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스테 생일 연성

입술을 소중히 할 것

리들 로즈하트 드림

* 24년도 리들 생일 기념 연성

덜그럭.

요란한 소리를 내며 테이블 위에 올려진 선물 상자는 빈말로도 작다곤 할 수 없는 크기다.

화창한 8월 24일의 오전. 아침 일찍 시작된 리들의 생일파티 중. 트레이가 구운 생일 케이크를 먹고 있던 오늘의 주인공은 제 테이블에 상자를 올린 이를 올려다보았다.

 

“아이렌, 이건?”

 

이름을 불린 감독생은 빙긋 웃더니 손끝으로 슬쩍 상자를 건드렸다. 내용물이 그리 무겁진 않은 건지, 상자는 그 작은 손짓에도 달그락거리며 흔들렸다

 

“생일 선물이에요. 지금 풀어보셔도 돼요.”

“흐음, 그래?”

 

대체 뭐가 들었기에 상자가 이리 큰 걸까. 한 변이 적어도 20cm는 되어 보이고 높이도 제법 있는 정사각형 모양의 선물 상자를 기대에 찬 눈으로 바라보던 그는 신중한 손길로 리본을 풀고 뚜껑을 열어보았다.

 

“음?”

 

새빨간 리본으로 봉인되어있던 상자가 열리자, 향긋한 장미 향이 피어오른다.

그는 상자 가득 담긴 장미를 보고 반사적으로 숨을 멈추었다. 흔히 플라워 박스라고 하던가. 각양 색색의 장미가 담겨있는 상자 안에는 꽃 외에도 다른 물건도 들어있었다.

그는 장미 사이에 파묻힌 동그란 플라스틱 통과 공예품을 번갈아 보다가, 후자를 꺼내 들었다. 장미 장식과 왕관, 트럼프 카드 장식이 달린 그건 갈고리형 금속 책갈피였다.

 

“이게 다 뭐니?”

“제가 직접 만든 책갈피예요. 선배는 책도 자주 읽으시고, 공부할 때도 필요하시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실용적인 선물로 드리면 좋을 거 같아서 만들어 봤어요.”

“이걸 직접 만든 거라고?”

“뭐, 공방 같은 곳에서 만든 거라 도움은 좀 받았지만요.”

 

그렇다 해도 놀랍다. 손재주가 있다는 건 원래도 알고 있었지만, 이건 판매해도 될 정도의 결과물이지 않나.

리들의 감탄을 본 아이렌은 멋쩍게 웃곤, 제 볼을 긁적였다.

 

“사실 공방 안에서 파는 걸 살까 생각도 했지만, 뭔가 선배에게 딱 어울린다 싶은 게 없어서 직접 만들었어요. 이런 물건은 늘 곁에 두고 쓰는 거니까 개성이 있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고, 직접 뭔가 해드리고 싶어서…….”

 

과연. 알겠다. 선물은 정성도 중요하니,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직접 해주고 싶었다는 거겠지. 생일을 기념해서 세상에서 하나뿐인, 자신만의 물건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는 거 아니겠나. 비록 파는 게 더 품질이 좋을지 몰라도, 자신만을 위해 솜씨를 발휘한 물건이 더 가치 있을 테니 말이다.

아이렌의 정성과 성실함을 느낀 리들은 꽃들 사이에 조심스레 책갈피를 내려놓았다.

 

“고마워, 잘 쓸게. 그럼, 이건 뭐니?”

“아, 그건 입술에 바르는 팩 같은 거예요.”

“팩?”

“네. 뭔가 책갈피 하나만 달랑 드리긴 좀 그래서 준비했죠. 제가 써보니까 좋았던 제품이라 같이 드리려고요!”

 

그건, 꽤 의외의 선택이다. 아이렌도 스킨로션 정도는 바르고 간단한 입술 화장 정도는 하지만, 남에게 화장품을 선물할 정도로 뷰티 제품에 관심 있을 줄은 몰랐는데.

하지만, 이 또한 나쁜 선물은 아니다.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오면 자주 입술이 트기도 하니, 이걸로 관리하면 되는 거 아니겠나.

화장품을 꺼내 본 그는 설명서를 읽으려는 건지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이건 어떻게 쓰는 거니? 그냥 립밤처럼 바르면 되는 걸까?”

“아, 그건 아니고요. 아니, 맞나? 음, 그러니까……. 잠시만요. 직접 보여드려도 되나요? 마침 샘플 받아온 것도 있는데.”

“응? 아, 그래. 직접 보는 게 나을지도.”

 

리들은 별생각 없이 아이렌의 제안을 수락했다. 백문이 불여일견. 그런 말도 있지 않나. 그러니 일단 직접 본 후, 이해가 안 가는 게 있다면 그때 묻자. 그리 생각한 리들에게 다가온 건, 부드러운 티슈의 감촉이었다.

 

‘어라.’

 

당연히 아이렌이 직접 자기 입술에 바르면서 알려줄 줄 알았는데, 그건 리들의 착각이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그의 입가를 닦은 아이렌은 주머니에서 샘플을 꺼내더니, 새끼손가락을 써서 리들의 입술에 제품을 발라주었다.

 

“이렇게, 자기 전에 얇게 바르고 주무시면 돼요. 딱 이 정도 두께로.”

“……그, 그렇구나.”

“향 좋죠? 딸기향이에요. 종류가 꽤 다양한데, 전 이 향이 제일 좋더라고요.”

“으음, 그래.”

 

들뜬 분위기에 휩쓸려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할 타이밍을 놓친 리들은 뻣뻣하게 굳은 표정으로 겨우 대꾸했다.

제 입술에서 느껴지는 인공적이고 자극적인 딸기향과 정성스러운 손길을 곱씹듯 입술을 오물거린 그는 한참 뒤에야 감사 인사를 전했다.

 

“고마워, 잘 쓸게.”

“네. 그럼 저야 기쁘지요.”

 

아, 기뻐하며 웃는 아이렌을 보자니 또 말문이 막힌다.

호의는 고맙지만 다음에는 그러지 마라. 너무 서스럼없이 남자 몸에 손을 대면 안된다. 자신은 신사이니 괜찮지만 다른 녀석들에게 이랬다간 무슨 오해를 살지 모르니 자중해라.

……뭐,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왜 이렇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 걸까.

 

“아이렌, 잠깐 이리 와봐!”

 

리들이 굴러가지 않는 머리와 굳은 혀로 침묵에 빠졌을 때. 저 멀리서 에이스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렌은 슬쩍 목소리가 들린 쪽을 보더니, 난처해 하며 고개를 꾸벅였다.

 

“잠시만요, 선배. 금방 다녀올게요.”

 

그렇게 아이렌이 자리를 뜨자, 목각인형처럼 무뚝뚝한 표정으로 침묵을 유지하던 리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하아…….”

 

더는 표정 관리할 이유가 없어진 그는 불에 달군 쇠공 같은 얼굴을 식히기 위해 한숨을 푹 쉬며 손부채질을 했다.

 

‘사감, 힘내셨구나.’

‘그래도 대단하신데. 저렇게 참으시고.’

 

하지만 심란한 리들과 달리, 구경꾼들은 신이 날 수밖에 없었으니. 잔뜩 부끄러워하는 리들을 애써 못 본 척하는 기숙사생들은 시선을 저 멀리 피하며 속으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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