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단편

잊힌 영웅은 어디로 가는가

스킬라 드림

아시미오스.

트로이 전쟁에서 대활약한 지혜로운 그리스의 영웅 오디세우스의 부하이자, 메시나 해협에서 사고사하여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불운한 전사. 무용(武勇)이 알려질 정도로 뛰어난 인물은 아니어도 전쟁에서 살아남을 정도의 힘과 지혜는 있으며, 역사서에는 그저 머리 여섯 달린 괴물에게 잡혀간 부하 한 명으로 기록될 뿐 이름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단역 중 한 명.

그러나 이 오케아노스에서 만큼은, 그는 꽤 유명인사였다.

 

“감사합니다! ‘스킬라와 세이렌들’이었습니다!”

 

짝짝짝.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박수 소리와 환호성들은 마치 우레와도 같다.

지옥에서도 바다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들이 모인 이곳에서 당당히 자리잡고 콘서트를 여는 메탈 밴드인 ‘스킬라와 세이렌들’은 두 명의 세이렌과 한 명의 바다 괴물로 구성되어 있었다.

사람을 홀리는 목소리와 화려한 연주, 그리고 가끔 땅에서 내려오는 지옥의 공주와 벌이는 액션까지.

올림포스의 신도 티탄도 증오하는 그들에게 시원시원한 그들의 공연은 몇 되지 않는 유희였다.

 

“고마워요, 신사분들! 정말 고마워!”

 

밴드의 보컬인 스킬라는 먼저 대기실로 향하는 제티와 록시를 뒤로 한 채, 끝까지 환호를 보내 주는 팬들에게 손을 흔든다. 제게 쏟아지는 관심을 손 키스로 보답하며 텅 빈 무대 위를 누빈다. 여러 의미로 넋이 나간 관객들을 살피던 그는 두리번두리번 익숙한 얼굴을 찾다가 구석에서 누군가를 발견했다.

 

“아시미오스!”

 

애정이 듬뿍 담긴 목소리에 조용히 공연을 감상하던 그가 손을 흔든다. 비록 생전에 스킬라에게 목숨을 잃었지만, 바다의 망령이 된 후엔 얄궂게도 곁에 그녀밖에 남지 않은 아시미오스는 항상 공연을 보기 위해 아예 객석에서 떠나지 않게 되었다. 아주 가끔, 스킬라가 직접 데리고 대기실이나 다른 곳으로 갈 때도 있었지만……. 멜리노에가 오케아노스를 드나들게 된 이후에는 그런 일도 사라졌지. ‘언제든 그 계집애를 해치울 수 있게 여기 있어야 해!’라며 이를 가는 스킬라는, 대부분을 공연장과 대기실만 오가게 되었으니까.

 

“오늘 공연은 어땠어, 자기? 즐거웠어?”

“물론이지, 스킬라. 정말 아름다운 노래였어.”

“후후, 알아. 내가 메인 보컬인 이유가 다 있으니까. 자, 대기실로 가자! 새로 작업하고 있는 곡을 보여주고 싶거든.”

 

아시미오스는 알겠다 답하고 스킬라를 따라가려 했지만, 동작은 상대가 더 빨랐다.

눈 깜빡할 사이에 스킬라에게 낚아채 져 아래로 끌려가는 그의 모습은 꼭 생전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게 했지만, 지금의 아시미오스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미 죽은 자신은 또 죽지 않고, 스킬라는 다른 것에 굶주려 있다. 그걸 알고 있는데, 무엇이 두렵겠나.

해류에 휩쓸려가는 해초처럼 질질 끌려가는 그는 분명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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