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14] 칼리타 루인 / 아포칼리샤

[FF14] 마지막 기억

빛전에메 기반 아젬에메

파이널판타지14 아젬X에메트셀크 드림

드림주 외형 언급 있음

마지막 기억

ⓒ스릴입니다

하늘에서 별이 쏟아졌다.

붉고 노랗게 타오르는 별은 땅으로, 바다로, 건물 위로 쏟아져 온 세상을 불태웠다.

검은 연기와 불꽃 속에서 야수로 변한 사람들이 울부짖고,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 울부짖었다.

그야말로 종말이었다.

반파된 대의사당 건물 옥상에 아젬이 서 있었다. 방금 막 사임했으니 더이상 아젬이라 부를 수 없겠지만, 에메트셀크는 여전히 그를 아젬으로 부르는 것에 익숙했다. 어차피 당장 새로운 아젬이 취임할 것도 아니니 상관없겠지.

사실 그보다는 현실을 부정하고픈 마음이 컸을지도 모른다. 천맥의 뒤틀림, 창조마법의 폭주, 종말, 조디아크 창조, 인구 절반의 희생, 또 남은 절반의 희생… 그리고 아젬의 반대까지. 이 모든 것이, 아니면 적어도 마지막 하나만이라도 거짓이었으면 하는 마음.

“— 아젬!”

“아, 에메트셀크. 마지막으로 만날 수 있어 다행이야. 너라면 올 거라 생각했어.”

쏟아지는 유성우에 새빨간 하늘이 마치 노을처럼 보였다. 그 빛이 수면에 반사되어 온 세상이 붉게 물들었다. 눈이 아플 정도로 붉은 시야에서 홀로 푸르게 빛나는 에테르. 검푸른색 긴 머리가 바람에 흩날리고, 오렌지색 태양을 닮은 눈이 에메트셀크를 곧게 응시한다.

“마지막이라니, 무슨 말이야. 정말 위원회를 떠날 작정인거냐? 왜!”

“그래. 그건 내가 아젬으로서 내린 마지막 결정이야. 번복하는 일은 없어.”

아젬의 눈빛과 목소리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너는 언제나 그랬다. 변덕스럽게 굴지만 한 번 내린 결정은 바꾸는 일 없이 나아간다. 그 걸음에는 의심도 불안도 없다. … 그래서 항상 믿고 있었다. 아젬이라면 무슨 일이든 다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언제나 변함없이 하늘에 뜬 태양처럼, 그를 쫓으면 기대할만한 미래가 펼쳐질 거라고.

“나는 위원회의 조디아크 소환에 반대한다. 이럴 때일수록 사람은 단결해야 하는 법. 반대하는 인원이 남아 있으면 분란의 씨앗이 돼. 그러니 떠나는 것이 옳아. 사감은 없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할 뿐이야.”

“무슨 궤변이냐. 소환에 반대한다면 그에 대한 근거를 대고 사람들을 설득해야지. 떠나는 게 아니라! ”

아젬의 말은 모순투성이다. 애초에 위원회의 방식은 의견을 천천히 조율해나가는 것이지, 반대하는 이를 퇴출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지금은 한시가 급한 상황이지만— 아젬이 정말 조디아크 소환을 막고 싶다면 위원회에 남는 것이 맞다. 반대자가 없으면 계획은 가속될 뿐이니까.

“아니. 그게 아니야.”

살풋 웃는 표정에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쉬움? 미안함? 그것도 아니면 분노?

“조디아크 소환에 반대해. 하지만 조디아크가 필요한 이유도 알아. 그러니 소환을 막지 않을거고, 동시에 함께할 수도 없어. 그렇다고 베네스와 함께할 생각도 없고. 천맥의 보강도, 세계의 분단도 전부 필요한 일이거든.”

분명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듣고 있는데 아젬의 감정을 추측하기 어려웠다. 평소에도 표정 변화가 없기로 유명했지만 에메트셀크에겐 곧잘 감정을 드러내곤 했는데.

“반대로 물을게, 하데스. 휘틀로다이우스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조디아크에 묶여있어. 헤파이스토스는 미쳐버렸고, 테미스는 망가졌지. 햇빛도 들지 않는 깊은 바다 속에 홀로 남아, 이 기나긴 시간을 버텨낼 수 있겠니?”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말이 머리를 징징 울린다. 그런 거 몰라. 세계의 분단이라니. 바다 속에 홀로 남는 시간은 아직 찾아오지 않았다. 그때의 자신은 모르는 이야기다. 그래, 모른다. 아젬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젬은. 아젬이…

아젬과 자신은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

“나는,”

“말하지 않아도 돼. 다 알고 있으니까. 다만 하데스, 내가 떠난다 해서너무 상심하지는 말아. 나는 돌아올 거야. 여행이란 그런 법이잖아? 떠났다 돌아오는 것.”

그때는 사랑한다 말해줄게. 그러니 너도 꼭—

“…… 헉!”

감겨 있던 눈이 번쩍 뜨였다.

하늘은 어두웠다. 그러나 별로 가득했다.

아, 정말이지.

에메트셀크는 새삼, 자신이 정말 오랫동안 외로웠음을 깨달았다. 그 어둡고 차가운 심해에 홀로 틀어박혀 과거만을 되새기는 시간. 1만 2천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이 그의 마음을 갉아먹었다. 그러나 그는 생존했다.

종말은 끝났고, 태양은 여전히 곁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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