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필시 다른 사건들이 연달아 터져나올 신호탄이었다
리들 로즈하트 드림
이건 필시 다른 사건들이 연달아 터져 나올 신호탄이었다.
리들은 그리 확신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세상 모든 일에는 크든 작든 저마다의 징조가 있었다. 불가능한 일이 일어났다고 여겨지는 경우조차도, 따져보면 전부 그 나름의 징조라는 게 있었으니까.
다만 사람들은 모든 이유를 밖에서만, 혹은 안에서만 찾기 때문에 정확하게 징조를 찾아내는 일이 적다고 하던가. 본디 안과 밖을 동시에 고루 볼 수 있는 이는 드물다고. 아이렌은 그렇게 말했던 거 같다.
그리고, 징조를 안다고 해도 말릴 수 없는 일도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 그런 뉘앙스의 말도 했었다는 건 기억하고 있다. 모든 징조는 어떤 사건으로 피어날지 알 수 없는 게 당연하기에, 징조를 안다고 하여 일어나지 않을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완벽한 예방은 없다는. 그런 말을.
“저, 요즘 잠이 늘었어요.”
처음에 아이렌이 그리 말했을 땐, 리들은 그것참 좋은 징조라고 생각했다. 상대에게 불면증이 있는 건 아니긴 했지만, 뭐든 열심히 하려 하는 이 후배는 항상 자는 시간을 귀하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잠은 죽어서 자면 된다.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말을 하며, 아이렌은 어두운 밤과 어슴푸레하게 밝은 새벽에 많은 것을 해냈다. 예습과 복습 같은 공부는 물론. 개인적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한 공부도 하고, 동아리 활동에 필요한 글도 쓰고, 개인적인 취미생활도 했지.
뭐든 열심히 하는 건 좋다. 하지만, 그렇다고 잠을 자지 않으면 건강을 해치기 마련이다. 마법도 과학도 의학도 발달한 현대에선 몸에 조금 문제가 생겼다고 곧바로 죽어버리는 일은 드물지만, 인간의 몸이라는 건 결국 소모품이었다. 무리하면 탈이 나고, 계속 탈이 나다 보면 고장이 나고, 고장이 나면 결국 못 쓰게 되는. 비싼 소모품.
그래서 리들은 아이렌이 몸의 변화에 관해 말했을 때. 이왕 그렇게 된 거 생활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푹 자두라고 했다. 평소에도 꾸벅꾸벅 졸면 문제가 되겠지만, 보통 잠은 약이 되는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푹 자라고. 그렇게 말했던 것 같은데.
“아이렌 말이야, 요즘 계속 졸고 있네.”
“지각은 안 하지만, 수업 중에도 가끔 졸아서 선생님들이 자주 지적하잖아.”
“일찍 잔다던데. 어디 아픈 건가?”
“그림이 그러는데, 중간에 깨지도 않고 계속 잔다더라.”
아무것도 아닌 날의 파티 중. 1학년들이 모여있는 테이블에서 들은 대화는 리들의 시선을 단숨에 끌어당겼다. 신경이 거슬릴 만큼 시끄러운 목소리로 대화하는 것도 아님에도 무서울 정도로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이야기는, 그에게 불합리한 불안을 안겨주었다.
“뭐. 아픈 거면 안색도 안 좋아질 텐데, 그건 아니잖아? 건강해 보이니까, 그냥 피곤한 걸지도.”
“하긴. 워낙 안 잤으니까, 그냥 많이 자는 체질로 바뀐 걸지도 모르지.”
후배들은 아이렌의 변화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리들은 그렇지 못했다. 언젠가 아이렌이 제게 전한 소식이 좋은 징조가 아니라 나쁜 징조가 아니었던 걸까. 자신은 그것도 모르고, 그냥 잘 수 있을 만큼 자라는 무책임한 소리를 한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불안감은 논리적이지 않다. 리들은 그걸 알고 있었다. 당장 제 주변에서 예시를 찾자면, 실버도 지나치게 많이 자지만 아픈 곳 없이 건강하지 않나. 게다가 최근에 본 아이렌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으며, 오히려 기력이 넘쳐 보였으니 과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으리라.
그런데도 어째서, 자신은 이리도 불안한 것인가.
이성을 짓밟고 들불처럼 요란하게 온몸을 감싸는 초조함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가. 제가 발견한 신호가 푸른색인지 붉은색인지도 가려내지 못하는 어리석음은 대체 어디서 기어 나와 자신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인가. 그 신호에 일어날 사건들이 누구에게 득이 되고 실이 될지 계산할 수 없는 서투름은, 어디에서 싹을 틔웠나.
리들은 그 답을 알 수 없어서, 이른 새벽부터 고물 기숙사 앞을 서성이며 방에 불이 켜지기만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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