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100제

트루먼쇼

글러 100제 2번째

팔레트 by 알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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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이상한 점이 너무나도 많았다.

유다는 아무도 없는 조용한 성당에서 벽에 크게 걸린 십자가를 보며 생각했다. 고요함 가운데, 귀를 기울여야만 들을 수 있는 바람 소리, 성당을 가득 채운 사람들이 남기고 간 돈과 값비싼 물건들, 유다는 이 모든 것이 부질없다고 느껴졌다. 자신의 유일한 가족은 이런 물질적인 것들만 중요하다 여기며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에 바빴다. 간절한 사람들을 이용하여 자신의 탐욕을 채우는 부도덕한 일들도 마다하지 않았다.

어떤 이는 이런 행동들을 잘못됐다고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런 의문을 제기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럼, 유다 본인은 이런 행동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가? 그런 건 또 아니다. 유다는 선과 악의 경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저 알고 있기만 할 뿐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 단지 궁금할 뿐이었다. 뭐가 그리 간절하여 이런 실없는 거짓 종교에 목을 매다는 것인지, 간절함은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간절하기에 알면서도 모르는 척을 하는 건지, 유다에게 있어서 세상은 이상한 점으로 가득 찼다.

이렇게나 수상한 점이 많은 세계에서도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한 사람은 존재했다. 하지만, 그런 이도 자신에게 답을 알려주지 않았다. 몇 년 전 자신의 아버지가 데려온 수상한 여자아이, 보라색인지 검은색인지 정확히 판단 할 수 없을 정도로 기이한 어둠을 눈에 품은 아이는 항상 감정 없는 웃음만을 지을 뿐 별다른 특징은 없었다.

그런 기이한 아이에게 흥미를 느끼게 된 것은 며칠 전, 자신이 가진 의문을 품은 사람이 그녀에게 조언을 구한 적이 있었다. 그녀가 이곳 안에서는 신이라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그녀는 별 볼 일 없는 여자아이였다. 그런 아이에게 조언을 구한다니, 정말로 멍청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오히려 유다 살면서 처음으로 본인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게 했다. 뻔한 감정호소가 아닌 악행의 단점을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 주었다. 그 일을 시작으로 계속 그녀를 바라본 결과 사람들의 질문에도 항상 웃으며 올바른 대답을 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유다는 그런 아이를 계속 바라보며 자신이 세상에 품은 질문도 대답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유다는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돌려 말하든, 직접적으로 말하든 그녀는 언제나 무감정한 미소만을 지은 채 대답해 주지 않았다. 이렇게 바라보면 기괴하고 불쾌한 미소인데 어찌하여 다른 사람들의 앞에서는 그렇게 다정해 보이는 미소인지. 불쾌한 의문과 울렁거리는 느낌에 근처에 있는 의자에 주저앉았다.

신도들을 정면으로 마주한 그녀는 언제나 다정해 보이는 미소를 하였다. 신도들을 올바른 길로 이끄는 자애로운 신, 유다는 자신의 아버지가 그걸 노리고 그녀에게 신이라는 역할을 준 것이라 확신했다. 언제나 불쾌한 감정만을 느끼는 자신에게 없는 다정한 미소, 유다는 자신이 이런 미소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머릿속이 더러운 감정들로 채워져 갔다.

그래도 계속 시도라도 해보면 나도 저런 미소를 지을 수 있지 않을까? 유다는 자리에서 일어나 쓸데없이 커다란 거울을 향해 걸어갔다. 유다는 거울을 마주 본 채 그녀의 무감정한 미소를 따라 미소 지어보기도 했다. 점점 올라오는 입꼬리는 어색하기에 그지없었다. 자애롭다는 느낌 따위는 들 수가 없었고 그저 인간을 어설프게 따라 하는 밀랍 인형에 가까웠다. 분명히 그녀의 미소도 자신의 미소도 감정이 담겨 있지는 않았다. 근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이지? 유다는자기 얼굴이 비친 거울을 반히 바라보다 근처에 있는 작은 조각상을 거울에 던졌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조각상은 거울에 튕겨 나갔다. 쓸데없이 튼튼하기만 한 거울. 유다는 발로 거울을 찬 뒤 다시 자리에 앉았다. 물론, 거울이 깨졌다면 그 파편들을 치울 생각에 더욱 기분이 나빠졌을 것이니 어쩌면 이런 결과가 유다에게 있어선 좋은 결과일지도 모른다. 과정이 어떻든 결과만 좋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

결과만 좋다면…

“하… 시x…”

유다는 자기 머리카락을 손으로 넘겼다. 결과만 좋다면? 항상 결과만 좋은 것이 유다에게 있어선 큰 불만이었다. 신도들은 그렇게나 많은데, 종교에 대한 것은 단 한 번도 밖으로 유출되지 않았다. 신도들이 데려온 낯선 이는 무슨 이유든 간에 정신적인 한계에 내몰렸고 다들 하나같이 종교에 발을 들여 이곳에 정착했다. 가족이나 친구 혹은 사회적으로 명망이 높은 사람들까지. 왜 다들 그들의 바보 같은 믿음을 말리지 않는 것인가? 그 누구도 이런 바보 같은 믿음을 의심하지 않았고 맹목적으로 매달렸다. 숙식을 제공해 줘서 이러는 것인가? 그렇다기엔 모두가 자기 돈을 이 종교에 바치고 있다. 아무런 불만도 품지 않은 채. 애초에 목사의 이름부터 유다고 나이도 미성년자에 머물러있다.. 성경에서 나온 배신자를 믿는다니… 유다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대체 왜? 어째서? 자신과 같은 사람이란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바보 같은 사람들이었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지능이 낮은 사람들만 한곳에 모였지? 심지어 이런 사이비 종교를 운영하는 것에도 큰 문제는 없었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입맛대로 편하게 사람들을 조종하는 것처럼…

“잠시만, 조종한다…?”

미친 사람들과 항상 함께해서 자신도 미친 건가 싶었지만, 이 모든 상황에 대한 해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 모든 것이 누군가의 설계대로 움직인다면 모든 상황이 이해가 갔다. 그냥 이 상황 자체가 하나의 트루먼쇼인 것이다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대상이 유다 혼자가 아니라는 점. 그랬다면 분명히 눈치를 못 챘을 리가 없다. 모든 사람이 어떤 알 수 없는 존재의 뜻대로 다 움직이는 거라면…

“유다, 지금 바쁘신가요?”

차분하고 높은 미성이 성당에 울려 퍼졌다. 익숙한 목소리가 유다의 귀에 닿자, 유다의 생각은 바로 흐름이 끊겼다. 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기다란 백색 머리카락과 머리카락만큼 창백하고 새하얀 피부, 기이한 어둠을 가진 눈이 유다의 시선에 들어왔다. 질릴 정도로 많이 본 무감정한 미소. 아니, 오늘은 뭔가 달랐다 무언가 당혹스러운 감정이 느껴졌다.

“유다…?

“아, 미안. 피곤해서 대답을 못했네. 이런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야? 혼자서 방 밖에 나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유다는 그녀의 미소에 담긴 감정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그녀에게 대답했다. 그녀가 자신을 부른 타이밍, 그리고 처음 보는 감정이 담긴 어색한 미소, 바보 같은 생각이었지만, 유다는 어쩌면 그녀가 모든 쇼의 감독이 아닐지 생각했다.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은 자신과 같은 쪽에 서있는 그녀에게도 유리한 상황이니 자신은 그저 운 좋게 걸린 것이고, 모든 것은 그녀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유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세상이 움직인다면 그녀가 지금 이곳 말고 자신의 방 안에 있었을 거라 믿으며 유다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잠이 오지 않아 잠깐 나왔는데… 미안해요. 다음부터는 조심할게요.”

“다음부터는 꼭 사람을 깨워서라도 같이 나와. 알겠지? 제드는 머리가 좋으니까 이해했을 거라고 믿어. 그러고 보니 잠이 안 온다고 했었나? 따뜻한 우유라도 마시면 잠이 올 거야. 같이 마시러 가자.”

유다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고 유다가 건넨 손을 잡았다. 뼈 하나하나가 느껴질 정도로 말라버린 손은 유다의 손과 크게 대비되었다. 조금만 힘을 줘도 부서질 것 같이 생긴 그녀를 보며 유다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유다는 아직 그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결국 그녀도 사람일 것이고 자신과 별반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그녀를 이용할 수 있지는 않을까? 헛되어 보이는 기대를 품은 채 유다는 자연스러운 미소를 그녀에게 보였다. 자세히는 알 수 없는 감정이 미소에 가득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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