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백업

무서운 쿰을 쿠었구나 ver카노에

타로사니 글백업. 2021년 이전 작성 추정

*사니와가 아닌밤중에 남사한테 매달려 우는 이야기

*남사의 모습을 한 역수자~ 태그와 드림캐의 몸에 깔려 이상한 꿈을 꾸는 드림주 썰을 적당히 섞은 것

평소와 같은 길을 걷는다. 커다란 손을 맞잡은 근시와 함께 게이트를 향한다. 언제나처럼 날카로운 눈빛 아래에 걸린 희미한 미소에 마음을 놓는다. 돌아가면 저녁을 먹고 쉬자. 자기 전엔 바둑이나 한 판 두자고 할까나.

진작 나타났어야 할 게이트는 아무리 걸어도 보이지 않고 주변은 점점 어둡게 물든다. 점점 느려지는 걸음을 채근하는 듯 힘을 넣는 커다란 손이 아파 몸을 빼려고 했더니, 그제서야 올려다본 얼굴에서 낯선 적의 빛이 흉흉하다. 이제야 알아보냐며 비웃는 듯 포효하는 근시의 얼굴에 몸이 싹 굳는다.

도검남사나 사니와, 혹은 지인의 거죽을 덮어쓰고 습격하는 역수자가 있다는 이야기는 물론 알고 있었다. 에이 설마, 내 식솔을 못 알아볼 리가? 라며 웃어넘겼었는데... 근거가 있는 괴담이었구나. 근시의 껍질을 벗어던진 것의 손이 목젖을 세게 움켜쥔다. 초월적인 완력에 온 몸이 둥실 뜬다. 투박한 손바닥살에 쓸린 목이 사포로 쓸리는 것처럼 아팠다.

전투는 전혀 못한다. 영력도 딱 평균, 감지도 겨우겨우. 알아챌 수 있었을, 리, 없나... 흐트러져 가는 사고 도중에서도 목을 조르는 손가락이 파고들어 아프다. 허공을 구르는 발이 점점 버겁더니 머리가 빙글 돈다. 그렇게 눈앞이 새까매졌다.

시야가 열린다. 부드러운 벽지가 발려진 천장으로 시작된 사방은 온통 내 흔적으로 가득했다. 세상에, 꿈이라고? 그렇다면 목을 조르던 건 대체? 라는 의문도 곧 풀렸다. 가슴보다도 한참 위로 올라와 상체를 온전히 덮은 타로타치의 팔은 평소 휘두르던 자신의 본체만큼이나 굵고 또 묵직하다. 이거였구나. 이런 것에 눌려 있었으니 그런 꿈이 나올 만도 하지. 그 와중에 혹시나 싶어 맡아본 체향도 꾹꾹 눌러본 근육의 조직감도 영기도 쭉 알던 그대로라 겨우 안심했다. 그럼에도 놀란 가슴은 쉽게 잦아들지 않아, 숨을 꿀꺽 삼키고는 잠든 얼굴을 들여다본다. 고른 숨을 내쉬는 얼굴은 부드럽게 풀려 있어 사랑스러웠지만 아까의 소름끼치는 전개는 자꾸만 딴 생각을 들게 했다.

곁눈질로 바라본 바깥은 아직 어둡다. 그도 웬일로 깊게 잠든 채다. 하루정도 그의 잠든 얼굴을 보며 불유쾌한 꿈을 되새겨도 뭐가 문제될지? 몸을 뒤척여 넓은 품으로 파고든다.

그런 상황이 정말로 오면...? 당연히 못 버틴다. 분명 속수무책으로 당하겠지. 이렇게 잘 자고 있는 내 검이 어느날 그런 모습으로- 아니야... 그건 꿈이야. 간만에 꾸는 무서운 꿈이라 이렇게 불안해하는 것 뿐이야. 하지만, 언젠가 꿈이 아닌 현실에서 그런 일을 실제로 겪게 된다면? 이 품이 내가 아는 칼이 아닌 주적의 것이라면? 아까 느낀 오한을- 또 느끼게 되면...?

타로타치가 눈을 떴다. 제일 처음 들어온 풍경은 밤새 잘 주무셨어야 했을 주인이 제 품에서 눈가를 붉힌 모습. 깜짝 놀랐지만 일단은 주인의 등을 쓸어주며 왜 이러시냐고 물으니 네가 역수자로 변해 나를 죽이는 꿈을 꾸었다 하신다. 스스로 능력이 미약하니 정말 그런 상황이 되더라도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현세가 아닌 이곳의 일로 이런 소름끼치는 꿈을 꾼 건 처음이라 너무 당황스럽다고. 그러면서 다 젖은 목소리로 너는 역수자가 아닌거지? 날 해치지 않을거지? 하는데 평소의 온갖 응석과 달콤한 징징거림을 받아주었던 눈으로 보기에도 가엾기 짝이 없는 몰골이 아닐 수 없다. 타로타치는 아직 잠에 잠긴 목소리를 내며 뺨을 부볐다. 다정히 느껴지리라 짐작되는 말을 고르고 골라 속삭인다. 자신은 없었지만.

"아닙니다. 저는 보시는 바와 같이 당신의 검입니다. 해치지 않습니다. 그러니 부디 안심해 주십시오. 당신이 어떻게 저를 모르겠습니까? 설령 실제로 일어날 일이라 할지언정 그리 당하실 리 없습니다..."

저런 생각을 한들 평소에 쓰던 말투가 어디갈 리 없어 딱딱하고 고루한 언어만을 내뱉게 되었지만. 아무튼 그는 이런 자신과도 어울려 주시는 사니와가 고맙다.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던 목소리는 곧 잦아들고 눈물을 뚝뚝 흘리던 얼굴도 가라앉아 물꼬가 막힌다. 너무너무 무서워서 네 잠까지 깨워가며 매달렸다고, 미안하다며 몇 번이고 사과하는 그의 현세를 고쳐 안는다. 거듭 괜찮다고 달래던 어느 순간에야 사라진 칭얼거림을 인지하고 내려다본 얼굴은 잔뜩 일그러진 채 잠들어버린 후다. 타로타치는 조심스레 뻗은 손끝으로 미간을 풀어준 후 따라 눈감았다.

현세의 꿈으로 괴로워하는 주인은 몇 번인가 보았지마는 혼마루의, 그것도 자신이 얽힌 악몽은 처음이다. 너무 마음에 두지 않으셨으면 좋겠지만. 있다 다시 깨어나시면 무언가 같이 하시자 권해볼까. 그가 지상에 내려와 배운 대로라면, 나쁜 일을 덮는 것에는 좋은 일을 행하는 것이 최선이랬다. 새로운 잠에 젖기 시작한 의식 너머로 사니와의 악몽을 덮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계획이 떠오르고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그는 또다시, 이번에는 사니와를 짓누르지 않는 자세로 푹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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