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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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라는 계절에 걸맞게 온 대지를 불태울 듯한 열기를 품은 바깥과 달리, 한 장 유리창 안쪽 실내는 서늘한 공기가 가득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자신들은 하교 후에야 올 수 있지 않았냐고, 그러니 오랜만에 자신과 함께 자고 가겠다는 이길영과 신유승을 다음날 등교를 이유로 예정보다 일찍 돌려보내자 고요와 적막이 자연스레 두 사람의 빈 자리를 채웠
홀로 있는 데에도 익숙한 그는 둔탁한 녹색 기둥 사이의 굵은 철봉에 매달렸다가 빨갛고 노랗고 파랗게 칠해진 정글짐을 기어오르고, 곧 내려와 군데군데 녹슨 철제 사슬이 삐걱거리는 그네를 타다가 그것조차 재미없어질 즈음 군데군데 헤집어지고 파인 모래밭으로 들어갔다. 모래밭에는 누군가 깜박 잊고 두고 간 듯한 작은 모종삽이며 노란 플라스틱 바구니, 엷은 파스
볼륨을 높일 대로 높여 시끄럽고 난해한 소리가 귓가를 쿵쿵 울렸다. 난잡한 전자음과 주변 상황은 신경 쓰지 않고 그에 맞추어 몸을 흔드는 수많은 인형 속에서도 남자의 걸음은 흐트러짐 없이 한 곳을 향하고 있었다. 검은색과 검은색에 가까울 정도로 짙은 회색의 천장 위를 색색의 레이저가 훑으며 시야를 혼란케 했다. 옷보다는 천 쪼가리라는 말이 훨씬 더 어울
※ 예전 글 백업 ※ 종장 이후 날조 유중혁의 악몽은 언제나 종이로 이루어진 달 위에서 시작되었다. 세로가 긴 직사각형의 얇은 미색 종이는 무너지지 않은 채 발밑을 받쳐주었고 유중혁은 그 위에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는지 모를 시간이 흐르면 그가 온다. 이마를 덮은 흑갈색 머리칼과 흑갈색 눈, 어쩐지 경계심을 일으키지