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스테 드림 단편 모음집

소개해 줘

트레이 클로버 드림

* 전력 드림 60분 신데렐라 [33회 주제: 소개해 줘]

 

“저, 선배 여자친구는 어떤 사람이에요?”

그건 참으로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너는 무슨 케이크 만들다 말고 그런 걸 묻니, 라고 묻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트레이는 크림치즈를 섞다 말고 질문한 이를 힐끔 바라보았다. 에이스와 함께 딸기 꼭지를 자르고 있던 아이렌은 무슨 엄청난 대답이라도 기대하는 건지 흥미진진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아니. 그냥 궁금해서요. 사진도 몇 번 봤고, 뭔가 선배랑 잘 어울리는 듯한데, 분위기는 되게 독특해 보이셔서.”

그렇게 말하는 제비꽃색 눈동자가 슬쩍 크림치즈 쪽을 향한다. 그 시선에 왜 이런 질문이 나왔나 짐작해낸 트레이는 ‘아’하고 짧게 탄식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딸기 타르트를 만들다 말고 갑자기 치즈케이크를 만드는 이유 같은 건 말하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이미 뱉어진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이미 그 말은 후배들 귓속에 전부 스며든 후였으니까 말이다.

산 너머 산이라고 하던가.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에이스는 뒤늦게 흥미를 느끼고 대화에 끼어들었다.

“나도 궁금한데. 가끔 케이터 선배가 말하는 건 들어봤지만, 트레이 선배 입으로 들은 적은 없으니까.”

“에이스 너까지…….”

“왜요? 그러지 말고 어떤 사람인지 소개 겸 자랑 좀 해주세요~ 네?”

얄궂게 웃는 후배의 얼굴이 참으로 얄밉다. 하지만, 악의가 있는 질문은 아니니 괜히 까칠하게 굴 필요도 없지 않을까. 자신보다 두 살이나 어린 녀석들과 이런 일로 말다툼 하는 건 우스운 일이니까. 굳이 따지자면, 자신은 조금 쑥스럽기만 할 뿐 그리 화나지도 않았고 말이다.

“남의 연애에 너무 관심이 많은 거 아니야, 너희?”

트레이는 장난스럽게 상황을 넘기려 했지만, 후배들의 협공은 강력했다.

“원래 사람들은 남의 연애에 관심이 많지 않아요? 그러니까 짝짓기 예능 같은 게 유행하고, 남의 연애사 같은 걸 SNS로 주워듣는 거죠.”

“저희가 남이에요?! 이렇게 귀여운 후배를 남이라고 하시는 거예요, 선배?”

아이렌의 대답은 논리적이고, 에이스의 대답은 장난스러웠다. 정반대의 대응이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함께하면 더 효과가 좋은 협공에 헛웃음이 터지고 마는 트레이였다.

이렇게까지 말하면, 조금은 말해주는 게 좋을까.

하지만 어디서부터 뭘 설명해야 좋을까.

제 동갑내기 연인, 카타리나에 대해 생각해보던 그는 문득 자신을 빤히 보는 아이렌과 눈을 맞추고 대꾸했다.

“그러고 보니 아이렌이랑은 장단이 잘 맞을 거 같네.”

“누가요? 선배 여자친구요?”

“응. 뭐라고 할까, 엄청 어른스러운 녀석이거든. 어릴 때부터 엄청 애늙은이 같았다고 할까.”

카타리나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애어른 같았다. 노인네 같은 말투는 사춘기가 들어서야 쓰게 되었지만, 성격 자체는 한 자릿수 나이대일 때도 굉장히 어른스러웠지. 오죽하면 아르길레 부부, 그러니까 카타리나네 부모님은 ‘내가 철학자를 낳은 걸지도 모르겠다’라는 농담까지 하곤 했으니까.

하지만 이런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아이렌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하지만 선배도 어른스럽잖아요.”

“내가? 나는 그냥 내 나이대에 맞는 정신연령이라 생각하는데.”

“아뇨. 어른스러우세요. 더 어른인데 유치한 사람도 이 학교 안에 있잖아요.”

‘학원장 이야기인가?’ 아이렌의 대답을 들은 트레이와 에이스는 동시에 같은 사람을 떠올렸다.

트레이는 마법은 못 써도 블랙 조크에는 재주가 있는 후배의 말에 웃음을 꾹 참았다가, 생각나는 대로 카타리나의 특징을 늘어놓아 보았다.

“음, 그리고 굉장히 마법에 재능이 있지.”

“그래요? 어느 정도기에?”

“흠. 1학년 때 그쪽 학원장에게 따로 불려가서 ‘너는 출력 조절이 안 되는 기관총이나 다름없으니 수업 중에도 마법을 쓸 땐 조심해라’라고 할 정도?”

“…….”

그쪽 학원장이라는 건, 분명 코벤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학원장을 말하는 거겠지.

여학교 중에서는 NRC이나 RSA만큼의 명성이 있는 코벤에서 굳이 따로 불러 저런 말을 들었다는 건, 정말 어지간히도 마력이 강하다는 소리일 텐데.

생각지도 못한 무시무시한 진실에 에이스와 아이렌이 입을 다물자, 트레이는 다시 크림치즈 섞는 일에 열중하며 주절주절 혼잣말처럼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키도 꽤 크고, 신중한 면도 있고, 약간 엉뚱한 게 귀여운 부분도 있고……. 최근에는 치즈 케이크에 빠진 건지 ‘역시 네가 만든 게 아니면 뭘 먹어도 성에 차질 않는다’라며, 한 판 만들어 달라고 하는 바람에 이렇게…….”

처음에 쑥스러워하던 모습은 어디로 간 걸까. 어느새 트레이는 자연스럽게 제 여자친구 자랑을 늘어놓고 있었다.

자신은 그저 감기에 걸린 듀스의 대타로 부엌일을 도우러 온 거였지만,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니. 참으로 운이 좋지 않은가. ‘안 물어봤으면 큰일 날 뻔했네.’ 그런 생각을 하며 에이스와 눈빛을 교환한 아이렌은 상대와 함께 소리죽여 웃었다.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