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딕(논CP)] 악몽

DC 코믹스

DC/MARVEL by 나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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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내용은 포스타입 내용과 동일합니다.

데미안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걸 인식할 수 있었다. 이른바 자각몽. 그렇다고 자신이 자신의 꿈을 조절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자신이 악몽을 꾸면, 놀라지 않고 그냥 깰 때까지 기다린다. 즉 '자신의 꿈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인다.' 였었다. 10대의 자신이 이러한 악몽을 꾼다고, 누구에게 상담할 것도 되지 못한다.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악몽이 자신을 괴롭힌다? 너무 힘들다? 악몽을 꾸면 조금 피로할 정도이지, 자신의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스스로 자각하고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피로도를 느낄 정도는 아니었기에. 그저 그런 일상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 뿐이다. 이걸 말해봤자... 주변인들 중 어떤 이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병원에서 상담받기를 바라겠지. 정신과에서 상담 받으면 무엇이 달라질까?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이 없기에 그냥 그렇게 흘러버릴 뿐이었다.

오늘도 놀랄 정도는 아니었다. 자신은 깊은 수면 속 잠수정 안에 있었다. 귀는 먹먹하고, 작게 삐이이 거리는 이명이 들릴 정도였으며, 약간의 어지러움까지 느끼고 있었다. 약간의 멀미를 느끼며, 무덤덤하게 앞을 바라다본다. 잠수정 외부. 바닷속을 보여주는 커다란 유리 앞에서 끝이 보이지 않은 어둠을 바라다본다.

"....."

그렇게 꿈은 끝났다.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는 채. 깊은 피로감을 안겨주며 아침을 맞이한다. 무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다보다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킨다. 그래. 그냥 악몽일 뿐이지. 오늘도 악몽. 어제도 악몽. 변함없는 같은 내용. 무슨 의미인지도 모를. 죄책감을 비추는 그런 건가? 그래서 뭐. 이런 꿈을 꾼다고 엉엉 우는 것도 아닌데.

"무의미해."

정말로. 침대에서 일어나 가운을 걸치곤 슬리퍼를 신은 채 걸어간다. 지익. 직- 바닥을 끌면서 나가자 먼저 자신을 반기는 건 이 저택의 집사 알프레드였다.

"좋은 아침입니다. 데미안 도련님."

"좋은 아침."

이 저택에선 정말이지 평범함을 느낀다. 100평은 충분히 넘는 넓은 평수의 저택에서 고급 실크의 가운과 슬리퍼 차림새의 도련님이 평범한 아이는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길게 하품을 하면서 기지개를 한 다음에 거실로 향한다.

"슬리퍼 질질 끌면서 걷지 마시지요."

"알았어요."

...가벼운 잔소리는 뒤로 하고.

거실로 향하자, 팀과 제이슨이 그를 반긴다. 자신이 아침에 제일 반기기 싫은 녀석들을 두 명이나 한꺼번에 만나다니. 인상을 찌푸린 채 낮게 한숨을 내쉬며 그 들을 외면한 채 앞서 걸어간다.

"인사도 안 하고 가냐?"

"뭐. 딱히 너한테는 할 필요는 없잖아."

비꼬는 제이슨을 뒤로 한 채 발걸음을 빨리 옮긴다. 자신의 지나치는 팀은 아무런 반응도, 대응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을 무시하며 걸어가고, 데미안 역시 그에 대한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는다. 좀 더 걸어가자 복도 끝에 보이는 건 딕이었다. 자신을 반기는 듯 부드럽게 눈웃음을 지으며 손을 가볍게 앞뒤로 흔들지만, 데미안은 그를 한번 바라보기만 할 뿐, 그대로 그를 무시하며 지나쳐버린다.

"데미안?"

"아. 응. 그래. 좋은 아침."

건성으로 답하고 저 멀리 가버리는 데미안의 뒤통수를 바라보던 딕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쪽을 응시한다. 완전히 멀어지고 나서야 시선을 떼고, 고개를 돌려 제 앞에 있는 팀과 제이슨을 바라다본다. 무언가 이상하게 느껴졌는지, 자신의 턱을 문지르며 고민을 하다가 입을 열어 그들에게 묻는 딕이었다.

"...데미가 오늘은 기분이 안 좋은 모양이네."

"뭘 새삼스럽게."

"그러게.

"오늘도 똑같은 악마 놈 같은데?"

딕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기웃거리지만, 팀과 제이슨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답한다. 어제도 그제도 분명 똑같이 신경질 적인 어린아이였다. 자신을 무시하면서 틱틱 거리는, 아직은 성숙하지 않고, 유치한 어린아이. 그것도 자존심이 꽤 강한. 그러니 평상시와 똑같다 라고 대답한다.

"늘 똑같이 기분 나쁘신 분이시지. 어느 누구 씨는. 맨날 투덜거리잖아."

"흐음. 그건 그런데..."

데미안의 성격은 다른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무뚝뚝한 것도. 까칠한 것도. 아까의 데미안도 평소와 똑같은 어린아이의 그였지만, 무언가 조금 다르게 다가왔었다. 그런데 그게 무엇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단 말이지. 어제 안 좋은 일이 있었나? 그건 아니었다. 어떤 일이 있었다면 자신에게 말했겠지. 전부 다는 아니더라도, 고민이 있으면 자신에게 털어놓는다. 솔직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자신에게 의지하는 어린아이였으니까. 누구랑 싸웠나? 싸울 사람이 있다면 존일텐데... 존은 어제도 오늘도 그런 연락은 없었으니까. 그것도 아닌 거 같고.

"으음."

"야. 야. 뭘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해."

"그래. 평상시랑 뭐가 다르다고."

팀과 제이슨은 딕의 반응이 이해가 되지 않는 듯했다. 똑같이 투덜거리며 비아냥거리는 꼬맹이의 아침인사가 뭐 대수롭다고 저렇게 고민까지 하는지. 자기들이 보기에는 변한 게 하나도 없었다. 무언가 이상한 게 있다면 자신들도 그렇게 느꼈겠지. 그런데 딕만 다르게 반응한다? 이상하게 다가오는 건 당연했다.

"아무래도 물어봐야겠어."

"이런걸 뭐라고 하더라. 과보호?"

"과보호 아니야. 제이슨. 난 걱정하는 거야."

"걱정? 어느 부분이? 평소랑 똑같아 보이는데?"

"그게 걱정되는 거야."

"뭐가. 평소랑 똑같아 보여서?"

"...응."

평소랑 똑같아서 이상하다. 이런 생각은 이상한가? 그렇지만, 오늘은 무언가 다르게 다가오는 걸. 자신의 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제이슨과 팀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데미안. 이야기 좀 할래?"

"갑자기?"

소파에 앉은 어린아이. 시선은 자신을 보고 있지만 몸은 반대쪽을 향하고 있었다. 제 옆에 앉은 타이투스의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는 행동이 자신을 거부하고 있다는 걸 드러내고 있었다. 마음을 열고 있다면 몸도 마음도 자신을 보고 있겠지. 고개만 이쪽을 보고 있다는 건...

"싫어?"

딕은 데미안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함께 해온 파트너 사이이니까. 그 아이가 어른인 척 행동하고 있지만, 뿌리 속은 결국에는 어린아이라는 걸. 티를 안 내려고 하고 있지만 그의 습관은 감추지를 못하지. 다정한 미소를 지어내며 그의 옆에 앉는다. 짧은 질문을 뒤로 그에게 시선을 주며 가만히 있었다. 먼저 말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 지금 자신이 선택한 방법이었다.

"..."

싫다면 밀어낼 것이고. 아니면 생각할 시간을 가지겠지. 자신은 데미안의 대답이 돌아올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면 되는 거다. 인내심이야 뭐... 자신이 가장 자랑할 만한 것이니까. 무해한 미소를 지어내면서 때를 기다린다. 그렇게 다정한 시간 속의 적막이 몇분이나 흘렀을까. 데미안의 무거워진 입술이 달싹인다.

"티 났어?"

"음. 조금."

"다른 녀석들은 모르던데."

"꼬맹아. 다른 녀석들은 몰라도 나는 알아챌 수 있어. 평소와 다른 분위기 라는 걸. 내 동생이 왜 이럴까? 아직은 이른 아침이고, 너는 일어나자마자 알프레드가 해준 샌드위치를 먹고, 토마토주스를 마셨지. 기분 좋은 아침의 시작인데, 네 표정은 왜 이렇게 어두운 걸까."

평상시와 똑같은 하루다. 무표정으로 일어나 세수를 하고, 바깥으로 나가 가족들을 만나고, 알프레드를 만난 뒤에 아침을 먹었다. 여기까지는 똑같은데, 제 앞의 형이란 사람은 내가 무언가 이상한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채고 물어보고 있었다.

"말하기 싫어? 기다려줄 수 있어."

몇년전만 해도 이런 다정한 대화는 경험한 적 없었는데.

자신은 이런 어른과의 상담이 아직도 어색하다. 이 곳에 온 뒤로 딕은 자신에게 대화하는 법을 알려주고, 고민을 들어주고 상담까지 해주고 있었다. 어른. 그러니까 형이라는 게 이런 거겠지.

"말할게."

결국 이렇게 굳게 닫혔던 입이 열려버린다니까.

그의 대답에 만족스러웠는지, 딕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걸려버린다. 다정하게 웃어 보이며, 가볍게 제 앞의 어린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은 뒤에 시선을 마주한다. 어느샌가 데미안의 몸은 자신 쪽을 바라다보고 있었고, 거부하고 있던 무표정의 얼굴은 풀려있었다.

어쩌면 의미 없는 상담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악몽을 이야기 해봤자, 해결방안은 나오지 않을 테니. 그래도 후련해질지도 모른다. 어쩌면... 의미 없는 게 아닐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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