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XIV

에메아젬(하데아노)

칭구가 같.컾됏다고 말아줌...... 감동의눈물.......

칭구야 고마워 ♡우리우정영원히♡


“…하아.”

저 녀석이 또 뭔가 사고를 쳤나 보군. 멀리서 지나가던 남자는 익숙한 인영을 보고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로브가 더러워지니까 바닥에 앉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하지만 오늘은 바쁘게 일을 끝마치고 온 참이고, 남은 시간을 그녀에게 훈계하며 소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구태여 다가가 입을 열지 않았다─게다가 붙잡힌다면 분명히 해가 질 때까지 붙잡혀있을 게 분명했다. 아젬은 항상 기행과 요언으로 사람의 정신을 쏙 빼놓으니까. …이렇게 가까이 지나가는데 상대는 알아보지도 못했다는 점이 퍽 자존심 상하기도 했고.

하지만 그것도 제 귀에 한숨 소리가 들리기 전까지의 얘기다. 사람들이 지나가는 길가의 풀밭에 쪼그리고 앉아서 무언가를 만지작거리는 것도, 지난번에 부탁했던 일의 진행에 대한 것도 그 짧은 한숨 소리 하나에 비견될 만큼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젠장. 저 항상 쾌활하다 못해 가끔 정신 나간 것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고민이란 게 없어 보이는 녀석이 나름 진중한 모습으로 한숨을 쉴 만한 일이 대체 뭐지. 오히려 이런 일에 신경을 쓰는 자신이 수치스러워 발을 멈추지는 않았지만, 걷는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광장을 빙 돌아 다시 풀밭 위의 아젬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두 사람의 또 다른 친우가 본다면 분명히 웃음을 터뜨렸겠지만.

“…바닥에 주저앉아 있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하데스?”

신경 쓰이는 이유가 따로 있는데도 제일 처음 꺼내는 용건이 이 모양인 건, 어쩔 수 없는 천성 같은 거지만. 정말로 자신이 지나가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던 건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녀가 안고 있을 문제에 대한 걱정이 더 늘어난다. 아젬, 아폴론이 앞에 두고 보고 있던 것은 어떤 이데아의 설계도였다. 옆에서 그것을 가만히 들여다보기 전에 왜 사람들 다 돌아다니는 이런 곳에서 한숨이나 쉬고 있었는지 물어봐야 했다.

“…그래서, 무슨 일이지? 네가 길바닥에 앉아서 이상한 궁리를 하는 게 하루 이틀은 아니지만.”

한숨 쉬고 있었잖아. 아무렇지도 않은 척 묻는 말에 혹시나 숨어있는 염려가 묻어나오지는 않는지, 스스로도 괜히 신경이 쓰여 멋쩍어진다. 자신을 올려다보면서 활짝 웃는 아폴론을 보면 역시나 곤혹스러운 기분이 들지만.

“걱정해주는 거야?”

“아니. 아모로트의 조경을 해치는 녀석의 목적을 해결해 방해물을 수거하는 거다.”

너무하네~ 하고 농담하면서도 그녀는 친우의 다정함에 웃어버린다. 고민이 있다는 건 어떻게 안 거지. 한숨 쉬었던 걸 들었나? 수거라니, 하데스가 가져가 주는 건가. 상대가 들으면 또 부끄럼을 숨기려 화를 낼 것 같은 생각도, 당연하게 하게 돼서.

“하데스… 아름다움이란 뭐라고 생각해?”

갑작스런 질문에 에메트셀크는 입을 열었다가 다물었다. 이 무슨 뜬금없는 질문인지. 게다가 상대는 그녀다. 이 질문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어 조금 머리를 굴려야 했다. 상황과는 딴판인 대답을 했다가 웃음을 사는 일은 사양하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그녀의 손에 들려 있는 에테르의 군집─이데아를 본 순간, 이렇게 고민하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적어도 네 손에 들린 이데아가 구현될 모습이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는 건 알겠군.”

“어라? 너는 외관의 미추를 따지는 것엔 흥미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나를 처음 눈에 들어온 것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려고 하는 무지한 놈으로 매도하지 마라. 창조물의 겉가죽은 그 쓸모에 따라 달라지지. 하지만 네가 가지고 있는 ‘그것’의 외형은 별로 실용적이지도 이유가 있어 보이지도 않아. 미관상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기능조차 가지고 있지 않으면 그 무질서함에는 어떠한 당위성도 없어. 뭣보다 네가 먼저 물어봤잖아?”

“…이 녀석의 모습이 무질서하다고?”

어머, 그렇게 말하기라도 하듯 입을 작게 벌리고선 손으로 가린다. 그러고는 으음, 소리를 내며 몸이 수그러드는 게 그렇게 듣기 좋은 말은 아닌 모양이었지만.

“진짜 그렇게 보여…? 이거, 비슷한 이유로 창조물 관리국 국장님한테 반려 당했단 말이지… 아름답지 않다고 해서.”

“…그 녀석 나름대로 완곡하게 말해준 것 같은데.”

그 정도인가? 이렇게 귀여운데. 에메트셀크는 손가락으로 손에 들린 에테르 덩어리를 쿡쿡 찌르는 아젬을 보고서야 한숨을 쉬던 이유가 이 이데아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고작 그런 걸로 사람 놀라게 한숨이나 푹푹 쉬어대고 말이야. 쓸데없는 것에 시간을 쏟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런 걸로 고민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면 대번에 무시하고 가던 길을 갔을 텐데.

“고쳐서 재신청할 생각이냐?”

“그렇지. 너니까 보면 알겠지만… 이 녀석, 빛이 없는 곳에서도 주변을 탐지해서 행동할 수 있게 하려고 만든 거거든. 쓸모는 있잖아?”

“에테르를 탐지하는 것과는 다른 거군. 마법을 쓸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한 건가?”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면 어둠 속에서 숨을 죽여야 할 때도 있으니까.”

대체 무슨 일을 하고 다니길래 그런 때가 있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납득했다. 쓸모는 있을 것 같은데 왜 이런 모양으로 만들어둔 거지. 역시 세상 만물에 아름답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 미의식을 땅바닥에 놓고 다니는 아젬이나 창조할 법한 모습이다. 그들의 친우인 휘틀로다이우스가 인색한 태도를 보인 것도 당연했다. 어둠 속에서 사용하는 것치고는, 빛이 돌아왔을 때 눈이라도 마주쳤다가는 기절초풍할 법한 모양새였으니까. 아마 녀석도 비슷한 평가를 해 신청을 반려했음이 틀림없다고 에메트셀크는 생각했다.

이 이데아를 처음 보자마자 아젬이 빚어냈다는 걸 알아채 버린 이유는, 그녀가 창조물을 만들 때의 버릇이 묻어 있기 때문이었다. 이데아를 보면 완성품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여기서 여기까지 이어지는 곡선. 아젬이 만드는 물건에 종종 들어있곤 한 부분이다. 이 부분은 그렇게 나쁘지 않은데. 스스로 자각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지만, 내면의 평가는 후했다.

“괜찮지? 다른 건 호평이라 겉 부분만 고치면 될 것 같은데, 내 영감은 이게 좋다고 했는걸.”

“네 영감이라는 녀석은 그다지 고상하지 않은 모양이지.”

“무슨 그런 소릴. 이 녀석은 내가 아는 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걸 따서 만든 거란 말이야.”

싸늘한 말에 아폴론이 툴툴대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정작 말한 사람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녀의 옆에 선 남자에게는 가볍게 넘어가기 힘든 말이었다. …가장 아름다운 것? 당장 이 자리에서 소리 내서 입에 담을 수도 없는 껄끄러운 단어의 향연에는 그도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이래 봬도 두 사람은 마음이 통해 있는 사이였으니까. 그녀에게 있어 가장 아름다운 것이란 무엇인지 궁금해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조금의 침묵이 흘렀다. 아젬은 휘틀로다이우스에게 승인받지 않은 창조물의 이데아를 뜯어고치는 중이었지만, 점입가경으로 놀랄 만한 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어째서 반환당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이렇게나 공들이고 있는데 다시 반려당할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마음이 좋지 않다가도, 이 모습을 보면 고민하는 게 전부 쓸데없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뭘 따서 만들었는데?”

질문이 조금 늦어졌다는 걸 에메트셀크 역시 인식해버렸다. 아젬은 눈치가 없는 녀석이 아니다. 눈을 깜빡이며 이쪽을 쳐다보는 그 모습만으로도 제 질문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이 참혹한 결과물이 어디서 나온 거냐는 뜻이야.”

전혀 그런 의미로 물은 게 아닌 것 같은데. 그녀의 시선을 견디지 못한 에메트셀크가 젠장, 하고 고개를 돌렸다. 부끄러움에 조금 빨개진 얼굴을 분명히 놀려오지 않을까 싶었지만, 아폴론은 조금 머뭇거리며 대답을 주저했다. 그 망설임은 하데스가 ‘가장 아름다운 것’에 대해 쓸데없는 고민을 시작하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가장 아름다운 것이 뭔데? 왜 바로 말을 못 하는 거지. 에메트셀크는 평소에 절대 성격이 급하다고 말할 수 없는 남자였지만, 당대 아젬의 옆에만 서면 누구보다 성질을 못 참고 끙끙거리기로 유명하다. 둘의 가장 친한 친구 역시 에메트셀크를 놀려주고 싶을 때면 아젬을 부르는 판국이었으니 어련할까. 그의 초조함과는 관계없이 침묵은 이어지고, 아폴론은 고심 끝에 진중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네가 별로 안 좋아할 수도 있어.”

…뭐라고? 그렇게 반문하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연인 사이에서, 상대가 별로 안 좋아할 수도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이란 어떤 건지. 예술품이나 자연물을 따온 건지, 아니면 그 외의 것인지. 어쩌면 누군가의 창조물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물었던 것뿐이니까. 하지만, 이 반응은… 너무나도 ‘다른 누군가’에 대한 것이지 않은가. 차마 밖으로 표출할 수 없는 미비한 분노와 질투가 일기 시작했다. 웃고는 있지만 속으로는 전혀 웃고 있지 않은 표정. 그 분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아젬이 한층 진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하하….”

웃지 마. ‘아름다운 것’에 대한 추측이나 정답을 주고받은 것도 아닌데 둘 사이의 이 미묘한 분위기는 대체 무엇인지. 행인들마저 두 사람의 주위를 피해 빙 돌아갈 정도였으니 당사자가 느끼고 있는 폭풍 같은 기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누구지. 그녀가 종종 ‘그 머리 정말 아름답네요, 베네스 님!’하고 추앙하는 그녀의 스승? 지금, 이 상황에서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그 장난기에 비해 멀쩡한 허우대를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의 절친한 친우? 심지어 아젬은 칭찬하는 것을 좋아해 그 두 사람에게… 아니, 아는 사람 대부분에게 비슷한 얘기를 늘어놓고 다녔더랬다. 심지어는 그 역시 처음 그녀에게 아름답다는 얘기를 들은 뒤로 모두에게 같은 말을 지껄이는 입에 내심 마음이 불편하지 않았던가. 물론 그 모든 말이 진심이었다는 것을 알지만, 알고 있지만….

“누군데.”

“어? 그, 알아서 화낸 거 아니었어?”

“화낸 적 없어.”

거짓말은…. 평소 ‘거짓말은 싫어’하는 그 자신의 태도와는 달리 에메트셀크는 스스로의 기분에 대해서는 종종 거짓말을 하곤 했다. 대체로 그의 친우들이 얽힌 일이 아니면 그 태도조차 나오지 않는다는 걸 생각했을 때, 그런 부분이 오히려 정직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귀여운 남자. 아젬은 제 연인이 어떤 오해를 하고 있었는지 알아채고는 소리 없이 웃었다. 소리 내서 웃고 싶지만, 그러면 부끄럼이 많은 하데스는 도망이라도 가버릴 게 아닌가! 음, 그치만… 기뻐할지는 역시 모르겠는걸.

“화 안 낸다고 약속하면 알려줄게.”

“…약속하지.”

“하데스.”

“왜.”

“너야. 내가 아는 것 중 가장 아름다운 것.”

아젬이 빙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나의 수줍음 많은 연인. 누구보다 강하고, 현명하며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 처음 알게 되었을 때부터 나는 너 이상으로 아름다운 것을 마주한 적이 없어. 그 모든 마음이 담긴 표정과 목소리에 하데스의 표정이 굳어졌다. 유치한 질투를 했다는 것, 그걸 변명할 길도 없이 그녀에게 들켰다는 것. 자신을 아름답다고 말하며 호선을 그리는 입술과 웃음기 어린 목소리. 난생처음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최근에 느껴본 적 없는 수치스러움에 그 얼굴이 벌게졌다. 무어라 말을 꺼내지도 못하고 입을 달싹이다가 다물기를 다시, 그녀가 좋아하는 그의 아름다운 모습 중 하나. 얼굴을 짚어 제 면을 가리던 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지금, 이걸 날 보고 만들었다는 거야!”

“아하하, 하데스! 화내지 않기로 약속했잖아!”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던 아폴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 뒤를 쫓는 하데스의 얼굴은 아직까지도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 소란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사람들 역시, 신경 쓰지 않고 어깨를 으쓱댔다. 항상 있는 일이지, 뭐.

+ 3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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