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스테 드림 단편 모음집

아침 인사

플로이드 리치&제이드 리치 드림

* 전력 드림 60분 신데렐라 [41회 주제: 아침 인사]

 

 

“아이렌 씨, 일어나셨습니까?”

 

아, 아기새우 이름이다.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부르는 이름에 정신이 번쩍 든 깬 플로이드는 눈동자만 굴려 옆 침대를 바라보았다.

지금이 몇 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미 일어난 지 한참 된 걸까. 단정한 머리와 깨끗한 얼굴로 통화 중인 제 쌍둥이 형제는 갈아입을 교복을 설렁설렁 챙기면서 대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저 덕분에 일어나셨다니 다행이군요. 예.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요, 후후.”

 

아. 저 웃는 꼴 봐라. 아주 입이 찢어지겠다.

어차피 아이렌은 자신을 제일 좋아하니까 질투 같은 건 하지 않지만, 자신의 아기새우와 아침부터 도란도란 통화하는 제이드 모습이 얄밉게 느껴지는 건 어째서일까.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는 플로이드는 두 사람의 통화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예. 그럼 학교에서 보겠습니다. 네, 네.”

 

다행스럽게도 통화는 그리 길지 않았다. 몇 마디만 간단히 답하던 제이드는 상대가 통화를 끊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아기새우 전화야?”

“아.”

 

등교에 늦지 않게 교복으로 갈아입던 제이드는 그제야 잠에서 깨어 자신을 보고 있는 플로이드를 발견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플로이드.”

“아. 그래. 그래서, 아기새우랑은 왜 통화한 거야?”

“이런.”

 

아무리 매일 얼굴 보고 사는 형제라지만, 아침 인사도 무시할 정도로 아이렌에게만 관심을 주다니. 형제의 솔직한 관심 표현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어버린 제이드는 옷을 갈아입으며 대꾸해 주었다.

 

“아이렌 씨가 모닝콜을 부탁하셔서요.”

“모닝콜?”

“예. 피곤한 날에는 알람을 맞춰둬도 끈 후 다시 자기 일쑤라, 아예 전화로 깨워달라고 하시더군요.”

“헤에.”

 

아이렌도 그런 짓을 하구나. 평소 야무진 모습만 보면 알람 하나만 맞춰두어도 금방 일어날 것 같은데. 새삼스럽게 상대의 인간적인 면모를 알게 된 플로이드는 흥미롭다는 듯 눈썹을 까딱였다.

 

“플로이드도 슬슬 일어나서 준비하십시오. 늦지 않게 등교해야지요.”

“언제까지 할 거야?”

“뭘 말입니까?”

“모닝콜인가 하는 그거.”

 

그게 그렇게 신경 쓰이는 건가.

생각보다 집요한 플로이드의 질문에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기울인 제이드가 넥타이를 묶으며 ‘흐음’하고 침음 했다.

제가 아이렌과 뭘 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정 재미있겠다 싶으면 자신도 덥석 시도하는 등 시원스럽게 구는 제 형제가 이렇게나 끈질기게 묻다니. 그 점을 귀찮게 여기기보다는 재미있다고 생각한 제이드는 특별히 숨기는 것 없이 전부 말해주었다.

 

“일단 기간은 정해두지 않았지만, 별 말 없다면 매일 6시마다 전화해드릴 예정입니다. 주말은 빼고요.”

“아~, 그래.”

“혹 시끄럽다면 나가서 전화하도록 하죠.”

“아니, 뭐. 그런 건 아니고.”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무표정으로 설렁설렁 답한 플로이드는 뭉그적거리며 이불에서 나오더니, 저벅저벅 씻으러 갔다.

무언가 불만이 있는 건가. 설마, 질투라도 하는 건가. 미적거리는 형제의 뒷모습을 보며 이것저것 가설을 세워보던 제이드는 곧 고개를 저었다.

뭔가 못마땅한 게 있으면 직접 말하겠지. 플로이드는 굳이 참을 정도로 섬세한 사람이 아니다. 제 형제에 대해 잘 아는 그는 별일 아닐 거라 여기고 단정하게 차려입은 교복의 매무새를 점검할 뿐이었다.

 


 

제이드의 말대로, 아이렌을 향한 모닝콜은 거의 보름간 계속되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주말을 제외 한 매일 아침 6시마다 아이렌에게 전화를 거는 제이드는 전혀 귀찮아 보이지도 않았고, 오히려 대단히 뿌듯하고 즐거워 보였다.

 

‘그렇게 좋나.’

 

사실은 알고 있다. 저건 충분히 좋아할 만한 일이라는 걸. 자신의 아기새우는 마법도 못 쓰고 특별히 신체 능력이 좋은 종족도 아니며 어디 기댈 연고도 없는 이방인인 주제에, 남에게 신세 지는 걸 병적으로 싫어하는 여자이지 않던가.

어디에서도 약한 소리, 싫은 소리를 하기 싫어하는 아이렌이 귀찮을 만한 일을 부탁하고, 그게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가장 무방비할 상태일 때 하는 통화라니. 이러니 제이드도 상대가 먼저 그만하라고 하기 전까지 계속해주고 싶은 거겠지.

 

‘치사하네.’

 

딱히 제이드의 일을 훼방 놓고 싶은 건 아니다. 제가 대신해줄 것도 아니고, 그러고 싶지도 않으니까. 아이렌이 하루를 시작할 때를 독점할 수 있는 건 좋아보이지만, 매일 같은 시간에 통화를 해주는 건 너무나도 재미없고 지루한 일이지 않나.

하지만, 이게 반복이 아니라 한 번 뿐인 이벤트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그리 생각한 플로이드는, 두 사람이 방심한 틈을 노려보기로 했다.

 

“흐음…….”

 

어느 토요일 아침. 일부러 어젯밤 일찍 자서 알람 없이도 6시 전에 일어나도록 한 플로이드는 눈을 뜨자마자 시계를 확인하고 씩 웃었다. 지금 시간은 5시 58분. 제이드는 아직 자고 있고, 일어날 기미도 보이지 않으며, 오늘은 모닝콜도 하지 않는 날이었다.

 

“읏챠.”

 

주말에는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는 제이드이긴 하지만, 제 통화 소리를 듣고 깨어날 수도 있으니 이대로 전화를 걸 순 없다. 플로이드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6시가 되기를 숨죽여 기다렸다.

 

‘갑자기 내가 전화해서 놀라려나? 아니면, 아기새우도 잔다고 안 받는 건 아니겠지?’

 

세상에서 가장 긴 2분 동안, 스마트폰에는 아이렌의 번호를 띄워둔 채 기대에 부풀어있던 그는 상단에 표시된 전자 시계가 ‘6:00’로 바뀌자마자 통화 버튼을 눌렀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은 아이돌 노래가 흘러나오는 통화 연결음이 몇 초 정도 이어졌을까.

오래 기다리지 않아, 수화기 너머에서 졸음에 빠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여보세요’도 아니고, ‘네’인가.

잠겨있는 목소리를 보아하니 푹 자던 중 깬 것 같은데, 제가 누구인진 아는 걸까?

문득 장난기가 솟은 플로이드는 웃음을 꾹 참고 최대한 제 형제의 목소리를 흉내 내 보았다.

 

“일어나셨습니까, 아이렌 씨?”

「…….」

“아이렌 씨?”

「오늘……, 토요일 아녜요?」

 

아. 이 바보 같은 대답을 보라.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는 알면서, 제가 누구인지는 모르지 않나. 분명 평소대로 제이드가 걸었겠지, 하고 화면도 제대로 보지 않고 통화를 받은 게 분명하다.

허술한 아이렌의 모습에 당장이라도 속 시원하게 웃고 싶은 플로이드는 몇 없는 인내심으로 감정을 억누르고 연기를 계속했다.

 

“이런, 제가 착각했군요. 죄송합니다.”

「착각하신 거 맞아요? 선배답지 않네요…….」

“저도 실수는 합니다.”

 

‘으음.’ 평소보다 가라앉은 목소리로 앓는 소리를 낸 아이렌은 잠깐 대답이 없더니, 실없는 웃음소리를 흘리며 물었다.

한층 낮아진 음색 때문일까. 아이렌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꽤 요염하게 들렸다.

 

「저랑 통화하고 싶어서 거신 건 아니고요?」

“글쎄요?”

「후후. 선배도 참, 귀여운 구석이 있다니까요……. 전화 말고, 직접 와도 되는데…….」

 

아, 평소와는 다른 말투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제게는 들려주지 않는 톤과 말투라고 하는 게 맞을까. 언제나 제 앞에선 설렘을 주체하지 못해 조심스럽고 수줍은 언행을 보이는 아이렌인데, 지금 모습은 완전 도발적이지 않나. 이건 주로 제이드를 대하는 태도였다.

 

‘진짜 나인 줄 모르나 보네.’

 

이건 서운해해야 하나, 제 완벽한 연기력에 자랑스러워해야 하나.

잠깐 망설이는 사이, 수화기 너머에서 ‘쪽’하고 입술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나중에, 플로이드 선배랑 같이 놀러 오세요. 전 1시간만 더 잘래요.」

“…….”

「그럼, 끊을게요. 주말인데도 아침 인사 해줘서 고마워요.」

 

아직 많이 졸린 건지, 아이렌은 저 통보만 남기곤 정말 전화를 끊어버렸다.

갑자기 종료된 통화에 두 눈을 깜빡이던 플로이드는 뒤집어쓴 이불을 걷어내고 절전 된 스마트폰 화면만 노려보았다.

그러니까, 제이드는 매일 아침 이런 목소리의 아이렌과 이런 통화를 하고, 수화기 너머로 키스까지 받은 건가?

명석한 머리로 차분히 상황을 정리한 플로이드는 조용히 스마트폰을 머리맡에 놔두고, 제 베개를 집어 들었다.

 

“……윽?!”

 

퍽. 도무지 솜이 든 물건이 낼 만한 소리가 아닌 묵직한 타격음 아래, 제이드의 짧은 비명이 겹쳐진다.

자다 말고 갑자기 날아든 공격에 벌떡 일어난 그는 습관적으로 플로이드의 침대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이내 잔뜩 인상을 구긴 공격자와 눈이 마주쳤다.

 

“플로이드? 이게 무슨…….”

“진짜 얄밉네.”

“예?”

 

‘쳇.’ 짧게 혀를 찬 플로이드는 더는 말도 잇지 않고 씻으러 가버렸다.

전후 사정을 전혀 모르는 제이드는 어이가 없어서 입도 다물지 못하고 가만히 있다가, 제게 날아온 베개를 도로 챙겨 들었다.

뭐가 뭔지는 몰라도, 돌아오면 반격해 줘야지. 그리고 이유를 묻자.

겉보기엔 어른 같아도 아직 17살인 그는 제 나름 합리적인 방안을 찾은 후, 형제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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