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두 번 생기는 일은 세 번도 생긴다

白色矮星 by 퍼피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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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선발 레이스, 후미 씨도 관전하러 간댔나?”

“앗, 네에...... 일단은요.”

 

이름과 성별과 나이와 얼굴과 담당 우마무스메의 인적사항 정도를 알고 있는 몇 년 오래 된 상대 트레이너에게 정리된 문서를 건네며 적당히 대답한다.

치프 트레이너도 아니면서 왜 문서 종류 정리를 나한테 시키는지는...... ...... 생각하면 화만 나기 때문에 생각하지 않는다......

종종 있기 때문에......

 

“그래, 잘 해 봐! 후미 씨도 이제 슬슬 신입 딱지 떼야지.”

“네...... 가, 감사합니다. 노력할게요......”

 

죽어......

도움 되지 않아...... 그냥 죽어......

깊게 생각하면 안 된다. 다들 담당 우마무스메에게는 의욕적이고 좋은 사람이다. 손이 비는 것도 맞으니까 도울 수 있는 거라면 돕고 싶다고 생각한다. 죽어. 오늘만 세 건 했어. 어제도 네 시간밖에 못 잤고, 그래서 선발 레이스 인원파악도 제대로 못 했고, 인적사항도 등번호 3번까지밖에 확인 못 했다. 아니, 근본적으로 내 잘못이긴 해. 내 잘못인가? 죽어...... 피곤해......

 

적당히 예의바르게 인사를 끝마치고 햇빛 아래를 초밥처럼 걷는다. 피곤하고 졸렸고 입 안에 초콜릿 두 개나 넣었다. 선발 레이스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으므로, 역시 조금 루틴을 생각해 둔다......

오늘 선발 레이스, 명문가의 우마무스메가 참가했었지. 그런 경우에는, 아무래도 열정 있는 트레이너들은 그쪽으로 몰리게 되니까. 그래서 다른 우마무스메들에 대한 정보를 더 확인해 두고 싶었는데......

명문의 아가씨는 뛰어난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상대에게 겁먹지 않고 제대로 달릴 수 있는 아이가 좋다고 생각한다. 압도적인 상대를 앞에 두고도 허리를 펼 수 있는 기백은 소중한 재능이니까.

그리고 최근에는, 웬만하면 밤색 털 아가씨는 피하고 싶어...... 무심코 겹쳐 볼 것 같고 나쁘다......

 

트랙 근처에 선 채로, 멍하니 머리의 안에서 생각을 정리한다. 심볼리 가...? 의 우마무스메였지. 분명 이름이...... 시리우스 심볼리. 그쪽은 빼고......

 

“어—이, 어이 당신! 거기 트레이너!”

“엣, 에, 저, 저요......?”

“그래, 혹시 지금 많이 바쁜가?”

“엣? 아, 아니, 그렇지는...... 않은데......”

“아! 살았다 살았어, 그럼 이거 좀 도와줄 수 있어? 이게 말이야, 오늘까지 이쪽에 이걸 설치해야 하는데 일손이 모자라서...... 많이 안 어려운 거야, 무겁지도 않은 건데 조절이 좀—”

“앗...... 아, 네...... 앗...... 네......”

 

앗......

......

앗...... ...... ......

 

 

또......

글렀다......

 

왜 다들 트랙 근처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으면 할 일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리고 왜 어렵지 않은 일을 남한테 시키고 싶어 하는 걸까? 그리고 어렵지 않대놓고 10분째 뭔 이상한 걸 옮기게 시키는 건 무슨 사태일까? 내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걸까? 그리고 애초에 할 일 없어 보이면 남한테 시켜도 된다고 생각하는 그 사고방식 뭐야? 노동력 공짜라고 생각해? 나 잡일하는 조건으로 트레센이랑 계약한 거 아닌데?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트레이너 일이랑 관계 없는 거 아니야? 내 본업이랑 하염없이 멀어지고 있는데? 내가 왜 도쿄 상경해서 뭔 이상한거 옮기는 일을 해야하는걸까? 바닥도 뭔 진흙탕인데? 없애버릴까? 나 얼굴에 ‘무엇이든 도와드려요’ 같은 거라도 써있는 걸까? 지난달에도 지하철역에서 무슨 설문조사 잡혔고 그냥 내 탓인 걸까? 도쿄 싫어!!! 돌아갈래!!! 마마 파파에게.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은 다 쓰레기들이에요. 남들 뜯어먹을 생각밖에 없고, 자꾸 방문판매 하려고 하고, 택배인 줄 알고 문 열었더니 학습지 사라고 하고, 저는 아기도 없는데 분유가 20통 생겼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다 쓰레기들이고, 사기꾼들이고, 세상이 밉고, 자꾸 보험 들라고 하고, 카드도 무슨 월 회비 만 엔 드는 걸로 바꿨고, 차도 없는데 자동차보험이 생겼고, 무슨 이상한 항아리 같은 거랑 동아리에서 만들었다는 이상한 오천엔짜리 귀걸이를 샀어요......

 

내 문제일까......?

내 문제일지도......

 

‘......제대로 봐 두고 싶었는데......’

 

......선배 트레이너도, 이러저러 선발 레이스에 시간을 맞출 수 있도록은 배려해 줬고.

봐 두고 싶으니까, 시간 전까지만, 이라든지, 레이스 이후에 시간이 나면, 이라고 이야기했더라면 부드럽게 해결할 수 있었을 텐데.

아니, 부드럽게는 아니다. 분명히 그렇게 말하면 불쾌한 표정을 봐 버리니까.

권유하면 어쩔 수 없어. 화내는 건 무섭다. 나에게 이미 기대하고 있는데, 그걸 저버리면 나쁜 일이다.

 

“이봐, 이쪽이야! 거기랑, 여기 모서리에 놔 줘! 아니, 진짜로~ 도와줘서 고마워!”

“네, 넷......”

 

도중에 그만둔다고 이야기하면, 이 기분 좋게 베푸는 호의가, 금세 변해버리고 말 테니까.

처음에 거절했던 것보다 더, 나쁜 아이가 된다. 시간을 버렸다고, 화를 낼 거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험담의 대상이 될 테니까, 그러지 않는 편이 좋다.

......그만두자, 이런 생각.

이미 정해버린 일이니까, 어쩔 수 없다. 이렇게 하기로 한 이상, 나의 선택이 되어버린다. 누구도 원망할 수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그러면, 나는 대체, 누가......

 

......

코스의 안쪽을 흘긋 들여다본다. 이미 선발 레이스를 준비하는 우마무스메들이 모여, 각자 몸을 풀거나 편자를 점검하거나......

문득 시야에 밤색 머리카락이 스친다. 며칠 전의 뒷골목에서 나를 구해 주었던, 그 우마무스메의 머리카락 색.

 

학원에는 갈색 머리카락의 우마무스메들이 많으니까...... 뭐랄까 일전에는, 스쳐지나가는 아그네스 타키온 양을 보고 깜짝 놀라서 뒤돌아봤다가, 어쩐지 반쯤 강제로 뭔가...... 시음하게 된...... 뭐 그런 경험도 있었다. 손톱이 야광색으로 빛나서 조금 울고 싶었다.

정말 바보 같다고 생각하지만, 갈색 머리카락에 붉은 눈동자라면 나도 모르게 자꾸 눈으로 쫓아버리게 되어서...... ...이럴 거라면 그때, 하고, 조금 슬퍼져 버린다. 며칠이나 지났는데도 떠올라 버려.

이런 마음으로 타인을 대하는 건 실례니까, 겹쳐보고 싶지 않지만...... 저기 저 애는 정말로 그녀를 닮아서, 굉장히 늠름한 얼굴에, 윤기나는 밤색 머리카락. 여기에서까지 가슴을 뜨겁게 하는 날카로운 붉은 눈동자의 색이, 엥.

 

“에, 본인......?!”

 

무심코 작게 비명지르고 입술을 깨물었다. 아니, 이런 거리에서는, 들리지 않겠...... 안, 않? 겠? 않나? 못, 못 들은 것 같은데, 다른 사람은, 아니, 그치만......

 

‘바, 방금 눈이 마주쳤던...... 것, 같은.’

 

......

아, 아니, 기분 탓이겠지.

기?분탓?

 

“오오~......! 드디어 등장했네요......! 그 심볼리 가의 우마무스메—시리우스 심볼리!”

“에......?!”

“아아, 지금까지 모의 레이스에서 계속 성과를 내고 있었지. 오늘은 어떤 달리기를 보여줄까, 기대되네.”

 

에?! 몸 푸는 것도 멋있어! 아니 근데 뭔데?! 시?리우스심?볼?리? 아니, 뭔데?! 에?! 트레센의?! 아니, 멋있어...... 저 망설임 없는 눈빛, 낮의 태양 아래에서도, 계속 빛나고 있어서...... 에?! 시리우스 심볼리?! 우, 운동복 차림 멋있다, 어울려...... 에?! 심볼리 가문의 우마무스메?! 에?!

 

[—각 우마무스메가 게이트로 들어갔습니다! 오늘의 선발 레이스——스타트입니다!]

 

또 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정한 세월은 흐른다......

아니, 그런, 무리다, 나는—

 

빨려들어가듯이, 그녀밖에는 응시할 수 없게 되었다.

 

“......! 아침의 비로, 코스는 다소 무거울 텐데—”

“아랑곳하지 않는군......! 평판대로, 대단한 파워다!”

 

관중의 평가를 귀로 미끄러트리며, 나는 넋을 잃고 그 옆모습을 새긴다.

오로지 앞만을 바라보는 또렷한 눈동자, 강하고 망설임 없이 뻗어나가는 다리. 자신을 믿지 않으면, 자신이 가는 길을 알고 있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저, 선명함.

 

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당신밖에는 보이지 않아.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인데도, 모든 것이 색을 잃는다. 이 세계 전부가, 당신의 백그라운드. 바람도 땅도 잔디도, 전부 이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거야.

살아있는 것만으로는 생生이 아니라고, 그렇다면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이냐고—그것의 대답이, 지금 여기에 있다.

 

그것은 당신이다.

 

“———하아아아아아아앗————!!!!!”

 

파여 날아가는 잔디, 튀어오르는 진흙, 바람을 헤치고, 늑대와도 같은 포효로 하늘을 가른다.

맹렬함으로 무장한, 마치 불타는 항성과도 같다. 내부의 가장 깊은 곳에, 그 삶이 형태로 틀어박힌다.

 

—살아있고 싶어.

불타 없어지더라도 좋으니까, 더 바라보고 싶어.

불길에 뛰어드는 나방처럼, 그것을 끌어안고 싶다는—충동, 열망? 어떤 것이든, 근본에서부터 그것이 넘쳐흘러, 존재하는 모든 것이 없어지고, 그 무언가밖에는 남지 않게 된다.

 

사랑스러워서, 애타서, 떨림이 멈추지 않아서, 닿고 싶어, 연결되고 싶어, 싫어와 좋아가 마구잡이로 뒤섞여 엉망진창이 된다. 그래도 알 수 있어, 알 수 없을 리 없어, 그것만이, 그것만이 유일하게 나를—

 

“——굉장한 달리기였어!! 자네라면 클래식 3관왕 제패를 노릴 수 있겠지!! 내가 가지고 있는 경험, 전부 때려넣겠다고 맹세하마!”

“—앗......”

 

되돌아온다.

 

“저도......! 부디부디, 저와 함께 3관을 차지하지 않겠습니까?! 아직 신인이지만, 환경, 정보, 전략...... 완벽하게 다듬어 보이겠습니다!”

“—......”

 

꺾인다.

 

가지고 싶다, 는 갈망만으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분해, 괴로워, 슬퍼, 나도, 가지고 싶어. 나도, 가지고, 싶었다. 몇 개나 되는 꿈, 몇 개나 되는 소망이, 산산조각난 파편들이 가슴의 안쪽을 누른다. 살의 안쪽으로 파고들어서 가끔 고통스러운 것들, 무엇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한 번 없어진 것이 두 번 없어지지 못할까.

괴로움은, 누르면 가라앉는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것들이니까, 아마도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

 

한 번만.

한 번만 나를...... 바라봐 준다면.

 

“당신, 뭐 하는 중이야! 이쪽도 도와줘!”

“아, 으읏, ......”

 

......

왜 매번 바보 같은 생각을 하는 걸까.

바라본대도 안 돼. 기회를 준다고 해도 나는...... 변하지 않는다.

이번만이라고, 만약에 신이, 한 번 더 운명을 엮어주었대도, 나는......

먼 곳에 있는, 얼굴도 보이지 않는 저 사람의 고함이, 무서워서.

 

“......네......”

 

손을 뻗어도 닿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마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어차피 가지지 못할 것들이었다고 생각하면, 냉정해질 수 있다.

그래도 기쁜 일이었다고, 한 번도 닿지 못할 것에 잠깐이라도 손이 닿았다는 사실을 만족하자고...... 어차피 평범한 나로는, 안 될 일이었을 테니까.

 

응원하자, 하고, 생각한다.

죽어 버릴까, 하고도 동시에 생각한다.

 

“미안하지만, 담당은 이미 정했다. —어이, 너.”

 

등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어쩐지 조금 목이 메었다.

괴로워서, 어떻게도 할 수 없다.

‘선택’한 것은 나다, 그렇게ㅡ

 

“거기의 퍼피! 너다.”

 

......눈가가 욱신욱신하고 눈물을 모은다.

처음의 뒷골목에서, 그녀는 나도 그렇게 불렀으니까, 아마 분한 것인지도 모른다.

반대로 그렇다면 괜찮은 게 아닐까, 처음부터 전혀 특별하지 않았다면, 새삼 분할 일도 아니다.

......누구일까.

가슴이 뭉개질 것 같은 감정으로 가득 찬 채로, 살짝 고개를 틀어 뒤를 훔쳐본다. 주목이 쏠리고 있을 상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 않? 안? 본?본. 본? 봤다. 본? 보?본.

어?쩐지다들이쪽?을보고있는?듯?한?기?분이?

 

“......? ? ??”

 

뒤를 봤다.

아무것도 없다.

앞을 본다.

 

“???”

 

??? 이쪽을 보고 있?

응?시?하고있는듯?한.

 

“......?? 저, 저......?”

 

무? 무? 슨 바보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 걸?까?

무슨, 바보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 걸까???

한 손을 가슴팍에 짚은 채로, 옆을, 앞을, 뒤쪽을,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착각하고 있는, 다른 ‘진짜’의 사람을 찾는다, 정말로, 이런 말을 들어야 할 사람을—

 

“——오늘부터 네가, 내 트레이너다. 이견은 없겠지?”

 

나요?

왜???요?

 

“에...... ......??”

“이견은, 없겠지?”

“네? 네...... 에? 에......”

 

에?

에......

에?

에......

에?

에......

 

에?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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