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겨운 남자.

*혐오 워딩 (블러처리) 포함.

헤이즐. 로던 리 헤이즐은, 노아 브룩스의 앞을 스쳐지나갈 때마다 긴장하곤 했다. 그녀는 끈이 다 늘어진 조그만 백팩을 메고 다니는 걸 즐겼는데, 그걸 노아가 잡아당기지 않는 일이 없었다. 제 친구들과 키득거리며 떠들다가도 노아는 헤이즐이 주변에 나타나면 알아차리지 못하는 법이 없었다. 그들만의 리그처럼 보이는 상황에도 그랬다. 노아는 그 백팩의 끈, 혹은 백팩의 중심부, 어느 때는 ‘로던’의 어깨 자체를 잡아당겨 넘어뜨리기를 특히 즐겼다. 헤이즐은 결코 넘어지는 법은 없었지만, 그것은 최종적인 결과만 두고 얘기하는 것으로, 휘청이기는 했기 때문에 언제나 열이 받지 않고서는 넘어갈 수 없었다.

“브룩스, 이, 빌어먹을 개자식아.”

노아 브룩스를 노려보다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떠나는 헤이즐의 뒷모습을 노아가 필요 이상으로 길게 응시했다. 둘의 접점이라고는 그 정도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니까 노아의 친구들이 헤이즐을 그 뒤에 어떻게 취급하든지 노아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참견하지도 않았고, 부추기지는 않았지만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그리고 헤이즐은 그 시절에도 여자였다.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그것이 존중받는지 아닌지에 대한 문제는 헤이즐의 영역 밖의 문제였고, 그녀가 컨트롤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그녀 내부까지 조종할 수는 없다는 것도 당연한 문제였다.

헤이즐은 이따금 노아 브룩스가 캐비닛 앞에서 키스하는 걸 보고…. 진성 걸레라고 생각했다. ― 놀랍게도 그랬다. ― 헤이즐이 생각하기에, 그것은 그다지 쿨하지 않다. 섹스하고, 키스하는 것이 크게 밀접한 접촉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헤이즐은 육체에 비판적이기도 했지만 진지한 관계가 되는 게 두려워서, 데이트는 하지만 서로를 명확히 구분짓는 건 꺼리고, 겉핥기에 지나지 않은 스킨십이나 즐기는 것이 상당히 한심스러웠다. 물론 노아 브룩스든, 그와 자주 섹스하는 듯 보이는 치어리더든 핫하기는 했다. 헤이즐은 성별도 가리지 않아서 보기엔 좋았다. 하지만 겨우 그 정도였다. 감각에 불과한 자극.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빨아주면 젖거나 싸게 된다. 그래봤자 아무것도 아닐 거고.

하지만 자극 자체를 굳이 피할 이유는 없다. 헤이즐이 노아 브룩스의 요청에 의해, 쓰레기장에 나와있는 이유도 일맥상통했다. 헤이즐은 그 장소 자체가 노아에게 잘 어울린다는 감상을 짧게 가졌다. 이것이 그들의 밀회 장소가 되었던 건 후의 이야기다. 그들은 쓰레기 냄새를 맡으며 키스했다. 그것은 황당하게도 헤이즐의 첫 키스였다. 하여간 헤이즐은 자극에 홀릴 소녀는 아니었다. 그녀는 생동감 넘치는 트랜스여성이었고, 괜찮은 생체 딜도가 있다면 거절할 이유는 없지만, 그것의 뒤틀린 관심에 사랑으로 응답할 머저리는 아니었다. 적당히 즐기고 가면 되었다. 어차피 그 남자도 자신을…, 자신에게 갖는 관심으로 인한 부차적인 모든 문제를 참을 정도의 관심을 가진 건 아니었다는 걸 알았다.

자기가 불러낸 주제에 인상을 잔뜩 찌푸린 노아에게, 헤이즐은 한 번 물어나 보았다.

“넌 나랑 뭘 하고 싶은 거야?”

“글쎄….”

노아 브룩스가 다가와 허리를 굽혔고, 그들은 입김을 서로에게 닿게 만들면서, 근거리에서 들여다본다. 노아의 크림색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헤이즐은 이상하게도 코튼 캔디를 떠올렸다. 시 의원인 아버지는 어렸을 때 로던에게 그런 걸 들려 준 채로 유원지를 걸어다니길 즐겼다. 하지만 헤이즐에게는 아닌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녀 그대로였다. 그녀의 아버지는 여전히 시 의원이었다.

“넌 알아?”

헤이즐은 이따금 온 세상에 소리지르고 싶어졌다. 하지만 소녀는 그다지, 효율없는 일에 뭘 투자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그런 분노는 무가치했다. 아마도. 헤이즐은 근거리의 노아에게, 늘 말해보고 싶었던 것을 뱉었다. 노아가 직접적으로 뱉은 적 없는 단어를. 그러나 그의 패거리는 항상 뱉었고, 노아는 그들을 말리지 않았다. 헤이즐은 어쩐지 여리게 떨리는 속눈썹을 들여다보며 고요히 소리쳤다.

“재미있는 사실은 아는데.”

“….”

“진짜 Fucking F*****은 너라는 거.”

노아는 픽 웃었다. 대체로 로던은 저에게 위협적이지 않았으니까. 소녀는 노아에 비해 너무 마르고 작았다. 하지만 결코 그는 누군가를 봐주는 성격이 아니었다. 노아는 로던을 세게 끌어당겼다.


그런 과거를 회상하며, 노아는 해파리를 치웠다. 치웠다기 보다는 모아진 해파리를 통에 담아 한 번에 버리는 것에 가까웠다. 이걸 다 태우면 안 되는 걸까. 몸을 돌려 도저히 끝이 보이지 않는 쓰레기 더미와 비슷하게 널브러진, 하잘 것 없는 사람들을 바라보던 노아가 소리쳤다.

“더 빨리 움직여,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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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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