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가 죽었다.
사고였다.
임무 중 전사도 아니고, 암살도 아닌, 순수한 사고.
유리는 그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침착하게 일어서서 옷을 챙겨 입었다. 택시를 부르고, 모모에게 사료를 챙겨주었다.
그러는 내내 심장만은 마구 쿵쾅거렸지만.
병원에 들어서서, 응급실로, 점차 다리에 힘이 풀려갔지만, 미하루와 츠루시가 있었으므로, 유리는 의연했다.
그러나……
머리 끝까지 덮인 흰 천을 걷었을 때는, 무너지지 않을 수 없었다.
아아.
그렇구나….
너는 더 이상 소년만화의 등장인물이 아니었던 거구나.
그게 너무 이상하게 다가와서, 유리는 온 세계가 붕 떴다.
떨리는 손은 생기를 잃은 갈빛 머리카락에 닿았다. 창백한 뺨을 쓰다듬었다. 차가운 입술을 만졌다.
유리는 자신의 힘을 써보려 했지만, 소고 안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없었다.
그제야 유리는 추락했다. 가슴을 뜯고, 절규하며, 눈물을 쏟아냈다.
유리 59세, 소고 58세가 되는 해였다.
유리에게는 다행이게도, 두 자식들이 장성해 있었다. 미하루가 유리 대신 절차를 밟았으며, 츠루시가 유리를 챙겼다.
그 둘도 아직 어린 나이긴 했으나, 그들을 뒷받침해주는 어른들이 있었다. 히지카타나, 곤도. 우노스케, 야마자키. 다른 대원들.... 이야기는 진행됐다.
장례는 진선조에서 진행됐다. 40년간 최강의 이름을 달고 최전선에서 활동해온 소고는 진선조에서도 각별한 의미였으므로, 장례식은 크고도 엄숙했다.
지인들이 모였다. 긴토키, 카구라, 신파치, 타에...소고와 얽힌, 유리와 얽힌 인연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유리는 정말 친밀한 몇만을 직접 맞이하고, 종일 소고의 영정사진만을 보았다.
미하루와 츠루시가 그 빈자리를 메꾸었다. 그들도 지치긴 매한가지였으나, 서로가 있어 괜찮았다. 짝을 잃은 저들의 어미를 생각해 기꺼이 일을 도맡았다.
그때 히지카타가 유리에게 다가왔다. 봉투 하나를 가지고.
그건 유서였다.
겉에는 유리에게, 라고 적혀 있었다.
C. 화벚꽃님
종일 멍청히 있던 유리는 병원에서의 오열 이후로 최초로 울음을 터트렸다.
응.
나 영원히 간직하고 있을게.
사랑해.
나도 사랑해.
더 많이 말할걸.
더 많이 속삭일걸.
더 많이…….
“엄마….”
유리는 아직 어린 두 목소리를 껴안았다. 셋은 한 마음이 되어 서로에게 기댔다.
소고가 죽었다.
그러나 그가 남긴 것들은 분명히 남아 유리를 살게 할 것이다.
소고가 그렇게 바랬으니까.
끝.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