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삼월토끼
Have you ever killed anyone?There's a look in your eyes sometimes that makes me wonder.Have you? — Doctor Who, S10E3 “Thin Ice” 노트북을 집어든다. 책상에 너저분하게 늘어진 물건들을 정리하고, 그 외에 챙겨야 할 것들도 꼼꼼히 가방에 넣는다. 연구실
두 세계가 있다. 한 세계는 내게 있어 질리도록 익숙하다. 여기서 나는 밤을 새서 과제를 해치우고, 친구를 만나거나 sns에 삶을 한탄한다.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기껏해야 예기치 못한 청첩장을 받는다거나, 소액 복권에 당첨되는 정도다. 그리고 또 다른 세계가 있다. 이상한 나라다. 하얀 토끼가 시계를 들고 뛰어간다. 모든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언젠가 리미트는 타임로드가 죽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말해주었다. 중심을 잃고 무너지는 신체. 사지에서 피어오르는 금빛 연기. 사지를 둘러싼 연기는 폭발이 되고, 그렇게 타임로드는 새로운 정신과 신체를 만든다고 했었지. 그는 가까운 미래에 내가 자신을 그 꼴로 만드리란 사실을 알았을까?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몸을 힘을 주어 지탱했다. 고개를 들어
“다릴리움의 노래하는 탑들에 대한 이야기, 들어본 적 있어요?” 느닷없이 던져진 질문이었다. 호연은 타디스 벽에 기댄 채로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리미트로부터 독립한 지도 여러 해가 지났다. 그는 이제 어엿한 한 사람의 여행자였다. 수많은 장소를 알게 되었고,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소문이 그의 귀를 거쳐 갔다. 다릴리움, 다릴리움이라…. 하지만 이번
이제 망명으로 되돌아가보자.이는 중요한 단어이자, 어려운 단어이다.이 단어는 상실의 의미뿐만 아니라,뒤에 남겨두고 온 장소에 대한애정 어린 소속감과 연결감의 의미도 품고 있다. ― 일라이 클레어, 『망명과 자긍심』 눈 깜짝할 사이에 주변 풍경이 바뀌었다. 신선한 공기가 폐를 가득 채웠다. 아주 오랫동안 맡아보지 못한 공기. 나는 천천히 내 몸의 감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