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백업

상견례

일전 짧게 써두었던 타로사니. 2020년 이전 작성 추정

*카노에에게 아직 환자 설정이 붙어있었던 시절에 쓴 글입니다.

*우울한 분위기

검진일은 한참 남았건만 현세로 나올 채비를 서둘렀다. 순순히 따라나오는 커다란 손을 꼭 잡고 게이트를 건넌다. 두어번쯤 입어 본 게 다일 현세의 옷이라 꽤나 불편할텐데도 묵묵히 따라줘서 고맙다 했더니, 그러시다면 돌아오는 길에 맛난 것이라도 함께 드시자며 부드럽게 웃는다.

옛저녁에 끝난 성장은 말할 것도 없고 거주를 따로 하게 된지도 얼추 몇 년은 되어가건만 부모님과의 대면은 아직 어렵다. 죄어드는 불안감 앞에서, 나는 이렇게 큰 너를 혹시라도 잃어버리면 사니와로써 체면이 안 설 거라며 따뜻한 손을 꽉 잡았다. 그는 굳이 읽지 않아도 보일 내 불안을 보면서도 짐짓 모른 체 웃어주었다.

사니와가 되기로 했다며 찾아갔을 때 마지막으로 뵌 두 분이다. 그 뒤로 다시 만날 일은 없지않을까 생각했는데... 히카와 오빠를 통해 간간이 소식은 듣고 있었을 텐데도 굳이 날 부르는 이유가 뭘까?

"주인?"

하긴, 그거 내 옆에 있잖아. 웃음이 나왔다.

오랜만에 도착한 본가를 한 눈으로 훑는다. 역시, 변화는 없다. 두 분 모두 이것저것 꾸미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현관문의 락을 해제한다. 지문인식이 아니었다면 굳이 쓸데없는 통화를 해야했겠지. 그러고보니 예전에는 키패드 따위로 보안했다지. 그런 필요없는 암기를 강요하는 구세대의 유물-

"열렸습니다. 들어가시지요."

"그럴까?"

따위 생각해서 뭐해. 나는 타로타치와 함께 걸음을 내딛는다.

부모님을 뵈러 간다고 하니 대번에 따라나서겠다며 일어서던 히라노를 말리길 잘했다. 따라왔다면 어떤 폭언을 들었을 지 모르겠는걸. 역시 이 사람들은 전혀 변하지 않았어... 하지만 나는 그간 약간이나마 성장한 모양이야. 이런 훈계 속에서도 표정을 바꾸지 않고 생글생글 웃으며 맞장구칠 수 있게 되었으니까.

"같은 사니와는 안 되겠니? 지금이라도 알아봐 줄까?"

"너는 정말이지, 어려서부터 그렇게 일탈을 해 대더니 결국은-"

"아무리 겉보기로는 사람이라지만, 어떻게..."

"얌전히 집으로 들어와서 요양했다면 사니와 같은 건 되지 않았을 거 아니냐."

"......"

문득 곁눈질로 올려다본 얼굴은 다행스럽게도 평온하다. 스스로를 온통 깎아내리는 뭇 인간의 발화에도 신검의 표정은 털끝하나 흔들림없이 잔잔했다. 적어도 당장 화내지는 말아줘. 들릴 리 없는 부탁을 올린다.

"미안."

"무엇이 말입니까?"

"이럴 줄 알았는데도 데려왔으니까..."

"괜찮습니다... 이런, 얼굴이 하얗게 질렸군요."

집채만한 두 손이 시야를 덮는다.

"이렇게 차가워서야 아무리 맛있는 것이라 한들 헛일이지요."

"그런가."

한적한 정류장에는 아무도 없다. 조금 뜨거워진 눈가를 들키기 싫었기 때문에 손을 떼어내려 했지만, 역시나 이런 곳이라고 빠질 리 없는 완력에 가로막혀 손바닥에 눈물을 묻혀 버렸다. 나는 괜찮다고 몇 번이나 말해주는 목소리에 기대 조금 울었다.

카테고리
#기타
페어
#그 외
커플링
#검사니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