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스테 생일 연성

마음에 들었다면 OK입니다

제이드 리치 & 플로이드 리치 드림

* 23년도 생일 리치 형제 생일 축하 연성.

“저기, 아기새우야. 이게 뭐야?”

 

플로이드는 제 앞에 놓인 종이를 집어 들었다.

갑자기 모스트로 라운지에 와 자신과 제이드를 부르길래 뭘 하나 싶었는데, 뜬금없이 뭔가 잔뜩 적힌 서류를 내밀다니. 제 아기새우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주문한 차를 홀짝이며 리치 형제를 번갈아 보던 아이렌은 평온한 얼굴로 답했다.

 

“설문 조사지에요.”

“아니, 그건 보면 아는데. 갑자기 웬 설문?”

“곧 있으시면 두 분 생일이잖아요? 그래서 준비했지요.”

 

그러고보니, 종이 맨 위에 적힌 글자가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생일선물 선호도 조사 설문지’라고 적힌 제목을 손가락으로 톡톡 친 제이드가 흥미롭다는 듯 웃었다.

 

“과연. 저희가 원하는 걸 선물하고 싶지만 대놓고 원하는 걸 써달라고 하는 건 기대감이 적어질 수 있으니, 선택 범위를 좁혀주기만 한다면 그 안에서 골라오시겠다는 거군요.”

“정답이에요.”

“후후. 현명한 생각입니다. 저는 아이렌 씨가 주는 거라면 뭐든 좋지만, 이왕 받는 거라면 유용하다 느낄 만한 걸 가지고 싶으니까요.”

 

자신들의 생일을 위해 이런 걸 준비한 것 자체가 기쁜 걸까. 제이드는 벌써 선물을 받은 사람처럼 만족스러워하고 있었다. 플로이드는 입꼬리가 귀에 걸릴 것만 같은 형제를 신기하다는 듯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제이드는 그냥 깜짝 놀랄 만한 거라면 뭐든 좋지 않아?”

“이런. 그래도 놀랍기만 할 뿐 실용성이 없다면 역시 실망스러울 겁니다.”

“그래? 뭐, 난 원하는 걸 사준다고 하면 오히려 좋지만.”

 

이왕 받는 거라면 역시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내야 하지 않겠나.

플로이드의 영리한 생각을 아이렌 또한 읽은 것일까. 그는 만약을 대비해 한 마디 덧붙였다.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저는 가난한 학생이에요.”

“압니다. 아이렌 씨가 돈이 어디 있겠습니까?”

“맞아, 비싼 걸 원했다면 아마 엄마나 아버지한테 사달라고 했겠지.”

 

‘그래. 안다면 다행이다.’ 속으로 그리 중얼거린 아이렌은 필통에서 볼펜 두 개를 꺼내 형제들에게 내밀었다. 어차피 이 학교 학생들은 늘 매지컬 펜을 들고 다닌다지만, 설문 조사를 받으러 온 만큼 필기구 정도는 직접 준비하는 성의를 보인 거였다.

 

“지금 작성해서 드리면 됩니까?”

“네. 그러려고 온 거니까요. 문항이 얼마 안 되니까 금방 작성할 수 있을 거예요.”

“흐음. 좋아~ 아기새우가 선물 준다니까 해줘야지. 잠깐만 기다려?”

 

두 사람이 설문지를 작성하는 사이. 아이렌은 혹시나 아주 만약에라도 제가 눈치를 주지 않도록 일부러 펜을 움직이는 손들을 보지 않고 먼 곳을 응시했다.

그렇게 한 30초나 지났을까. 바삐 움직이는 옥타비넬 학생들을 보는 아이렌 앞에, 설문지를 흔드는 플로이드의 손이 불쑥 튀어나왔다.

 

“자! 끝!”

“예? 너무 빠르지 않으세요?”

“하지만 문항이 엄청 간단하던데?”

 

그건 그렇지. 하지만 문항이 간단하고 답할 게 얼마 되지 않더라도, 고민하고 적는 거라면 분명 시간이 걸릴 텐데. 이렇게 빨리 내민 건 거의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게 아닌가?

하지만, 뭐. 즉흥적인 플로이드라면 큰 고민 없이 원하는 걸 금방 떠올리고 답할 수도 있겠지. 변덕을 부려서 나중에 선택이 달라진다면 곤란하겠지만, 그때는 ‘설문지에 따랐을 뿐이다’라고 하면 되니 제가 고려할 사항은 아니지 않겠나.

 

“그럼, 어디 봐볼까요.”

 

아이렌은 슬그머니 설문지를 받아 내용을 읽어내려갔다.

[이름 : 플로이드 리치] 그런데 굳이 이름도 적어야 해? 

- 어떤 선물을 더 선호하시나요? (복수 응답 가능) : 실용적인 것 (O) / 기념할 수 있는 것 (O) / 먹을 것 (O) / 신기한 것 (O)

- 물건의 경우 선호하는 디자인 (복수 응답 가능) : 세련된 것 ( ) / 화려한 것 (O) / 귀여운 것 (O) / 민무늬 ( )

-먹을 것의 경우 선호하는 맛 (복수 응답 가능) : 단 것(O) / 담백한 것( ) / 짭짤한 것(O) / 매운 것 (O) / 신 것 (O)

- 형제랑 같은 선물을 사줘도 되나요? : OK () / NO (O) 하지만 제이드 선물보다 좋은 거 못 줄 거면 같은 거 줘.

- 정말로 가지고 싶은 게 있다면 여기에 적어주세요 : ( 이런 문항을 넣어 두면 위의 질문이 의미 없지 않아? )

- 절대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이 있다면 적어주세요 : ( 이건 아기새우가 눈치껏 하겠지? )

- 기타 하고 싶은 말 ( 이 펜 잘 써진다, 이거 나 줘~!

“……저, 중복 선택이 좀 많지 않나요?”

“해도 된다며?”

“그건, 그렇긴 한데…….”

 

이 정도 대답은 별로 도움이 안 되지 않나. 물론 아예 쓸모없는 건 아니라지만, 설문지까지 만든 보람은 없는 것 같다.

저도 모르게 한숨을 토해낸 아이렌은 빈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펜은 새 걸로 사드릴게요. 쓰던 펜을 드리는 건 좀 그러니까, 이리 주세요.”

“에, 나는 아기새우가 쓰던 게 좋은 건데?”

“……그럼, 뭐, 가지세요.”

“와~! 아, 이건 생일선물로 치면 안 된다? 그냥 주는 거니까 말이야. 그렇지?”

 

그거야 당연하지. 다른 누구도 아니고 제일 좋아하는 사람 생일을 고작 쓰던 펜 하나 주는 걸로 넘길 리 있나. 아이렌은 이 와중에도 저런 말을 하는 플로이드가 귀여운지 피식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와중. 제이드 또한 작성을 마친 설문지를 스윽 내밀었다.

 

“저도 다 썼습니다.”

“좋아요. 어디 볼까요?”

 

아무래도 제이드는 좀 더 제대로 쓰지 않았을까.

아이렌은 그런 기대를 품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답변을 읽어나갔다.

 

[이름 : 제이드 리치]

- 어떤 선물을 더 선호하시나요? (복수 응답 가능) : 실용적인 것 (O) / 기념할 수 있는 것 (O) / 먹을 것 (O) / 신기한 것 (O)

- 물건의 경우 선호하는 디자인 (복수 응답 가능) : 세련된 것 (O) / 화려한 것 () / 귀여운 것 () / 민무늬 (O)

-먹을 것의 경우 선호하는 맛 (복수 응답 가능) : 단 것() / 담백한 것( ) / 짭짤한 것() / 매운 것 () / 신 것 () 특별히 가리지 않습니다.

- 형제랑 같은 선물을 사줘도 되나요? : OK (O) / NO ()

- 정말로 가지고 싶은 게 있다면 여기에 적어주세요 : ( 이 문항, 감당하실 수 있습니까? )

- 절대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이 있다면 적어주세요 : ( 문화상품권 같은 건 거절하겠습니다. )

- 기타 하고 싶은 말 ( 아이렌 씨가 주는 선물이라면 정말 뭐든 괜찮습니다. 부담가지지 마시기를. )

 

“……수고하셨어요.”

“이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으셨나 보군요.”

“아니, 뭐. 완전히 도움이 안 된 건 아니었어요.”

 

적어도 플로이드보다는 도움이 많이 되었다. 다만, 주관식 문항의 말 하나가 약간 오싹하게 다가온 것뿐이지.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이던 아이렌은 작성된 설문지들과 펜을 챙겼다.

그때. 세 사람의 대화가 재미있어 보인 걸까.

서빙을 마치고 돌아가던 멜로드가, 불쑥 아이렌의 뒤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정 뭐하면 그냥 네가 선물이 되는 게 어때? 새우탈이라도 쓰고 리치 선배들 방에 누워있는 거야.”

“흐악!”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타난 얼굴에 놀라서 어깨를 움츠린 아이렌은 급히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싱글벙글 웃고 있는 동급생과 눈이 마주친 아이렌은, 그답지 않게 날카로운 대답을 쏘아냈다.

 

“놀랐잖아!”

“어, 그러니까…… 내 발언에? 아니면 내가 말을 걸어서?”

“둘 다!”

 

사실은 갑자기 말을 건 영향이 제일 크지만, 발언 자체도 좀 문제이지 않을까.

그러나 정작 선물을 받을 당사자들은 발언 수위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그 제안이 어째서 별로인지를 훈수 두고 있었다.

 

“나는 배달받는 것보다 직접 잡아오는 게 더 좋으니까 그건 됐어. 새우탈은 좀 흥미 있지만?”

“언제든 잡아 올 수 있는데, 굳이 그걸 생일선물로 받을 이유는 없지요.”

“우와…….”

 

제가 졌다. 뭐에 졌는지는 모르겠는데, 이건 제가 진 거 같다.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패배감을 느낀 멜로드는 아이렌이 챙겨놓은 설문지를 스리슬쩍 훑어보더니, 유쾌하게 웃어버렸다.

 

“설문지 상태 봐. 하하, 진짜 최악이다.”

“멜로드, 선배들이 다 듣고 있지 않아?”

“아.”

 

상황이 너무 웃겨서 그걸 까먹고 있었다. 하필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리치 형제 앞에서 도발로 비칠 발언을 해버리다니. 이 어찌 경솔한가.

멜로드는 제 말실수에 급히 입을 닫았지만, 원래 뱉어진 말은 주워담을 수 없는 법이었다.

 

“그러고 보니 왜 일은 안 하시고 여기서 이러고 있으십니까, 멜로드 씨?”

“쥐어짜이고 싶어? 아, 그러려고 온 거야?”

 

안 된다. 이번에 쥐어짜이는 건 절대 힘 조절이 없는 ‘진심’ 쥐어짜기 일 것이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낀 멜로드는 대답도 하지 않고 아줄 쪽으로 뛰어갔다.

당연하지만 리치 형제 또한 건방진 후배를 놓칠 생각은 없었기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멜로드를 쫓아갔고.

 

“거기 서, 소라게군!”

“사감! 살려주세요, 사감!”

“이런, 이런. 라운지 안에서는 점장이라고 해야지요. 안 그렇습니까?”

“누가 구조요청 할 때 그런 걸 신경 써요?!”

 

멜로드에게는 안 된 말이지만, 대단한 구경거리가 생겨버렸지 않나. 아이렌은 스스로 불러온 재앙으로부터 도망치는 친구의 모습에 소리죽여 웃었지만, 그 유쾌한 기분도 오래 가지 못했다.

금방 웃음기가 사라진 그는 애꿎은 설문지만 만지작거렸다.

 

‘전혀 선택지가 좁혀지지 않았네, 정말.’

 

과연 일주일 뒤 생일날까지 제가 제대로 된 선물을 준비할 수 있을까.

두 사람에 대해 알 만큼 안다곤 생각하지만, 뭐든 쉽게 확신하지 않는 아이렌은 식어가는 차만 홀짝일 뿐이었다.


 

그렇게 11월 5일의 자정하고 몇 분 뒤.

깨어있는 이들이 보낸 생일 메시지를 확인하던 플로이드는 한창 잘 준비 중인 제이드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기, 제이드. 아기새우 말이야. 무슨 선물을 줄까?”

“글쎄요. 저는 뭐든 상관없습니다. 아이렌 씨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으니까요, 싫다는 걸 부러 선물하더라도 오히려 그 짓궂은 짓에 재미를 느낄 것 같군요.”

“그래? 흐음…….”

 

재미없는 대답이지만, 제이드 다운 대답이긴 하다. 플로이드는 비슷한 내용뿐인 축하 문자를 읽는 걸 그만두고 침대에 대(大)자로 사지를 뻗고 누웠다.

 

“플로이드는 뭘 받고 싶습니까?”

“구체적으로 생각한 적은 없는데? 아기새우라면 내가 마음에 들어 할 만한걸 사 오겠지.”

“아이렌 씨를 신뢰하고 계신 거군요.”

“당연하지, 아기새우는 절대 날 지겹게 하지 않으니까.”

 

어찌 보면 부담을 주는 말이라 할지 모르지만, 그건 플로이드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신뢰 표현이었다. 평생을 함께 한 형제인 제이드는 그걸 알고 있기에 흐뭇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저, 선배들. 아이렌이 찾아왔는데요?”

 

그리고 이 늦은 시간, 1학년 후배 한 명이 두 사람의 방에 찾아와 좋은 소식을 전한다.

안 그래도 아이렌이 오지 않을까 하여 아직 잠옷으로 갈아입고 있지 않았던 리치 형제는 기다렸다는 듯 눈빛을 교환하고, 냅다 기숙사 밖으로 나섰다.

 

“제이드 선배, 플로이드 선배. 생일 축하드려요.”

 

출입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이렌은 두 손을 등 뒤에 감춘 채 미소로 축하의 말을 건넸다.

플로이드는 보이지 않는 손에 분명 선물이 있을 거라 확신하고 냅다 어깨 너머를 기웃거렸다.

 

“고마워 아기새우야. 그래서, 선물은?”

“이런. 플로이드. 재촉하면 안 됩니다. 아이렌 씨,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물이 궁금한 건 자신도 마찬가지지만,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하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해 슬그머니 플로이드를 잡아당긴 제이드는, 아이러니하게도 눈짓으로 아이렌을 재촉하고 있었다.

아이렌은 그 은근한 기대와 독촉에 피식 웃어버리더니, 감추었던 손을 내밀었다.

 

“저 나름대로 잘 생각해 봤는데요. 이게 마음에 드실지 어떨지는 모르겠네요.”

 

앞으로 짠 나타난 그의 양손에는 똑같은 봉투가 있다.

내용물이 보이지 않는 새까만 봉투에 어리둥절해진 형제는 일단 그걸 받아들긴 했지만, 곧바로 내용물을 꺼내 보지는 않았다.

 

“어라, 나랑 제이드랑 같은 선물인 거야?”

“글쎄요. 어떨까요? 열어보시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헤에. 좋아. 어디 볼까?”

 

이렇게나 자신만만하다면 기대해봐도 되지 않을까. 두 사람은 들뜬 마음을 감추지도 않고 봉투에 붙은 스티커를 뜯었고, 안에 든 것을 꺼내 확인했다.

 

“음?”

 

봉투 안에 들어있는 건, 지폐 크기 정도의 종이였다.

‘24시간 대여권’이라고 적힌 종이의 앞은 직접 그린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채워져 있고, 뒤에는 아줄의 계약서를 떠올리게 하는 각종 자세한 조항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플로이드와 제이드는 그 종이를 몇 번이고 앞뒤로 뒤집어 보다가, ‘이게 맞나?’라고 말하는 듯한 얼굴로 차례차례 입을 열었다.

 

“대여권?”

“예.”

“아이렌 씨를 대여한다고요?”

“정확하게는 제 시간을 대여하실 수 있는 거죠. 그것도 24시간 동안.”

 

아이렌은 이 선물이 얼마나 괜찮은지 광고하고 싶은 건지, 다소 뻔뻔한 표정으로 대여권의 이점을 설명해 주었다.

 

“옵션으로 직접 조리한 식사 서비스, 자장가 불러주며 재워주기, 원하는 곳은 어디든 함께 가주기 등등 다양한 서비스가 무료 추가 가능하답니다. 사용 가능한 날짜는 개별로 조정해 주세요.”

 

이런, 꼭 말하는 게 아줄 같지 않은가. 제이드는 어느새 장사꾼 흉내도 잘 내는 아이렌을 보며 입을 가린 채 웃었고, 플로이드는 흥미롭다는 듯 상대의 어깨에 팔을 두른 채 물었다.

 

“이거, 사용 기간은?”

“딱히 없어요. 원하신다면 30년, 40년 뒤에 쓰셔도 된답니다.”

“그렇단 말이지?”

 

누군가가 말하기를, 쌍둥이끼리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게 있다고 하던가.

한 날 같은 곳에서 태어난 두 형제는 조용히 시선을 교환하더니, 무언가를 꾸미는 게 명확해 보이는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조용히 음모를 꾸민 두 사람 중, 먼저 입을 연 건 제이드 쪽이었다.

 

“그럼, 오늘 당장 이걸 쓰고 싶은데요.”

“예?”

“나도 오늘 쓸래. 오늘 우리랑 종일 붙어 다니자. 응?”

 

이렇게 당장?

아이렌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눈만 깜빡였지만, 리치 형제는 아이렌의 양옆에 찰싹 붙어서 저들끼리 오늘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우선 아침 식사부터 함께해야겠군요.”

“그다음은 같이 생일 파티를 하고.”

“일찍 파티를 마무리한 뒤엔 저녁은 밖에서 먹도록 할까요?”

“좋아~ 씨푸드 레스토랑이라던가. 그런 곳 가고 싶네. 당일 예약도 되겠지?”

 

누가 쌍둥이 형제 아니랄까 봐, 아주 죽이 척척 맞는다. 하지만 뭐, 이런 계획이라면 얼마든 기쁘게 따라줄 수 있지 않을까. 오히려 자신도 이득이지. 두 사람과 데이트라니, 생각만 해도 즐겁지 않나.

 

“아, 생각해 보니 아침 식사가 ‘우선’이 아니군요.”

“네?”

 

갑자기 제가 한 말을 뒤집은 제이드는 고개를 숙여 아이렌의 귓가에 속삭였다.

 

“잠옷은 가져오셨습니까? 육지의 자장가, 아니, 이세계의 자장가는 어떨지 기대되는군요.”

“아하하. 제이드, 별로 들을 생각 없지 않아?”

“그럴 리가요. 아이렌 씨의 노래라면 밤새 들을 수도 있는걸요.”

“정말? 나는 금방 잘 생각 없으니까, 그냥 좀 놀아줬으면 하지만.”

 

그러니까. 카드 게임을 하거나 콘솔 게임을 하거나, 어쨌든, ‘노는걸’ 말하는 게 맞는 거겠지?

본능은 그럴 리 있냐고 외치는 와중 어떻게든 저 말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려는 아이렌의 앞에, 똑같이 생긴 듯 특징이 다른 미형의 얼굴이 바짝 다가와 붙었다.

 

“들어 줄 거지, 아기새우야?”

“사용 가능 날짜는 오늘부터가 맞겠지요? 아이렌 씨.”

 

얼굴이 빨개져 아무 말도 못 하는 아이렌은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그래, 두 사람이 마음에 들었다면 그걸로 OK지. 어찌 되었든 두 사람이 기뻐한다면 자신도 기쁜 아이렌은 얌전히 두 사람 손에 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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