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준비
황금 D-1 기념 베르니체 옷 준비하기
아씨엔 × 빛의 전사(중원 휴런 여성) 드림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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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면은 너무 투박한가?”
“그것보다는 이거 어떠세요? 금속 재질이지만 두께도 얇고, 디자인도 깔끔한데.”
“아니면 아예 후드를 쓰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제1세계에서 가져오셨던 지하 매복자 같은 거요. 아예 그 세트로 맞추는 것도 괜찮을 거 같은데.”
베르니체는 집에서 집사들을 모아두고 옷을 고르고 있었다. 옷장을 활짝 열고 전신거울 앞에서 이것저것 얼굴에 대 보던 베르니체는 함께 끌려온 원형들을 보고 어느 쪽이 낫느냐고 물었다.
“그냥 아무거나 쓰면 되잖아. 어차피 이방인 티가 날 텐데 뭐 하러 이것저것 신경 써?”
“후후후, 어느 거나 잘 어울려.”
“아니면 복제된 인형의 안대로 얼굴을 가려도 좋고.”
“나는 잘 모르겠군. 챙이 넓은 모자와 베일은 어떠냐.”
“시야 확보나 무게 면에서는 오른쪽이지만, 투랄은 남북으로 길게 자리한 대륙인 만큼 범용성 좋은 쪽이 좋겠지. 지하 매복자가 괜찮을 것 같아.”
반응도 제각각 달랐다. 에메트셀크는 귀찮아하고, 휘틀로다이우스들은 그저 즐기고, 라하브레아도 그저 즐기는 것 같고, 그나마 엘리디부스만 진지한 조언을 건넸다.
“지하 매복자라, 괜찮긴 한데……. 조금 수상해 보이지 않으려나?”
“정 어려우면 투랄 출신의 사람들에게 그곳 환경을 물어보는 것도 좋지 않겠어? 툴라이욜라에서 온 왕녀 우크라마트나 에렌빌이라던 조달꾼이나, 여기저기 있는 마무쟈족이나.”
“우크라마트 씨한테 물어보는 건 기대하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아서. 에렌빌 씨는 여행에 필요한 물자를 준비한다고 바쁘고. 마무쟈족 사람을 만나서 물어보는 게 좋겠어.”
베르니체의 고심에 보다 못한 에메트셀크가 툭 던지듯이 말했다. 그의 조언도 확실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우크라마트에게는 기대하고 있다는 오해를 주고 싶지 않았고, 에렌빌은 그에게 말했다시피 물자 준비로 바빴다. 베르니체의 중얼거림을 옆에서 듣고 있던 시라크가 손을 번쩍 들었다.
“하지만 고지 라노시아에 있는 마무쟈족들은 너무 적대적이고⋯⋯ 용병으로 와 있는 사람이 좋을 것 같은데⋯⋯.”
“그러면 저 아는 사람 있어요! 소개해 드릴까요?”
“부탁해, 라크. 보자, 장소는 어디가 좋으려나⋯⋯. 아니, 내가 그 사람에게 갈게. 당장이 아니라도 한가하다고 하면 그때 찾아가도 되니까, 물어봐 줄래?”
“네. 한 번 연락해 볼게요.”
계단을 내려가는 집사를 보던 베르니체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모두가 그렇지만, 특히 시라크는 더욱 든든한 이였다. 시 씨족의 ‘눈’이 되기도 충분한 실력이 있음에도 그가 자신의 곁에서 티아로 남아주는 것이 고마웠다.
“라크도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가서 시 씨족의 ‘눈’이 되겠지? 정말 좋은 ‘눈’이 될 것 같아.”
“라크가요? 라크는 ‘눈’보다는 ‘티아’로 남아서 사람들을 보살필 것 같은데요. 굳이 ‘눈’이 된다면 두 번째 ‘눈’이 돼서 씨족을 보호하려나? 어쨌든 본인이 가장 앞선다기보다 앞서는 사람을 뒤에서 떠받쳐주는 게 자기한테 맞다고 하기도 했고.”
안델라의 말에 베르니체는 그런가, 하고 고심했다가 고개를 저었다. 다른 이가 있기에 나서지 않는 것뿐이지, 막상 나선다면 주저 없이 나아갈 사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때 아래층에서 그가 올라왔다.
“베르니체 님, 마침 지금 한가하다고 해요. 림사 로민사 시장에 있으니, 그쪽으로 오시라는데요?”
“잘 됐다. 그럼 가자. 음, 보답으로 뭘 준비하지……?”
“베르니체, 어디 가?”
들려온 목소리는 브리안의 것이었다.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보따리를 든 브리안은 가벼이 손을 들어 인사를 건네며 휘틀로다이우스가 대신 대답하는 것을 듣더니 미소 짓고서 보따리를 보여 주듯 더 들었다.
“이거 우연이네. 나도 마무쟈 족을 만나고 싶어서 너랑 상의하러 왔는데. 그쪽에 맞는 복장을 준비하려면 현지에 살았던 이들의 조언이 필요할 것 같더라고. 누메논 대서원에서 읽은 투랄은 기후가 지역마다 다르니 말이야. 그래서 일단 우크라마트랑 상회 사람들한테 물어봐서 마무쟈족이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해 온 참이야.”
“그럼 같이 갈래? 마침 라크가 아는 마무쟈족을 만나러 갈 참이야.”
“부탁할게.”
그렇게 브리안과 휘틀로다이우스, 그리고 만날 이와 시라크는 보지 못할 고대인들을 동행하고 림사 로민사 시장으로 간 베르니체는 바다를 보고 있는, 얼굴이 카멜레온처럼 생긴 푸른 비늘의 마무쟈족을 발견했다. 혹시 저 사람이냐고 물으니, 시라크의 꼬리와 귀가 번쩍 올라갔다.
“맞아요! 도라 쟈 씨,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시, 라크, 반갑, 다. 이 사람이, 네, 고용주냐?”
“네. 베르니체 님, 이쪽은 도라 쟈 씨예요. 마무쟈족 중에서도 푸른 비늘을 가진 부네와시죠. 도라 쟈 씨, 이쪽은 베르니체 님이세요. 에오르제아를 넘어 동방과 사베네어, 그로 모자라 이 행성까지 구하신 영웅이시죠.”
베르니체는 시라크의 말에 당황해 얼굴을 붉혔다.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라고 하고 싶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그런 행위를 평범한 사람이 할 수 있을 리 없으니 부정할 수도 없었다. 그 반응이 뭐가 그리 웃겼던지, 옆에서 듣던 브리안이 웃다가 들고 있던 보따리를 내밀었다.
“만나서 반가워. 나는 브리안이라고 해. 베르니체의 동료이자, 의남매야. 이건 시간을 내준 보답인데, 마무쟈족이 옥수숫가루로 만든 반죽을 얇게 펴 구운 부침에 양념된 재료를 싸먹는 걸 즐긴다고 하길래 한 번 준비해 봤어.”
“오, 고맙다. 먼저 먹어 봐도, 되겠나?”
“물론이야. 먹고 평가까지 해주면 더 고맙지.”
도라 쟈라는 마무쟈족은 브리안의 선물을 무척 만족스레 먹었다. 향신료도 일부러 투랄에서 무역으로 구해온 것을 사용했다는 브리안은 더 먹을 수 있도록 안에 재료들을 넉넉하게 넣어두었다고 덧붙였다.
“덕분에, 고향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런데 묻고, 싶은 게 뭐지? 투랄과 관련, 있다고 들었, 다.”
“조만간 의뢰를 받아 그곳에 갈 예정이라서 투랄에 관해 듣고 싶어요. 그곳 분위기는 어떤지, 모험가가 투랄을 전부 둘러본다고 하면 어떤 복장을 갖추는 게 좋을지, 같은 것요.”
“멋진, 곳이다. 모험가라면, 분명히 좋아할, 곳이지.”
도라 쟈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길지 않은 침묵 뒤에 말을 꺼냈다. 투랄. 누메논 대서원에 적혀있던 것처럼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구조의 대륙이고, 그런 만큼 하나의 대륙임에도 기후의 차이가 큰 곳. 각지에 여러 종족이 자리 잡은 채 살고, 이웃하는 종족과 싸우거나 독립해서 살아가는 땅. 그렇기에 대부분 저마다 입는 재질이 다르다고 했다.
“그리고 그런 대륙을 지금의 연왕, 굴루쟈쟈가 통합했고. ……여전히 이번 의뢰에 찝찝한 구석이 있는걸.”
“다시 말, 하지만 투랄, 은 평화로운 도시, 다. 에오르제아보다, 훨씬 더 평화로웠, 다.”
“이야기 고마워요. 더 기대되네요. 그럼 그곳에 가려면 다양한 복장을 준비하는 게 좋을까요?”
“대륙의 양 끝, 을 방문한다면 그래야, 할 것이다. 정확히 알지 못, 한다면 적당하게, 따뜻한 복장과, 망토를 챙기고, 나머지, 는 필요해졌, 을 때 현지에서 챙겨도, 충분하다. 하지만 펠루펠루, 족과의 거래를 조심, 해라.”
도라 쟈의 신신당부에 웃은 베르니체는 고개를 끄덕이고 가보겠다는 이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러고 보면 신대륙에서 온 의복 제작법이 비전서에 있었으니, 어쩌면 그들에게 자연스레 녹아드는 것도 훌륭한 은신 방법이 될 터였다. 하지만, 그게 정말 투랄의 복장과 똑같을까? 전통복이지는 않을까? 그런 고민에 빠져있으니, 브리안이 끄집어내듯 불렀다.
“베르니체. 어쩔래?”
“……오빠는?”
“난 그냥 늘 입던 대로 입을까 해. 온전히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곳이 아니면 네가 전에 판데모니움을 처음 다녀온 날 휘틀로다이우스가 준 전투 복장으로, 쉴 수 있으면 편한 복장으로. 눈에 안 띄겠다고 여기서 이것저것 준비해 봐야 어차피 우리가 외지인인 걸 알 거 아니야.”
“……이번에도 추위로 고생할 셈인가.”
그가 말하는 것은 베르니체가 변옥층에서 찾아온 낡은 의복을 본 휘틀로다이우스가 베르니체에게 만들어주는 김에 브리안에게도 만들어 줬던 것이었다. 베르니체를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며 준 것이 생각보다 몸에 잘 맞았던 탓인지 자주 입었던 것. 문제는 오른쪽 소매가 없다는 것인데, 브리안이 갈레말드에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는 라하브레아의 물음에 그가 웃고 고개를 저었다. 그럴 때를 대비해 보온용 불 클러스터를 넉넉히 챙길 거라며 자신 넘치는 표정으로 주먹을 반대편 손바닥으로 감싸듯 맞부딪친 브리안은 어이없다는 표정의 에메트셀크를 보더니 물었다.
“그런데, 너희들은? 아무리 너희는 직접 안 나선다 해도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복장을 갖추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이번에도 내가 줄까?”
“아니. 됐어. 우리도 우리 시대 전투복을 입을까 해서.”
“뭐? 누구 맘대로?”
“하지만 엘리디부스를 위해 가는 거잖아? 그러니 우리도 문제가 생기면 뛰어들 각오를 해야하지 않겠어? 아, 그래도 나와 히슬로디를 위한 것 정도는 준비해줄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이야 로브를 입으면 되지만, 우리는 평소에도 보이니까 편한 상황에서 입을 옷이 있으면 좋겠어.”
휘틀로다이우스–원형의 말에 에메트셀크가 귀찮아 죽겠다는 듯 마른세수를 했다. 당연히 휘틀로다이우스는 그것을 신경 쓰지 않았고, 브리안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답하고 있었다.
“민소매도 괜찮아? 툴라이욜라는 따뜻한 기후라고 하거든. 그러니 툴라이욜라에서는 가면을 써도 후드를 덮으면 한결 나은 모험가의 후드 조끼를 입고, 혹시 갑작스러운 전투가 있을지도 모르니 세손 장갑도 끼자. 하의랑 신발은 평화 주창자 바지랑 캐주얼 부츠가 나으려나?”
“응, 물론! 나는 혼이 형체를 이룬 것에 불과해서 주변 기온은 큰 영향을 받지 않거든. 너무 짧다 싶으면 창조 마법으로 덧대면 되는 일이기도 하고,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또 입어 보겠어?”
“좋아, 잘 알겠어. 엘리디부스 너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았던지, 브리안의 물음에 엘리디부스의 가면 사이로 보이는 눈이 둥글게 뜨였다. 그러면서도 자신도 어지간하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테니 상관없다고 말했지만, 브리안은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갈레말드에서처럼 사람들 앞에 드러나야 할지도 모르잖아. 전투 복장은 너희 시대 전투복을 입겠다고 했으니 넘어가고, 사복 정도는 준비해 줄게.”
“……틀린 말은 아니로군. ……그럼 휘틀로다이우스와 같은 것으로 부탁하지.”
“얼마든지. 장갑은 다른 거로 해줄게. 주 무기는? 마법? 검?”
“스태프를 쓸 때도 있고, 검을 쓸 때도 있을 것 같으니 적당히.”
접수하겠다며, 얼마 안 걸릴 테니 베르니체와 집에서 기다려 달라고 말한 그는 시장 안쪽에서 집사를 불렀다. 그 모습을 보던 베르니체는 그의 말대로 원형들을 집으로 데려갔다.
“그래서, 옷은 정했어?”
“조금 덥긴 하겠지만, 기사도 치유사 상의에 상급 알라그 치유사 장갑, C2 전투 하의에 재탄생 치유사 장화를 신을까 해. 얼굴은 마누샤 치유사 가면으로 가리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곳에서는 늘 입는 걸 입으려고.”
“기온 영향은 걱정 말거라. 온도 조절 이데아를 만들어 주마.”
“고마워요, 라하브레아. 고마워, 안델라, 시라크.”
베르니체의 말을 듣고 옷을 꺼내주는 이들에게서 그것을 받아 환영의 옷장에 비추었다. 첫 번째 프리즘이 빛나며 그것들을 흡수했고, 베르니체가 그 프리즘에 에테르를 불어넣자 옷이 같은 외형으로 변했다. 그 모습을 본 휘틀로다이우스–원형이 말했다.
“이제 마음 놓고 출항할 준비만 하면 되겠다. 그렇지?”
“응, 그러게.”
기지개를 쭉 켠 베르니체는 돌아서서 그들 뒤의 창을 보았다. 청명한 하늘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모험가로서 모험을…….’
“……정말 기대하고 있는 모양이네.”
휘틀로다이우스–그림자의 웃음기 어린 목소리에 놀라 그를 바라보니, 뒤에서 에메트셀크가 말했다. 아젬이 처음 가는 장소에 관해 이야기할 때의 표정을 짓고 있었노라고. 눈을 휘둥그레 뜬 베르니체의 머리를 라하브레아가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 표정을 지으면 꼭 거대한 일을 해결하고 왔지. 과연 너는 어떨지 궁금하군.”
“아무리 스케일이 커도 아젬만하지는 않겠지. ……곁에서 제대로 지켜볼 테니, 네 방식대로 나아가라.”
담담하게 말하지만, 엘리디부스에게서는 희미한 기대가 전해졌다. 어쩌면 아직 아젬의 능력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자신의 기대감을 그의 것이라 착각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착각해도 괜찮을 감정이지 않을까. 베르니체는 말 대신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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