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밖에 다양한 것들

[조각글] 이러한 편린을 모아

백업용 글

Copyright ĉ. @N10_SW_N01

예전에 쓴 글 백업용.


기다리거나, 버려지거나, 혼자가 되거나, 잊혀지거나, 소외되는 것들.

익숙해졌을 거라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랬다. 오랜 기간, 사람들의 시선을 회피하며 살아온 결과였고, 여전히 현재하여 잔존하는 것이기도 했다. 잊혀지면, 그러려니. 혼자가 되면, 그러려니. 수가 남아 잘려나가면, 그것도 그러려니. 소외되는 것도 그러려니. 버려지는 건 예사로. 그렇게 모든 인연을 갈구하면서도 동시에 놓치다 보니, 문득 주변은 머무르다 간 흔적만 가득한 채로 혼자였다. 아무 것도 잡을 기력이 없어, 그저 무의미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전부였다.

그 즈음, 새로운 접점이 생겼지.

이상할 만큼 희미하여,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실이었지만 끊어지지는 않았다. 얇은 종이 한 장으로 나누어진 너와 나, 나는 그만 호기심과 진심 어린 애정에 종이 너머에 새겨진 너를 일찍 들추어보기도 했다. 그 바람에 자업자득으로 심연에서 이끌려 나온 자괴감에 빠져 종이 너머를 무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마치 달빛을 모아다 끈으로 만든 듯한 어떤 기운이 우리를 이었더랜다. 실패를 겪으면 부러 거리를 두는 게 나의 대처였기에 나는 그만 네가 나를 잊은 줄 알았었지.

네가 그랬지, 그동안 왜 말이 없었는지. 나는 그대가 나를 꺼리는 걸 두려워했단다. 겁이 많은 아이는 도망치고 피하고 물려내는 방법만 배웠지, 도로 다가가는 방법은 배우지 못 했거든.

떨리는 내면엔, 온통 검게 물든 응어리 하나가 나에게 끊임없이 속삭이는 목소리 하나 뿐. 또 도망쳐 봐, 그거 잘 하잖아. 너 겁 많잖아. 어쩌면 위선이었을 지도 모르잖아. 

너는 손을 뻗었고, 나를 붙잡았고, 그제서야 볼 수 있었어. 이어진 달빛 실은 분명히 그대의 손을 휘감고 손가락에 묶여 나를 끌어냈지. 동시에 내가 잡았던 끈도 그대를 끌어냈단다. 그대가 나로 인해 행복해진다면, 내가 그대로 인해 행복해지면, 그것만큼 좋은 일이 또 있을까.

망설임 없이 맞잡은 손은 낯설 만큼 따스했는데, 아마도 그리다니아의 해가 가장 좋은 곳의 햇볕 한 줌을 떠다 손에 부어주면 그런 느낌이었을 것이다. 거친 손이라 손사래를 치는 손을 유하게 잡아 깍지까지 끼워내는 너를 그대로 그러안았다. 품으로 한가득 여명이 스며들어 은은하게도 보드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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