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기록 1011
안드로이드 하루츠루
2XXX년 X월 X일 X시, 아동형 안드로이드 M-0000과 C-0000의 탈출.
탈주 프로토콜 실행.
당일 X시 X분, 놀이공원에서 탈주 기체 확보.
경비대 진선조와 담당 연구원 카나에 유리, 카나에 소고의 징계 및 M-0000의 정보 접근 권한 축소로 사건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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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형 보모 안드로이드 M시리즈 - 프로토타입인 0000번의 경우, 논리 회로가 과발달하여 아동용의 기능을 하지 못함.
아동형 경호 안드로이드 C시리즈 - 프로토타입인 0000번의 경우, 빅데이터 기반 직감 회로가 과발달하여 행동 양식의 제어가 불가능.
M-0000(통칭 미하루)은 담당 연구원 카나에 유리의 요청으로 연구 조수로 개발 중. 정보 접근 권한 단계를 상승시킴.
C-0000(통칭 츠루시)은 경비대 진선조의 요청으로 전투 훈련에 참여. 직감 회로의 개발 목적으로 담당 연구원 카나에 소고가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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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0000. 한 안드로이드는 자신의 제품 코드를 떠올렸다. 자신을 코드명으로 부르지 않는 사람들도.
미하루. 그것이 본 개체에게 특별히 붙여진 개체명이다. 줄여서 하루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그것에 특별히 유감은 없으며, 효율적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래. 그래서 M-0000는 자신을 '하루'라고 가장 먼저 부르기 시작한 담당 연구원과도 애착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다른 연구원들은 이를 두고 과발달한 논리 회로에 의한 결함이라고 말했다. M-0000는 그에 동의했다. 보호 대상과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않는 보모 안드로이드라니.
자신의 관리 담당이 되겠다고 나선 카나에 유리만이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M-0000는 그것이 감정 회로의 개발을 책임진 사람의 아집이라고 판단했다. 자신을 애칭으로 부르는 것을 포함한 여러 놀이 행위는 주장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로 보았다.
프로토타입으로써 그 모든 시도에 응하였으나, 애착관계가 정상적으로 형성되는 일은 없었다. 담당 연구원인 유리는 결국 자신을 다른 용도로 개발하기로 마음먹은 모양이었다. 연구 데이터가 전송되었으며, 정보 접근 권한 단계가 높아졌다.
정보 접근 권한 단계를 높이는 날, 유리는 말했다.
앞으로는 연구 조수로 엄마랑 계속 같이 있을 거야. 좋지, 하루?
네, 좋아요.
M-0000는 딱히 좋지도 싫지도 않았지만-물론 유리가 자신을 엄마라고 칭하는 것도-, 피보호 대상으로서 보호자가 흡족해 할 대답을 했다.
유리는 빙그레, 미소 짓고는 미하루를 쓰다듬었다.
그래. 그럼 엄마랑 2연구실로 갈까?
네.
자, 손!
M-0000는 자신의 눈 앞에 내밀어진 손을 물끄러미 보다가 작은 손을 그 위에 올렸다. 저벅 저벅, 타박 타박. 유리와 M-0000의 발걸음 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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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내 이름은 츠루시! 아차! 하루가 제품 코드 먼저 말하랬는데! 코드명은 C-0000야!
지금 훈련장에서 쪼그리고 뭐하냐고? 응, 삼촌들이랑 숨바꼭질 겸 술래잡기를 하고 있어. 내가 숨으면 삼촌들이 날 찾고, 발견됐을 때는 얼른 도망가는 게임이야. 되게 쉽고 재밌어!
있잖아, 삼촌들은 되게 되게 착하다? 나랑 맨날맨날 놀아줘. 과녁 맞추기 놀이라던가, 안보고 방향 맞추기 같은거. 난 직감회로가 발달해서, 데이터가 쌓일수록 뒤에 말한 놀이는 정답률이 높아져!
아! 그거 말고도, 연구원 아저씨들이 보면 안 된다고 한 애니메이션도 막 보여주고 그래. 히히.
목표 기체 C-0000 포착. 좌표 17.28.
우와! 히지카타 삼촌한테 들켰다! 도망쳐야지! 분명 근처에 곤도 삼촌도 있을테니까, 곤도 삼촌이 안 오는 곳으로 가야겠다! 날아오는 전자탄 쯤이야. 아저씨들이 어디로 쏠지 이젠 다 안다고! 나 잡아 봐라~!
츠루~. 츠루~. 소고가 찾는다! 오늘 데이터 백업 하기로 했다며?
앗! 맞아. 오늘 데이터 백업 하기로 했지. 하지만...곤도 삼촌이 하는 건 거짓말이야! 아빠는 나 놀기로 한 시간에는 안 부른단 말이야! 그리고, 곤도 삼촌은 이럴 때 맨날 거짓말해!
그치만…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곤도 삼촌 쪽으로 가자!
진짜요, 삼촌?
그럼, 진짜지. 그러면 같이 소고한테 갈까?
네!
여기서 손을 잡고… 역시나 날아오네, 전자탄! 얼른 곤도 삼촌에게 맞도록 몸을 날리기!
끼오오오옷!
아하하! 고릴라 포획이다!
폴짝 폴짝 뛰면서, 곤도 삼촌을 방패로 쓰기! 역시 성공이야! 앗! 곤도 삼촌이 기절했어!
여긴 톳시. 여긴 톳시. 고릴라가 무력화되었다. 상황 종료.
아~! 어째 요즘은 영 이기질 못하네요. 대장은요?
기절했다.
으아-. 심하네요.
있잖아, 야마자키 삼촌! 이따가 나랑 배드민턴 하자!
오, 그래.
데이터 백업은 끝내고 해라.
응, 알았어!
와! 야마자키 삼촌이랑 배드민턴이다! 신난다! 그래도 히지카타 삼촌 말대로 데이터 백업부터 해야지. 그거 끝나면 아빠가 동화책도 읽어준단 말이야. 얼른 가야지, 얼른!
제2 연구실로 가니까 이미 하루랑 엄마가 있어. 엄마가 날 보더니 팔을 뻗네. 나도 당연히 달려가서 안겼어.
츠루도 백업하러 왔어?
응! 아빠는?
여기 있다, 아들.
아빠! 아빠! 오늘도 책 읽어줄 거야?
당연하지. 새 책도 있다.
와, 신난다!
신나서 폴짝거리고 있으니 하루가 쳐다봐.
음…. 하루는 이상해. 나보고 떼쓰지 말래. 용도에 맞게 행동하래. 왜? 엄마, 아빠는 우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걸. 내가 놀이를 잘 해도 칭찬받지만, 가만히 있어도 좋아해주는걸. 하루는 그렇지 않다고 하는데, 아니야. 그냥, 우리를 엄청 사랑해.
하루는 얌전하게 기다릴 줄 아니까, 츠루 먼저 할까?
아니야! 하루 먼저 왔으니까 하루 먼저야! 엄마 바보!
그렇네-. 엄마가 잘못 말했네.
그러네. 하루, 미안해. 하루 먼저 하자.
저는 아무래도 상관 없어요.
아니야. 하루 먼저! 그다음 츠루!
응!
백업이 끝나고, 아빠가 동화책을 가져왔어. 데이터 전송으로 내용을 알 수도 있지만, 아빠가 읽어주는 걸 녹음해서 분석하는 게 훨씬 재밌어!
오늘은 하루도 같이 들으려나봐. 엄마가 하루를 품에 안고 우리 쪽으로 와. 가족 다 같이네! 너무 좋아!
자, 오늘은 '놀이공원에 간 라라'야.
놀이공원? 놀이공원이 뭐야?
부모와 커플의 시간과 돈을 쪽쪽 빨아먹는 상술이 가득한- 아야.
애한테 무슨 말이야.
틀린 말은 아니잖아?
놀이공원. 놀이기구 등 눈길을 끌 수 있는 기구 등을 설치하여 오락시설과 건축, 조경 등의 연출이 어우러지는 공원.
사전적 의미는 나도 알아! 그런거 말고!
음, 놀이공원은… 반짝반짝한 공주님도 있고, 무서운 귀신도 있고, 꽃이랑 놀이기구도 잔뜩 있는 곳이야.
멋진 기사님도 있어?
물론이지.
와아! 나도 가보고 싶어!
엄마가 조금 곤란한 미소를 지어. 역시 안 되는 걸까...?
그래, 가보자.
정말? 진짜 진짜? 약속?
응. 약속.
소고….
승인만 받으면 되지.
신난다! 놀이공원, 놀이공원! 활짝 웃으면서 하루를 껴안았어.
다같이 있는 곳에서 약속했으니까, 다같이 가는 거야!
그래. 엄마, 아빠가 노력해볼게.
승인이 날 리가-
쉿. 하루. 아빠가 약속 했으니까 어떻게든 해줄게.
…네.
아빠가 읽어주는 동화책을 녹음하고, 하루를 붙잡고 같이 분석하고. 응, 데이터 백업은 지루하지만, 같이 모이는 건 역시 좋아! 앗, 맞아! 야마자키 삼촌이랑 배드민턴 치기로 했지! 그럼, 안녕! 난 가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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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0000는 기체를 일으켰다. 오전 7시. 담당 연구원인 유리는 오전 9시에 우리를 데리러 온다. 딱 맞는 시간에 부팅했다. M-0000는 츠루시를 부팅시켰다. 츠루시가 눈을 번쩍 뜨더니 말했다.
아직 7시인데? 왜 깨웠어, 하루?
할 말이 있어.
츠루시가 벌떡 일어났다. 빤히 바라본다. M-0000가 입을 열었다.
놀이공원에 가자.
놀이공원?
츠루시는 눈을 둥그렇게 떴다. 아빠가 '놀이공원에 같이 가자'고 말한지 두 달째. 아직도 아무런 소식이 없어서 츠루시는 어제도 놀이공원 타령을 한 참이었다.
하지만 츠루시는 망설였다.
아빠랑 엄마는? 어차피 같이 가야 되잖아.
약속 뿐만 아니라, 연구소를 나갈 수 있는 권한을 말하는 거였다. M-0000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했다.
몇달 전에 권한 인계 받았어.
하지만… 하지만….
엄마, 아빠가 설마 우리를 폐기시키기라도 하겠어?
M-0000의 말에 츠루시는 고개를 저었다. 혼을 낼지는 몰라도 폐기시키진 않을 터였다. 그래도 고민하는 츠루시에게 M-0000가 말했다.
무서우면 말아. 나 혼자 다녀올 거야.
누가 무섭대?! …같이 가!
탁탁탁탁. 츠루시가 급하게 M-0000의 뒤를 쫓았다.
연구소를 나서는 것은 수월했다. 평소에 얌전한 M-0000를 의심하는 연구원은 없었다. 경비대인 진선조만 조심하면 되는 거였다. 하지만 경비 배치를 전부 알고 있는 M-0000와 그들의 행동양식을 알고 있는 츠루시가 함께하니 둘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둘은 버스를 탔다. 실험복같은 옷을 입은 아이들에게 종종 시선이 쏟아졌지만, 금새 거둬졌다. 두 아이의 손목에 있는 안드로이드 바코드를 눈치채는 사람도 없었다. 예상 대로다, M-0000는 논리 회로를 돌렸다.
자신의 쌍둥이 기체인 C-0000의 사고를 '안드로이드'답게 만들기 위한 계획. 무단으로 연구소를 이탈. 탈주 프로토콜을 실행시켜, 두 기체에게 통제가 필요함을 인식시킨다. 폐기까지 논의될 수 있지만, 담당 연구원이 막아줄 것임을 상정한 계획이다.
폐기의 위험을 느낀다면 C-0000도 얌전히 용도에 맞게 행동할 것이다. 그렇다면 담당 연구원들의 흥미 여하에 따라 우리의 처지가 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용도에 맞게 행동하면. M-0000는 의자 위에 올라서려는 츠루시의 손을 꼭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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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유리는 오늘도 제 아이들을 볼 생각에 신나서 기체 보관소 문을 열었다. 그러나 보관소는 텅 비어 있었다. 뭐, 한두번 있는 일은 아니었다. 일찍 일어난 츠루가 하루를 끌고 훈련장으로 갔을 것이다. 그 애는 경비대 훈련을 놀이로 생각하니까. 유리는 훈련장으로 발을 옮겼다.
그러나 훈련장에도 두 아이는 없었다. 제2 연구실에도, 데이터 보관실에도, 연구소 어디에도. 설마. 설마. 유리는 CCTV관리실로 처들어갔다. 직원을 닦달해 오전 9시부터 카메라를 거꾸로 돌렸다. 그럴리가. 하루가 얼마나 똑똑한데!
유리의 부정이 무색하게도, 오전 7시 경 두 아이가 노련하게 연구소 밖으로 나가는 것이 포착되었다. 아아. 유리는 어지러움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같이 CCTV를 본 직원이 보고하려는 것을 저지시켰다. 가장 먼저 소고에게 연락했다.
- 소고. 어떻게 해.
- 왜 그래?
- 우리 애들이 연구소 밖으로 나갔어.
- 뭐? 어디야?
- 2연구실에서 만나.
유리는 머리를 굴렸다. 어디로 갔을까. 왜 나갔을까. CCTV상으로는 하루가 앞서가고 있었는데, 설마 하루가 주도한 걸까.
오늘 내로, 민간인의 피해 없이 둘 다 찾아야만 폐기를 막을 수 있다. 아동형은 원래 종종 임무지를 이탈하기도 하니까….
유리가 2연구실에서 손톱을 뜯고 있을 때, 소고가 문을 벌컥 열고 나타났다.
애들이 밖으로 나갔다는 건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야. 오전 7시 쯤에 나가는 게 찍혔어.
…탈주 프로토콜을 실행하자.
하지만 일이 너무 커질텐데.
곤도 씨에게 말할게. 최대한 조용히 진행할 수 있게.
부탁해. 나는 신고 들어온 건 없는지 확인할게.
끄덕. 두 사람은 동시에 흩어졌다. 운이 좋게도, 유리가 중앙 통제실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고가 들어왔다.
XX랜드에서 안드로이드 실종 신고...?
요헤이 씨, 잠시만요.
아, 유리 씨.
유리는 빠르게 접수받은 사람 옆으로 가서 소곤거렸다.
이거, 미하루랑 츠루시일거예요.
네?!
저희가 수습할게요. 부탁이에요. 신고 접수를 좀 미뤄줄래요?
미하루와 츠루시는 연구소에서도 특별히 다루는 기체였기 때문에 요헤이는 고민했으나, 평소에 유리가 둘은 얼마나 아꼈는지 알고 있었다. 게다가 츠루시를 귀여워 한 것은 자신도 마찬가지였으므로…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해요! 무슨 일 생기면 책임은 제가 다 질게요.
얼른 찾기를 빌게요.
하루와 츠루의 탈주가 상부로 들어가는 일은 막았고, 이제 경비대의 협조만 얻으면 되는 일이었다. 안절부절 못하며 기다리는 유리에게 금방 연락이 왔다.
- 곤도 씨가 얼마든지 도와주겠대. 애들 신고는? 들어왔어?
- 이 근처에서 제일 가까운 놀이공원. XX랜드에서 신고 들어왔어.
놀이공원. 소고는 이마를 짚었다. 츠루의 만행인 걸까? 하지만, 하루가 막지 않았다고? 이상한 일이다. 소고는 머리가 복잡했지만, 우선 곤도와 히지카타에게 말했다.
놀이공원으로 갔다고 합니다. XX랜드.
놀이공원...?
네. 놀이공원에 데려다 준다고 약속했었거든요.
답지 않게 낭만적인 약속을 다 했군.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잖습니까?
뭐, 그건 그렇지. 전원, 모였나?
네!
목표 지점은 XX랜드. 말썽꾸러기 녀석들의 엉덩이를 두들겨주러 가자
네!!
경비 및 특수 임무 담당 진선조가 보무도 당당하게 연구소를 나섰다. 그 뒤를 유리와 소고가 걱정스럽게 지켜보았다.
금방 데려오겠지…?
걱정마. 애들 데이터도 있는데 실패하겠어?
어쩐지 감이 안 좋아서 그래.
괜찮을 거야.
수심 어린 유리의 어깨를 소고가 끌어안았다. 그럼에도 유리는 불안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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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원~이~다~! 이제 막 열어서 그런지, 사람은 많지 않지만! 꽃이랑, 놀이기구랑, 반짝반짝한 게 엄청 많아! 신난다!
하루! 하루! 바이킹이야! 와! 관람차도 있잖아!
바이킹부터 타자.
좋아!
가장 가까운 바이킹으로 향했어. 어어, 그런데 직원 누나가 하루를 보더니 어딘가 연락해. 응, 직감회로가 핑핑 돌아가.
하루, 도망치자!
뭐? 잠깐…!
하루를 번쩍 들고 울타리를 훌쩍 넘었어. 직원 누나가 뭐라고 소리치네. 응, 우리, 신고 당했구나! 그러면 삼촌들이 오겠지? 다 같이 놀 수 있는 걸까? 하루도 같이? 재밌겠다!
C-0000, 얌전히 있어야 해.
왜? 기껏 놀러 왔는데!
난동을 피우면 폐기 확률이 올라갈 거야. 현재 57.15%.
반이 넘네! 하지만 엄마 아빠라는 변수가 입력되지 않은 값이지? 하루는 늘 그러니까!
괜찮아! 있지, 그보다 우리 숨자. 내가 다 봐뒀어.
여긴 엄폐물이 엄청 많아. 그러니까 삼촌들 오면, 숨바꼭질부터 시작이야. 그 다음은 총알 피하기. 술래잡기.
걱정마. 나, 삼촌들 이길 수 있어.
그래도 이번에는 둘이니까, 난이도가 확 올라갔네! 재밌을 거야!
아니나 다를까, 방송이 울려퍼져.
[ 현재 놀이공원 내에 탈주 안드로이드가 들어왔다는 신고가 접수되었습니다. 관람객 여러분은 입구로 오셔서 신분을 확인해주시길 바랍니다. ]
우리 스스로는 신분을 증명할 수가 없어. 그러니까, 입구로 가는 건 바보 같은 짓. 그렇다고 여길 빠져나가서 너무 멀리 가는 건 안돼. 그건 진짜 진짜 혼날 거야. 놀이공원 안에서만 놀아야 해!
운이 좋은 건, 우리가 삼촌들보다 먼저 여기에 왔다는 것. 지형을 파악할 시간을 벌었어. 레이더를 최고 감도로 올려서 스캔. 응, 여기저기 숨을 곳이 잔뜩이라니까.
[ 아, 아. ]
지형 파악을 마치고 하루와 숨어 있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이건 곤도 삼촌이야! 두근두근거려.
[ 안드로이드 코드 M-000...에이, 이게 다 뭐냐. 하루, 츠루! 이 말썽쟁이들아! 삼촌들이 잡으러 왔다! ]
응, 이제 잔뜩 놀 시간이야.
저벅저벅. 군화의 진동이 땅을 울려. 삼촌들 전부 중무장 상태. 우선 전력을 일시 차단 시켜서 레이더에 잡히지 않게 해야 해. 하루에게 데이터를 보냈어.
- 하루. 전력을 차단해.
- 그만 나가서 연구소로 돌아가자.
- 왜? 삼촌들이 놀아준댔는걸.
- 폐기 확률 올리지 말고.
- 무슨 소리야? 엄마, 아빠가 우릴 폐기할 리 없잖아.
- 그건 모르는 일이야.
- 하루, 또 이상한 소리 한다.
- ….
- 앗, 삼촌들 온다. 전력 차단해.
피육. 하루가 결국 전력을 차단했어. 이걸로 1차 수색은 통과. 탈주 프로토콜대로라면 AI드론 다음은 인력 투입이야. 사각이 거의 없어서 까다롭지. 하지만, 아저씨들 빈틈은 전부 알아.
살금살금. 옷에 무엇 하나 스치는 것도 안돼. 삼촌들은 다 안단 말이야.
- 하루, 내가 밟는 곳만 밟고 따라와.
- C-0000. 투항하자.
- 왜 자꾸 그래? 모르겠어? 삼촌들이 놀아주겠다고 하잖아.
저기 빈틈이 빤히 보이는데! 도주로가 확보되어 있다고. 물론 그 끝에는 히지카타 삼촌이 있겠지만.
히지카타 삼촌은 까다롭지만, 그렇다고 빈틈이 없는 건 아니야. 게다가 여긴 훈련장보다 엄폐물이 훨씬 훨씬 많고 복잡한걸. 하지만 하루가 있지.
- 하루는 여기서 대기했다가 내가 히지카타 삼촌의 주의를 돌리면 좌표 72.39으로 이동해.
- …그래.
사박. 풀숲 뒤에 있다가 앞으로 나섰어.
번뜩. 나를 발견한 히지카타 삼촌의 기세가 변해. 나는 그냥 씨익 웃었어.
히히. 히지카타 삼촌.
오냐. 말썽쟁이1. 2는 어디 갔냐?
말해줄 리가 없잖아!
파박. 히지카타 삼촌을 향해 달려들었어. 삼촌은 건카타의 달인이지만, 이젠 나도 안 져!
깡! 까가가강! 캉! 카강!
나는 경호용 안드로이드인만큼 인공 피부 안쪽이 특수 합금으로 되어 있어. 기체 성능도 무척 우수하고. 그래도 난 다른 애들보다 더 잘 한대!
캉! 탕!
쳇.
헤헤.
삼촌이 하루를 노렸어. 탄이 쏘아지기 직전에 총을 내리쳐서 전자탄은 땅으로 쏘아졌지만.
- 좌표로 이동했어.
하루는 안전지대로 갔나봐! 그럼, 나도! 권총 중 하나를 콰직, 부숴버리고 히지카타 삼촌의 팔을 받침대로 휙 덤블링. 삼촌은 순간 균형을 잃는 바람에 공중의 날 조준하지 못했어.
삼촌, 바이바이!
탁탁탁탁. 하루가 간 방향보다 오른쪽으로 45도. 이러면 히지카타 삼촌은 왼쪽으로 90도 방향으로 이동할 거야. 아니나 다를까, 전자탄 몇 발이 쏘아지다가 예상한 대로 움직여. 그럼 나는 돌고 돌아서, 하루 있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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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0000는 인정했다. 자신이 C-0000의 성장치를 잘못 계산했다는 것을. 진선조 내부의 탈주 프로토콜에는 확실히 허점이 있지만, 보모 기체라는 짐까지 지고도 그것을 돌파해낼 줄은 몰랐다.
그동안 M-0000는 의외의 사실을 발견했다. 두 기체가 잡히지 않을수록, 상승세를 타던 폐기 확률 곡선이 급작스럽게 하락한다. 기체의 성능을 인정받아 귀중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 확률 곡선을 최대한 떨어트리고 자진해서 투항한다. M-0000는 계획을 수정했다.
하루! 하루 말대로 도청했어. 탈주 프로토콜은 실패라고 결론났어. 재밌었다, 그치?
응. 일단 계속 도청해.
알았어.
C-0000의 기체에는 도청을 포함한 여러가지 부가 기능이 달려 있다. 정작 C-0000는 뭐가 뭔지 잘 모르는 모양이었지만. 그것은 자신이 지시를 내리면 되는 일이었다.
하루! 하루! 들어봐!
왜?
엄마, 아빠를 데려온대!
담당 연구원을? 아직 폐기 확률이 안전 범위로 내려가지 않았는데. M-0000는 논리 회로에 집중했다. 담당 연구원의 목소리로 특수 코드를 외치면 프로토타입인 우리 두 기체는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그것을 피할 방법은? 방송으로는 효과가 없다. 직접 들어야만 효과가 있다. 대면하지 말아야 해. C-0000의 빅데이터에 의존해서-
어떡하지…. 혼날 거야. 하루… 우리 그만 나가자.
안돼. 아직 폐기 확률이 높아.
엄마, 아빠한테 혼나기 싫은데….
M-0000는 C-0000를 설득하기 위해 논리 회로를 돌렸다.
…네가 얼마나 잘 노는지 보여주는 거야. 멋진 모습을 보여주면, 기특해서라도 혼내지 않을 거야.
그, 그럴까? 그러면 혼나지 않을 확률 몇 퍼센트야?
65.63%.
진짜?! 그러면 더 힘내서 삼촌들이랑 놀게!
허위의 정보를 알렸다. 그것으로 C-0000가 행동할 계기를 얻었으니 되었다.
과연, C-0000는 최선을 다 했다. 갑자기 진선조의 중앙에 나타나서 표적이 된다던가, 본 기체를 미끼로 이용한 다음 하나씩 기절시킨다거나. 발달한 직감 회로가 뛰어나게 일을 했다.
폐기 확률이 내려간다.
C-0000는 M-0000의 손을 잡고 뛰었다.
조금만 더.
뒤에서 전자탄이 펑펑, 발사되었다.
왜 더 내려가질 않는 거야.
C-0000는 M-0000의 시계가 째깍대는 것도 모르고, 아하하하-! 웃었다.
아직이야.
조금만 더.
나와 C-0000의 평안을 위해서-
말썽꾸러기들.
아빠?!
들켰다. 왜 이 지점에 담당 연구원이 있지? M-0000는 논리 회로에 집중했다. 결론이 나기 전에, 소고가 말했다.
너희 데이터를 가지고 시뮬레이터를 돌렸지.
그렇군. 기체의 성능을 인정하고 기기를 사용한 거야.
덕분에 짜잔, 이렇게 발견했네.
에에~?! 놀이에서 그러는게 어딨어! 사기야! 사기!
그렇다면 폐기 확률은 안전범위로 내려갔다고 봐도 된다. M-0000는 곧이어 들릴 특수 코드에 대비해 기체를 축 늘어뜨렸다.
역시 그렇지? 삼촌들이 심했지?
응!
더 놀고 싶어?
응!!
그럼 어쩔 수 없네.
슥. 소고가 길목에서 비켰다. M-0000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아-. 이거, 갑자기 막 하품이 나오는걸. 하아아아암-.
소고는 연극적인 행동으로 두 아이에게서 뒤를 돌았다. 츠루시는 신나서 미하루의 손을 다시 잡았다.
하루, 가자!
M-0000는 맥없이 끌려가며, 멍한 표정으로 소고를 바라봤다. 소고는 씩 웃으며 재밌게 놀아라, 하고 입모양으로 말했다. M-0000는 혼란스러웠다. 왜? 왜 우리를 놔주는 거지? 특수 코드를 외칠 확률이 94.52%였어. 그리고 우리 데이터를 뽑아내고, 분석하고, 그럴 거라고-
아하하하! 역시 아빠가 짱이야! 그렇지, 하루?
아빠. M-0000는, 아니, 미하루는 아빠라는 단어를 곱씹었다. 사랑이라는 불확실하고 논리적이지 못한 존재가… 미하루의 감정 회로를 톡, 건드렸다.
….
스르르. 미하루의 눈이 접히고, 입이 벙긋, 벌어졌다.
응. 그렇네. 츠루.
츠루! 츠루시는 자신을 코드명으로 부르지 않은 미하루를 돌아보았다. 미하루는, 등록 이후 처음으로 웃고 있었다. 츠루시는 신나서 웃음을 막 터트렸다. 미하루의 양 손을 붙잡았다.
아하하하하! 츠루! 츠루라고 했어! 하루가 날 츠루라고 했어!
앞을 봐, 츠루.
진선조 일원들이 두 아이들을 조준하고 있었다. 츠루시는 한쪽 손을 놓고 미하루의 가슴팍을 툭, 치는 것으로 모든 전자탄을 피했다.
가자, 하루!
응, 츠루.
펑. 퍼레이드 시간에 맞춰 장전해뒀던 대포가 종잇조각들을 흩날렸다. 아이들은 꺄르르 웃으며 그 사이로 뛰어들어갔다.
펑펑 터지는 전자탄, 하늘에서부터 내려오는 알록달록한 종잇조각, 여전히 울려 퍼지는 놀이공원 노래.
미하루는 이 순간을 녹화해서 회로 깊숙한 곳으로 옮겨놓았다. 의미 없는 순간일지라도. 즐겁고, 즐거우니까. 온 세상이 이렇게 알록달록하니까.
아하하하!
와, 예쁘다! 최고야!
탁탁탁탁. 두 아이들은 자신들만을 위한 놀이공원을 잔뜩 즐겼다. 눈앞에 유리가 나타나기 전까지만.
유리는 흰 가운을 흩날리며, 울상을 지었다. 괄괄하던 츠루시도 유리의 표정을 보자 멈칫, 발을 멈췄다.
너희들 정말….
안면 분석. 분노, 슬픔, 안도. 특수 코드를 외칠 가능성… 미하루는 자동으로 돌아가는 논리 회로를 무시했다.
미하루는 츠루시의 손을 놓고 앞으로 나섰다. 타닥. 가볍게 달려가며 미하루는 팔을 뻗었다. 유리는 당연하다는 듯이, 특수 코드 따위 외치지 않고 마주 팔을 뻗었다. 미하루를 꼭 껴안았을 뿐이다.
걱정했잖니…!
죄송해요, 엄마.
엄마. 처음으로 미하루가 스스로 불러준 호칭에 유리는 아이를 더 꽉 껴안았다. 미하루는 늘상 느끼던 36.5도 언저의 체온이 어쩐지 평소보다 더 따뜻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유리는 그 뒤로 머뭇머뭇 다가오는 츠루시도 품 안으로 끌어들였다. 어디선가 상황 종료, 상황 종료, 라는 무전이 언뜻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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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기록 1011
2XXX년 X월 X일 X시, 아동형 안드로이드 M-0000과 C-0000의 탈출.
탈주 프로토콜 실행.
당일 X시 X분, 놀이공원에서 탈주 기체 확보.
경비대 진선조와 담당 연구원 카나에 유리, 카나에 소고의 징계 및 M-0000의 정보 접근 권한 축소로 사건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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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원은 재밌었니?
즐거웠어요.
녹화해둔 게 있는데, 보실래요?
어디, 어디. 와아! 정말 예쁘네.
제 보물이에요.
그래? 보여줘서 고마워, 하루.
아니에요. 엄마, 아빠는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어요.
그러니?
나는, 나는?
츠루도 당연히 포함이야.
헤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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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기록 976168
논리 회로와 직감 회로가 특수한 환경에 놓였을 때의 반응
수집 장소 : XX랜드
인파가 몰렸을 때와 위협 상황에 놓였을 때, 보호 개체를 맞닥뜨렸을 때의 반응을 관측.
수집 결과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었음.
권고 : 특수한 상황에 자주 노출시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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