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나

안나 전직 스토리

드림주의

드림을드림 by 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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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분기 시점: 안나가 엘리아노드에 드나든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노아를 공격하는 몬스터의 앞에 뛰어들었지만 반대로 그 탓에 노아가 다치고 만 뒤 먹은 마음가짐의 차이

1라인

“싸울 수 없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어!”

안나는 노아를 구하려던 행동이 도리어 노아를 다치게 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는다. 전투에 익숙지 않은 자신은 보호 대상이며, 끼어들어 봤자 걸림돌이 될 뿐이다. 새삼 깨달은 사실은 너무나 쓰라렸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 이 어린아이에게 보호받기만 해도 될까?

생각의 늪에 빠진 안나를 끌어올린 건 클라모르의 위로였다. 꼭 적과 싸우는 일뿐만이 지키는 것은 아니다.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것 역시 보호의 범주에 포함되며, 안나는 이미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었다. 그래, 억지로 다른 길을 개척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답게, 할 수 있고, 잘하는 일에 충실히 하는 것. 그게 바로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자신감을 되찾은 안나는 클라모르와 마주 보며 미소 지었다. 마음이 강해지는 것. 그것이 자신을 위해 주는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첫걸음일 테다.

2라인

“걱정 마요, 내 몸 하나는 건사할 수 있으니까.”

안나는 상처 입은 노아를 보며 자책감에 빠진다. 노아를 구하지는 못할 망정 제 한 몸도 지키지 못해 도리어 아이를 다치게 하다니. 적어도 자신을 지킬 힘이 있었다면 지금 같은 결과는 아니었으리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내가 더 강했다면, 힘이 있었다면.

그 길로 세븐 타워에 돌아간 안나는 클라모르에게 마법을 가르쳐 달라 요청한다. 안나에게는 생소한 학문이었지만, 동시에 아니기도 했다. 그간 여러 매체를 통해 접한 마법 이론들이 있지 않은가? 적어도 엘리오스의 다른 평범한 사람들보다는 마법적 지식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었다. 안나는 좋은 스승과 포기하지 않는 끈기로 기초적인 전투 마법의 원리를 깨우친다. 기뻐하기도 잠시, 안나는 가장 큰 문제를 간과하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다른 세계의 사람인 안나는 마력을 지니지 않았다!

이래서야 원리를 안다 한들 마법을 쓸 수 없다. 좌절해 주저앉은 안나의 손에 클라모르가 반지를 끼워 주었다. 마력을 저장하는 기능이 달린 마도구로, 선천적으로 마력이 없는 사람도 반지에 저장된 마력을 이용해 마법을 쓸 수 있게 되는 물건. 어쩜 지금의 제 상황에 딱 맞는 것을 내어 줬을까? 클라모르는 민망해하며 원래 다른 목적으로 만들던 마도구를 개량한 것이라 밝혔다.

배운 마법들을 실제로 써 본 안나는 무언가 성에 차지 않음을 느낀다. 마법을 배울 기회도, 훌륭한 스승도, 좋은 환경도 있는데 이대로 만족하고 멈출 수 있나? 전혀 아니다. 한번 시작한 이상 끝을 보고 싶었다.

안나는 학구열이 샘솟는 것을 느끼며 마법 연구에 빠져들었다. 마법사로서 더 높은 경지에 다다른다면, 분명 자신뿐만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까지 지킬 수 있으리라.

3라인

“돌아가고 싶어. 내가 사랑한 세계로.”

안나는 쓰러진 노아를 보며 큰 충격에 빠진다. 다행히 큰 상처는 아니라지만, 자신 탓에 누군가 다친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래, 모두 제 탓이다. 자신이 엘리오스로 넘어가지만 않았다면 노아가 다치는 일은 없었을 텐데.

울적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온 다음날, 안나는 엘리오스로 향하는 문이 열리지 않는 것을 깨닫는다. 깊은 절망에 빠진 안나는 어떻게든 문을 열려고 시도하지만, 아무리 두드리고 차고 비틀어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이대로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걸까? 그럴 수는 없다. 그래서는 안 된다. 억지로 문고리를 비틀자, ‘틈’이 생기며 문이 활짝 열렸다. 안나는 매료될 정도로 찬란하게 빛나는 검푸른 빛을 향해 외쳤다. 나를 엘리오스로 보내 줘. 클라모르를, 노아를 만나게 해 줘!

뛰어든 틈 너머는 세븐 타워가 아니었다. 사람도, 건물도, 벽도, 바닥도, 아무것도 없는 공간. 혼돈의 영역이었다.

발 디딜 곳 없는 공간에서 표류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안나는 더 이상 푸르게 변한 오른팔을 보고도 공포를 느끼지 않았다. 빠져나가려는 발버둥도 그만뒀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다가올 마지막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쯤, 다시 한번 틈이 열렸다.

꺼졌던 희망의 불꽃이 다시 피어올랐다.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몰라.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 잘 움직여지지 않는 몸을 이끌고 빠져나간 곳은 안나의 세상이 아니었다. 하늘은 갈라지고, 곳곳에 헤니르 균열이 일어난 엘리오스. 그러나 안나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노아와 클라모르만 만난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견딜 수 있었다.

머리가 희게 센 노아를 만나기 전까지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이 세계에 없다. 안나는 그 사실에 완전히 무너질 뻔했지만, 노아와의 대화 끝에 마지막 희망을 붙들었다. 헤니르 교단이 연구한 ‘틈’. 그걸 통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아직 포기해서는 안 된다.

안나는 교단을 쫓아 여정을 떠났다. 언젠가 그리운 사람을 다시 만나기를 기원하며.

4라인

“다시 한번 당신의 손을 잡을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하겠어.”

몬스터의 공격에 본능적으로 노아의 앞을 가로막고 섰지만, 둘 모두가 다치는 결과로 이어지고 만다. 혼란스럽다. 다른 세상에서 살아온 안나는 이렇게 다쳐 본 일도, 제 탓에 다친 사람을 가까이서 볼 일도, 생명의 위협을 느낄 일도 없었으니까. 안나는 제 호흡이 빨라지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흐려져 가는 의식 속에서 간절히 바랐다.

적을 무찌르고, 모두를 지킬 힘을 원한다고.

다시 눈을 뜬 안나는 기이할 정도로 상처 하나 없는 몸에 의아해한다. 노아는 아직도 팔에 붕대를 감고 있는데 자신만 다 나았다니, 이상하지 않은가. ⋯그런데, 노아가 왜 저렇게 긴장한 얼굴을 하고 있지?

의식을 잃은 직후, 안나의 몸 주변으로 강한 힘의 흐름이 휘몰아쳤다. 방출되는 것이 아닌, 빨려 들어가는 형태로. 얼마간은 괜찮았지만 곧 감당할 수 없는 힘을 담은 대가로 안나의 몸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폭주해 날뛰는 힘을 클라모르를 경유해 강제로 뽑아내는 식으로 겨우 갈무리하고 나자 주변 지형은 이전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변해 있었다.

설명을 듣고 난 뒤 안나는 곧바로 납득했다. 일어나려 짚은 바닥이 돌가루로 변해 흩날렸기 때문이다. 무엇이 됐든 감당 못할 힘을 얻은 건 확실하다. 안나는 즉시 노아와 클라모르에게서 멀어졌다. 이대로는 세븐 타워로도, 집으로도 돌아갈 수 없다. 정처 없이 걷던 와중, 안나는 시가지의 부서진 잔해 틈에서 정체 모를 물건을 발견한다. 손에 쥐자마자 알 수 있었다. 이건 생명의 씨앗이다.

그 순간 씨앗이 반응하더니, 몸속에서 무언가 빠져나가는 감각과 함께 눈앞에 커다란 괴물이 나타났다. 생명의 씨앗이 몸속에 깃든 힘을 먹고 발아한 것이다. 일격에 몬스터를 해치운 안나는 이전보다 운신이 자유로워졌음을 느낀다.

교단을 쫓아 생명의 씨앗을 이용한다면, 이 힘을 통제 가능할 정도로 없앨 수 있지 않을까?

안나는 씨앗의 파편을 부스러트린 뒤 걸음을 옮겼다. 먼 길이 되겠지만, 소중한 사람에게 돌아가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걸을 각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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