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워커 드림] A Confiteor

커미션 작업물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빛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까, S.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 거라 생각합니까.

 

나는 결코 그 양이 많지 않으리라 확신합니다. 우리의 생과 우리의 존재가 증명하는 명제이니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리석은 질문이 떠오른 나를 당신은 이해할 거라 믿습니다. 내 꿈과 지옥에 항시 거주하는 당신이라면 그 청년을 보지 않았습니까. 나의 그림자 속에 한 움큼 손을 집어넣어 나를 헤집고, 낯선 색채와 빛깔로 이뤄진 세상을 집어넣은 그 자를.

 

당신이 보았듯, 그와 만난 이래로 내 삶은 줄곧 혼돈이었습니다. 괴로움이 소용돌이치는가 하면 생전 접해보지 못했던 쾌락이 용솟음쳤습니다. 스스로 내뱉는 호흡이 이질적이었으며, 들이마셔 삼키는 타인의 호흡은 또 얼마나 기괴했던지. 그와 함께하는 매일이 나에게는 아수라장이었고, 내가 지옥에 있는지 연옥에 있는지 헷갈렸습니다. 혼돈도 아수라장도 우리의 본질일진대 감히 매일이 새삼 그러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나는 지옥의 윤곽을 다시 응시합니다.

우리에게 지옥은 생입니다, S. 우리는 존재해서는 안 되고 멸종되어야 마땅한 이들. 허니 삶의 모든 찰나가 더는 거북할 것 없을진대, 지금의 광경을 보십시오. 건물은 수천 가지 불빛으로 반짝이며 마천루가 하늘 높이 솟아 별을 가립니다. 사람들은 색색깔의 옷을 입고 웃고 떠들고 슬퍼합니다. 나뒹구는 쓰레기에서 오물의 냄새가 나며 포장된 도로는 열에 달아올랐다가 식습니다. 해가 떠올랐다 집니다. 달이 드러났다 사라집니다. 하루가 지나도 다음 하루가 계속되고 그 모든 날들의 색채를 내가 응시합니다.

이게 다 무엇입니까? 어찌 생이 이런 모습을 띠고 있습니까? 짙은 그림자와 그보다 짙은 어둠으로 가득차 있던 공간은 어디로 갔습니까?

지옥이어야 할 곳이 이런 모습을 띠면, 나는 앞으로 어찌 살아가면 좋단 말입니까?

 

S, 나는 빛 아래서 살아갈 자신이 없습니다. 빛을 갈망하며 그 안에 편속되길 원하면서도 나는 빛이 두렵기 짝이 없습니다. 눈부심에 한 번 익숙해진 홍채가 어둠에 익숙해지려면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립니까. 그것을 한 번 맛본 뒤의 상실로 이뤄질 삶을 차마 감당하고 싶지 않습니다. 한낱 인간이 어찌 그런 가혹한 일을 견딜 수 있습니까. 신이 아무리 세상일에 무관심하다 한들 이런 무도한 짓마저 용인한단 말입니까.

 

그러니 이렇게 당신에게 빕니다, S. 부디 나의 목숨을 거두어 주십시오. 이제야 그간 내가 해온 발버둥이 헛되었음을 인정합니다. 나는 더 일찍 당신의 읊조림대로 해야 했습니다. 내 그림자에서 솟아 올라 꿈에서도 숙명을 이야기하던 당신을 밀어내고 나만은 살려 달라 빌어선 안 됐습니다.

나는 지나친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가 없는 세상에서 나를 살게 두지 마십시오. 부디 나를 거둬가 주십시오. 나의 피눈물이 보인다면 하루라도 일찍 나를 지옥 그 아래 어둠 속으로 이끌어가 주십시오.

신이 그러지 않는다면, 당신만이라도 유이한 동족에게 연민과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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