 상대의 반응에 무언가 잘못됨을 느낀 펠로우는 곧바로 상대를 따라나섰다. 다행스럽게도, 도로테아의 걸음은 그리 빠르지 않았다. 최대한 빠르게 걸어 상대의 옆으로 다가간 펠로우는 당황스러움으로 일그러지는 표정을 감춘 채 조잘조잘 말을 걸었다.

 

“도로테아.”

“…….”

“버니바커 아가씨.”

 

틀렸다. 아무리 불러도 이쪽을 보질 않는다. 차라리 욕이라도 퍼부어주었으면 안심할 텐데, 이 무관심은 뭐란 말인가.

마치 자신을 없는 사람 취급하는 듯한 도로테아의 태도에 간만에 등골이 오싹해진 그는, 결국 필살기를 쓸 수밖에 없었다.

 

“도티, 화났어?”

 

최대한 달콤한 목소리로 어릴 때부터 불러왔던 애칭을 부르며 고개를 들이밀자, 드디어 반쯤 감긴 오드아이가 이쪽으로 향한다.

상대가 자신을 봐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이겼다는 기분이 든 펠로우는 그렇게 진심으로 방긋 웃어버렸지만……. 그 미소는 오래가지 못했다.

 

“크헉!”

“하여간 저 얼굴만 아니었어도…….”

 

퍽. 무언가가 제 얼굴에 부딪혔다가 떨어진다.

그리 아프진 않지만 갑작스러운 공격에 얼떨떨해진 펠로우는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주워들어 확인하더니, 얼빠진 한탄을 내뱉었다.

 

“……허.”

 

‘메리 크리스마스, 펠.’

그런 메시지가 적힌 쪽지가 붙어있는 그 물건은, 자신을 위해 준비된 선물이었다. 작은 크기나 가벼운 무게를 보아하니 장신구나 손수건 같은 물건이지 않을까 싶지만……. 자세한 건 뜯어보기 전까진 알 수 없겠지. 선물을 준 당사자는 얼빠진 자신을 두고 저 멀리 가버린 후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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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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